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세속 왕국의 정세
정리를 해 보자면, 페르난데스가 파비아노의 등장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과하다’였다.
과하다. 파비아노는, 적어도 아직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판단을 보류하고 있기는 했으나, 아무 생각 없는 멍청이는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의 행동은 과한 면이 있었다.
갑자기 등장해 타일을 온통 으스러트리고, 요란하게 ‘형제’라고 외치며 달려들고, 지극히 감정적으로……. 마치 파병 간 전우의 생환을 축하하기라도 하듯 끌어안는 모든 요식행위가 과장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최대한 요란하게 행동하라는 제피스의 명령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페르난데스는 제피스와, 그 배후에 있을 베오른의 의도를 읽었다.
그래서 외쳤다. 최대한 고압적으로.
“길을 비켜라, 만신전의 양들아!!”
대충 뜻을 따지자면…….
‘나는 이단심문관 성직 수행 중이며, 치외법권을 가진 고위 성직자다.’
이건 시가드의 집행부를 향해서.
‘저기 비센테 전하. 우리 잘 아는 사이 아닙니까. 나중에 천천히 다시 이야기합시다.’
이건 데인 이너 서클을 향해서.
‘기타 문의 사항은 이단심문청에 연락 주십시오. 아니면 지금 무력으로 덤벼 보시든가.’
이건 파비아노의 무력시위에 살짝 질린, 각국 첩보 기관을 향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타락 안 했습니다. 작전 수행 완료 후 복귀합니다.’
이건. 어디선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제피스와 다른 이단심문관들을 향해서.
단 한 마디에 수 개의 의도를 얽는다. 이것은 페르난데스에겐 기본적인 소양과 같았다. 그리고 그는 이단심문청이 있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간을 벌었습니다.’
* * *
제피스는 그 광경을 보며 허, 하고 웃었다. 스물이 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벌일 수 있는 심계가 아니다. 물론, 스물 이상이 된다 하더라도 해낼 수 있는 업적이 아니었겠지만.
“저게 무슨 뜻인지 짐작이나 되나, 형제들?”
“대단하군요.”
엔마기카 형제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요란하게 굴어라. 그가 파비아노를 통해 전달한 그 말은 각국 각 세력의 모든 시선을 그 자신에게 돌려 두라는 뜻이었다.
성전 선포 직후 갑작스레 침묵하기 시작한 베이타서스 교황청은 지금 국제 사회에서 신뢰와 인망을 시간에 정비례하여 잃어버리고 있었다.
각 세력들의 이목은 ‘북부’로 향하는 해로에 얽혀 있었다. 북부에서 대규모 악마의 준동이 감지된다는 것이 성전의 배경이었으므로.
따라서, 북부 무역로를 따라 이어진 모든 항구엔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가이메른의 예포 사격과 맞물려 정보기관들의 후각이 이곳으로 집중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차피 은밀함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선, 교황청과 수도원장에게 정치적 술수를 부릴 시간이 필요했다. 패닉에 빠진 지도부가 진정을 찾을 수 있도록.
그러니, ‘최대한 요란히 굴어라. 그리고 정보기관들에 혼동을 주어라.’
무엇이 되었든 시선을 끌고 시간을 확보해라. 악마를 잡기 위해 테스크포스 팀을 짜는 이단심문관들에게 있어선 더없이 익숙한 종류의 명령이다.
가능한 한. 요란하게.
그래서, 페르난데스는 먼 길을 돌아 복귀하자마자. 어떤 사전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했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저 정도의 판단력을 발휘했다면. 아직 타락의 징후가 명징하다 볼 수 없다. 그리고 타락하지 않은 이단심문관은 설령 어떤 상황 속에 있더라도 그들의 ‘형제’다.
“작전을 시행한다. 형제를 보호하라.”
“형제를 보호하라!”
제피스의 손짓에 따라, 도시 내에 잠복하고 있던 헤레티카들이 달려 나갔다.
* * *
모두의 시선이 몰린 상황에서, 페르난데스는 천천히 칼자루 위에 한 손을 얹고서는 다른 손으로 로자리오를 꺼내 들었다. 촤륵, 하는 소리와 함께 베이타서스의 상징이 각인된 로자리오가 길게 늘어졌다.
“잠시, 아르칸젤로 수사님. 시간을 내어 주셔야겠습니다.”
“소속은?”
