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 흑마법사의 이단심문법-245화 (246/388)

245. 황제의 눈 (4)

베이타서스 교회의 심장부, ‘아델로치니’. 보통의 경우 ‘베이타서스 교황청’이라 불리는 이 대성당은 소도시 규모의 건축물이다.

매일 교황청의 문을 두드리는 수행자와 순례자들. 배움을 위해 찾는 수도승들.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기사들과 성당 내에 사제들을 위해 일하는 시종들을 포함해. 아델로치니는 그들의 생활 기반 시설이 모두 갖추어진 거대한 교회였다.

베이타서스. 선신 만신전의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이자, 만신전의 봉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대신격 중 하나. 본디 신의 격은 그 신성이 쌓아 올린 세월과 물질 세계 신도들의 신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베이타서스 교회의 ‘본청’이 가지는 규모는 결코 과도하다 말할 수 없다. 깊은 해자와 드높은 성벽. 티끌 하나 없이 반짝이는 창칼과 갑주의 기사들이 지키는 강대한 성벽은, 그 자체로도 교회의 권위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성채의 가장 깊고 가장 드높은 회랑을, 베오른은 아무 말 없이 걷고 있었다.

* * *

베오른은 한쪽 눈을 곧게 뜬 채로 당당히 걷고 있었다.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강건한 육체는 여전히 전성기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단출한 수도복으로도 그의 체구를 가릴 수는 없었다.

정갈한 걸음걸이, 날카로운 눈매로 그는 회랑을 거닐며 생각했다. 이 얼마나 부유한 성이란 말인가.

수도사들에게 검소함이란 미덕이 아닌 의무였다. 적어도 베오른과, 그의 수도원은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사치와 부유함은 반드시 부패를 불러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뎅. 뎅. 뎅.

맑은 종소리가 이따금씩 창 밖에서 들려왔다. 합창을 연습하는 성가대의 노랫소리. 부드럽게 지저귀는 비둘기 소리, 사박거리는 수도사들의 발걸음과 낮게 읊조리는 기도 소리들이 차분하게 섞인 백색 소음이 회랑을 채색하고 있었다.

모두가 속세와 단절된 것처럼 정갈하다. 세속의 티끌 따위에는 더럽혀진 적 없다는 듯 고결하다. 베오른이 느낀 감상은 슬픔이었다.

세속의 찌든 때를 오롯이 받아들이고, 기꺼이 수도복 자락을 진창에 더럽히며 나아갔던 늙은 수도사의 서러움이었다.

“성하. 성 바르톨로메오 수도원장이 입청을 청하옵니다.”

그의 발이 거대한 문 앞에서 멈췄다. 성경의 구절을 화려하게 음각한 판화가 새겨진 나무 문이었다. 문 앞의 종사가 문 너머로 낮게 말하자, 방 안에서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들라 하십니다.”

문이 열리고, 베오른은 그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등 뒤에서 조용히 문이 닫혔다.

때때로, 정갈함은 청빈하지 않다. 깨끗하고 단조로움 속에서도 부유함이 드러날 때가 있는 법이다. 교황의 처소 또한 그런 모습이었다.

결코 화려하지 않다. 결코 과도하지 않다. 그러나 결코, 검박하지 않다. 베오른은 새하얀 수도복을 입은 채로 책을 읽는 노인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교황청은, 체질적으로 그와 상극인 곳이었다.

“성 바르톨로메오 수도원의 베오른이 교황 성하를 뵈옵니다.”

“먼 길 고생 많았네. 수도원장. 그간의 여정에 별고는 없었는가?”

“교황 성하께서 근심해주신 까닭에 여정 내내 무탈했습니다.”

“노구가 한 일이 무엇이 있었겠나. 앉게. 다과를 들겠나?”

교황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에게 찻잔을 건넸다. 베오른은 창밖, 교황청의 전경이 내려 보이는 커다란 통창의 곁에 앉았다.

“그래. 무슨 일로 이 먼 길을 건너오셨는가?”

“성하. 최근 제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도저히 서면으로 보고드릴 수 없어 감히 하명을 청하고자 왔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었나?”

교황은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40여 년. 베오른이 베이타서스 교회에 투신한 이후 헤레티카로서 보내온 기나긴 시절 동안, 교황은 언제나 저런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교황은 종신직이다. 콘클라베에 의해 선출된 교황의 권위는 선종에 이를 때까지 보장받는다. 그리고 지금의 교황. 바울 4세는 불멸자다. 베이타서스에게 직접 축복받은, 만신전이 봉문하기 전까지 그의 지상 대리인이었던 사내다.

