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 종교 담론
라 메르티옹이 제아무리 빛의 도시라 불린다 하더라도, 도시에 뒷골목과 거리가 없을 수는 없다. 특히 중계 무역의 중심지쯤 되는 도시라면 암거래와 밀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싸구려 마약부터 노예 밀매에 이르기까지. 라 메르티옹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제국의 감시망 아래에서 벌어지는 뒷거래는, 이미 그 공작 직할 상단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그 핵심 성장 동력은, 누가 뭐라 하더라도 노예 매매였다. 국제법상 노예는 엄연히 금지된 제도였지만, 당장 데인 왕국의 농노만 하더라도 신분제의 탈을 쓴 노예제와 다를 바 없었으며, 고도로 현대화된 제국의 공업 및 산업 기반엔 값싼 노동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니 제국은, 노예제를 배격하지 않는다. 그것이 눈앞의 아이언사이드가 웃으며 건넨 말이었다.
“그래서 이 꼴이 정당하다는 말이더냐?”
“물론 그렇지는 않지. 부인께서 보기엔 끔찍할 수도 있어. 이해해. 문화적 차이란 거지.”
여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손으로 가리킨 방향에서 쇠사슬을 목에 건 건장한 남성이 바닥을 보며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전신엔 채찍질당한 흉터들이 남아 있었고, 묵직한 족쇄 아래에선 찢어진 살에서 흘렀을 핏방울이 끈적한 실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저들은 아마도 어느 상단에서 무거운 짐을 들며 여생을 보내겠지. 어쩌면 어떤 선단에서 노잡이가 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공단 어딘가로 흘러들어 가 마력 전등이나 조립하며 인생을 보낼지도 모르겠어.”
“지금 그게 무슨…….”
“아니면. 어떤 귀족의 행복한 만찬회에서 식재료로 쓰일지도 모르지.”
그 오싹한 말에, 프레이야가 딱딱하게 굳었다. 여인의 표정이 차갑게, 그리고 매섭게 변해 있었다. 그녀는 으르렁거리듯이 말했다.
“그런 돼지들이 있어. 제 살뿐만 아니라, 제 수명도 찌우고 싶어 하는 돼지들. 그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고작 노예의 고혈뿐이라면 기꺼이 수천 닢의 금화를 던질 돼지들이. 나의 주군께선 그런 놈들은 인간이라 여기지 않고, 뭐. 실제로도 더 이상 인간은 아니게 되었지.”
“고위 귀족들은 볕 아래에 나올 일이 많다. 당장에 의전만 하더라도 남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순 없어. 그리고 기이할 정도로 장수한다는 소문이라도 돈다면, 당장 이단심문관들이 조사를 시작할 거다.”
“당연히 그러겠지. 인간 사회의 청소부들이 그런 쓰레기들을 좌시할 리가 있겠어? 하지만 부인. 어떤 쓰레기들은 뜯어보기 전까진 보석함처럼 보일 때가 있는 법이야. 아주 화려하고, 가치 있고, 섣불리 건드릴 생각도 들지 않는…… 예쁜 보석함.”
그녀의 말에 기사가 움찔 떨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여인의 얼굴을 살폈다. 진의를 파악하듯이.
“설마 네 말은, 선제후가……?”
“쉿, 쉽게 입에 담을 수 있는 단어는 아니지 않아?”
“……이 일을 전하께 아뢰어야 한다.”
“그러면 어쩌게, 기사 나리. 동부 왕국의 국가 하나가 선제후를 공격해도 제국의 다른 이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본국 전체를 전쟁 통에 밀어 넣겠다는 건가? 잘 생각해야 할 거야. 데인은 물론 약소국은 아니지만, 제국과의 전면전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을 테니까.”
기사는 우묵한 눈으로 아이언사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데인 왕국은 분명 최근 급격히 성장하는 강국이다. 그러나 ‘지역’ 강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방법이 없다.
제국과의 전면전? 동부 왕국 전역이 한마음으로 군세를 집결한다 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대륙에서 제국의 군단 전체가 동원될 때에, 그들을 막아낼 수 있는 이들이라곤 기껏해야 키르자트의 술탄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기사는 잠시간의 침묵 후에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릴 여기에 불렀지?”
“뭐?”
“세르너드 경이 우릴 호출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네가 우리에게 너희 나라의 속사정을 이리 밝히는 이유도, 그저 네가 유별나기 때문은 아닐 테고.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뭐지?”
“오해하지 마. 주군께서는 선제후들 사이에서 이 일을 끝내고 싶어 했어. 너희들을 부른 것은 너희 원탁 기사 나리께서 요청한 일이라고. 나도 외국인을 아국 일에 끼워 넣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아.”
