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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흑마법사의 이단심문법-205화 (206/388)

205. 사다르켈리사, 용들의 종말 (3)

시간이 흐른다. 물질과 관념의 경계면 그 너머에서. 하늘이, 천구가 돈다. 별이 뜨고, 눈이 내렸다. 페르난데스의 어깨 위로 소복이.

-스으으…….

들숨 사이에 물방울이 얽히고, 찬바람이 폐부를 식혔다. 곧 눈이 진눈깨비가 되고, 빗물로 화해 장대비가 된다. 머리칼이 젖어 흘러내린다.

-후…….

낮은 입김이 사그라들고, 곧 해가 떠오른다. 여름비가 더운 날의 바람에 흩어지고, 다시 가을 녘 선바람이 불며 빗물이 파도처럼 휘몰아쳤다.

다시금 눈이 내린다. 바위처럼 굳은 페르난데스의 몸 위로 켜켜이. 눈이 쌓이고, 녹고, 비가 내리고, 흐르고. 다시 얼어붙으며…….

‘녹았다.’

페르난데스는 칼을 바닥에 박아 넣은 채로 굳어 있었다. 천천히 정신 아래로 침잠하며, 오직 마력의 흐름 그 아래에 집중하며. 사다르켈리사의 외침과 분노, 괴성이 저 먼발치에서 들려오고, 파도가 포말을 내듯 흩어진다. 그녀는 물리적으로 그를 방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 시간문제다. 오직 시간만이 문제였다. 사다르켈리사는 억지로 시간을 가속시켜 마력의 흐름을 복잡하게 꼬아냈다. 그 탓에 환각이 뒤틀리며 더 이상 그녀 스스로도 걷잡을 수 없게 변했지만, 그건 페르난데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 심상 세계를 감싸고 있는 그녀의 마력이 더없이 뒤틀려 섣불리 손을 대기 어려웠다. 신성을 띨 정도로 밀도 높은 마력이 이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고, 이것을 단지 테크닉만으로 해체하는 것은 지극히 까다로운 문제였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조금씩. 조금씩.

‘녹았다.’

마력이. 아니, 신성이 녹았다.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확실하게. 페르난데스는 눈을 감은 채로 마력의 변화를 느꼈다. 자신의 것, 그리고 그녀의 것이 모두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다.

[포기해라!!]

사다르켈리사의 외침이 들렸다. 우습다. 포기한다면 보내주기라도 한다는 것일까? 시간 관념을 뒤튼 탓에, 시간이 아주 느리게,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필멸자라면 그 영혼의 흔적조차 남지 않을 시간이 느껴졌다. 세월을 순간으로 삼고 이를 징검다리처럼 건너는 옛 신화 속 거인들의 시야처럼. 시간은 단순한 관념 그 이상의 형체를 가진 채로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물리적인 추위와 더위를 뛰어넘어 영혼을 서서히 좀먹고, 삭아 없어지는 것처럼 가볍게. 어떤 존재도 영원할 수 없으며, 마력도. 심지어는 신성이라 할지라도 시간 아래에선 소모성 자원으로 취급된다.

그러므로. 녹았다. 사다르켈리사의 발악은 페르난데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도 소모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상대적이다. 페르난데스가 겪는 시간은 분명코 실체를 가지고 있으나, 그는 한편으론 물질 세계에 흐르는 시간이 길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그러니. 이 순간은 환각이다. 그의 목표와 목적은 물질 세계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 외의 세계와 차원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그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오직 하나. 사다르켈리사의 영혼뿐.

“녹았다.”

페르난데스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 결에, 사다르켈리사 또한 눈을 가늘게 모로 뜨며 그를 노려보았다.

[무슨 개소리냐!]

“네 영혼이 이젠 보이는구나.”

우득, 돌처럼 굳어 있던 손가락이 부서질 듯 큰 소리를 내며 칼자루에서 떨어져 나왔다. 마력의 결.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시간과 관념의 흐름이 보였다.

막대한 지옥 마력과 그 아래 유영하는 대악마의 의지. 그 소용돌이. 그 흐름에 대한 분석이 이젠 끝났다.

그는 수십, 어쩌면 수백 년. 그 정도의 시간 관념 아래에서 천천히 하나씩 흐름을 바라보고, 조율하고 있었다.

이제 끝이 보였다. 흐름의 사이와 사이. 그 틈바구니 아래에서. 그녀가 가진 영혼의 민낯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고 있다.

-우드득.

