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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흑마법사의 이단심문법-221화 (222/388)

221. 우리는 반석이라 (2)

가장 멀리 떨어진 변두리의 정착지에서 서쪽으로 더 먼 곳, 그로부터 리뷔에까지 페르난데스는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렸다. 제아무리 디모니카라 하더라도 마보 이상의 속력으로 주파하기엔 과한 거리였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페르난데스는 헐떡이며 피난민 대열에 파고들어 난민들을 밀어붙이며 내달렸다.

“정지! 순서를 지켜라! 차례대로 입장……!”

“비켜라.”

-쾅!

위병들이 짐짓 거칠게 창대를 밀어 그를 저지하려 들었지만, 페르난데스는 창대를 잡고 그대로 휘둘러 위병을 밀쳐냈다. 위병들은 힘없이 밀려나 성문에 부딪쳤다.

“이게 무슨 소란인가!”

위병 조장으로 보이는 기사가 소리쳤다. 그는 준엄한 얼굴로 페르난데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페르난데스는 잠시 숨을 고르며 서서 으르렁거렸다.

“공작 영애께선 어디에 계시나.”

“무, 무슨 말을…….”

“나는 대족장의 전령이다. 사태가 위급하니 절차는 생략하겠다. 공작 영애께 안내해라!”

그의 외침에 기사는 목을 움츠렸다. 사태가 위급하다는 말은, 그리고 전투 상흔이 또렷이 보이는 중무장한 사내가 그 말을 외친다는 뜻은……. 전장의 상황이 급박하다는 의미로 들렸다.

혼란이 순식간에 난민들 사이로 퍼져 나갔다. 난민들은 발작하듯 성문을 향해 몰려들었다. 페르난데스는 혀를 차고는 당황한 기사를 밀치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쿠르르릉…….

전장 방향에서 다시 한번 폭발음이 들렸다. 해가 뜨면 전투는 마무리될 것이고, 공작의 병력이 무사히 회군할 수만 있다면 지금의 혼란은 해프닝에 불과하다. 그러니 그 전에, 할 일을 해야 했다.

공작 영애의 안전을 확보해야 했다.

하인들과 시종들이 모두 대피한 까닭에, 공왕의 궁궐은 스산했다. 궁을 지켜야 할 경비들 대부분이 외성의 수비를 위해 차출된 시점에서, 공왕의 궁은 고요한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페르난데스는 칼자루를 움켜쥔 채로 텅 빈 궁궐의 회랑을 거닐었다. 그의 예리한 감각에 인기척이 잡히고 있었다. 위층에 둘, 그 위에 하나. 그리고…… 이 층계에 셋.

“황제가 보냈나.”

페르난데스는 로비에 서서 계단 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곧,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머리 굴리는 솜씨가 일품이구나, 이단심문관.”

전신을 검은 천으로 가린 사내가 계단참 위에서 몸을 드러냈다. 암살자다. 페르난데스는 사내의 근육이 발달한 형태를 보며 짐작했다.

“우리가 싸울 이유가 있나 이단심문관 이건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에 가까운데.”

“이단 조사를 요청한 순간부터 이단심문관의 개입을 예상했어야지.”

“큭큭, 이단 조사 때문에 개입하는 거라 한다면 저기 밖에서 일어나는 망령들이나 잡으러 가야 할 것 아닌가.”

사내는 비죽 웃으며 팔짱을 꼈다. 일견 여유로워 보이는 자세였지만, 페르난데스는 저 사내가 두르고 있는 품 넓은 옷 아래에서 잔뜩 긴장한 채 쏘아지기 직전의 근육들이 보이는 듯했다.

잠시라도 틈을 보인다면 곧장 어금니를 박아 넣을, 독기 올라 몸을 도사린 뱀 같은 사내였다.

“글쎄, 이단이 숨어든 곳이 놀랍게도 이곳 공왕의 처소라 하더군.”

“아주 놀라운 일이군. 선제후가 악마 추종자와 결탁이라도 했단 말인가 이 일을 제국 원로원에 알리고 당장 조치를 취하겠네!”

“그럴 필요 없다, 아이언사이드. 조치는 내가 먼저 취할 테니.”

-스르릉.

페르난데스는 칼을 뽑아 올리며 말했다. 페르난데스를 비꼬며 웃던 사내가 드러난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 이건 제국의 정치일세, 젊은 이단심문관. 몸집을 보아하니 헤레티카로군. 이 일에 관여하지 말게.”