“페이른 왕립 첩보부 산하, 제3 집행부의 페트릭입니다.”
메를린포트는 페이른 왕실의 도시였고, 왕립 첩보부는 왕실이 가진 가장 강력한 조커 카드들 중 하나였다. 페르난데스는 이 전문 암살자의 몸에서 긴장감을 읽을 수 있었다.
“왕실 내 이단 발호 사건이 있었던 지가 1년이 채 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이단심문관을 호송하겠다는 뜻인가?”
그때, 항만 인근 하역장의 옥상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페르난데스는 퍼뜩 고개를 들고 반가운 얼굴을 찾았다. 제피스였다. 그 노련한 거구의 디모니카는 웅웅 울리는 목소리로 페트릭을 찢어발길 듯 노려보았다.
페트릭은 움찔 떨고서는 주위를 살폈다. 하나, 둘. 어느새 다섯 명에 다다르는 이단심문관들이 옥상, 골목, 담장 아래에서 나타나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왕가는 이 일을 잊지 않을 겁니다.”
“우리에게 죄가 있다면 오직 주의 앞에서 심판받을지니.”
“오만하군요! 세속 왕가에 파병을 요청한 것이 보름 전입니다! 교회의 권위로 정치적인 파장을 일으킨 직후에 발을 뺀다고 하는 말이 고작 그겁니까?”
“고작?”
-쿠우웅!
제피스는 훌쩍 뛰어내려 파비아노가 그랬듯 타일을 온통 박살 내며 떨어졌다. 페르난데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타일 두어 개를 손으로 툭툭 쳐 내고는 생각했다.
‘무리하시는군.’
-무리한 상황이니까. 어울리지 않게.
제피스는 저렇게 대외적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사람이었다. 애당초 디모니카들을 제외한 모든 이단심문관들은 자신의 정체를 세속 사회에 공개하는 것을 혐오한다.
디모니카들이야 어차피 세속 사회가 붕괴한 지역에만 파견되는 특수 인력들인 데다가, 아무런 생각이 없으니 그렇다 치고……. 제피스는 그들을 통제하는 입장에서 헤레티카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법을 익힌 사내였다.
그런 그가 저런 식으로 과격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사태가 생각보다 가볍지 않다는 뜻이었다. 제피스는 성큼성큼 걸어가 페트릭의 앞에 섰다.
페트릭의 눈앞에 긴 음영이 늘어섰다. 디모니카다운 거구 탓에, 그가 꼿꼿이 서서 내려 보자 역광 아래에 싸늘한 푸른 눈만 반짝였다.
“종교재판 사법권.”
“무슨…….”
제피스의 말에, 그들을 포위한 이단심문관들이 제창했다.
“종교재판에 앞서 우리는 우리의 선고와 집행에 사법적 권한을 가지며, 이는 세속 왕국의 법령에 저해받지 아니한다.”
“이단 즉결 처형권.”
“재판 이후 이단 판정이 확정된 피고에겐 상고의 기회가 없으며, 해당 판정은 세속 왕국의 지위와 법령에 저해받지 아니한다.”
“구마용 군이양지권.”
“이단 재판 및 억류, 심사, 체포 등의 상황에서 담당 심문관은 세속 왕국의 군권을 이양받을 권한이 있으며, 이는 세속 왕국의 법령에 저해받지 아니한다.”
“교단성사 대리지권.”
“담당 심문관은 작전 및 이단 재판에서 만신전 교회 주교에 준하는 권한을 가지며, 각급 성사를 집행하는 권한을 갖는다.”
제피스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천천히 페트릭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페트릭은 그 커다란 손아귀 아래에서 느껴지는 강인한 힘에 움찔 떨었다.
“후회, 후회하실 겁니다. 페이른, 저희 왕실뿐만 아니라 각 왕국에서도 이 사건에 의문을 표하고…….”
“만신전이 보장하는 위 권한으로, 우리는 우리의 형제에게 지금부터 이단 심판 및 정화 성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그 어떤 상황에 앞서 가장 우선되는 수도원장과, 교황 성하의 뜻이니. 금언하라.”
페트릭은 입술을 꾹 다물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 곧 그는 고개를 젓고는 소리 높여 외쳤다.
“수사분들께 길을 비켜 드려라!!”
