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 흑마법사의 이단심문법-229화 (230/388)

229. 작전명 : 들불

“만신전이여, 가호하소서. 전능하신 샤일드시여, 주의 정의가 세상을 평강케하매 이를 믿사오며 고백하오니. 주의 안에 고이 잠든 주님의 종이, 만신전의 전당을 건너 주의 권능 아래 기꺼이 평안토록 하소서.”

“만신전이여, 가호하소서.”

“세상의 악과 먼지로 더럽혀진 영혼들을 굽어살피시어, 오늘 저희가 이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간구하오니. 그들에게도 간택된 성인들과 함께 행복의 자리를 허락하시어 죽음의 굴레에서 해방되어 평안 속에 당신을 보게 하소서.”

“영원토록 만신전의 품 아래에 살아가게 하소서.”

-뎅!

종이 울리고 기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샤일드의 주교는 유해를 모은 제단 위로 성수를 뿌리며 기도했다. 페르난데스는 키르하스의 곁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전장은 며칠이 지나 이미 정돈되어 있었다. 살아 움직이던 시체들은 탑처럼 쌓아 올려져 제단 위에 누워 있었다. 사제는 종자에게 횃불을 건네받고 짧게 기도했다.

추모사가 끝났다. 본디 언데드로 일어났던 이들은 저주받은 하수인으로 취급되어 주교관 사제의 입관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카르벨리에 공작의 요청으로 사제가 직접 주관하는 장례 미사가 거행되고 있었다.

이 사건이 황제의 주도 아래 일어난 참사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분노를 삼키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그것을 모르는 이들은 공작의 인덕을 찬양할 것이다. 정치적으로 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몇 가지 향신료가 더해진다면.

페르난데스는 말머리를 돌려 공작과, 그의 곁에서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는 황자에게 다가갔다.

* * *

“그건 좀 무리가 아니겠나?”

공작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페르닌. 어쩌면 대족장 휘하의 숨은 권력자일지 모르는, 공식적으로는 대족장에게 직접 간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애첩’에게.

“저들이 망령 군주들의 병사들이 아니란 것은 우리 사제, 망령 군주들의 사제들, 그리고 마법사들이 교차 검증한 사실일세. 그걸 어떻게 조작하겠나.”

“만신전의 사제들은 설득이 가능하오. 망령 군주의 사제들은 어차피 적대한다 하면 우리의 주장이 큰 상관 없소. 그리고 저들을 검증한 제국 소속 마법사는 안타엔이었고 그자는 죽었소.”

페르난데스는 담담하게 말했다. 황자는 그의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만신전 교회들을 설득하는 일은 뭐, 내 소관이 아니오만. 공, 어차피 사태의 반전은 불가항력적이네. 아버지께선 이 사태가 어찌 흘러가든 리뷔에를 공격하실 거야.”

“로베르 경.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망령 군주를 공격할 충분한 병력이 없소.”

공작은 로베르 황자가 아이언사이드의 수장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건 로베르와 페르난데스, 그리고 르네의 비밀이었다. 대외적으로 황자는 ‘황제의 패악에 반해 스스로 나선 정의로운 귀족’으로 분하고 있었다.

사절이 머무를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절이 황궁으로 돌아갈 때, 거사가 시작되어야 했다. 문제가 있다면 리뷔에는 몰락하는 영지였고, 다른 선제후들은 리뷔에를 돕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리뷔에는 고립무원의 상태다. 서부 원정이 끝나며 버려진, 초원 앞의 황무지다. 선제후들 중 어느 정도가 황제의 야심에 동참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설령 황제에 반하는 선제후가 있다 하더라도 리뷔에를 도우려 들지 않을 것이다.

이권 나눔의 문제다. 황제에게 적극적으로 적대하려는 선제후가 있다면, 그는 분명 강대한 대귀족일 터. 전장에 큰 조력이 될 수 없는 리뷔에에게 굳이 자신의 파이를 나누어 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대족장이 함께하고 있지 않소?”

“수인 호족은 내분에 휩싸여 있소. 대족장은 내전에 자신을 도와 달라 청하기 위해 리뷔에를 찾은 것이오. 도움이 필요한 두 집단이 손을 잡는다 하더라도 망령 군주를 공격하고 황제에 적대할 병력을 만들어낼 수 있겠소?”

