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 흑마법사의 이단심문법-189화 (190/388)

189. 칠흑의 에리크 (1)

*

악마가 해일이라면, 이들은 방파제라 부를 수 있으리라. 타락한 발할라로 향하는 관문, 무저갱의 지옥과 다름 없는 저 관문의 앞에서도, 이단심문관들은 묵묵히 도살을, 오로지 도살 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콰드드득!

악마의 창날이 마침내 한 이단심문관의 복부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갑옷이 우그러지며 상처가 찢어지고, 타락한 마력이 그 안으로 스며든다. 볼 것도 없는 치명상, 일반인이라면 그 순간 즉사했어도 이상할 것 없는 부상임에도···.

“불태···우리라···!”

두꺼운 갑주로 온몸을 감싼 이단심문관의 눈에선 분노의 열정이 여전히 이글거린다. 그건 생명을 유지하는 어떤 지점을 초월한, 인류의 의지 그 자체를 빚어낸 듯한 모습이다.

-콰직!

이단심문관의 전투망치가 정면에서 혀를 날름거리며 웃는 악마의 두개골을 으깨어 놓는다. 그리고 또한, 멈추지 않는다. 적을, 적들을, 문명 사회의 적들을 분쇄하는 것만을 위하여.

“형제여.”

그 격전의 한 복판에서, 제피스는 빠르게 생명이 소진되어가는 형제를 바라보았다. 팔과 다리, 어깨와 무릎, 그 모든 신체를 활용하여 악마를 으스러트리면서도 그는 기민하게 분대원이 쓰러지는 것을, 그리하여 전체 분대원으로 향하는 압력이 거세어지는 것을 예민하게 느끼고 있었다.

“아직··· 쿨럭, 괜찮습니다. 형제님.”

“곧 공세가 잦아들걸세.”

그의 말 그대로였다. 어떤 구조인지 모르겠지만, 저 관문은 일정한 시간에 한 번씩 닫히고, 다시 열렸다. 아주 잠깐의 숨돌릴 시간, 적들의 수가 확연히 줄어드는 그 시간이 있었기에 그들은 여전히 이곳에 서서 전투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들의 길은 분쇄된 악마의 시체로 이어져 있었다. 그들은 묵묵히, 천천히,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힘겹게··· 그럼에도 멈춤 없이 전진하고 있었다.

“형제님!”

파비아노가 거칠게 외쳤다. 제피스는 재빨리 정면을 바라보았다. 공성퇴 같은 거대한 모닝스타가 그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피하기엔 늦었다. 제피스는 빠르게 왼팔을 뻗었다. 팔 한쪽을 희생할 각오였다.

-콰아아앙!

그러나 공성퇴가 그의 몸에 닿기 직전, 거대한 폭음과 함께 무기를 든 팔뚝째로 사라졌다. 제피스는 잠시 눈을 깜빡거리다가, 곧장 장검을 휘둘러 당황한 악마의 목젖을 찢었다.

“형제님들, 제가 늦어 죄송합니다.”

“안젤로 형제.”

-펄럭.

망토가 전장에 휘날린다. 반쯤 찢어지고 피가 엉겨붙은 망토가 관문에서부터 거칠게 불어 닥치는 바람에 찢어질 듯 흔들렸다. 전신이 상처와 피로 범벅이 된 페르난데스가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그의 한 손엔 연기가 새어 나오는 썬더쓰로워가 들려 있었다. 그는 제피스의 앞에 서서 짧게 눈인사를 건넸다.

“적절한 순간에 와 주었군.”

“···그렇지는 않은 것 같군요. 상황은?”

“적의 파상 공세가 이번으로 일곱 차례였네. 여덟 번째는··· 오분 뒤.”

관문이 닫히고, 다시 열릴 때까지의 시간이 그러했다. 제피스의 말을 듣고 페르난데스는 잠시 빛이 꺼져가는 관문을 바라보았다.

‘아직 미숙하군.’

-우리만큼 익숙할 수는 없지.

관문 개방의 술식과 보조 마법, 그리고 주술 메카닉 자체가 대단히 저열했다. 당년 페르난데스가 즐겨 쓰던 관문은 의지에 따라 닫히고, 열릴 수 있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저건 그저 힘으로 차원의 틈새를 뜯어 놓은 것에 불과했다.

