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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흑마법사의 이단심문법-232화 (233/388)

232. 만들어진 영웅의 시대 (3)

-피리리리릭. 펑!

폭죽이 터져 올랐다 엄밀히 말하자면 마법 폭죽이다. 간단하지만 화려한, 신호용 마법을 개량한 축제 마법이었다.

페르난데스는 목책 경계에 서서 폭죽을 바라보았다. 싸우는 것보다 배는 더 피곤한 연회였다. 이 파티의 주인공은 키르하스와 에르브, 그리고 그 자신이었다. 지난 전투의 전공이 너무나 뚜렷했던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밤하늘을 구경하러 나왔다가, 폭죽을 보게 되었다. 화려한 노이즈가 오색 불꽃을 내며 하늘 위로 넓게 퍼졌다. 그 광해 탓에 별이 자취를 감췄다.

-쓸데없는 짓을…….

거의 모든 마법사들은 밤하늘과 일종의 사랑에 빠진다. 별과 별 사이를 흐르는 마력, 달이 반사하는 빛무리. 깊은 밤은 마법사들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제국의 마법사들은 그 밤하늘 위로 폭죽을 터트리고 있었다. 페이자쉬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툴툴거렸다.

‘저건 일종의 경보기야.’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이라는 거지.

‘무얼, 다른 마법사들도 눈으로 마력 흐름을 관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폭죽은, 해당 지역을 아군의 마법 전력이 완전히 장악했음을 지휘부에 알리는 보고서이자, 적국의 마법 전력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내는 경보기의 역할을 겸한다. 단순히 축하만을 위해 하늘에 마법을 쏘아 대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효과가 있다. 연회장에 갑자기 적국의 공격 마법이 퍼부어지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전선의 지휘부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페르난데스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샴페인을 마셨다. 바람이 살랑이며 불었다. 따듯한 봄바람이…… 천천히 청각에 집중하니 수많은 소리가 들려왔다.

웃고 떠드는 연회장의 소음, 폭죽이 터지는 소리, 바람에 풀이 눕는 소리들을 지나서 더 은밀한 곳으로…….

* * *

“가장 먼저 그 페르닌이란 작자를 죽여야 하오.”

“놈은 그저 몸이 날래고 감이 좋은 애송이에 불과하오. 에르브 공작을 먼저 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겠소?”

“에르브 공작을 먼저 치자? 지난 세 번의 전투에서 가장 큰 공을 에르브 공작이 세웠소. 이건 단순히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오. 함구하기엔 너무나 많은 이들이 그 장면을 보지 않았소.”

지휘부 막사에선, 연회에서 빠져나온 몇몇 기사와 귀족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거나 이마를 감싸고 있었다.

계획이 틀어졌다. 제국의 강대한 군단을 이용해 대황야를 삼키고, 전쟁이 마무리되는 대로 리뷔에를 무력 점거하라는 것이 황제의 뜻이었다. 그 명분은 이미 확보해둔 상태였다. 에르브 공작이 악마, 또는 악마의 하수인과 결탁했다는 증거를 수집해둔 참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에르브 공작의 전공이 너무 화려하다는 것이다. 그를 적대하고 리뷔에를 삼키는 일을 대대적으로 진행한다면 황제와 궁중 귀족들은 에르브 공작의 전공을 탐해 그를 공격했다는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선제후들은 에르브 공작의 몰락을 원한다. 그러나 그들이 황제의 득세를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황제가 직접 군단을 파견한 이상, 선제후들의 시선은 반드시 이곳 리뷔에에 모여 있을 것이다.

이 일련의 사태에서, 황제는 반드시 완벽한 명분을 쥐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무능한 제국 중앙군의 모습과 에르브 공작의 분전 탓에, 황제의 명분엔 금이 가고 있었다.

“대족장의 애첩은 거의 홀로 전황을 뒤집어 놓았소.”

