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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흑마법사의 이단심문법-231화 (232/388)

231. 만들어진 영웅의 시대 (2)

칼이 달린다. 정면에서 안광을 흘리는 해골이 허공을 날았다. 기병의 충격력은 마력으로 짜 올린 조악한 해골 병사의 몸으로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군마의 질량은 속도와 더해져 그 자체로도 하나의 무기가 된다. 단순히 기병에게 치이는 것 만으로도 사람의 신체는 더없이 손쉽게 찢어져 나간다. 그리고 그 위에 탄 기수들이 휘두르는 공격은, 숙련된 마법사가 쏘아내는 포격에도 못지않다.

-콰아아아앙!

“앞으로!!”

전선에 투입되어 돌격을 시작한 순간부터, 기병의 역량은 오로지 선두를 달리는 야전 사령관의 몫이 된다. 바람 소리와 고함, 전장의 흥분과 공포가 얼룩지며 기병의 모든 감각은 야전 사령관의 목소리를 제외한 모든 요인을 차단한다.

따라서, 무소 떼가 달리는 것처럼. 기병들은 선두의 뒤를 쫓아 전진하며 정면의 모든 사물을 갈아 버리기 시작한다.

“앞으로!!”

선두의 외침이 귓가에 흐른다. 수인 호족의 기병들은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정예병들이다. 호족들 사이의 분쟁, 이따금씩은 노예 사냥꾼들, 또는 제국과 술탄국의 병력들을 상대하며 성장한 강군이었다.

말과 하나가 되는 경지는 이들에게 있어서 칼을 차는 순간 얻는 과정에 불과하다. 기병들은 일사불란하게 칼과 창을 휘두르고, 간혹 한 번씩 피 끓는 함성을 내지르며 달렸다.

죽음을 향해. 죽음을 위해. 적들에게, 오직 죽음을 보여 주기 위해! 앞으로!

“으라아아아아!!”

“하트테이커! 하트테이커! 하트테이커!”

수인 호족의 전사들이 광란에 휩싸여 소리 질렀다. 해골들이 썰물처럼 흩어지고, 방파제에 부딪치는 파도처럼 으스러지며 흩어졌다.

그 광경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던 제국의 지휘부는 혼란에 빠졌다.

“저 새끼들 미친 거 아니야?”

* * *

“적의 후방으로 수인 호족의 기병대가 투입되었습니다!”

“미친놈들, 죽으려 안달을 쓰는군!”

지휘부의 귀족들은 코웃음을 쳤다. 그들 대부분은 기사 출신이었고, 그 자신이 한 기사단을 맡고 있는 기병 장교들이었다.

이 전장에서 기병이 투입되지 못한 이유는, 제국이 그들이 자랑하는 기사단을 활용하지 못하고, 그저 하마 기사로 중장보병 투입을 해야 했던 이유는. 기병 전력이 활약할 수 없는 전장을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단단하고 너른 평야를 전선으로 삼았을 때, 기병 지휘관들을 환호성을 내질렀다. 느릿한 해골 병사들은 기병들의 식사로 전락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 예상을 무너트린 것은, 기병의 질주 동선과 완벽하게 겹치게, 바닥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해골 병력의 파상 공세였다. 말들은 대지에서 솟아오르는 해골과 칼, 그리고 창에 겁을 먹고 와해되었고, 첫 기병 돌격은 끔찍한 사상자를 안으며 무산되었다.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피해가 이어질 때. 기병 사령관들은 자신의 직책명을 중장보병 사령관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말은 겁이 많은 생물이고, 질주 도중에 발밑에서부터 이어지는 공격은 기병들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방식의 대응이었다.

병종의 다양성과 속도의 우위를 잃어버린 전장은 금세 혼돈의 구렁텅이에 굴러떨어졌다. 지지부진한 전선 고착이 이어졌다. 이제 이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제국 필라인네일 대학의 석학들이 마법전에서 승리할 때까지 전선을 유지하는 것뿐이었다.

“어…… 돌파……했습니다?”

“……응?”

“지금 호족 군단의 기병들이 적진을 한 차례 돌파하고 회군했습니다. 재돌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뭐?”

이변이 일어났다. 기병대가 적의 후방을 급습하는 것에 성공했다. 기병 장교들은 일제히 벌떡 일어나 구릉지 아래의 전황을 내려 보았다. 적들의 후방이 흩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먼지구름 너머, 수인들이 올라타고 있는 기병대가 다시금 전진을 시작했다. 마보, 속보, 전력 돌진. 아름답기까지 한, 완벽한 돌격!

“적들이…… 대기병 전략을 바꾸었나?”

“지저 기습을 전선에 집중하면서 후방에 돌릴 여력이 없는 것 아니겠소?”

“전공을 저들에게 저렇게 고스란히 쥐여 줄 수는 없다! 레반스 기사단! 출정을 준비해라! 기병을 모아!”

기병 장교들이 막사를 벗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전장이 바뀌었다. 기병 투입이 가능한 전장이 되었다! 그들은 그렇게 외치며 각자의 군사들에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오판이었다.