여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는 줄지어 떠나는 노예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원탁 기사가 전해 달라더군. 바르지 않은 일을 바라보고, 함께 분노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말이야. 명분과 체면보다 대의를 더 높은 가치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고. 말해 봐. 너희는 제국의 썩은 살점을 도려내기 위해 전쟁을 각오할 수 있나?”
“…….”
기사는 침묵했다. 개인의 도덕률과 국가의 전쟁은 그 무게가 다르다.
전쟁에 필요한 물자, 전쟁으로 소모될 양민의 고혈과 국력, 패배한 이후에 변화할 데인 왕국의 위상. 어쩌면 속국으로 전락할 수도, 또 어쩌면 왕국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
동부 왕국은 짐승들의 모임이다. 당장이라도 근처 다른 짐승들의 목젖을 뜯어 살점을 삼키고 싶어하는, 허기진 짐승들의 연합이다. 그들을 나누어 놓은 칸막이는 ‘평화 협정’이라 불리는 허술한 문서 한 장에 불과하다.
데인 왕국의 국가 동력이 완전히 박살 난 이후에도 그 작은 종이가 그들을 구원할 수 있겠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굳이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고서도 왕국을 압박할 수단은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그러나, 비센테 왕과 그의 원탁 기사들은 이 일을 전해 듣고 어찌 생각할 것인가. 타국의 노예제와 선제후들의 방관, 그리고 몇몇 고위 귀족들의 타락 앞에서.
모든 것이 명징히 증명되기 전까진 교회가 발벗고 나서진 않으리라. 만신전 교회는 정치적 사건에 대한 완전한 중립을 표방하고 있으며, 증명되지 않은 타락은 정치적인 모략에 불과하다 여겨질 수도 있다.
“전하께서 처음 즉위하실 때. 그 영광스러운 자리에 나 또한 함께했었다. 그분께선 악마와 망령에게 타락한 선왕과 그 기사들을 베어내고, 알트베르트를 공격하던 언데드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신 이후에 선언하셨다.”
알트베르트의 비극이라 불리는 그 사건 이후, 반파된 알트베르트의 광장 앞에서 거인의 시체 위에 서서 외쳤던 말이 있다.
“삶의 모든 순간을 불의에 대적해 나아가며, 힘이 다해 쓰러질 때에도 대의를 품은 채 눈을 감으라.”
비센테의 즉위 당시 그가 했던 서원. ‘기사왕의 서원’은, 일반적인 기사 서임식과는 그 궤가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악행 앞에서 그 어떤 누군가가 가장 작은 목소리로 도움을 청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선두에서 나아가리라.]
비센테 왕의 서원은 개인의 도덕률과 다짐에 대해 논하는 전통적인 기사 서원과는 다른, 적극적 대응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이에 대해 주변 왕국들은 ‘대단히 큰 우려’를 표했다. 적극적인 무력 지원에 대한 맹세는 뒤집어 말하면 적극적인 무력 시위와 명분을 앞세운 침략 전쟁으로 확대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그 어떤 모략꾼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비센테 왕의 원탁 기사들은 왕의 서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였다. 왕자 시절부터 왕위를 계승하는 순간까지 비센테 왕이 보여준 일관적인 태도와 빛나는 기사도가 그의 함의를 증명하고 있다 여겼다.
그러니 지금, 아이언사이드가 말하는 것은 외국이 바라보는 데인 왕국에 대한 시각차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며—
“국력과 국익은 대의 앞에서 차선에 불과하다.”
“지원을 요청하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좋은 왕이라 부르기 어렵군. 무릇 왕이란 자신의 백성들의 삶을 지켜 내는 것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왕의 의무는 그렇지. 그러나 왕의 도덕은 그렇지 않다. 군주라면 무릇, 따르는 이들을 굽어살피는 것이 아니라. 따르는 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법. 함께 걷는 것이 아니오, 앞서 걷는 이들이다. 너희가 감히 우리에게 제왕학을 논하는가? 정치와 협잡으로 우두머리를 뽑는 너희가?”
“누가 보면 정치는 제국만 하는 줄 알겠군.”
이래서 문화 차이가 짜증 난다니까. 아이언사이드는 툴툴거리며 웃었다. 그녀는 비웃음과, 어쩌면 동경을 담은 미소로 기사를 바라보았다.
“맹목적인 바보들. 광신도보다 나은 점이라곤 선악의 구분이 그나마 합리적이라는 점뿐이지. 뭐, 우리 주군께선 그런 바보들을 좋아하시니. 나도 그럴 수밖에.”
