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 황제의 눈 (3)
과거, 50년 전쟁의 주역. 서부 전선에 속했던 거의 모든 영지에 ‘에르브 공작’의 미담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반절 정도는 의도된 것이었다. 영웅을 만들기 위한 밑작업의 일환으로.
그러나 나머지 반절 정도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페르난데스는 리뷔에로 향하는 개선 행렬에 아낙들이 꽃가루를 흩뿌리는 것을 맞으며 웃었다.
-굳이 뒷공작을 할 이유가 없긴 했군.
‘그러게. 제국 사정이 생각보다 심각했었나.’
제국의 다른 지방과는 달리 서부 리뷔에 인근엔 몰락 이외의 미래가 없었다. 전쟁 사업으로 활성화되었던, 그리고 5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경제 체제가 고착되었던 이 땅은. 일종의 폐광촌과 다를 바 없었다.
더 이상 광석을 채굴할 수 없는 폐광 앞의 마을들처럼 한때의 찬란했던 순간을 잊지 못하는 노인과, 굶주린 아이들만 가득했던 땅이다.
그러나 다시 성장 동력이 생겨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뭄 속의 단비처럼 강렬하게.
서부 원정은 예상보다 빠른 시일 안에 끝났으나, 그 기간 동안 서부 전역으로 흘러 나간 국부는 적지 않았고, 또한 그들에겐 새로운 ‘아이콘’이 생겼다.
-카르벨리에! 카르벨리에! 카르벨리에!
개선식 행렬을 감싼 시민들이 일제히 공작의 성을 연호했다. 공작은 흐뭇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걸었다. 그의 모든 가신들은 더없이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당당히 걷고 있었다.
페르난데스는 시선을 돌렸다. 행렬의 중앙, 황제의 귀족들이 위치한 곳으로.
그때 그를 바라보던 베르나르와 눈이 마주쳤다.
“!!!”
베르나르는 창백하게 질리며 급히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했다. 페르난데스는 그 모습을 보며 픽 웃었다.
-쯧, 기사단장이란 놈이 심약하기는.
‘어허. 심약한 것이 아니라, 심약하게 만든 거야.’
* * *
이바리스 시의 패배를 생각할 때 승전 연회를 벌이는 것은 퍽 우스운 일이지만, 연회는 화려하기 이를 데 없었다.
명목상은 수인 호족 내부의 반군 진압을 성공했다는 것. 그리고 리뷔에로부터 이바리스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영토를 확보했다는 것에 대한 연회였다. 이바리스의 패전은 패전이 아닌, 미담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그 실체는. 화려한 연회의 진의는 ‘홍보’였다. 카르벨리에 공왕의 권위를 과시하고 군대와 백성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홍보.
“페르닌 경. 공왕 전하께서 찾으시네.”
페르난데스가 수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일 때에, 보르아가 다가와 속삭였다. 시종이 아닌 기사를, 그것도 자신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기사대장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라.
페르난데스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빙긋 웃었다. 그는 보르아를 따라 일어섰다.
공작이 그의 존재를 인지했다는 의미였다.
* * *
외부에서 화려하게 열린 연회와는 달리, 공작의 응접실에는 검박하기 짝이 없는 식사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최소한의 시종이 최소한의, 하급 병사들의 끼니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의 묽은 고기 스프와 퍽퍽한 빵 따위를 차려 놓고 있었다. 페르난데스는 자신의 앞에 접시를 놓고는 재빨리 사라지는 시종을 바라보았다.
시중 드는 시종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 자리는 오직 공작과 그뿐이었다.
평민이나 먹을 법한 질박한, 어쩌면 초라한 식사에 초대받은 것이다.
“왜 그러나, 페르닌 경. 음식이 입에 맞지 않나?”
공작은 마른 빵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는 직접 물병을 들어 물을 따라냈다. 페르난데스는 당장 창 아래로 보이는 연회장을 힐끔 바라보고는 말했다.
“독대를 요청한 줄은 몰랐소.”
“나는 머저리가 아닐세.”
공작은 빵을 내려놓고는 목을 축였다. 그는 손을 털고는 페르난데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느 누구도 직접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경을 대하는 수인들의 태도가 사뭇 기이했지. 단순히 존경받는 대족장의 애첩이나, 영향력 높은 수인족 귀족을 대하는 자세가 아니었어.”
