소설리스트

전생 흑마법사의 이단심문법-184화 (185/388)

184. 거북이를 뒤집는 방법 (2)

*

어두운 밤, 수풀 속을 헤집으며 페르난데스가 달리고 있었다. 시간은 언제나 소중한 전략 자원이며, 단순히 빠르게 뛰기만 한다면 단축할 수 있는. 절약하기 쉬운 자원이다. 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헉, 허억. 헉.”

아벨은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로 간신히 페르난데스의 보폭을 맞추고 있었다. 그 전까지, 그러니까 에인헤랴르의 봉인을 풀고 전략을 뒤흔들기 위해서 그는 은밀할 필요가 있었기에 아벨의 컨디션을 온존할 수 있었으나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전술은 언제나 적의 동태에 따라 바뀌는 법. 나무가 잔상처럼 흘렀다. 나뭇가지를 박차고, 다음 나무의 둥치를 밟고, 몸을 비틀어 앞으로. 앞으로.

-퐁!

보라색 꽃이 저 멀리 나무 등치에 피어 오른다. 달빛도, 별빛도 없는 이 울창한 수풀 속에서, 유일한 지표가 바로 저것이다. 북부 전역에 프레이야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길이 보인다.

‘놈들은 프레이야의 존재를 깨달은 순간부터 에인헤랴르를 의식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에인헤랴르는 블러핑이지. 그 실체는···.

‘산개 병력의 극도로 정밀한 타격.’

뭉치기 시작한 저항군을 완전히 새로 재구성하여 넓게 산개하고, 일부는 퇴각을, 일부는 전진을, 일부는 게릴라를 펼친다. 동시다발적으로 전장의 정보를 입수할 수단이 있기에 가능한 전술이며, 적들의 배치를 아군의 입맛대로 교정할 수 있는 수. 그것이 첫 수다.

*

“야를! 야를!”

여장을 갖춘 채로, 말 위에 오르는 에리크에게 한 전사가 헐떡이며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에리크가 고개를 틀며 그를 내려보자, 전사는 숨이 막힌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외쳤다.

“적들, 적들이 나타났습니다!”

“저항군인가?”

“예, 예! 지금, 사방에서···. 사방에서 봉화가 치솟고 있습니다!”

에리크는 어둠이 내려 앉은 지평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말대로 새하얀 연기가 실선처럼 사방에 피어 오르고 있었다.

“얕은 수로군.”

바르드가 픽 웃었다. 육안에 보이는 것이 일곱. 전선이 길기에 그의 병력들은 적들 만큼이나 길게 산개해 있었다. 이 기나긴 전선에서 산발적으로 기습하는 이들이 얼마가 되었든, 그건 결국 자충수에 불과하다.

“놈들이 어리석은 짓을 하는구나. 칼다리스.”

“예, 주인님.”

“기병을 이끌어라. 산개해 있는 놈들이 감히 머리를 들이 밀었다면, 오히려 하나씩 각개격파 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이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바르드는 모든 야영지를 철저하게 요새화 시켰다. 하루 아침에 허물어트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에리크의 병력은 내분 이래로 축소되었지만, 그 어느 순간보다 단단한 결속을 유지하고 있었다.

모든 아군 야영지엔 하나 이상의 악마가 잠복 중이다. 이를 뚫어내기 위해 병력을 밀집 시켰다면, 그리고 그 병력이 붕괴한다면. 가뜩이나 수가 적은 적들에겐 지독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터.

“나를 실망시키지 마라. 가라!”

“예, 주인님!”

도마뱀을 닮은 악마가 고개를 조아리며 물러섰다. 에리크를 바라보며, 바르드가 킬킬 웃었다. 오늘밤, 피가 강을 이루겠군. 아주 좋아.

에리크의 군영에서 군단이 출진을 시작했다. 봉화를 올린 야영지를 향해서. 야영지를 기습하고 있을 적들은, 자신이 포위당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붕괴하기 시작할 것이다.

배후에 적을 둔 상태로 공성을 벌인다는 것은 완벽한 모루와 망치 사이에 끼인 포위 섬멸전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놈들에겐 그럴 사기도, 의지도, 병력도 부족했다.

“애가 닳았구나, 프레이야.”

차라리 에인헤랴르를 기다리지 그랬느냐. 바르드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

-이를 막아내기 위해 놈들이 병력을 전개한다면, 전면전을 준비하는 것처럼 혼선을 넣고···.