“내가 이단심문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내 앞을 막는단 말인가 하물며 민간인이 아닌, 일국의 조직이”

-저벅.

페르난데스는 앞으로 한 발 나섰다. 동시에 사내가 몸을 굽혔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것 같은 자세를 잡으며. 둘 사이에 시선이 오갔다.

“종교재판 사법권, 이단 즉결 처형권, 구마용 군이양지권, 교단 성사 대리지권. 만신전이 보장하는 위 권한으로, 이단 재판을 집행하겠다.”

“선을 넘는군, 헤레티카.”

“수도원장이 말하길, ‘이단심문관을 공격하는 이가 이단이 아닐 리 없으므로.’”

“쳐라!”

-챙!

사내의 말과 함께 로비의 구석과 천장에서 검은 천을 두른 사내들이 뛰어나왔다. 날카로운 일격이다. 범상한 인간이라면 이 불의의, 그리고 완벽한 연계의 기습을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디모니카는 닫힌 공간에서라면 옷깃이 스치는 소리조차 들을 수 있다. 페르난데스는 그림자 뒤에 숨어 있던 사내들이 뛰어나옴과 동시에 대검을 휘둘러 쳤다.

-촤악!

한 사내의 허리가 끊어지며 공중에서 그대로 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장기가 회랑의 타일을 적시며 흩어졌다. 그리고 다음—.

-콰득!

페르난데스의 목전까지 다가와 단검을 휘두르려던 사내의 가슴팍에, 페르난데스의 주먹이 틀어 박혔다. 강철 건틀릿이 늑골을 으스러트리며 들어가 그 내부의 폐를 찢어발기며 뽑혀 나왔다. 핏물과 내장 조각들이 섞인 체액이 페르난데스의 얼굴에 촥, 하고 튀었다.

페르난데스는 눈을 감으며 고개를 틀었다. 그 틈을 타고 앞서 말하던 사내가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예상 외의 무력이었지만, 시야가 차단된 순간 개인의 무력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니—

“커흑!!”

-우드득!

페르난데스의 목젖을 찌르려던 단검이 우뚝 멈췄다. 바로 코앞에서 페르난데스가 손목을 낚아챈 것이다. 사내는 어금니를 씹으며 손을 빼려 발버둥쳤다.

“무슨…… 힘이……!”

“우선. 나는 디모니카다.”

-우드득!

“끄아아악!!”

손목이 으스러지며 단검이 바닥을 굴렀다.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헐떡였다. 페르난데스는 장검을 든 손을 들어, 사내의 머리 위로 올렸다.

“피고에게 사형을 언도한다. 아이언사이드.”

“제국은 이 일을 기억할 것이다!”

“교회 또한 이 일을 기억할 것이다. 특히 지금 황실에겐 기억해야 할 일들이 많겠군.”

-쾅!

폼멜이 사내의 정수리를 찍었다. 순식간에 두개골이 함몰되며, 사내는 두 눈에서 핏물을 흘리며 허물어졌다. 페르난데스는 힘이 빠진 사내의 몸을 바닥에 던지고는 계단을 향해 걸었다.

상층으로 향할수록 흑마법의 잔향이 점점 더 진득해져 갔다. 익숙한 자취였다. 페르난데스는 눈앞에 떠다니는 마력의 잔류물을 보며 파편화된 구조를 읽었다. 맨더슨의 작품이다.

흑마법사는 자신의 자취를 숨기는 것에 반드시 능숙해야 한다. 그리고 맨더슨은 그런 흑마법사들 중에서도 대단히 노회한 축에 속하는, 노련한 흑마법사다. 그런 흑마법사가 이렇게 흔적을 남겼다는 것은…….

-곤란한가 보군.

‘그럴 만하지.’

대규모 사자 소생. 군단 규모의 언데드를 부리는 것은, 그것이 설령 단 하룻밤 안에 일어나는 일이라 하더라도 개인에겐 막대한 부담을 주는 행동이다. 사령술 자체에 큰 성취가 있지 않더라도, 상식 선에서 그랬다.

페르난데스는 상층부로 향할수록 마력의 잔향이 점점 더 거칠어지는 것을 느꼈다. 사령술사의 마력 특질이 만져질 듯 뚜렷했다. 마력이 망자의 절망과 비명을 담고 있었다.

-끼이이이익…….

망령의 형태로 실체화될 정도로 진득한 마력이었다. 이것은 숫제 몸에서 새어 나간다 표현해야 좋을 정도로 또렷했다. 페르난데스는 자신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잔류 사념을 지나가며 피식 웃었다.