그러므로, 지금의 교황은 앞으로도 영원히 그 치세를 이어갈 것이다. 만신전이 봉문한 이 시대에, 베오른은 현인신을 마주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성하. 제국의 전역에서 흡혈귀의 존재가 인지되고 있습니다.”

“비단 제국뿐만이 아니지. 세계 각지에 흔히 있는 괴수가 아니던가.”

“일반적인 트롤이나 오우거 따위의 괴수들과 흡혈귀를 동일 선상에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비록 악마의 피조물은 아니되, 흡혈귀는 명백히 문명 사회를 좀먹는 질병 중 하나입니다.”

흡혈귀 사냥은 베이타서스의 권리에서 벗어난다. 베이타서스가 인정한 ‘정화’ 대상은 악마, 이단, 마녀뿐이었으며, 그들의 적대는 오로지 악마와 악마의 피조물, 그리고 악마의 하수인들에 한정된다.

그러므로 흡혈귀를 사냥하기 위해 세속 왕국의 정세에 개입하는 것은 공의회 선상에서 일어나는 내정간섭이자, 만신전 교회의 ‘불가침 협정’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리고?”

“……또한. 제국 황제의 명백한 이단 징후가 포착되었습니다. 성하. 최근 리뷔에 지방으로 임무를 배정받았던 헤레티카 수사 한 사람이 소천했습니다.”

“만신전이여 가호하소서.”

“예, 형제는 분명 전당의 품에서 비로소 생전에 누리지 못한 안온과 화평을 이뤘을 겁니다. 그러나 세속의 사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 형제가 추적하던 이단은 조사 결과 황제의 수하였거나, 적어도 제국 황실과 밀접한 연결 고리가 있던 자였습니다.”

그러니, 황실에 대한 이단 조사를 윤허해 달라. 베오른은 그렇게 말을 맺으며 교황을 바라보았다. 교황은 여전히 뜻 모를 미소를 짓고만 있었다.

본디 이단 조사는 보고보다 조치가 우선되는 사항이다. 의심이 되는 정황이 포착된다면 반드시 조사를 진행하고, 그 이후에 보고서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상은 황제다. 대륙 동부 문명 사회의 전반을 지배하는 존재다. 황실을 건드린다는 것은, 다만 종교적 문제로 국한될 사건이 아니다.

반드시 정치적, 그리고 외교적 파장이 동반되는 사안이다. 그러므로 베오른은 이에 대해 교황의 의사를 먼저 물어야 했다.

“이 노구 또한 그 보고서를 직접 받아 읽어 보았네. 수도원장. 그 지역에 앞서 파견되었던 형제님이 누구인지 잊었나?”

“……2급 심문관 페르난데스입니다.”

“그래. 우리의 성자 형제님이지.”

교황은 찻잔을 내려놓고 잠시 시선을 돌렸다. 테이블 위엔 교황이 방금까지 읽고 있던 책들이 놓여 있었다. 책에는 표지가 없었다. 그건 곧 비밀 인가가 필요한 등급의 서류라는 뜻이었다.

“이 노구는 오랜 세월을 살았네. 주께서 허락하신 수명이니, 온전히 주께 봉헌하는 삶을 살았지. 그 과정에서 참 많은 것들을 읽고, 보았네. 정결한 것, 타락한 것.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주의 의지를 설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며 배우고 살아왔다네.”

교황은 베오른에게 서류철을 건넸다. 베오른은 서류를 받아 들고는, 감히 펼쳐 보지 못했다. 교황의 인가가 없이 읽을 수 있는 종류의 서류가 아닐 수도 있었다.

“몇몇 서적들은 연달아 읽은 적도 있지. 그리고 개중에 아주 적은, 몇몇 서적들은 읽을 때마다 이 노구에게 새로운 감명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었네. 이를테면 주의 말씀과 가르침을 담은 성경처럼.”

교황이 손짓을 했다. 펼쳐 보라는 뜻이었다. 베오른은 조심스럽게 보고서의 첫 장을 넘겼다. 그리고 그 아래엔 익숙한 필치의 글귀가 보였다.

“최근 그런 서적들이 늘어 아주 기껍더군.”

“페르난데스 형제의 보고서군요.”

“그래. 우리의 성자 형제가 첫 번째 임무에 투입된 이후부터 가장 최근 작전에 대한 보고서까지 엮어 놓은 책이지. 그 서적은 교회 비밀 인가 중 가장 높은 등급의 문헌으로 분류된다네.”