산개한 아군을 각개격파하기 위해, 돌출된 아군의 진영으로 병력이 집중되려는 순간. 놈들이 가장 원하는 지역에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마치 ‘대규모 군단’이 결집하고 있는 듯한 정보를 유출한다. 놈들의 시선이 그 방향으로 모이는 것이 두 번째 수.

페르난데스는 저 멀리 점점이 보이는 붉은 빛들을 바라보며 멈춰 섰다. 헐떡이는 아벨이 곧 그의 곁에 서서 거칠어진 숨을 다스렸다.

“다, 다 왔느냐?”

“거의.”

페르난데스는 드넓은 야영지로 달려가는 기병을 바라보며 웃었다.

*

“놈들이 물러나고 있다!!”

야영지의 전사들이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사망한 병력이 크지 않았을 뿐더러, 어둠 속에서 갑작스레 기습을 시도한 적들이 어느 순간 일거에 물러서기 시작했다.

적들은 나타났던 순간만큼 빠르게 숲 속으로 사라졌다. 아마도 당황했을 것이다. 전선 외곽에 외따로 위치한 야영지가 철저하게 요새화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시간 소모를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하, 멍청한 자식들!”

카잘리드 씨족의 전사는 호탕하게 웃으며 어둠에 휩싸인 숲 속을 바라보았다. 점점 견고해지는 하자트 카잘의 전선을 바라보며 어떻게든 뒤흔들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대장! 누군가가 옵니다!”

“아아, 아군의 지원이로군. 아쉽게 되었어! 놈들을 일거에 쓸어버릴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전사는 껄껄 웃으며 다가오는 병력을 바라보았다. 과연 악마가 섞인 것을 보아 에리크의 직속군일 것이다. 선두에서 말을 이끌며 다가온 비늘 덮인 악마가 야영지 목책 위의 전사에게 소리쳤다.

“적들은?”

“이미 도망 놓은 지 오래요!”

“수는 얼마나 되었나?”

어둠 탓에 정확한 수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나 적의 숫자를 추산하는 것은 단순한 산수에 가까웠다. 이 야영지엔 이백여 명의 전사가 있었고, 공성자의 입장에서 요새를 무너트리기 위해선 적어도 세 배의 병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아무리 낮춰 잡아도 사백 여명은 넘는 숫자가 저 숲 속에서 나타났을 터였다. 전사는 당당하게 외쳤다.

“물경 오백은 되었다오!”

“오백··· 오백이라···.”

전사는 전공을 확대하기 위해 적의 수를 다소 부풀려 말했다. 그가 눈으로 확인한 수는 백 명이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어둠, 울창한 숲, 그리고 갑작스러운 기습 탓이었지만···.

악마는 말 위에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봉화가 올라온 곳이 일곱은 족히 되었고, 최소한 사백 여명을 각 전선에 투입했다고 가정한다면···.’

적의 최대 병력이 지금 사방에서 기습을 시작했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즉, 적에겐 지금 남은 병사가 없다. 다른 전술을 짜올 물리적인 병력이 없을 것이다.

중앙을 지킬 군단이 없다면 놈들은 완전히 산개한 게릴라에 불과하다. 아마도 에리크가 이렇게 빠르게 반응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 악마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너, 바르드에게 이 사실을 전해라. 우리는 숲으로 향한 패잔병들을 추격한다!”

에리크의 병력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며, 하나하나 악마의 축복을 깊게 받은 정예들이다. 다소간에 손실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적의 잔당들을 뿌리 뽑는 것이 급선무였다.

틀린 판단은 아니었다. 어쩌면 최전방의 야전사령관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능동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놈들이 추적을 개시했군.”

키르하스는 나무판자에 피어 오르는 작은 꽃망울들을 바라보았다. 모든 전사들이 제각기 작은 판자를 들고 서 있었다.

제아무리 여신이라 하더라도 모든 병력에게 구체적인 정보와 전술을 지시하기엔 정신력의 손실이 너무 컸다. 그러나 단순한 목표의 지시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보라색 꽃, 적이 추적 중. 붉은 꽃, 곧 적을 조우할 것. 노란 꽃, 근처에 도주할 것. 파란 꽃, 전진.