“내가 수인들에게 한 일이 많기는 하지.”
“그 일 중에, 수인들을 암중에서 지배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나?”
페르난데스는 그 말을 들으며 픽 웃었다. 그 또한 빵을 내려놓고 말했다.
“하트테이커 대족장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수인족 전체의 존경과 존중을 받는 영웅이오. 그녀의 명령이면 불 속에라도 뛰어들 전사들이 저 황야엔 가득하지.”
“나 또한 그렇다네.”
에르브가 자신의 권위를 자랑하기 위해 그런 말을 꺼낸 것은 아니었다. 그는 거의 무표정에 가까울 정도로 담담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되어 있더군. 내 입으로 말하기엔 적이 민망하지만, 나는 본디 내 가신들에게 존경받는 공작이 아니었네. 전투가 시작되고, 전쟁이 이어지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언제부턴가 내 가신들은 내게 존중이 아닌 존경을 보이고 있고, 나에 대한 소문이 도를 지나치게 미화되어 있더군.”
“귀공의 업적이 드높은 덕 아니겠소.”
“아니지. 아니야.”
에르브는 물잔을 옆으로 밀며 천천히 깍지를 끼었다.
“대족장이 내게 연수를 제안한 이후부터? 아니. 정확히는, 자네가 처음 이 응접실에서 내 가신에게 무력을 행사한 직후부터였지. 내 권위에 도전하던 가신들은 모두 리뷔에를 떠났어. 마치 솎아 내지듯이.”
“놈이 대족장을 모욕했기 때문이오.”
“그리고 자네는 내 딸을 구했지. 타락한 흑마법사의 기습에서 말일세.”
“그건 이단심문관의 업적이었다고 내 말했을 텐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머저리가 아닐세.”
그의 말에 페르난데스는 혀를 찼다.
어디까지 눈치를 챈 거지? 에르브 공작은 여전히 우묵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족장이 그대에게 보이는 눈빛은…… 애정과, 존경이었네. 단순히 연인 간의 존중을 넘어선 어떤 존경심이 느껴지더군. 위정자는 결코 그런 눈을 할 수 없네. 남들의 머리 위에 선 순간, 자신의 위에 선 존재를 인정하기 쉽지 않거든.”
“…….”
“그녀 또한 경의 작품이었나? 하트테이커 대족장의 소문을 이리저리 수집해 보았지. 노예에 불과하던 한 수인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잊혀진 신의 조각을 찾아내어 계시를 받고, 마침내 대족장의 자리까지 올라서는 장구한 서사시를 들을 수 있었다네.”
에르브는 여전히 차분했다. 그는 대족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종류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반군’과 ‘외부의 강대한 적수’를 성공적으로 진압하며 마침내 ‘영웅’이 되는 이야기를.
각 대명사에 들어갈 집단만 바꾼다면 이건 자신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든 계략, 모든 전술엔 특정한 리듬이 있다. 같은 사람이 짜낸 전술에는 어느 정도 동일한 ‘색’이 입혀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50년 전쟁의 총사령관으로서, 태어난 순간부터 살아온 기간 전체를 전쟁에 종군한 한 사람의 기사로서. 그의 감각은 남다른 것이었다.
“같은 사람의 각본이다. 그런 느낌이 들더군.”
“언제부터 확신했소?”
“라비라타가 내게 호의를 베풀 때부터. 그 망자는 내게 ‘누군가와 이미 협약된 것’이라는 애매한 말을 하더군. 난 처음 그것이 황제의 술수였나, 하고 생각했네. 그러나 그럴 리가 없더군. 황제가 자신의 출혈을 감수하며 내게 미담을 건넬 리가 없지.”
에르브는 깍지를 풀고는 잔을 쥐었다. 그의 손이 작게 떨리고 있었다.
“수인들은 후열에 물러나 있었지. 피해를 입은 것은 나와, 제국군이 전부였고. 대부분의 피해는 제국군에 있었네. 그렇다면 대족장의 짓이었을까? 아니면…… 수인족의 대영웅을 만들어낸 ‘누군가’가 나 또한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인가.”