손가락이 한 마디, 한 마디 굽어지며 거친 소리를 냈다. 먼지 덮인 바위가 움직이는 것처럼 거칠고 느리게. 우득, 우드득. 뼈마디가 으스러질 듯한 소리가 연신 이어졌다.

환각 속의 고통이다. 페르난데스는 온몸이 바스러지는 통증 아래에서도 차갑게 사다르켈리사를 노려보았다. 실제로 그 정도의 시간이 물리적으로 다가왔다면, 그의 형상이 남아 있을 리가 없다.

영혼이 내지르는 환상통이다. 그러니, 거리낄 것 없다. 생명의 위협이 없는 통증은 그저 육신의 장애일 뿐. 페르난데스는 열쇠를 뽑아 올리는 것처럼 칼을 들어 올렸다.

-파스스…….

잿가루가 흩날린다. 그는 주의 깊게, 딱딱하게 굳은 사다르켈리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오지 마라!]

-콰드드득!

연골 사이사이에 돌덩이를 박아 넣는 듯한 격렬한 자극. 페르난데스의 감각 계통이 미쳐 날뛰고, 몸이 한순간 덜컥 멈췄다. 그러나 음울한 푸른 눈을 빛내며 다시 한 발자국.

‘녹았다.’

용의 격이 녹아내리고 있다. 그의 영성과 함께. 칼을 쥐지 않은 손이 비틀리며, 비파가 튕기는 듯 맑은 소리를 냈다.

-팅!

용의 몸이 작아진다. 그녀를 덮고 있던 존재감과 마력도 천천히 사그라들고 있었다. 그 반작용으로, 페르난데스의 몸 또한 점점 더 무거워져 가고 있었다.

‘신성을 끌어내리기 위한 제물로, 신성을!’

-팅!

용의 격, 불멸자에 도달한 그 지고한 영성을 깎아내 같은 눈높이로 끌어내리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영성을 불태우고 있었다. 한 수, 수인이 짚어지고—

-화르륵.

영성이 타오르며 새하얀 헤일로가 그의 등 뒤에서 번뜩였다. 팅, 현악기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헤일로의 일부분이 뜯어지고, 그건 그대로 사다르켈리사의 영성에 타격을 입힌다.

다시 한 발자국. 사다르켈리사는 발작하듯 외쳤다.

[네가 쌓아 올린 신성. 네가 이룩한 모든 업적을 포기하려 드느냐? 네 힘, 네 격을 온전히 포기한다고?]

“다시 쌓으면 그만.”

[허튼 소리! 너는 세계를 멸망시켰고, 용을 굴복시켰으며, 대악마를 참했다! 그 정도의 격을, 그러한 영성을 다시 쌓아 올릴 수 있겠느냐?]

“내 목적은 힘이 아니다.”

그건 이미 지겨울 만큼 충분했었거든. 페르난데스는 벽에 내몰려 겁에 질린 여인을 내려 보았다. 그녀의 몸에서 잿가루가 흩날리고 있었다.

페르난데스의 등 뒤로, 마치 날개가 펼쳐지는 것처럼 타들어간 영성의 잔재들이 흩어졌다. 신성은 물질보다 관념적인 존재이며, 형상화한 신성 한 조각, 한 조각이 그의 업적이며, 그의 신념이었다.

따라서, 쌓아 올린 업을 잃는 과정에 지독한 무기력증이 몰려오는 듯했다. 피로했다. 당장이라고 팔을 늘어트리고, 잠시만이라도 쉬고 싶었다. 사다르켈리사의 헐떡거리는 눈을 바라보며, 페르난데스는 칼자루를 슬쩍 돌려 칼끝을 내렸다.

[그래. 이제, 아쉬우냐? 좋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다르켈리사가 돕겠다. 사다르켈리사의 손을 잡아라. 다시금 세계를 불태우고, 네 힘을, 네 격을 쌓아. 마침내 저 천상의 대신들에게라도—]

“어떤 영성도, 신성도, 그리고 업적과 마력…… 힘도 영원하지 않다. 사다르켈리사.”

칼끝이 사다르켈리사의 가슴 아래까지 내려갔을 때, 돌연 멈춰 섰다. 페르난데스는 피로한 눈으로 그대로, 칼을 찔러 넣었다.

다인. 연민. 이 심상 세계에서 그의 손에 잡힌 유일한 무구. 인간성의 상징. 그 첨단이 겁에 질린 악마의 심장을 찢으며 파고들었다.