“수인족 전체와 대적하겠다는 의미요? 하트테이커 대족장이 놈을 어찌나 싸고도는지 보지 않았소. 황제께선 수인 모두를 적대하라 명하신 바가 없소.”

“어디 그 짐승 놈들에게 대족장이 하나뿐이던가?”

레반스 기사단장, 베르나르가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다른 귀족들이 그의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립 대족장, 체라드 블론드테일? 그 짐승은 지금 연전연패를 기록하고 있지 않소? 이미 놈의 수하들 대부분이 놈에게서 등을 돌리거나, 등을 돌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소만?”

“그럼에도 놈에겐 여전히 하트테이커의 절반에 가까운 군세가 있소. 거기에다 놈은 라비라타 왕조와 손을 잡고 있지. 전황이란 것은 한순간에 뒤집어지기 마련이 아니겠소?”

“하트테이커를 죽이고 체라드와 손을 잡자는 것이오? 라비라타를 물리쳐 이 황야를 복속시키는 것이 황제 폐하의 뜻이 아니었소?”

“일종의 공생이라 생각하시오.”

베르나르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비록 지금 패전 중이라 하더라도, 대립 대족장을 따르는 수인 부족들의 수가 적지 않다. 체라드 블론드테일은 라비라타와 손을 잡고 황무지를 거의 점령할 뻔했던 인물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체라드와 그의 군단은 무능하지 않다. 무능한 이는 결코 이 드넓은 황무지를 점령할 수 없다. 다만, 제국군이 강대했을 뿐이다.

실제로 제국 군단이 리뷔에에 도착하기 전까지, 하트테이커의 군사들은 산발적인 패전과 패주를 거듭하고 있었을 뿐이다. 직접 전장에서 본 하트테이커의 군사들이 오합지졸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믿음이 간다.

저 정예병들을 매 전투마다 패퇴시켰다는 체라드의 능력이.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린 모든 전투에서 패퇴할 것이오. 우리의 본대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어디까지 물러날 계획이오?”

“리뷔에까지.”

리뷔에는 서부 제국령의 주도였다. 리뷔에의 목전까지 전선을 물린다는 것은, 리뷔에 외부의 다른 중소 규모 도시들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패배 과정에서 에르브 공작과 수인 호족들은 씻을 수 없는 피해를 강요받게 되리라. 제국 본대가 전투에 적극적이지 않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전선에서 저들에게 가해지는 압력이 거세어질 수밖에 없다.

“대립 대족장과 손을 잡고, 리뷔에의 가장 강력한 우군을 잘라내며, 또한 에르브 공작의 힘을 완전히 꺾어 놓을 방법이 아니겠소! 하하하!”

“묘책이오, 묘책!”

“하하, 역시 레반스 기사단장답소.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는군!”

귀족들은 베르나르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황제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지만, 전쟁은 아직 진행 중이었으며, 자신들은 본대가 아닌, 에르브 공작의 요청에 의한 지원군에 불과했다.

애당초, 에르브 공작의 군단이 그들의 예상보다 더 처참한 상태가 아닌가. 휘하 귀족들은 거의 대부분 이탈했고, 리뷔에의 병력은 별 볼 일 없기까지 하다.

“이 일에 대해 황제 폐하의 윤허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겠소?”

“……이건 비밀이오만. 경들이 함구해 주시리라 믿소.”

“무엇이 더 남았소? 말해 보시오!”

“아이언사이드가 군단 내부에 있소.”

귀족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아이언사이드. 말이 정보 기관이지, 사실상 이들이 벌이는 대부분의 역할은 첩보보다는 요인 암살과 정치 공작에 편중되어 있는 편이었다.

황제가 자신들을 믿지 않고, 목줄을, 또는 비수를 턱 끝에 밀어 넣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웃을 수 있을 배포 큰 인물은 그들 중에 없었다.

“그렇게 얼어붙어 있지들 마시오. 나 또한 경들처럼 출발할 때까진 전혀 몰랐었으니. 아이언사이드가 우리에게 정체를 드러내며 접촉한 이유가 무엇이겠소?”