그건 끔찍할 정도로 공포스러운 가정이었다. 자신의 의사와는 별개로, 그는 어느새 자신을 모욕한 귀족들까지 구원하고 전혀 연고조차 없는 망령 군주조차 인정한 불세출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그것이 어떤 누군가가 짜 놓은 판도였다면.
“어째서 나였나.”
대체 그런 자가 내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나보다 유력한 선제후는 적지 않고, 수인들과 굳이 접점을 만들자면 나보다 수월한 이들 또한 적지 않네. 어째서 나였나?”
“오해하고 있군.”
페르난데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대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었소. 공작.”
“……그렇다면?”
“그대의 딸. 르네 필리파 드 카르벨리에.”
“……!”
에르브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는 잠시 당황하고 있다가…… 이윽고 분노에 찬 눈으로 페르난데스를 노려보았다. 그의 손등에 힘줄이 돋아 꿈틀거렸다.
“누구도 내 딸을 건드릴 수는 없네!”
“카르벨리에 영애는 황제가 되어야 하오.”
“뭐……?”
“무너진 제국을 다시 하나로 일으켜 세우고, 향후 천 년을 더 지속할 수 있는 강대한 국가로 재건할 영웅이 되어야 하오. 이 시대의 진정한 이름이. 그리고, 세습 황제의 정당한 선포가 되어야 하오.”
페르난데스는 충격에 휩싸인 공작을 향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토양이 필요하지. 지금 이 나라의 정국은 너무나 안정적이었으니까. 안정적으로 부패하고 있었으니. 그녀에겐 세력이 필요했고, 동기가 필요했으며, 또한 업적이 필요한 법.”
“…….”
“타락한 황실을 배격한다. 분열된 선제후들을 통합한다. 고통에 찬 백성들을 수습한다. 이 정도의 업적이면 뭐, 나쁘지는 않지만 가히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지. 여기서 화룡점정이 필요하다면 한 수가 더해져야 하오.”
침묵이 흘렀다.
에르브 공작은 눈앞의 사내에게 천천히 압도되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 필멸자가 준신의 격을 갖춰 가는 존재에게 느끼는 본능적인 존재감 탓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아니다. 저 사내가 했을, 그리고 하려는 업적과 행동들에서.
인간의 가장 강렬한 감정은 미지에 대한 공포심이었고, 에르브 공작에게 페르난데스는, 지금껏 만나 본 적 없는 미지의 존재 그 자체였다.
미증유의 위협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재지변과 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할 생각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 모든 정보에 대해 한 치도 알 수 없는.
“그게 무엇인가…….”
“존경받는 위인이자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
“……하.”
그런 존재가 사형을 선고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영웅이 완성되겠지. 에르브 공작. 당신이 대답을 원한다면 기꺼이 해 드리겠소. 그대의 수명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소. 그대는 위대한 영웅의 탄생을 위한 모태가 되어야 하오.”
“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짐짓 겁을 먹기엔 그의 관록이 이미 적지 않았다. 그러니, 이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체념 이후에 다가오는 의문. 그뿐이다.
“황제는 죽어야 하고, 제국의 부패한 조직들은 절개되어야 하지. 모든 것은…… 그래. 이렇게 말하면 적이 우스운 일이지만. 대의를 위한다고 여기시오.”
“하……. 하하하.”
에르브도, 페르난데스도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누구도 그 말을 진심이라 여기지 않았다. 실패하는 순간 목숨을, 그리고 지금껏 헌신했던 모든 것들을 잃어버릴 것이 분명한 도박수를.
다만, 대의를 위해 행했다고 여기기엔 이 두 사람은 너무나 노회해 있었다. 그러나 무슨 상관이랴. 흉중의 암계가 무엇이든, 서로는 서로를 이용하기로 합의한 것과 다름없었다.
속내를 터놓는 것만이 두 사내를 친우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끈끈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필요성이다.
위정자에게 있어서 필요성이란 진심보다 끈적한 법이므로.
“그럼 지금의 판도를 기획한 자의 눈으로 바라보게. 오늘 아침, 내가 영지에 돌아오고 난 뒤에 갓 들어온 신선한 정보가 있네.”