당연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악마의 존재가 기술된 것만으로도 해당 문헌은 교회 비밀 문건으로 취급된다.

더군다나 페르난데스의 보고서라면 세속 왕가의 치부와 비의를 담고 있을뿐더러, 교회가 직접 왕국의 정세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는 문헌들이었으며, 또한…….

“지금 이 시대를 무어라 부르면 좋겠는가?”

“……예?”

“시대를 구분하는 조건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수도원장. 몇몇 굵직한 사건들. 예컨대 만신전의 봉문. 또는 50년 전쟁의 발발. 그리고, 성자의 출현.”

페르난데스의 보고서가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대악마의 존재와, 그런 존재들의 죽음.”

세속에 퍼진 민간 신앙에서 ‘대악마’라는 단어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만신전 교회나 이단 종파들 사이에서만 도는 일종의 개념이었다. 신의 격에 비견되는 강대한 다섯 악마들의 이야기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그 어떤 누구도, 대악마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없었다. 죽음이라는 개념이 통용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 수가 없다.

그건 신을 죽이겠다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명제였다. 그리고 그것이 동일한 수준이라면, 대악마를 죽인 이는 역설적으로 신을 죽일 수 있는 이와 같다는 뜻을 함의한다.

교회의 입장에서 신은 영생불멸의 존재여야만 한다. 전지하고 전능해야만 했다. 그러므로 교회는 대악마의 존재를, 그를 넘어서 대악마의 ‘죽음’과 같은 사건을 숨겨야 했다.

지금의 시대. 몇몇 당사자들을 제외하면 베이타서스 교회 외부의 그 누구도 ‘대악마가 사살되었다.’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런 형제가 제국의 사건에 투입되었으니, 묵과하라는 뜻이신지요?”

“달갑지 않은 눈치로군?”

“예, 성하. 성 바르톨로메오 수도원은, 이단심문청은 사건의 경중과 대상의 직급에 상관없는 수평적 평등함으로 이단의 존재를 단죄합니다.”

“그 신의성실함은 모든 신도들의 모범일세.”

“성자 형제에게 성하께서 직접 하명하신 임무는 동부 왕국의 시야를 제국으로 향하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오나 성하. 성하께서 내리신 임무가 이단의 존재를 인지하고도 이를 무시하라는 성격의 것은 아닐 것임을 믿사옵니다.”

“아니, 그것이 맞네.”

“예?”

베오른은 떨리는 눈으로 교황을 바라보았다. 교황은 신앙 간증의 대상이 아니다. 교황의 권위는 오직 주의 이름 아래로 인정받으며, 교황의 신성함은 물질 세계의 현인신으로 취급받아 마땅하다.

교황의 막대한 권한 중에는 ‘수위권’과 ‘무류지권’이 있다. 수위권은 ‘모든 교회에 대한 보편적이고 완전하며 직접적인 권리를’.

그리고 무류지권은 ‘모든 신앙과 도덕에 대한 교리를 설파함에 어떤 오류도 없음을 보장하는 권리를.’

이는 인간에게 허용될 수 없는 강력한 권한이다. 어떤 인간의 언사가 온전히, 단 하나의 오류 없이 그 자체로 진리라 여겨져야 한다면. 그 말을 누군가가 한다면 베오른은 이단 심문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교황은 아니다. 교황의 말은 어떤 경우에도, 어떤 언사라도 진리로서 통용된다. 인간이 가질 수 없는 권한. 그러므로 현인신이다.

그러니. 베오른은 납득해야 했다. 교황은 베오른이 받은 충격을 불경이라 여기지 않고,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페르난데스 형제는 분명 제국의 타락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고. 작전 중에 황제의 타락을 직접 단죄하려 들지 않을 것이네. 이는 달리 말하자면, 노구가 명한 작전이 황제의 타락을 묵인하라는 의미라고도 비칠 수 있지.”

“……그것이 대체 어떻게 이단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까.”

그 화두는 베오른의 모든 것이었다. 베오른의 인생 전반을 건 모든 것. 그의 가치관에 정면으로 배격되는 모든 것들이었다.

“교회는 백척간두의 시간을 보내고 있네.”

교황은 베오른의 타오르는 듯한 눈에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내려보았다. 깨끗하고 정갈한 교황청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 보이는 이곳에서.

“세속의 권한은 나날이 높아지고, 교회의 권리는 날이 갈수록 노쇠하고 있지. 만신전이 봉문하고 주께서 우리에게 직접 성은을 내려주시지 않은 지 어언 삼십여 년이 흘렀네. 작금의 상황에서 지난 ‘성전 선포’가 만들어낸 파장은 만신전 교회 전역에 닿고 있네.”