* * *

“걸려들었군!”

-콰아아앙!

충분히 긴 대검은, 극단적으로 쥐기 불편한 기마창과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디모니카는 극단적으로 쥐기 어려운 기병창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기창 돌격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악력을 가지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팔뚝에서부터 어깨로 이어지는 충격을 가볍게 흘리며 적진을 활보했다. 그의 지휘에 따라 돌격한 수인 기병들이 적의 후방을 유린하고 있었다.

질량의 차이다. 해골 병력은 방진을 맞추어 기병의 돌격을 저지하거나, 묶어 둘 수 있을 정도의 질량을 갖추지 못했다. 망령 군단의 병력이 일거에 허물어지고, 이들이 다시 일어서기 전에 기병들의 일사불란한 퇴각이 이어졌다.

“재돌입을 준비해라! 앞으로! 앞으로!!”

페르난데스의 외침에 따라 기병들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기병들의 역량은 돌격 순간부터 순전히 야전 사령관, 현장 지휘관들의 손에 달렸다. 그리고 페르난데스는 적어도 다른 야전 사령관들과 궤가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겐 마력이 보인다.

“돌격 진로를 좌측으로!!”

-두두두두두!!

기병들의 말발굽 소리가 가볍다. 페르난데스는 말고삐를 돌려 갑작스럽게, 크게 우회했다. 기병들의 우회와 동시에, 그들의 본디 진격 방향에서 해골들이 일어섰다.

망령 군단의 해골 병력 충원은 매장 사제들이 벌이는 마법의 일종이다. 그리고 마법은 반드시 자취를 남긴다.

기병들의 돌격 진로를 읽으면, 망령 군단 내부에서 매장 사제들이 마법을 부린다. 대단위의 공격 마법은 서로의 마법 전력이 상충하는 까닭에 불가능하다. 매장 사제들은 보다 단순한 마법을 사용한다. 망자들의 부활이 그것이다.

아주 특수한, 상아시트 제국의 비전으로 만들어진 마법이다. 파악하기 어렵고, 대처하기는 그보다 지난하다. 그러므로 마법전에서 해당 마법은 대마법 수단에 방해받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마법은 자취를 남기기 마련이다. 페르난데스는 망령 군단이 해골 병력을 일으켜 세우는 순간, 기병들을 선회시켰다. 그렇게, 그의 기병들은 라비라타의 대기병 전술을 무시할 수 있었다.

“함정이다. 함정이다아아아!!”

그러나 모든 이들이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기사들은 앞선 세 번의 돌격과 같은 방식으로 무너졌다. 전선을 유지하는 데에 전력을 다하던 기사들을 전선에서 빼서, 기병으로 돌린 순간. 제국 전열이 퇴각하기 시작했다.

지휘부는 혼란에 휩싸였다.

“저놈들은 되고, 우리 기사들은 안 되는 이유가 뭐냐!”

“기병들을 불러야 하오. 전선이 무너지고 있소!”

“제기랄. 이 전공이 전부 저 짐승 버러지들에게 돌아가게 생기지 않았나!”

“적어도 승리한 뒤에, 그 뒤에 전선과 전공이 의미를 갖는 법이오. 기사들을 다시 전선에 투입해야 하오!”

“저놈들이 멀쩡할 수 있는 이유가 뭔가! 뱅상 남작. 저들이 적과 내통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기사의 말에, 로브를 입은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전선에서, 페르난데스의 진격 경로와 그 경로 사이사이에 튀어나오는 망령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에게도 해골 병사들의 대기병 전술이 일어나고 있소. 다만 저들은 망자들이 바닥을 뚫고 솟구치는 순간 그 타이밍을 읽고 회피하며 움직이는 것이오.”

“대체 어떻게?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돌격 도중에 기습을 예측한다고?”

“지휘관이 마법사이거나…….”

페르난데스가 한 손으로 대검을 휘둘러 해골 다섯을 으스러트리는 모습을 보며, 기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평생 칼을 만지고, 몸을 만들며 살아온 기사들에게도 불가능에 가까운 신기였다.

“아니면 감이 놀라울 만큼 뛰어나거나.”

“저 기병 대장의 이름이 무엇인가?”

“페르닌이라고 하는, 수인 대족장의 애첩이오.”

“하, 애첩이라. 저렇게 싸우는 모습을 보니, 그래. 밤일에도 능하겠군.”

기사들은 허탈함 속에서 패배감을 곱씹었다. 마법사가 마법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감이 예리한 전사가 기병대장이라 한다면…… 그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지휘부의 기사들은 페르난데스의 전투를 바라보며 신음했다. 어떻게 한 손으로 대검을? 어떻게 대검으로 기창 돌격을?

* * *

돌파, 돌파, 다시금 돌파. 단 한 무리의 기병들이 해내기엔 과도한 업무 부담이다. 페르난데스는 점점 소진되어 가는 기병들의 체력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이다. 조금만 더!

“앞으로!!”