그 말이 맞다. 대족장의 병력은 내전을 종식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과하게 소모될 것이다. 서부는 지금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황제가 서부의 상황을 보면 반드시 군단을 파견할 걸세. 리뷔에의 공작이 실패로 돌아간 이상 황제 측에서도 무언가 사인을 보내야 하거든. 대외적으론 말일세.”

“대외적으론 그럴 것이오. 황실의 군단이 리뷔에를 공격할 병력으로 돌변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겠지만.”

황제의 계략이 실패한 이상, 황제는 리뷔에가 반기를 들 것이라 예상하고 있을 터.

그 상황에서 서부 원정을 요청한다면, 이건 고양이 앞에 생선을 던져주는 격이다. 황제는 기꺼이 군대를 파견해 서부 원정을 지원할 것이다. 전쟁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체류할 자신의 군대를.

전후 리뷔에는 황제의 군대에 의해 점거당하리라. 그사이 다른 선제후들은 황제의 손아귀 안에 들어갈 것이고.

“적의 허점을 드러내기 가장 좋은 수단은, 적이 가장 선호할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오.”

페르난데스는 조용히 공작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군을 둘로 나눌 것이오.”

“지금도 부족한 군대를 어떻게?”

“서부 원정에 황제가 가세한다면 우리의 병력은 적어 보일수록 좋소. 더 집어삼키기 쉬워 보일 테니까. 나머지 병력은 귀르로 보낼 것이오.”

그의 말에 로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핵심 병력이 서부에 집중된 순간, 황제가 승리를 확신한 그 순간에 귀르의 병력은 황실을 점거할 것이오. 다른 선제후들을 회유하기 위해 정치 공작을 펼친 황제는 결코 귀르를 감시할 정보망을 구축할 수 없소. 황제는 트뤼밀레의 귀르를 결코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된다고 치세. 그렇다면 이 영지에 남아 있는 병력과 가솔, 백성들은 황제의 군세를 정면으로 받아내야 하네. 반나절도 버티지 못하고 전멸할 게야. 그 사지에 누굴 두고 가야 하겠나?”

믿을 수 있는 인물, 그리고 황제도 속일 수 있는 핵심 자원들은 이 지역에 남아야 한다. 희생양이다.

“내가.”

페르난데스는 공작을 바라보았다.

“수인 호족 연합을 대표해서 내가 남지. 공작, 당신도 남을 것 아니오?”

“……그래. 같이 죽자는 것인가? 자네에겐, 그리고 수인 호족들에겐 아무런 득이 없을 텐데. 자네 혼자 남겠다는 것이 아닐 것이고…… 하트테이커 대족장의 군벌이 남아 체류하겠다는 의미 아닌가?”

“내가 이 계획을 입에 담았는데, 사지를 빠져나가겠다고 말한다면 공이 날 믿을 수 있겠소? 외인이 황제와 대적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선제후에게 믿게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지.”

“황제가 실각하는 것이 그대에게 무슨 이득이 되겠나?”

“글쎄, 공작. 정복욕과 권력욕에 휩싸인 미치광이 황제가 이웃인 것보다는 말이 통하는 자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편이 더 도움이 되지.”

그 말에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트테이커 대족장의 뜻인가?”

“그편이 더 믿음이 간다면 그렇게 생각하시오.”

“그렇다면 좋네. 로베르 경, 경께서는 황제에게 서부 원정을 건의해 주시오. 원정군이 다시 소집되겠군.”

공작은 그렇게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난 원정군은 제국의 총력을 집중한 대군단이었고, 그는 그 사령관으로서 리뷔에를 다스리며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다.

지금 그의 자리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 황제가 파견할 군단은 반드시 리뷔에를 무너트리려 들 테니까.

“시간 싸움이 되겠군.”

페르난데스는 황자의 말에 웃었다. 시간 싸움이라. 서부 원정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술탄과의 전쟁이 아니라, 파편화된 황무지의 군벌을 정리하면 그만인 일이니까. 오히려 이득이 크다. 이 원정으로 제국은 황무지 전역에 영향력을 뻗을 수 있게 된다.