컥, 하고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렸다. 당장이라도 허물어질 듯한 피로감 아래에서, 페르난데스는 천천히 손을 올려 사다르켈리사의 이마를 덮었다.

[나, 날 죽인다고 끝이 아니다! 나, 나는 사다르켈리사의 이성에 불과해. 진짜 광기는…… 진정한 힘은……!]

“아니. 사다르켈리사. 너는 네 마지막 영혼이었다.”

일종의 리치화 주술에 가깝다. 지옥 마력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영혼의 격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분리해 심상 세계 내부에 봉인시킨 탓에. 그녀의 육신은 물질적인 해악을 입더라도 수복이 가능한 언데드의 형질을 띠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것이 마지막이다. 영혼의 파괴 이후 리치에게 남은 것은 그저 잔재뿐이다. 페르난데스는 사다르켈리사의 가슴을 파고든 대검을 비틀었다.

“널 연민하겠다.”

[위선을!!]

“힘…… 목적 없는 힘은 허상일 뿐. 실체 없는 신기루에 취해 스스로를 잃어버린 용. 나는 네 처지를 연민하겠다.”

한때 나도 그랬었으니. 페르난데스는 그 어느 순간보다 이 존재에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과거의 자신을 끊어내는 감각으로, 칼을 한 치 더 깊게 박아 넣으며.

[감히! 감히 사다르켈리사에게, 네놈이! 네깟 놈이!!]

“만신전이여 가호하소서. 피고에게 영면을.”

-콰득.

대검을 비틀고, 횡으로 쳐내며 페르난데스는 짧게 성호를 그었다. 신성의 마지막 잔재가 타들어가며 짙은 피로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리고, 대검의 끝에서 공간이 갈려나가며 심상 세계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 * *

-콰드드드득!

[요르문간드가 움직인다!]

“이거…… 하. 이거 참.”

뱀이 몸을 뒤틀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놈의 거체가 움직이며 이그드라실 전체가 춤을 추듯 흔들렸다. 불타오르는 이그드라실, 그 위로 치솟는 거대한 연기 기둥이 흐느적거리며. 죽은 영혼을 위한 제사처럼 엄숙하게.

[끝을 보자고!]

“좋아. 가자. 친구.”

종말을 끝내기 위해. 로프트는 킬킬거리며 매의 등 뒤에서 뛰어내렸다. 매가 토르를 집어 던졌다. 토르는 전류가 이글거리는 양손을 하늘 위로 치켜들고 그대로 용의 머리를 향해 내려 꽂혔다.

[발—할라—!!]

* * *

[아아아—! 아아아아—!!!]

-콰아아아앙!

용이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 어느 순간보다 농밀한 마력이 사방을 휩쓸고, 용의 몸부림을 따라 이그드라실이 파도치듯 흔들렸다. 그 위에서, 키르하스는 아벨을 들쳐 업고 연신 안전한 땅을 찾아 뛰어 다녔다.

“아벨, 정신 차리세요!”

“날…… 두고, 살아 남거라. 키르하스. 내겐 어차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함께 죽자는 뜻이냐?”

“함께 살자는 의미입니다!”

키르하스는 어금니를 사리물며 뛰고, 달리고, 다시 뛰어올랐다. 지친 몸을 이끌고 불타는 나뭇가지, 기둥, 그리고 거대한 나뭇잎들을 피하며!

[발—할라—!!]

-쾅! 쾅! 콰드드드득!

그 순간, 하늘 높은 곳에서 울려 퍼진 외침이 푸른 궤적을 그리며 비명을 지르는 용의 머리 한가운데로 직격했다! 거대한 충격파가 사방을 휩쓸고, 벼락과 함께 흐른 뇌전이 와류가 되어 불길을 밀어냈다.

“오, 린드부름? 많이 다친 모양인데?”

“로키. 날 조롱하러 왔나?”

“아하하, 죽어가는 이를 어찌 조롱하겠어? 죽음의 신이 말이야. 친구. 내 착한, 가엾은 친구여.”

키르하스의 등 뒤에 로프트가 나타나 클클 웃었다. 아벨은 헐떡이며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웃는 듯, 또는 우는 듯 보이는 눈을.

“토르가 용의 시체에 난도질하는 데 한눈판 사이에, 친구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지.”

[이 배신자!!]

로프트의 손에 보탄의 머리가 들려 나왔다. 보탄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로프트를 바라보고 고함쳤다.

[협정 위반이다! 요툰! 널, 널 믿었거늘!]

“그랬나? 나는 아닌데. 친구. 자네 안목이 시원치 않군!”