따라와, 제국의 비밀을 보여 주지. 아이언사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턱짓하고는 골목길 사이 어두운 협로로 들어섰다.
* * *
공기가 끈적하게 달라붙는 악취 흐르는 지하수로를 통과해 아마도, 이 도시의 중심부로 향하는 굽은 길목들을 거닐며 아이언사이드가 조용히 말했다.
“파악된 바로는 총 다섯 개의 도시가 이런 꼴이 되었지.”
그녀는 칼날에 엉겨 붙은 핏물을 털어내며 걸었다. 진창 아래에선 반쯤 썩어 문드러진 시체들이 간헐적으로 튀어나와 덤벼들었다. 그들은 산발적인 교전을 이어가며 걷고 있었다.
“지금 확인된 지역은 총 다섯. 제국의 중추 무역항과 무역로에 얽혀 있는 다섯 개의 거점 도시가 이런 꼴이지. 얼마나 더 많은 도시들이 이런 상태일지는 모르겠지만, 주군의 판단으로는 적어도 열 개 이상의 도시가 물밑에서 타락하고 있다.”
“네 주군은 황제인가?”
“하, 설마.”
아이언사이드는 픽 웃었다.
“그분께서는 황위 계승도 포기하신 분이야. 그런 자리를 노리실 리가 없지.”
“왜 이단심문을 신청하지 않았지?”
“한두 개의 도시는 그렇게 처리할 수도 있겠지.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낼 수도 있고. 하지만 머리를 잘라낼 수가 없어. 이단조사가 집행되면 이 일을 사주한 배후는 그 도시를 포기할 거다.”
그리고, 버림받은 도시는 광신도들에게 불타겠지. 그 안에 살아가던,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들도 함께. 아이언사이드는 음울한 눈으로 아벨을 바라보았다.
“이단심문청은 절대적인 선인들이 아니야. 아무런 조건과 손해 없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보도가 아니다. 오히려 반드시 피를 삼키는, 오직 피와 살점으로 수명을 이어가는 마검이지. 이 도시의 낮을, 그리고 대로를 봐. 병든 딸에게 먹일 사과를 사러 나온 아낙. 노모를 수발하기 위해 짐꾼 일을 하는 청년. 그런 사람들이 가득해. 자, 누가 타락했지? 누가 악인이고, 누가 선인이지? 그걸 어떻게 구분하고, 어느 누가 감히 단죄할 수 있단 말이냐?”
“이단심문청의 수사들은 어쨌건, 보상을 바라지 않고 목숨을 던져 악마와 그 추종자들을 처리할 텐데.”
“하, 당연히 그러겠지. 광신도들의 사고관을 이해하려 들지 마. 놈들의 보상이 저 천상 위에서 누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뜻은, 달리 말해서 이 지상의 일을 처리하는 것에 일말, 일 푼의 감정도 소모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이단 조사가 집행된 도시는 필연적으로 희생자를 낳는다. 헤테티카들은 단 한 점의 의혹으로도 수십 수백의 희생자를 만들어 내는 것에 어떤 거리낌도 없는 이들이니까.
그 과정에서 악을 소탕할 수 있다면, 피해는 부차적인 요인일 뿐이다.
썩은 욕창을 들어내기 위해 맨살의 살점을 발라내야 한다면, 그들은 거리낌 없이 수술 가위를 집어 들 것이다.
그런 일이 중추 무역 도시, 유동 인구와 거주민들이 지극히 밀집된 도시에서 일어난다면……. 페이른의 ‘메를린포트 워커 사태’ 정도는 농담거리로 치부될 사건이 벌어질 것이다.
수많은 이들이 장대에 걸리고, 그중 절대 다수는 무고하겠지. 도시의 행정은 마비되고, 선인들의 피와 눈물이 강을 이을 것이다. 그 위에, 핏물 젖은 정의의 깃발이 나부끼겠지. 불타오르는 도시를 배경으로…….
설령 선제후가, 그리고 고위 귀족들이 타락했다 하더라도 이단 조사를 섣불리 신청할 수는 없다. 아이언사이드의 입장에서 이단 조사와 교회의 권력은 최후의, 그리고 차악의 수단에 불과하다. 최선이 어렵다면 적어도 차선책을 강구해야 할 입장이었다.
“어쨌건, 주군께선 가장 먼저 밝혀진 다섯 개의 도시를 동시에 조사하고 계시지. 다른 도시들은 권력으로 압박이 가능한 수준의 귀족들이지만. 여기 라 메르티옹은 선제후령이야. 섣불리 건드리기 어려워.”