곧, 골목에 가득 늘어서 있던 시가드들이 한쪽으로 비켜서며 길이 나타났다. 제피스는 그제야 페트릭의 어깨를 놓고는 옆으로 물러선 페트릭의 곁을 지나쳤다.
페르난데스와 일행 또한 제피스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이단심문관들이 그들을 호위하듯 둘러싸고 발을 맞췄다.
그때, 데인 왕가의 휘장을 어깨에 걸친 녹색 망토의 기사가 두 손을 쫙 편 채로 천천히 다가왔다.
“세르너드 공.”
“음.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비센테 전하께서 우려가 많으십니다.”
기사는 페르난데스가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페르난데스는 픽 웃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곧 그의 눈이 커졌다.
“어, 당신?”
“원탁 기사를 이리 뵈어 죄송합니다. 마땅한 경의를 표하지 못함을 용서하시길.”
기사는 투구의 바이저를 슬쩍 올리며 씩 웃었다. 대황야 동부 왕국 연합군에 파병을 나왔었던 기사들 중 하나였다.
“용서할 일이 무엇이 있겠소! 헌데, 비센테 전하의 우려라는 것이 혹…… 정치외교적인 의미의 ‘우려’이신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전하께선 친우의 안위에 대한 우려를 표하셨습니다.”
“감사한 일이오. 조만간 찾아뵙겠다 전해 주시오. 그리고, 당신 이너 서클이었소? 그때는 그저 수행 기사들 중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하네만…….”
데인 왕가는 기사와 마구스들이 고위 귀족, 그리고 행정 귀족 전반을 담당하는 숭무정신 가득한 봉건 국가였다. 그리고 왕실의 중추를 담당하는 원탁 의회의 기사들은 저마다 한 지방의 대영주들이었으므로, 왕가가 직접 휘두를 그들의 검이 필요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 기사가 필요한 일엔 얼마든지 근위 기사들을 활용할 수 있겠으나, 어디 왕실의 업무가 대외적이기만 할까. 보다 은밀히, 그리고 조용히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는 법이고. 이런 직위를 수행하는 이들이 데인 이너 서클의 기사들이었다.
전생, 창공의 기사가 그랬듯이. 페르난데스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가 곧 담담하게 표정을 고쳤다. 그 모습을 보고는 기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비센테 전하께선 친우분들에 대한 심려가 많으시지요. 저는 그때 당시 아벨레사스 님의 경호를 맡고 있었습니다.”
기사는 페르난데스의 등 뒤에 선 아벨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훌쩍 떠났다. 제피스는 그 모습을 보며 픽 웃었다.
“자네 인기가 많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조심하게나. 성직자에게 인기란 독이나 다름없네.”
“이미 형제님께서도 인기가 하늘을 찌를 행동을 하신 것 같습니다만…….”
“하하, 이 나이에 출세했군. 나도.”
제피스는 껄껄 웃고는 페르난데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무탈한 모습이 기쁘군. 돌아온 것을 환영하네. 형제여.”
“디모니카 2급 이단심문관 페르난데스 세르너드. 작전 완료 후 복귀했습니다, 형제님. 형제님께서도 무탈해 보여 기쁩니다.”
“수도원장님께서도 기쁘실 걸세. ……아마도.”
제피스는 페르난데스의 어깨를 꾹 쥐고는 놓았다. 그는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방금 내 무장을 살핀 것 같은데.’
-성검이 멀쩡한지 확인했군.
‘일단 큰 산 하나는 넘은 셈이야. 제피스는 본청에서 발언권이 강하니까.’
-그래도 매사가 쉽게 흘러가진 않을 거야. 어찌 될지 보자고.
페이자쉬는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 * *
그 무렵 인퀴지션 킵, ‘관계자 외 출입 시 이단.’이라는 현판이 위협적으로 걸려 있는 이 출입 금지 지역엔, 자주색 깃발 하나가 걸려 있었다.
화려하게 수놓아진 교황의 인장. 열쇠검과 화려한 관, 왕홀이 그려진 이 인장이 부드러운 봄바람 앞에서 펄럭였다.
그 모습을 창밖으로 바라보며, 베오른은 한숨을 내쉬었다.
“땅 꺼지겠네.”
“죄송합니다.”