‘대체 무엇이 널 그렇게 조급하게 만들었느냐.’

궁정의 가장 깊은 곳. 공왕의 거처 앞에 서서. 페르난데스는 문고리를 잡았다. 치익, 사령술에 의해 영향받은 문고리가 산 자의 피부를 불태우며 반발했다. 페르난데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끼익…….

녹슨 경첩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사령술의 마력은 주위의 사물에 급격한 노화를 일으킨다. 모직물은 삭고, 쇠는 녹슬며, 기름은 산화하고 유기물은 부패한다. 그러한 마력이 농밀하게, 안개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녹색 안개 한가운데, 공왕의 옥좌에. 녹이 번져 회백색으로 보일 정도로 뿌옇게 바랜 그 옥좌에 한 노인이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맨더슨. 오랜만이군.”

“날…… 아나…….”

거의 해골에 가까울 정도로 피골이 상접한 노인이 턱을 덜그럭거리며 말했다. 탁해진 눈이 페르난데스의 얼굴을 스쳤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난 널 모른다. 이단심문관. 너는 누구냐.”

“황실과 손을 잡았지, 맨더슨. 그럴싸한 실험실도 차렸고. 제법 만족스러운 거래였겠구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냐…….”

“마법사는 마력을 사역한다. 흑마법사와 악마 추종자를 나누는 기준은, 내가 악마 추종자라는 것들을 ‘마법사’로 취급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마력을 사역하느냐, 마력에 사역당하느냐.”

-저벅.

페르난데스는 앞으로 나서 걸었다. 사령술사의 자욱한 마력이 그의 팔과 다리에 휘감겼다. 푸스스……. 그의 몸을 감싼 옷가지들이 천천히 삭으며 가루가 되어 허물어졌다.

“악마 추종자들은 악마에게 사역당하는 꼭두각시들이며, 그들이 부리는 마법은 악마들이 보여 준 작은 호의에 불과하다. 영혼을 저당 잡혀 부리는 재롱이지. 하지만 진정한 마법사라면, 세계의 비의를 스스로 탐구하고 지혜를 추구하며 금기를 넘을 수 있어야 해. 마법사는 마력을 사역하며, 신비를 다스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고결했다. 탄압, 규제, 추적과 심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결한 존재들이었어.”

-샤아아앗!

페르난데스를 향해서 한 무리의 마력이 달려들었다. 악령의 얼굴을 한 안개가 그의 목을 물어뜯으려 들었다. 페르난데스는 가볍게 손을 털었다. 그 짧은 순간, 세 가지 수인이 그의 손가락을 통해 짚였다.

-킹!

맑은 소리와 함께 그에게 달려들던 마력이 흩어졌다. 섬전 같은 주문이었다. 페르난데스는 수인을 짚은 채로 노인에게 다가갔다. 노인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마력 쐐기……. 사령술에 조예가…… 깊군. 이단심문관. 그건 이단의…… 지혜가 아니더냐……”

“지금의 너는 하찮구나, 맨더슨. 칼름부르크 마법 학회는 위대한 이상을 품고, 가장 은밀한 신비를 탐구하던 학자들의 모임이었어. 너는 그 고귀한 학회의 일원이었다. 한때 너는 위대했었다.”

“난, 난 그게 뭔지 몰라…… 넌 누구지”

“언젠가 너와 함께 위대했던 사람.”

-킹!

마력의 선이 끊어지며 맨더슨의 몸에서 스며 나오던 기운이 흩어졌다. 페르난데스의 손은 순식간에 다른 수인을 짚어내며 맨더슨의 주박을 하나씩, 하나씩 끊어냈다.

“무엇을 바라고 꼭두각시를 자처했는가. 내 오랜 친구여.”

“황제는 나에게 약속을 했다…….”

“무엇을.”

“영원한 젊음을……. 영생을. 위대한 신비를 탐구할 무한한 시간을 약속했다. 생기 넘치는 토지와 아름다운 부인……. 무한한 시간…….”

노인은 클클거리며 웃었다. 페르난데스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그를 내려 보았다. 노인의 얼굴에서 탐욕이 번지고 있었다.

“아주 간단한 일만 해주면 되는 것이었어. 네가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이 영지는 나의 것이 될 것이고, 나는 제국의 선제후가 되어, 황제와 함께 영원히 위대하게 남을 예정이었다. 어두운 골방에서 시체의 담즙을 쓸어 담으며 하던 실험은, 이제 제국의 비호 아래에서 자유롭게 행해질 수 있게 되었어. 이것이 황제의 약속이었다.”