차원과 차원은 단단하고, 강인한 회복력을 지닌 장벽을 지니고 있다. 그건 관념적인 장벽이지만, 동시에 지독하리만치 끈끈한 물리적 실체를 지니고 있다. 차원 장벽은 찢어진 틈새에 대한 자기복원력이 대단히 강하다.

그러므로 이를 고정하기 위해선 외과적 시술을 하듯이 상흔을 벌린 채로 고정할 어떤 종류의 ‘도구’가 필요하다. 차원 관문은 이런 도구의 일종이며, 대단히 까다롭고 정교한 술식을 필요로 했다.

그러므로, 일정 기간에 한 번씩 닫히는 종류의 관문이라면. 매 순간 차원 장벽을 힘으로 뜯어내야 한다는 의미였다. 차원의 복원력을 견디지 못하는 타입의 가장 저열한 수법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페르난데스는 제피스를 바라보았다. 상처가 심상치 않다.

“바르도 형제, 피해 상황을 보고하십시오.”

“펠리치아노, 전사. 에르미노, 전사. 다리오, 치명상, 카를로와 바르도. 전투 지속 가능. 이상이다.”

“형제의 유해를 수습하고 물러나십시오.”

“···뭐라고?”

비록 투구의 바이저가 내려가 있어 얼굴을 살필 수는 없었지만, 페르난데스는 경악과 분노에 젖은 제피스의 표정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없었다. 페르난데스는 대기에 자욱한 지옥 마력의 향기에 머리가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시간 감각을 애써 조정했다.

단지 호흡하는 것 만으로도 육체를 뒤틀고 정신을 바스라트릴 수준의 밀도였다. 그는 아릿한 코를 손등으로 훔쳤다. 손등에서 검은 피가 묻어 나왔다.

“제 생각이 틀렸습니다. 바르도 형제, 인간의 육신으로 견딜 수 있는 전장이 아닙니다.”

“본인은 인간이 아니라는 뜻으로 들리는 군. 안젤로 형제.”

“저는···.”

“그만. 더 이상 말하지 말게. 안젤로. 화가 날 지경이니.”

제피스는 악마의 시체 위에 대검을 거꾸로 꽂고 기대어 잠시 숨을 골랐다. 그는, 그리고 그와 같은 디모니카들은 기본적으로 화술에 능하지 않았다.

“우리가 서로를 형제라 부르는 이유는 우리가 서로를 형제로 여기기 때문일세. 디모니카의 임무는 언제나 최악의 사태 직후에 내려지는 법이고, 이 상황은 내 오랜 복무에서 겪었던 가장 최악의 상황은 아니야.”

“아니오. 지금 이 순간은 최악의 상황이며, 이것이 차라리 차악으로 느껴질 정도의 최악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습니다.”

페르난데스는 뜨겁게 달아오르는 눈가를 매만졌다. 손 끝에 끈적한 것이 묻어 나왔다. 마력의 오염 탓에 시야가 일그러진 줄 알았는데, 피눈물이 흘렀던 탓이었나 보다.

그리고 그의 근처에 있는 다른 이단심문관들 또한 그보다 나은 상황이 아니었다.

“형제여, 저를 안젤로라 불렀으니. 작전 상황의 현장지휘관으로서 명합니다. 주위에 흩어진 악마들을 추격해 격살하고, 추가적인 악마 사건의 발발을 근절하십시오.”

“···이 관문을 닫지 못한다면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겠는가?”

지옥 관문이 열린 상황은 문명 사회의 역사에서 한 손에, 아니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대사건이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인류 문명의 총력이 집중되어야 하며, 실패할 경우 세계의 멸망까지 초읽기에 돌입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의 것은 비록 지옥과 직접 접속된 것은 아니오, 다만 타락한 아스가르드의 문이 열린 것일 뿐이지만··· 그 영향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륙의 주 문명과 멀리 떨어진 북부에서 열렸다는 것은 그나마 차악에 불과했다. 그러나 완전히 타락한 북부가 언제고 완벽한 준비를 갖추고 남하를 개시할 때, 과연 대륙은 이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설령 관문을 파괴한다 하더라도 관문을 통해 방사된 마력이 대지와 산천, 창공을 오염시키며 이 일대가 적어도 한 세기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된다. 마기가 들끓어 짐승들은 괴물이 되고, 인간은 광기에 젖어 온갖 난상을 벌일 테니까.

“우리에게 우리의 임무를 외면하라 명하지 말게, 안젤로.”