“그래서 우리를 불렀다는 것인가?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가?”
“명분.”
-콰직!
수로 아래에서 다시금 시체 한 구가 떠올랐다. 아이언사이드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입을 벌리며 달려드는 시체의 목을 쳤다. 걸쭉하게 썩은 피가 칼날 위에 번졌다.
“부패한 제국의 참상을 보여줄 명분. 세속 왕국의 정세에 만신전 교회가 권한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일종의 증명.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자정 작용에 대한 의지와 행보도. 데인 왕국의 군사 지원도.”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만신전 교회는 지난 수백 년간 세속 왕국들의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고, 우리 왕국이 제국의 자정 작용을 도와서, 제국이 얻는 이득은 대체 뭐지?”
“데인의 국교는 샤일드, 제국 또한 샤일드를 믿지. 샤일드의 대성당이 제국 수도에 위치하고 있고, 제국 기사단은 샤일드 신전 기사단의 성격을 띠고 있어. 종교와 정치의 분립? 정말 그게 엄정한 기준에서 가능하다고 보나? 이번 사태를 종교의 권위에 기대어 해결하게 된다면 제국의 정세에서 향후 교회의 영향력을 완전히 거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아이언사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수로의 문고리를 쥐었다. 녹순 문고리를 가볍게 잡아당기며, 그녀는 나직하게 말했다.
“신은 저 천상에 머물러 있으면 그걸로 족해. 앞으로도 영원히, 그저 우상으로. 종교는 기호 품목이 되어야지, 결코 종교가 삶의 필수 품목이 되어선 안 된다. 사람의 신념은 신의 의지가 아니라, 개인의 의사에 따라 구축되어야 해. 절대자의 의사가 개인의 도덕률에 개입하는 것은 반드시, 비극을 부르는 법.”
문이 열렸다.
그들의 앞에는 시체가 있었다. 아까부터 진득하게 풍기던 비릿한 혈향이 이제 와선 손에 잡힐 듯한 밀도로 불어닥쳤다.
지하 수로로 이어지는 길은, 이 도시 고위 귀족들이 시체를 유기하는 배수구로 쓰이고 있었다. 아직 빨아낼 고혈이 남은 시체들은 갈고리에 걸린 채 진열되어 있었다.
“우윽……!”
프레이야는 눈물을 글썽이며 코를 막았다. 봄과 꽃, 그리고 생명의 여신에게 지독한 시취와 혈향, 그로부터 불어오는 죽음의 냄새는 참을 수 없이 역겹게 느껴졌다.
그러나 아벨, 기사, 그리고 아이언사이드는 담담하게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들 모두가 이런 모습엔 익숙한 이들이었다.
“인간의 악은 인간의 손으로 단죄되어야 한다. 그게 우리 주군의 뜻이며, 앞서 우리의 뜻이다. 우리는 아이언사이드. 무쇠는 신뢰와 승리의 상징이며, 우리는 가장 깊은 곳에서 제련된 강철이니. 이 일에 대해 너희 왕국의 왕에게 고해라.”
“너희가 얻는 것이 뭐지? 우리가 이 도시를 정화한다고 하면, 이 도시의 지배권은 당연히 우리 왕국에 돌아갈 것이다. 그럼 너희는 선제후령을 포기하는 대가로 무엇을 얻게 되지?”
“징치, 정의, 명분, 체면, 그리고…… 권력.”
데인 왕국이 공개적으로 선제후를 규탄하고, 전쟁을 시작한다면 반드시 황제는 그 일에 개입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황제의 주력은 서부 원정군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그 뒤로 나설 이들은 다른 선제후들의 군단일 터.
선제후는 이득 없는 전쟁에 병력과 자본을 투사하지 않는다. 데인 왕국의 명분이 확실하다면 더욱이 섣불리 공격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페널티를 감수하고 기꺼이 황제의 손을 들어주는 선제후가 있다면…….
“예상치 못한 변수는 피아 식별을 더 수월하게 해주지.”
데인 왕국의 개입으로 데인은 대륙 중앙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교역로를 확보한다.
황자는 황제의 입김이 닿는 선제후들을 선별하고, 이들을 한곳에 몰아넣을 수 있다.
에르브는 시간을 벌 수 있다. 황제의 지원을 받는 선제후들이 공국령에 개입할 시간을.
그리고 제국은. 타락의 징치가 세속 왕국의 손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교회의 권한을 축소시킬 수 있다.
모든 이들이 각자의 이득을 꾀할 수 있는 작전이다.
“작전명, 들불. 너희 원탁 기사 나으리께서 준비하신 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