하나하나가 주교급 인사라는 이단심문관들의 정점. 이단심문청의 수도원장은 그 자체로도 대주교, 심지어는 교황 선출권을 가진 총대주교 추기경에 이르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그조차도 깍듯이 예의를 지키게 만드는 이가 그의 눈앞에서 느긋하게 보고서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것이 요식행위라는 것쯤은 그도 알고 있다. 이미 교황은 저 보고서를 일곱 번은 넘게 읽었으니까.
그러나 여전히, 몇몇 대목에선 감탄하고 몇몇 대목에선 탄식하며 정독하는 품이. 마치 저 보고서를 처음 받았을 때와 같았다. 사실 베오른 또한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있었다. 읽을 때마다 감탄이 나오지 않을 도리가 없다.
-탁.
교황은 조심스럽게 보고서를 덮었다. 그리고 곧 그는 차를 한 모금 홀짝이며 베오른을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 주의 임재하심이라. 한 시대에 대악마 두 개체를 말살했으니. 이런 기사가 그 전에 어디 있었겠는가.”
“그렇습니다.”
“세속의 일은 세속에……라고 말하기엔 너무 벌여놓은 판이 크군. 하하. 이를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 아쉽다 여겨야 할지 모르겠네.”
“죄송합니다.”
“그대가 왜? 그대는 최선의 판단을 했네. 대비는 과할수록 좋다. 그것이 이단심문관들의 격언 아니던가.”
“그렇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굳어 있지 말게! 본인이 자네를 해임이라도 하겠는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모르쇠로 일관하기엔 각 세력에 펼친 영향력이 너무나 거대한 사건이었고, 아무런 조치 없이 지나간다면 교회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져 굴러다닐 사건이었다.
몇몇 세속 군주들은 이번 소동이, 특정한 국가를 지지하기 위한 눈속임이라 믿고 있었다. 저마다 각기 다른 속셈으로 얽혀 있는 이 복잡한 난상 위에서. 군대의 대규모 파병은 반드시 국방력과 재정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니까.
혹시, 만신전 교회가 세속 왕국의 정치에 개입하려 시도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의심은 대단히 타당해 보였다. 그리고 이런 의심을 직격으로 받고 있는 다른 교회들은 거품을 물며 베이타서스 교회에 탄원서를 보냈다.
그런 와중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사태가 마무리될 수는 없을 것이다. 베오른은 자신의 실책을 인지하는 즉시 다음 수도원장에 대한 추천서를 작성해 교황에게 건넨 바가 있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우리가 될 필요는 없지.”
“……예?”
“누군가가 교회를 이용했다면, 교회 또한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법이 있나?”
교황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베오른을 바라보았다. 베오른은 소름이 오싹 돋는 심정으로 교황의 그 끝 모를 깊은 눈을 바라보았다.
“제국…… 말입니까?”
“우리는 황제가 교회의 공인받은 성자를 이용해 하려던 짓을 기억하고 있다네. ‘지금’의 황제는 그 사태에 대해 어떤 사의도 표하지 않았지.”
“지금의…….”
“그래. 지금의.”
베오른은 교황의 말에 함의된 정보에 입을 다물었다. 교회는 결코 세속 왕국의 정치와 외교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이것은 오히려 교회의 권위를 보장받기 위한 암묵적인 합의였다.
결코 정치와 외교에 관여하지 않으니. 마치 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악마나 이단의 사건이 발생한 탓이다. 이러한 믿음은 왕국과 교회를 잇는 가교가 되고 있었다. 서로 적대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인간 사회의 사건’이라면.
그러나 지금 저 말은, 교황이 직접 제국 정치에 개입하겠다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이는 유일한 수였으나……. 결코 달가운 수는 아니었다.
“밝혀질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겁니다.”
“다행히도 우린 감추는 것에 익숙하지 않나.”
악마는 다만 그 존재가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타락을 야기한다. 그러한 정보를 말살하고, 제거하는 것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있는 곳이 바로 여기 이단심문청이다.
그러므로, 교황은 이단심문청에게 지금 새로운 작전을 암묵적으로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도, 작전 제안서도, 그 어떤 서류도 남지 않을 비밀 작전의 명령이다.
‘교회의 과를 제국 황실에 덮고 빠져라.’
요약하자면 위와 같았다. 베오른은 조용히 찻잔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교황은 껄껄 웃었다. 베오른은 그 해맑은 미소가 두려웠다.
“우리 성자 형제는 언제쯤 온다던가?”
“이제 거의 도착했을 겁니다.”
“기대가 되는군!”
베오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