“폐하께오선 공작을 직접 암살하시길 원하시는 거요?”

“아니오. 황제 폐하께선 우리의 작전을 직접 듣고자 하시는 게요. 우리 바로 곁에서 말이오! 지금의 굴욕과 패주는 아무것도 아니오. 황제 폐하께선 모든 일을 소상히 파악하신 뒤에, 공에 따라 치하하실 것이오!”

베르나르의 말에 귀족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황제의 암살자가 바로 곁, 어딘가에서 그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더라도. 적어도 쓸모가 있는 이상 황제는 그들을 처리하지 않을 것이며, 고위 귀족들에게 배분될 공로 또한 적확하게 치하하겠다는 의미였으므로.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막사 너머에서 들려왔다. 베르나르는 박수를 한 번 쳐 주의를 돌리고는 말했다.

“자, 다들 가십시다. 너무 오래 연회장을 비우면 의심이 깊어지지 않겠소? 하하하!”

* * *

“이미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다. 남작.”

페르난데스는 감았던 눈을 뜨며 웃었다. 어두운 밤, 인적 없는 깊은 골목에서 검은 헤일로가 사그라들었다. 디모니카의 청력에 마법적인 보완을 합치면 막사 전체가 그의 정보망 아래에 갇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미 일 년 전, 수인 호족 연합의 군중 속에서도 능히 해냈던 일이다. 페르난데스는 이글거리며 달아오른 청동 옥좌를 툭툭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사와 막사들 사이에서 승전의 기쁨과 불콰하게 달아오른 취객들의 흥겨운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제국의 풍족한 물자 지원에 리뷔에와 수인 호족들은 기쁘게 술잔을 들었다.

최근 몇 차례의 전공이 모두 그들에게 있었다. 그들은 즐길 자격이 충분했다. 페르난데스는 술병을 입에 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수인 전사를 기껍게 바라보았다.

‘그래도 제국 행정부가 그나마 도움이 되는 부분은 있군.’

-저 보급선은 전쟁이 끝난 이후에 그대로 적의 손에 들어갈 거야.

‘무슨 소리야. 전쟁이 끝난 이후에 고스란히 우리의 수중에 들어오겠지.’

제국의 보급망은 중앙의 막대한 황금을 통해 전선 인근의 영지에서 물자를 확보하며 이어진다. 그 뜻은, 제국이 보급망을 유지하는 기간 동안 리뷔에 인근의 내수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의미였다.

리뷔에는 전초 기지다. 비록 공작은 그 사실에 비통해했으나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리뷔에는 태생적으로 전쟁을, 그리고 병사들의 피를 삼키며 움직이는 기계 장치나 다름없다.

과거 50년 전쟁의 활발한 성장 동력을 기대할 수는 없겠으나,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는 것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터였다.

이 일만 해결된다면. 일단은, 불안 요소를 제거하는 편이 낫겠지. 페르난데스는 웃으며 골목과 골목, 막사와 막사 사이를 거닐었다.

머지않아 한 인형이 보였다. 베르나르 남작이었다. 그는 페르난데스의 등장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무언가 장신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게 황제의 전서 마법인가?”

“……!! 누구냐!”

“너희들이 죽이고자 했던 사람.”

페르난데스는 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갔다. 베르나르는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곧 얼굴을 굳히고 그를 노려보았다.

“페르닌……. 감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하하, 사지를 찾아올 감까지 좋을 줄은 몰랐군.”

“아이언사이드는 아닌 것 같고……. 하, 이거. 황제가 아이언사이드도 의심하고 있었나?”

거의 편집증에 가까운 의심이다. 아이언사이드를 황제의 친아들이 다스리고 있고, 황제 본인은 제국 중앙 원수부의 수많은 기사들에게 충성을 받아내고 있다. 황제는 종신직이며 제국의 외적은 결코 한 세대 안에 제국을 멸망시킬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철저함은 광기에 가까웠다.