[바라는 게 뭐냐?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야!]

“글쎄, 바라는 거라고 말하면 너무 많아서 간추리기 어렵군! 하하. 죽음은 원래 탐욕스러운 법이거든. 일단, 자네 목숨……. 요르문간드의 영혼……. 그리고 우리 민족의 자유. 이 정도?”

[놈……! 라그나로크, 이 계획. 설마 모두……?!]

로프트는 픽 웃고는, 단검을 들어 그대로 보탄의 두개골에 박아 넣었다. 보탄의 눈이 잠시 경련하고는, 이내 턱에서 힘이 빠지며 축 늘어졌다. 로프트는 그 사이에서 슬슬 핏물을 뽑아내고는 잠시 뼈만 남은 손가락 사이에 문질렀다.

“이렇게 가볍고, 이렇게 쉬운 목숨이었는데도……. 보탄. 위대한 친구여. 어찌 그랬나. 왜? 그런 힘을 가지고 왜…….”

“이제 어쩔 생각이지?”

“해야 할 일을 해야지. 린드부름. 고생했네. 이건 자네 품삯일세.”

로프트는 키르하스의 등에 업혀 헐떡이는 아벨에게 다가가, 이마부터 목까지 길게 보탄의 핏물을 문질렀다. 피가 번지며 기묘하게 흩어져 루네글리프의 문양을 그리고 사그라들었다.

이내 창백하게 질리던 아벨의 안색에 점차 혈색이 돌았다.

“날 따라오겠나? 친구. 아직 도움이 필요하긴 한데.”

“아니. 난 이제 내 길을 가겠다. 로프트.”

-쿠르르르릉!

사다르켈리사의 괴성과 몸부림에 이그드라실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 가장 격렬한 곳을 바라보며 아벨이 천천히 키르하스의 등 아래로 내려와 섰다.

“그래. 린드부름. 네 길을 가게나. 바나헤임의 문이 열렸으니.”

-퐁!

새빨간 불길 사이로, 푸른 꽃 한 송이가 터져 나오듯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보며 아벨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아벨과 키르하스는 푸른 꽃봉오리가 피어오르며 만들어 놓은 작은 길을 따라, 이그드라실의 정상을 향해 걸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로프트가 킬킬거렸다.

“바나디스. 너도, 나도, 우리 민족 모두도. 이젠 비로소 자유를 찾았구나.”

-퐁!

그의 어깨 위로 꽃 한 송이가 피어올랐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빛 무리가 내려앉으며 비프로스트의 관문이 열리고 있었다.

바나헤임의 관문. 보탄과 프레이야가 최후의 최후까지 숨긴 아시르 민족의, 그리고 에인헤랴르들의 모습이 그 아래로 천천히 비치고 있었다.

요툰, 헬하임, 그리고 악마들까지. 이들의 전투는 갑작스런 외지인의 등장에 잠시간 소강상태를 맞고 있는 듯했다.

요르문간드의 생명이 꺼져 가면 무스펠 나락의 악마들도 제자리를 찾아 흩어질 것이다. 아스가르드는 다신 복구할 수 없는 지옥으로 변했으며, 이그드라실마저 불타올랐으니.

이제 수천 세계를 살라먹으며 내달리던 아시르들의 정복 전쟁은 끝났다.

영원히.

“이게 라그나로크지. 아니 그런가. 친구.”

아시르의 정복 전쟁. 그 기나긴 겨울…… 핌블페스트의 악몽이 요르문간드의 불길 사이로 사그라들고. 아시르 민족을 이끌 차기 정복왕, 발두르가 타락해 스러지고.

펜리르에 의해 보탄이 죽고, 비프로스트의 권한을 가지고 놀던 헤임달 또한 죽었으며, 아시르들은 방랑자가 되었으니.

신들의 황혼이다. 그러나 황혼은 곧 다음 여명을 기약하기 마련이므로. 신의 시대가 끝나고 비로소 필멸자의 시대가 도래하겠구나.

로프트는 매의 등 위에 올라타 하늘을 날며, 불길에 타오르는 이그드라실을 바라보았다. 불타는 거대한 나무, 멀리서 보면 거꾸로 꽂힌 대검처럼 보였다.

지상의 타락을 심판하는 저 높은 천상의 대검이 저런 모습일까. 로프트는 킬킬거렸다. 무스펠 가장 깊은 곳에서 올라온 불길이 만든 칼이니. 천상보단 지옥에 가까운 물건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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