50년 전쟁이 황무지를 노린 두 군주의 쟁탈전이었고, 종전으로 인해 애매하게 떠버린 이상. 제국은 손쉽게 황무지를 재점거할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명분이 확실하다. 황무지의 주권을 주창한 대족장이 직접 지원을 요청한 건이었으므로. 황제는 이제 황무지를 자신의 권역으로 삼고 수인 호족 연합을 괴뢰국으로 전락시키려 들 것이다.

그 길에 놓인 리뷔에는, 황제의 군단에 의해 점거당하겠지. 필연적인 일이다.

그러므로 시간 싸움이다. 서부 원정의 종전 전까지 황제의 눈을 피해서 황제에 반기를 들고 있는 선제후들을 규합하고, 귀르에 병력을 모아 빈 황실을 공격하는 것까지. 모든 작전에 시일의 오차가 있어서는 안 된다.

천려의 일실조차 허용될 수 없는 이 아슬한 곡예. 시간 싸움. 페르난데스는 그런 싸움에 익숙해 있었다. 시간은 항상 그의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런 싸움에서 패배한 적 없었다. 시간이 부족한 것은 오히려 익숙한 일이다.

* * *

라 메르티옹은 제국 동부 지방과 데인 왕국을 잇는 가교이자 제국 동부 무역로, 블랑쉐마의 핵심 도시였다. 블랑쉐마, 제국어로 빛의 길을 의미하는 이 거대한 무역로의 중추. 복잡하게 얽힌 동부 왕국 연합의 관도와 제국의 관도를 잇는 중앙.

빛의 도시. 라 메르티옹의 다른 이름이다. 가장 깊은 밤에도 무역상들이 가져온 등불이 꺼지지 않고, 어두운 새벽에도 교역장과 경매장에 인파가 북적이는 이곳에.

“정말 멋진 도시가 아니냐! 보아라, 린드부름. 이 과일을 보아라. 본디 이 지방에선 결코 볼 수 없는 과일이다!”

“피워낼 수 있지 않아? 그냥 재배해서 먹는 것이 어때?”

“그건 농부의 피땀을 무시하는 처사다. 본디 자연이란 스스로 그러함이 당연한 것들을 의미하느니! 여신이 강제해 생육한 과실과 필멸자가 피땀 흘려 재배한 과실이 어찌 같은 무게를 지니겠느냐!”

아무리 생각해도 수박을 여신이 키웠다고 홍보하는 편이 더 잘 팔릴 것 같긴 하지만……. 여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신나 하는데 굳이 초를 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놀러 온 것이 아닙니다. 프레이야.”

“여신에게 잔소리할 수 있는 것은 여신뿐이다!”

“저에게 명령할 수 있는 신은 만신전과 샤일드뿐입니다.”

“린드부름! 여신은 이 필멸자가 재수없다!”

여인, 아벨은 쫑알거리는 프레이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그래, 착하지. 대충 그런 의미를 담고 쓰다듬고 있자니 문득 익숙한 구도, 익숙한 장면이 떠올랐다.

키르하스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그녀는 굳세 보이려 애쓰는 것이 오히려 더 안타까운 아이였다. 그리고…….

‘건강하느냐.’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라 해도, 이미 몇 달은 지났다. 그들이 떠난 지. 중간 보고서가 올라왔어도 이미 진즉에 왔어야 할 시간인데 페르난데스가 보낸 서신은 대단히 메마른 접선 요청에 불과했다.

그의 인장과 그의 필치였지만, 안부나 근황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는 삭막한 편지였다. 오히려 그것이 더욱 페르난데스의 것 같아 믿음이야 갔지만. 야속한 심정은 어쩌란 말인가.

‘못된 녀석.’

페르난데스는 이곳 라 메르티옹의 한 경매장에서 만나길 요청했다. 갑자기 무슨 경매장인가 싶긴 했지만, 아무 뜻 없이 그녀를 부른 것은 아닐 터였다. 애당초, 혼자 보내는 것이 불안하던 차였다.

라 메르티옹의 경매장은 온갖 상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과일과 곡식 같은 식재부터 철물과 기마 같은 군수품들. 온갖 지방의 특산물들이 다른 온갖 지방으로 팔려 나가는 도매 중심의 경매장이었다.