뷜랑 공작이 수도를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는 정보. 개선 행렬의 번잡함을 뚫고 들어온 이 충격적인 정보가 있었다. 선제후가 직접 황실의 권위에 대항해 군대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뷜랑 공작은 폭급한 사내지만, 멍청이는 아니지. 지금의 황제가 그간의 실책으로 제아무리 권위를 잃었다 한들, 그에게 직접 창부리를 돌리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일세.”
친황파 계열 선제후들은 행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또는 명분상의 이유로 황제를 지지해야만 했다. 지난 제위 기간 동안 황제에게 받은 수많은 이권, 황제에게 잡혀 있는 수많은 약점들 때문에라도.
“내전이 촉발될 것일세. 그대가 기대한 대로. 하지만 대답해 보게. 리뷔에는 다른 선제후의 병력과 직접 대거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병력을 온존하고 있지 않네. 앞으로 다가올 난세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 되겠나.”
“황제의 권위를 인정하고, 수도를 지키기 위해 진군하시오.”
“뭐라고?”
“공식적으로 뷜랑 공작을 규탄하고, 황제의 편에 서란 뜻이오.”
페르난데스는 이에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대외적으로 황제는 리뷔에의 요청에 따라 군사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니. 이에 대한 보답은 곧 에르브 공작의 평판과 위신에 직결된다.
둘째. 수도의 군사력이 전멸했다는 의미가 고스란히 황제의 무력을 증명하지 않는다. 친황파 선제후들이 남아 있는 이상, 뷜랑 공작은 반드시 역풍을 맞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리뷔에 공왕의 의중을 숨길 수 있소.”
다른 이들이라면 모르되. 선제후 정도의 인물이라면 황제가 리뷔에를 삼키기 위해 수작을 부렸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 또한, 리뷔에 공작이 황제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터.
그 와중에, 리뷔에가 황실을 지지한다면…….
“다른 이들이 뭐라 생각하겠소?”
누군가는 리뷔에 공작이 황실의 권위에 경도되어 무릎을 꿇었다고 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리뷔에 공작의 음흉한 흉중을 의심할 것이며.
어떤 이는 황제에게 리뷔에 공작이 모종의 이윤을 얻었다고 생각할 것이고.
“적어도 황제는 혼란에 휩싸이겠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병력만을 잃어버렸는데, 그대가 황실의 권위를 위해 출병한다면.”
모든 이들이 리뷔에 공작의 진의를 추측할 것이다. 단순히 친황파와 반황파로 나뉘어 일어날 내전이 난상으로 번져 간다.
제국이 둘로 나뉘는 것이 아니오, 각 선제후들이 다른 선제후들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순간. 친황파와 반황파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다만 대귀족과 대귀족의 분쟁으로 전락하는 순간.
전선은 다만 하나가 아니오, 온 제국이 서로를 의심하고 서로를 견제하는 난세를 향해 구르기 시작한다.
인간의 가장 강렬한 감정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다.
* * *
연회가 끝난 직후, 뷜랑 공작의 진군 소식이 리뷔에 영지에 퍼졌다.
그리고 공작은 그 소식을 들은 이후 곧장 황실 수호와 평화의 유지를 명분으로 대립군을 조직했다.
당연히, 그 소문은 모든 선제후의 귀에 들어간다. 피아를 가리지 않고, 황제를 포함한 제국의 대귀족들이 떠올린 생각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놈들이 대체 왜?’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트레뮐레 백작가의 한 사내는. 그 소식을 들으며 웃었다.
“시작되었군.”
가장 교묘한 정략은, 물밑에서 이미 결과가 완성되어 있는 법이다.
제국의 2황자 로베르 베니티에 드 라 트레뮐레는 진군하는 귀르의 병력을 내려 보며 생각했다.
난세가 시작되었다.
뷜랑 공작의 병력이 제국의 심장부를 향해 진군. 그 수가 물경 만오천에 이르는 대군이었고.
리뷔에의 카르벨리에. 그에 맞서 오천여 명의 병력을 직접 이끌고 전쟁을 선포.
그리고 북부의 귀르. 트레뮐레 백작가가 자랑하는 대선단이 항구를 떠나기 시작했다.
동부 권역의 선제후령들을 향해서.
황제를 적대했던 이가 황제를 수호하고, 황제의 아들이 친황파 선제후령을 공격하는 난상.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인지 알 수 없는, 격동하는 시대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