그 말에 베오른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성전 선포를 요청한 것이 그였으므로. 제피스의 보고서를 읽은 즉시 그는 교황청에 성전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북부에서 시작된 악마 사건이 대악마의 소환을 불러 일으켰으며, 끝내 북부에 지옥 관문이 개방되었다는 정보는. 교차 검증할 시간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 ‘성전 선포’였다.

그러나 그 탓에 교회는 동부 왕국의 인망을 크게 상실했다.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건 베오른이 되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대를 탓하는 것이 아닐세. 결과를 이야기하는 걸세. 동부 왕국의 세속 왕가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만신전 교회를 의심하고 있으며, 여전히 이 노구에게 직접 문의를 계속하는 왕가들이 존재하지.”

“송구합니다.”

“어허. 그대를 탓하는 것이 아니래도.”

교황은 따듯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교회에 다른 대안이 없었음은 이해해 주길 바라네. 그리고 페르난데스 형제는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황제를 희생양으로 세워 교회의 부담을 전가하자.’라는 작전을 그 자리에서 입안했네. 어떻게 생각하나?”

“대단히 교묘합니다.”

“그리고 대단히 천재적이지.”

베오른은 일종의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성자라는 특수성을 제외하고 본다면, 페르난데스는 그의 직속 부하 중 한 사람이었다.

“그 형제의 나이가 아직 스물이 아닐세. 그리고 그 형제가 가진 정보는 고작해야 세르너드 남작령에서 보냈을 유년기와, 수도원에서 보낸 이 년 정도가 전부였지. 단적으로 말해서, 그 형제는 그가 얻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고, 그 나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행동을 하고 있었네.”

“그 뜻은…….”

“불세출의 천재가 있다고 치더라도. 주께서 이 타락한 배교의 시대를 구원하기 위한 한 자루의 검으로서 그 형제를 벼려 내셨다 한대도, 과하지.”

교황은 보고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첫 임무에서 악마를 죽이고. 그 악마에게 얻은 정보로 다른 사교도들을 유추하고. 그 사교도들을 격살하는 과정에서 페이른 왕가를 구원하고, 또한 그 직후에 동부 왕국 무역항 중 가장 빼어난 항구 도시를 엘프에게서 빼앗아 인간에게 선사했네.”

“…….”

“데인 왕국에선 고대 왕의 전설을 재현하고, 몰락한 왕가를 구원했으며. 대황야에선…… 허허. 대악마의 봉인을 풀고 그 안에서 그 존재를 직접 무너트렸지.”

보고서를 한 장씩 넘기며, 교황의 말이 이어졌다.

“북부에선 악마의 관문을 넘어가 직접 악마를 죽이고, 북부 만신전의 신들을 구원해 개중 한 존재를 대륙에 이끌어 왔다네. 여기까지 몇 년이 걸렸나? 단 한 사람이 이루어 낸 업적으로 보아도, 저 절반만 성공한다 한들 이미 한평생을 노력해 끝내 시성이 되어도 마땅한 업적일세.”

“이 년이었습니다.”

“그래. 고작 이 년이었지. 고작. 코흘리개가 처음 제 어미를 부를 수 있게 될 정도의 시간이네. 그 시간에 그 형제는 대악마 둘을 죽이고, 대륙의 정세와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지. 그 나이대에 이룰 수 없는 업적이라 하지 않겠네. ‘인간’이 할 수 있는 업적이 아닐세.”

“그 말씀은…….”

“개인의 천재성과 능력은 연령을 초월할 수 있지. 주께서 빚어낸 성자라면 능히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정보는 편향이 없는 것일세.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무어라 해석해야 좋겠나?”

보고서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교황이 선언했다.

“성자 형제는 예언자일세.”

“예언자…… 말씀이십니까?”

“미래의 사건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 뜻이 맞네. 페르난데스 형제는 예언자일 수밖에 없네. 그리고 예지 능력을 가진 존재가, 예지 능력을 이용해 정략을 수립할 수 있는 감각마저 지니고 있다면.”

그리고 그 존재가 ‘황제를 무너트리겠다.’라고 말했었다면. 반드시 그리되리라. 그것이 교황의 판단이었다.

“그러니. 베오른 형제. 아직 때가 아닐세.”

교회가 황실을 단죄할 때가 아니다. 그 ‘때’는 그들의 성자가 직접 알려 올 것이다. 그리고 그날에…….

비로소 정의가 바로 서리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