각 전선에 흩어진 전사들을 이러한 종류의 판자를 배부 받았고, 그 탓에 키르하스는 전선에 직접 나선 채로 대단히 정밀한 지휘가 가능했다.

그녀는 판자에 속삭였다.

“때가 되었습니다. 프레이야. 군단을 노출해도 좋습니다.”

-퐁!

그녀의 말에 화답하듯 판자 위로 파란 꽃이 피어 올랐다. 그녀의 등 뒤에 도열한 병력은 서른 남짓, 방금까지 야영지 하나를 두드리다가 일제히 도주한 병력이다.

이러한 종류의 병력이 지금 에리크의 야영지 전체를 조금씩 두드리고 있다. 지독한 정보의 혼선을 위해. 적들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비록 그녀가 신의 시야를 공유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훤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모든 병력? 아니, 아니다. 적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에리크의 군영을 건드리는 이들은 애초에 야영지를 탈환할 수조차 없는 소규모 집단에 불과했다.

저항군이 며칠 간 끌어 모은 모든 병력. 온 북부의 탈영병들을 있는 힘껏 끌어 모은 그 병력은 지금쯤···.

“거북이를 뒤집기 위해 전진하고 있겠지.”

*

에리크는 전선을 돌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다. 적들은 여전히 실체가 없었지만, 애가 닳아 이쪽을 건드린 이상 그 뿌리를 찾아내는 것은 여반장이었다.

적들을 추적해 몰살하거나, 감히 공격을 시도한 잔당들을 처리하거나. 무엇이 되더라도 에리크의 입장에선 나쁘지 않았다. 한 순간 한 순간 적들은 스스로 생로를 끊고 사로로 접어들고 있을 테니.

그때, 에리크의 곁으로 기병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와 부복했다.

“야를!! 기습을 시도한 적의 수가 사백에 이른다 하더이다! 기습을 당한 모든 야영지에서 같은 수의 적들을 발견했다 합니다!”

“전병력이군.”

사천 여명. 저항군이 지금까지 끌어 모은 모든 병력이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아군의 절반 조금 넘는 수였고, 아군에 악마가 섞여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놈들의 전술은 그저 산발적인 기습만 가능할 뿐. 대규모 회전을 시도할 수 없다.

그것이 아쉬웠다. 바르드는 입술을 핥았다. 하지만 놈들의 저항은 지금까지와 같이 무의미했고, 놈들의 숨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야르으으을!!”

그때, 야영지 외부에서 기병 하나가 달려오며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이냐?”

“적들, 적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뭐···?”

기병은 다가와 몸을 깊게 숙여 부복하며 외쳤다.

“그 수가 이천에 이릅니다! 전면에 순찰을 돌던 초계 병력이 분쇄되었고, 저 홀로 간신히 몸을 뺄 수 있었습니다!”

“뭐···라고?”

“함정이다.”

에리크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는 바르드를 경멸하는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놀아났군. 적의 기습은 우리의 시선을 돌리기 위함이었어.”

“얼마 되지도 않는 병력을 나누고, 이제와서 회전을 준비한다고? 아무리 우리가 병력을 분산시켰다 한들 이 지역에 악마가 얼마나 될 것 같으냐? 놈들은 지금 무덤으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야!”

“그만.”

에리크는 바르드의 입을 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프레이야의 정보전이 생각보다 매섭군. 더 이상 적에게 놀아날 수는 없다. 악마를 불러라.”

“···뭐?”

“병력의 질과 수로 우리가 압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적의 유일한 무기는 정보 뿐이야. 우리가 놈들과 같은 수준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면 놈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떻게···?”

“악마를 부르고, 죽이고, 다시 불러.”

그 말에 바르드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지, 그런 방법이 있지. 악마는 정신체이며, 현계한 악마가 지옥으로 사출되고, 다시 소환될 때. 지역에 상관 없이 그가 마지막으로 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악마의 축복을 받은 이는 필연적으로 지옥의 눈이 된다. 그리고 지옥에서 소환된 악마들은 물질 세계의 하수인들이 보고 들은 바를 알고 있을 터.

정보전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이다. 그 방식대로라면 이를 극단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그러나 악마를 소환하는 것에는 인간의 생명이 소모된다.

“적들이 코 앞에 다가온 이 시점에서?”