제 자식들에게 황위를 물려주기 위해 안달을 내고 있으면서, 정작 제 자식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한다? 이건 정상인의 사고방식이 아니었다.

황제라는 직위는 선제후들 사이에서 극도로 세련된 정치 공학을 사용할 수 있는 이만이 쟁취할 수 있다. 제위에 오른 인물이 멍청하거나, 광인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그의 행동엔 그 나름의 논리가 필요하다. 그것이 무엇일까……. 페르난데스는 잠시 턱을 긁으며 생각했다.

‘황제는 종신직이고, 제국은 굳건하며, 황제 본인은 권력을 자신의 가문에 영구히 인계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자식이 갖는 권력을 경계한다라…….

‘이 자식 이거 흡혈귀네.’

-아니면 적어도 장생족. 대단히 사교(邪敎)적인 장생족이겠군.

‘가이메른 왕과 같은 방식의 세대 교체가 가능한 녀석일 수도 있고.’

-뭐가 되었든, 시궁창 생쥐만 못한 놈이야.

모든 인간은 필멸한다. 인간의 수명은 기껏해야 여든을 넘기지 못한다. 그런데 황제가, 그 이상의 시간을 견디며 살아간다면 반드시 다른 선제후와 교회의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황실의 권력이 황제의 가문에 귀속되고, 황제 그 스스로가 영생을 감출 수 있는 수단이 준비된다면. 영원왕이라는, 인간에겐 불가능한 권력을 쟁취하는 것도 꿈은 아니다.

‘그리고 리뷔에를 기습했던 아이언사이드들도 흡혈귀였지.’

-이거 일이 재밌어지겠는데.

페르난데스는 칼자루를 쥐며 으르렁거리는 베르나르에게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갔다. 장검의 간합 바로 앞에서, 그는 웃으며 말했다.

“황제는 어느 블러드 라인과 손을 잡았지?”

“……뭐?”

“골든버그는 술탄에게 복종하고 있으니 아닐 것이고, 프란츠리트는 멸족했지. 남은 놈들이라곤 별거 없는데 어딜까. 이거 궁금하군.”

“네 이놈……. 정체가 뭐냐?”

베르나르는 애써 경악을 억누르며 생각했다. 정보가 어디에서 샜지? 막사 내부에 첩자가 있었다는 것은 놈의 말에서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황제의 정체는 가장 큰 기밀이었으며, 베르나르는 적어도 리뷔에에 도착한 순간부터 어떤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발설하지 않았다.

추리를 한다 하더라도 그 정도의 정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저 사내가 본 장면이라곤 황제에게 보내는 자신의 밀서가 전부였다. 그 짧은 사이에, 이런 한정된 정보로 추측할 수 있는 범위에서 나온 질문이 아니었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베르나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살기가 예리하게 흘러 페르난데스의 목전에 닿았다.

“어디에서 보냈나. 키르자트? 아포타자르? 샤일드?”

“질문은 내가 할 예정인데. 처지를 잘 모르나 보군?”

“처지를 모르는 건 네놈이겠지, 애송이. 나는 레반스 기사단의 기사단장이며, 내가 전장에서 보낸 세월이 네 나이보다 많다!”

“그건 불가능할 텐데.”

페르난데스는 베르나르의 얼굴과 몸을 훑어보고는 픽 웃었다. 기껏 해봐야 사십 대 후반. 단단하게 단련된 기사로서, 기교가 정점에 달했다고 표현해도 좋을 나이다. 근력이 쇠하고 그 대신 기술과 경험이 축적된, 기병 장교로서는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을 나이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칼을 처음 잡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온전히 전장에서만 굴렀다 하더라도 그 햇수가 페이자쉬의 나이보다 오래될 수는 없다.

“뭐, 증명할 기회는 주마.”

페르난데스는 칼자루에 손을 얹으며 웃었다. 쓸모를 증명한다면 죽이진 않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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