그러므로, 그러므로. 이단심문관들은 죽음으로 가득한 이 광기의 공간에서 도주할 수 없었다. 이들은 심연 가장 깊은 곳을 밝히는 봉화가 되리라, 스스로 살라먹는 불길이 되어 인류 문명을 지키겠노라 맹세한 이들이었으니.

그러나 페르난데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애초에 제 임무였습니다. 형제님들. 이 이상의 피해 확대를 저지하고 이단 사건을 근절하십시오. 오늘 너무 많은 형제들이 전당으로 향했으니, 마지막 핏방울은 저 홀로 충분합니다.”

“···할 수 있겠는가.”

“없었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오, 다만 남은 일은 전당의 등대에 간구하리니.”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안젤로 형제. 그대를··· 믿겠네.”

제피스는 애써 마른 입을 떼어내며 말을 이었다. 누가 보아도 죽을 것이 뻔한 임무에, 자신을 온전히 희생해 완수하겠노라 선언하는 성자에게 그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임무의 막중함, 실패할 경우 멸망의 시작이 될 수 있을 이 막중함은··· 오히려 익숙했다. 어떤 악마 사건이 가벼운 상황 속에 발생하겠는가. 오로지 악마 사건만을 전담한다는 것은, 멸망의 직전에 놓인 마지막 불길을 진화하는 소방관과 다름 없었다.

그러므로, 제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령 실패한대도 전멸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본청에 이 사건을 알려야 했으며, 그럴 수 있는 인원은 이제 고작 셋이 남았을 뿐이다.

그러므로, 형제를 믿고 사태를 수습해야 했다. 그들의 서원은 인류의 구원이었지, 순교를 빙자한 자기파괴가 아니었으므로.

“만신전의 전당에 그대의 이름이 영원히 빛날 걸세.”

“우리 길이 서로 같으니,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디모니카들은 나지막이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은 길었으나 행동은 즉각적이었다. 그들은 필요 이상으로 휴식하는 법이 없었고, 따라서 이 짧은 오 분이면 그들에게 차고 넘치는 휴가였다.

떠날 준비를 마치고, 제피스는 등 뒤에서 방패를 꺼내 건넸다.

“놓고 갔더군. 본청의 형제들이 슬퍼하겠어.”

“영광입니다.”

페르난데스는 마르코의 방패를 받아 등에 걸치며 웃었다. 짧은 미소가 교차했다. 그들은 그 외의 다른 인사말과 축복은 건네는 대신, 등을 돌려 사라졌다.

-로프트의 군사들이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 영혼을 축낸 값어치를 하는군.’

-생각보다 쓸모 있었어. 미심쩍은 녀석이긴 하지만···.

‘원래 죽음이 도메인인 신격들은 대개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페르난데스는 짧게 웃으며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관문이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이제부터 저 앞까지의 길은 그 홀로 뚫어야 할 것이다.

지옥 마력의 오염이 전신을 좀먹어, 오히려 몸이 달아오른 탓에 가벼웠다. 임종 직전에 모르핀을 투약하는 정도의 감각이었다. 그러나, 익숙한 감각이기도 했다.

-반갑군··· 아주 달콤해.

페이자쉬는 잠시 전율하며 주위를 살폈다. 썩어가는 노란색, 창백한 시체처럼 푸른 색, 굳은 피처럼 붉은 색··· 오색 창연한 증기가 창공을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 유독성 대지 위에, 청록색 빛을 뿜어내는 관문이 개방되다가··· 닫혔다.

“음···?”

[오라. 대적자여.]

웅웅 울리는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듣는 것만으로도 저릿한, 낮은 목소리였다. 페르난데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저 구릉지 위, 능선의 끝자락. 빛나는 관문을 후광 삼아서. 한 소년이 그를 내려보며 웃음 짓고 있었다.

제법 오만하시군. 페르난데스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풀었다. 그래, 대장전을 해보자 이거지?

*

폭설이 멎고, 그저 바람이 불었다. 청량한 밤바람도, 에이는 북부의 동풍도 아닌. 미지근하고 끈적한 바람이. 페르난데스는 역풍을 맞으며 언덕 위로 천천히 걸어 올랐다.

거칠어진 숨과 기혈이 뒤틀리는 컨디션으로 적을 맞이할 수는 없었다. 디모니카에게 걷기는 휴식과 동의어였다. 질주가 아닌 바에야 반드시 체력이 회복된다.

“당당하시군.”