앞으로, 적들을 향해. 적들의 죽음을 향해 앞으로! 페르난데스의 외침과 함께, 기병들은 단 숨을 내뱉고 침을 흘리며 달렸다. 말들은 차가운 거품을 물며 대지를 박찼다.

-두두두두두두!!

기병들의 돌격이 이어진다. 피로와 공포에 점철된 머리는 더 이상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기병들은 자신이 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그저 선두를 따르는 무소 떼처럼 달렸다.

그리고 다시 충격.

-콰아아아앙!

페르난데스의 머릿속엔 이 전장의 지도가 있었다. 기병들의 피로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것은. 그리고 적들의 밀도가 점점 더 조밀해지는 것은 착각이 아니다.

실제로, 페르난데스의 돌격은 적진의 두꺼운 외피를 벗기고, 수술용 메스처럼 정밀하게 그들의 속살 안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망령 군주들의 군대는 지휘부를 파괴하는 순간 붕괴한다!’

반년 전, 프타하의 투탄 가르텝이 죽자 곧장 그의 군단이 와해되었던 것처럼. 망령 군주들의 군단은 군주의 영혼이 소실되는 순간 붕괴한다.

라비라타가 친정한 군단은 아니더라도. 이 군단 중심부에 있을 핵심 지휘관들과 망령 사제들, 그리고 왕자들을 죽이는 순간 군단은 작동을 정지한다.

해골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은, 그들을 지휘하는 사제들의 힘이었다. 그들을 죽여야 한다. 그러나…….

‘내 몫은 아니지!’

페르난데스는 멀지 않은 전방을 바라보았다. 소요가 일어나고 있다. 후방의 교란과 파괴로 밀도가 낮아진 전선에서 무섭도록 치달으며 달려드는 두 무리의 군세가 있었다.

키르하스와 에르브. 돌출된 두 병력이 목숨을 바쳐 병력을 소모하며 적의 종심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적의 종심, 귀족과 왕자, 그리고 사제들의 지휘부는 망령 군주들의 가장 정예화된 병력이 지키고 있었으나…….

‘마법으로 일어난 존재들인 이상.’

-마법으로 영면을 맞이하는 것은 여반장이지.

-화르륵!

돌진하는 페르난데스의 머리 뒤에서, 검은 헤일로가 타오른다. 대검이 반원을 그린다. 한 수. 그 궤적에 있는 해골들이 가루가 되어 으스러지며—

축조. 이윽고 파괴. 휴지(休止)와 종점. 전선의 공세 종말점을 향해서, 올곧게. 도합 네 수의 수인이 왼손에 얽히고, 그 사이를 오른손의 대검이 가로막으며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기병들의 입에 거품이 인다. 죽음을 향해서. 본디 날카로운 것을 두려워하던 기마들조차도 탈진과 광란에 휩싸여 앞으로. 공포를 잊고 전진하며—

“앞으로!!”

적들이 분쇄된다. 해골 병사들에게 내려졌던 가호가 페르난데스의 손에 의해 으스러지고, 나약해진 병력은 그들의 질량을 막아낼 수 없다. 파괴, 파괴. 그리고 죽음의 향연이다.

“앞으로!!!”

-후우우웅! 콰직!

페르난데스의 대검이 유려한 곡선을 그린다. 완만하게 꺾인 죽음의 반원이다. 그 거리 내부에 있던 해골들은 머리와 팔, 다리와 가슴이 으스러진 채로 비산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조각난 뼈들이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내부. 당황에 휩싸인, 낡은 법복과 화려한 장신구를 매단 해골이 턱을 탁 치며 그를 바라본다.

[네, 네놈은 누구냐! 누구기에 이런 마법을…… 어떻게 이런 일이……!]

말을 할 줄 아는 것을 보니 고위 사제가 맞다. 페르난데스의 음울한 푸른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대검이 하늘을 가리고, 그 긴 그림자가 사제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뭄토가 가르쳐 주지 않더냐?”

-후우우우웅!

대검의 날이 공기를 찢어발기며 내려 꽂혔다. 콰직, 사제의 보호 주문이 밝은 빛을 내며 대검을 묶었다. 그리고 콰직, 보호 주문에 실금이 가고.

콰지지지직! 보호 주문을 만들던 장신구들이 일제히 바스러져 터져 나가며, 화려한 금관을 쓴 해골의 정수리가 대검의 날에 먹혀 부서져 내린다!

“내가 뭄토의 죽음이었다.”

-콰아아아앙!

사제의 죽음과 함께 마력 파동이 전장을 휘몰아쳤다. 해골들이 일제히 기능을 정지했다. 그리고 창공의 마법들이 한순간 풀려 나가며, 제국의 폭격이 전장을 후려갈겼다.

사방에서 억눌렸던 폭발과 파괴가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 순간, 전선을 뚫고 두 무리의 군단이 도착했다.

페르난데스는 땀과 피에 전 그들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곧 목청 높여 소리쳤다.

“에르브 대공이 적장의 수급을 취했다!!!”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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