“고작 그런 것들을 위해 스스로의 고결함을 포기하고, 기꺼이 황제의 개가 되어 꼭두각시를 자처했느냐”

“우리 중 누가 있어 꼭두각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할 수 있느냐 우린 모든 것들의 꼭두각시다. 국가, 조직, 사회, 지옥, 만신전, 또는 운명…….”

-쿠드득.

탐욕과 광기가 노인의 얼굴을 감쌌다. 지옥의 마력이 노인의 발치에서부터 솟아올라 근육과 뼈를 타고 흘렀다. 꾸득, 쿠드득, 근골이 뒤틀리는 불쾌한 소음이 노인을 휘감았다.

불길이 치솟았다. 암녹색 불길이 노인의 몸을 삼키며 타올랐다. 페르난데스는 물러서지 않고 수인을 마주 잡았다.

불길 속에서 늙은 사령술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영지는 나의 것이다. 이 땅도, 이 몸도! 나의 운명조차도! 모든 것은 나의 것이 되리라!”

“영혼을 빼앗겼구나.”

사령술로 대규모 언데드 군단을 부리는 대가. 그것은 분명 지옥의 악마에게 영혼을 넘기는 대가로 받아낸 힘이었을 터였다. 페르난데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황제. 사령술사를 유혹해 에르브 공작을 실각시키고, 공작 영애를 이용해 리뷔에 전역을 자신의 꼭두각시로 삼겠다는 계획. 단순히 선제후 하나를 견제하기 위해 펼치기엔 과도한 함정이다.

황제는 선출직이다. 그리고 황제는 자신의 권력이 자신의 가문에 이양되길 바란다. 그를 위해 제국의 다음 목표를 동부 왕국으로 삼았다고 여겼다.

그러나, 다른 계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구나. 황제가 선출직이란 것. 그 선출권이 선제후들에게 있다는 것. 그건…….

-선제후 가문을 과반 이상 장악하면, 황제의 권력은 무한히 지속된다는 것.

‘함정에 빠진 선제후들이 에르브 공작 하나만은 아니겠구나.’

-제국이 무너지겠군.

페이자쉬의 말대로였다. 전생 대전쟁. 그 치열한 몰락의 순간에도 인류 문명의 보루로서 문명 사회를 지탱하던 제국이. 지금 대에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

르네 필리파. 대전쟁의 황제. 두 번의 야만족 침공을 막아내고 대전쟁을 지휘한 불굴의 영웅. 그녀가 필요했다. 페르난데스는 불길을 바라보며 숨을 들이마셨다.

-스르릉.

열쇠검이 칼집에서 뽑혀 나왔다. 지옥의 마력에 대항해 열쇠검은 더없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페르난데스는 검신에 잠시 이마를 대고는 속삭였다.

“나의 업이로다.”

50년 전쟁을 막아냈다. 이로 인해 황제가 실각하고, 황제는 자신의 권력이 단절되는 것을 참지 못했다. 전생 시절, 르네 필리파가 제위에 오르기 이전의 황실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건. 그가 알지 못했다는 뜻은. 적어도 그가 흑마법이나 악마의 비의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제국 황실은 오히려 페이자쉬의 적에 가까웠다.

지금 이 시점에서 황실이 타락했다면. 그건 어쩌면 전쟁을 막아낸 탓이 아니겠는가. 나비의 날갯짓이 세계 반대편에 폭풍우를 몰고 오는 것처럼. 그 행동이 일련의 폐곡선을 그린 것은 아니겠는가.

아들을 구하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 세계를 구원하겠다. 그런 생각을, 그런 행동을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땠나. 그 결과로, 이 세계는 전생에 비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빠르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어차피 멸망할 운명이었을까.’

-운명은 없다, 페르난데스. 그건 우리가 실험했어.

‘우리의 첫번째 실험이었지. 그래. 운명은 없어.’

후회는 나약함의 상징이다. 후회하고, 한탄할 시간에 일어서 달리리라. 페르난데스는 칼에서 이마를 떼고 지옥 마력 속에서 환희하는 사령술사를 바라보았다. 그의 육신은 악마의 것이 달라붙어 뒤틀리며 성장하고 있었다.

“기도해라. 맨더슨.”

그는 평생 안주하며 산 적 없었다. 벼랑 끝에 몰리는 순간에도, 결코.

“아무 신에게나, 어떤 말이든. 간절히.”

그러니 이번에도. 최악을 대신해 차악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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