[내가 겁에 질려야 할 이유가 있나?]

“글쎄, 적어도 수치심에 자기반성 정도는 할 법도 한데 말이야. 칠흑의 에리크.”

[나를 아는 모양이군. 나는 너를 모른다. 남부의 이방인. 네 이름을 밝히고, 이 결투를 명예로이 장식하라.]

“그다지 보기 좋은 장식물은 아닐 것 같군. 네 목이 말이야.”

페르난데스는 비늘이 덮인 소년을 바라보았다. 이제 놈의 모습이 육안에 선히 들어왔다. 노랗게 빛나는 눈동자 안에는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형상이 있고, 피부에는 새하얀 비늘이 가득 돋아나 있었다.

놈의 검은 머리칼은··· 물리적인 실체라기 보다는 차라리 물에 흩어진 검은 잉크처럼 너울지고 있었다. 칠흑, 그 수식어가 지독하게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나를 다만 안젤로라 부르라. 지금 이 순간 그 이상의 이름은 네게도, 내게도 의미를 갖지 못하니.”

[대단히 시적이시군.]

“본디 성사란 시구(詩句)로 진행되는 법.”

-스르릉.

페르난데스는 대검을 천천히 뽑아 자세를 잡았다. 놈과의 거리는 이제 십여 미터. 그 정도의, 또는 에리크 정도의 검사라면 이미 서로의 간격 목전에 놓인 것과 같은 짧디 짧은 거리에 불과하다.

“씨족의 우두머리 된 몸으로 슬하의 백성들을 스스로 도살한 죄로 사형을.”

간격을 잡고, 초점을 맞춘다. 피가 흘러 흐린 시야,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도 않다. 눈에 굳은 핏물을 털어낼 찰나도 아쉬운 이 순간에, 페르난데스는 신중하게 거리를 잡았다.

“제 힘에 취해 동족을 유린하고, 또한 힘을 위해 동포를 제물 바쳤으며, 끝내 악마에게 스스로 굴종한 죄로 사형을.”

[감히 나에게 죄를 묻느냐? 너는 그럴 자격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했다.]

놈의 자세가 바로선다. 그것은 포유류 특유의 도사림이라 하기 보다는, 파충류의 공격 태세와 닮았다. 독사가 공격 직전에 오히려 목을 꼿꼿이 세우듯. 놈은 일견 뻣뻣해 보이는 자세로 도끼를 움켜 쥐었다.

뿌드득, 두 사람의 손아귀에서 힘줄이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리고, 아비를 겁박해 제 자식을 도륙하도록 강요한 죄에 대하여 사형을!”

[지루하고, 고루하고, 비루하군. 연극은 이제 그만두지. 이곳은 결투장이다, 안젤로!]

-탓.

놈의 몸이 흐릿해졌다. 사냥감의 목젖을 물어뜯는 뱀처럼, 놈이 기이한 움직임으로 바닥을 훑으며 치달아 왔다.

-카아앙!

그리고, 페르난데스 또한 달린다. 둘은 그 사이 어떤 한 지점에서 교차하며 대검과 도끼날을 교차했다. 찰나에 가까운 합, 서로의 숨결이 얽히는 지척에서. 페르난데스는 놈의 독기 떨어지는 노란 눈을 노려보았다.

“피고의 회개는 시효가 만료되었으니, 피고는 기도하지 말라. 본 법정은 사형을, 언도한다!”

[개소ㄹ···!]

-타아아앙!!

폭음과 함께 놈의 머리가 한 순간 뜯겨 나가듯이 사라졌다. 페르난데스는 철컥, 하고 빈 약실을 털어내며 연기가 새어 나오는 썬더 쓰로워의 총구 끝을 후, 불었다.

-해치...웠나?

페이자쉬가 당황하며 속삭였다. 아니, 사다르켈리사의 축복 받은 투사가 고작 이것 한 방에? 페이자쉬는 당년 대악마의 축성을 받은 인간들을, 심지어는 대륙 중부를 완전히 작살냈었던 전적이 있는 전성기 당시의 에리크를 떠올리며 더듬거렸다.

그 말에, 페르난데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가 전생에 그 말 할때마다 살아 돌아온 영웅들이 한둘이······.’

-꾸드득.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놈의 몸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는가 싶더니, 기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방금 그 말 때문에 다시 시작이야. 다음엔 조심해.’

농담이었지만, 페이자쉬는 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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