시끌벅적한 소음이 경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프레이야는 연신 툴툴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가만히 경매장을 지켜보던 그때에, 누군가가 그들에게 다가와 그들 뒤에 섰다.

-철컥.

함께 온 기사가 반사적으로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등 뒤에서 흐,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데인 왕국의 기사. 강맹한 기도군. 훌륭한 검기는 알겠으나 여기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달갑잖은 일이 아니겠소?”

“누구냐?”

등 뒤에서 한 사내가 슬쩍 팔을 뻗었다. 기사가 칼을 콱 움켜쥐자 그 모습을 비웃듯이 어깨 너머에서 손이 펼쳐졌다. 인장이 그려진 작은 손거울이 있었다. 단검과 눈, 그리고 태양과 강철.

“무쇠는 신뢰와 승리의 상징이지. 그리고 우리는 가장 깊은 곳에서 제련한 강철들이다. 이렇게 말하면 알겠나?”

“그레이서클……!”

기사는 이를 으득 갈며 뒤를 돌았다. 왕국의 다른 기사들이라면 모르되, 이너서클에 포함된 그는 제국의 아이언사이드가 왕국에서 벌였던 뒷공작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국가 차원의 원한이 서린 집단이다. 기사는 칼자루에 힘을 주며 눈앞에서 빙그레 웃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화내지 말게. 내 무능한 배신자들을 대신해서 사과하지.”

“본국에서 있었던 일들이 배신자들의 짓이었다? 그레이서클은 그런 식으로 꼬리를 자르는 모양이지?”

“뭐, 그렇게 생각해도 할 말은 없지. 그런데 이런 장소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조금 더 쾌속하게 핵심만 주고받는 것이 어떤가. 우리 서로 얼굴 붉힐 일 없이 말이야.”

“그럼 더 좋은 장소에서 접선을 청하지 그랬나. 알베르트 경은 어디에 가고, 네가 나왔지?”

기사가 으르렁거리자 여인은 목을 움츠리며 웃었다.

“아, 위대한 원탁 기사 나리……. 그 사람은…… 잘 지내지. 솔직히 그 남자가 뭔가 곤란하거나 궁지에 빠진 모습 자체가 상상이 안 되긴 해. 괴물 같은 놈이지. 뭐 어쨌건. 다른 장소는 좋지 않아. 이 근처에 눈이 쫙 깔렸거든.”

“……눈이?”

“황제의 밀정들이 여기저기 심어져 있다네, 기사. 여긴 안전하지 않아.”

“그럼 굳이 이 도시에서 보자 한 이유가 뭔가.”

“황제가 여길 지킨다는 것은, 이 도시가 그만큼 중요하단 뜻이거든.”

여자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아벨은 아무 말 없이 여자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모습에 여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쪽 동행인들은 뭐 궁금한 것이 없나……?”

“또 여인이구나.”

“……으응?”

“또. 여인이구나. 친필 편지를 보내서 여자를 소개시켜 주는 것이 무슨 법도인 줄은 모르겠으나. 또다시 여자로구나.”

아벨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여인은 그 웃음 아래에서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사방이 얼어붙는 느낌. 단순한 감각이 아니다. 그녀의 곁에 있던 기사도 딱딱하게 굳고, 시끄럽던 경매장에 잠시 침묵이 돌았다.

용의 존재감이었다. 그레이서클의 요원은 황급히 손사래 쳤다.

“나, 난 그냥 작전만 설명해주러 온 거야. 무슨 오해가 있나 본데…….”

“무슨 오해를 말하는 거지?”

“그 원탁 기사 근처에 여자라곤 딱 둘밖에 없다고!”

“……둘……이라.”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기사는 그 말을 들으며 샤일드에게 기도했다. 이 전설적인 용이 사모하는 이가 누군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래. 수인 대족장이랑 카르벨리에 공녀. 그 둘 말곤 여자가 없어! 내가 왜 여자 문제를 변호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 비밀 작전 중이거든? 좀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처음 듣는 이름이 있구나.”

아벨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프레이야가 딸꾹질을 했다. 프레이야는 종종걸음으로 아벨에게서 두 발자국 떨어져서 경매장을 구경하는 척을 시작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아야겠다. 시작해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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