“놈들의 수가 얼마가 되었든 분산된 것은 마찬가지. 그리고 우리의 병력 또한 당장 해가 뜨면 군영으로 돌아올 거야. 설마하니 우리가 하룻밤 새에 전멸이라도 한단 말인가? 그 뒤를 봐야지.”

“그래 차라리 그 편이 나을 것 같긴 하군.... 놈들의 잔당을 온전히 뿌리 뽑기 위해선 말이야.”

에리크의 말에 바르드는 빠르게 냉정을 되찾았다. 설령 몇몇 전사들을 소모하더라도, 여전히 그의 총 병력은 다만 흩어져 있을 뿐. 적들의 전체 병력을 압도한다. 지금 당장 적들의 수가 이천 여명이라 한다면, 이 군영에 있는 아군 또한 그 정도의 숫자는 되고도 남았다.

*

‘악마는 정보 교류에 시간과 거리와 같은 자원을 잡아먹지 않아. 놈들은 사념체니까.’

소환된 시점에서 지옥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지옥으로 떨어질 때에 지상의 정보를 가지고 간다는 점. 이를 이용하면 정보 자원의 확보를 놀랍도록 신속하게 이루어낼 수 있다.

이는 그가 전생에 사용해본 적 있는 전술이었다. 언제 희생하더라도 손실이 없는 악마들을 넓게 배치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놈들을 다시 지옥으로 역소환한 뒤에, 자신의 곁에 재소환 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빼돌리는 방식.

놈들이 머저리가 아니라면 반드시 아군의 정보 수집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 그러한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당시 우리는 지옥 관문 하나를 확보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놈들은 악마를 소환할 때 마다 제물을 소비해야 하지.’

미래와 달리 현 시대의 악마는 극도로 섬세한 비대칭 전력이다. 생산하는 것에 반드시 인간의 생명이 소비되는 자원이다. 지옥 관문을 확보한 상황에서 악마를 소환하는 것엔 마력이면 충분했지만, 이 북부엔 그런 것이 없다.

애당초 놈들의 전쟁 목적이 사다르켈리사의 봉인지를 향해 열리는 관문이다. 그 말은 곧, 놈들은 아군의 정보 자원 수준의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선 그 만큼 자신의 인적 자원을 소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놈들이 스스로 살을 파먹으며 우리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세 번째 수.’

그럼에도 놈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피가 강을 이루고, 죽은 이들의 살점이 언덕처럼 쌓이더라도. 지옥 관문을 구축하기 위한 일종의 제물이라 여길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다. 놈들의 승리 전략은 아군의 종심 파괴와 지옥 관문의 개방, 그리고 이를 통한 북부의 멸망이다. 무엇이 선결되어도 놈들의 입장에선 ‘있을 수 있는’ 수준의 손실에 불과할 터.

-상황이 몰리면 바르드와 에리크가 전선에 나타난다.

‘거북이가 머리를 내밀게 만드는 것이 마지막 수.’

바르드가 처음 세웠던 전술. 대규모 회전을 통해 충분한 제물을 확보하고 저항 병력을 상실한 북부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은 그 순간 실패한다. 관문을 열었으되 하자트 팔란의 저항군은 아직 건재할 테니까.

놈들의 입장에서 차선이긴 하지만 최악은 아니다. 보다 귀찮고 번거로운 시간 낭비가 되겠지만 놈들은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된 것. 아무래도 상관 없다.’라고.

관문이 개방되고 악마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순간 저항군은 의미를 잃는다. 한두 마리의 악마로도 허덕이는 놈들이 어찌 관문을 통해 쏟아지는 대군을 막아낼 것인가. 저항군의 섬멸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라고.

‘문은 양방 통행이야.’

페르난데스는 웃으며 디모니카 형제들에 대해 생각했다. 이 전쟁에서 그 실체를 온전히 노출한 적 없는 유일한, 아군의 비대칭 전력들. 만신전의 창이며 인류의 봉화들···.

-기다려라 사다르켈리사.

페이자쉬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페르난데스는 그 미소를 바라보며 따라 웃음 지었다. 그들의 마지막 착수. 사다르켈리사의 봉인지로 통하는 관문을 여는 것.

애초에, 바르드와 페르난데스는 같은 전략 목표를 상정하고 있었다. 놈은 그녀를 소환하기 위해, 그리고 그는 그녀를 참살하기 위해.

악마 추종자와 악마 사냥꾼은 종이 한 장 차이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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