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 선악의 구분법 (6)
잿빛 하늘 아래로 부스러져 내리는 여명이 희미하게 비쳤다.
페르난데스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정면을 노려보았다.
시선이 느껴진다. 끈적하고, 살의가 넘치는.
나와라, 라는 둥의 말은 운치가 없다. 그는 단순히 감각이 뛰어난 검사가 아니다. 그는 한 학파의 종사이며 저들의 까마득한 선배나 다름없었다.
적어도 흑마법사와 악마술사, 이단들을 상대할 때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야 마땅한 법.
페르난데스는 칼을 빙글 돌려 납도하고는 여상하게 걸었다. 놈들의 살기가 흐르는 방향을 향해서. 이 순간을 즐기듯이.
있는 힘껏 기척을 숨긴 것인지, 또는 우르카시아를 섬기며 그런 종류의 힘을 받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페르난데스의 감각에도 명확히 잡히지 않을 정도로 은밀한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우르카시아의 병력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해충왕의 자식들. 그림자 아래의 버러지들. 지네나 바퀴, 또는 구더기처럼. 소리와 형체가 없이 어둑한 구석지에 몸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식충식물 같은 녀석들이다.
귀찮지만 위협적이진 않다. 몸을 숨긴다는 것은 오히려 드러내고 싸울 자신이 없다는 뜻과 같으니까.
페르난데스는 살기가 점점 더 짙어지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 움직였다.
* * *
“놈이 생텀 12번가에서 18번가로 이동합니다.”
“멍청한 녀석. 스스로 사지를 찾는구나.”
그림자 아래에서 한 사내가 킬킬거렸다. 그의 곁에서 먼발치로 페르난데스를 감시하던 사내 또한 고소를 참지 못하며 말했다.
“정말 용한 녀석이 아닙니까? 묫자리를 찾는 능력 말입니다.”
“주교, 그 늙은이가 저놈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약을 잘못 먹었나 광증이 도진 모양입니다. 기껏 해봐야 외부에 파발을 보내려는 수작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그렇겠지.”
만신의 거리에 직접 발을 들일 수는 없다.
교회당의 건물들은 주위 신앙을 모아 일정 이상의 신성을 띠고 있으며, 심지어 몇몇 교회들엔 성유물이 보존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지옥의 힘을 빌린 이상, 그런 존재들은 쉽사리 만신의 전당을 디딜 수 없다. 흡혈귀들 사이에서 데이 워커가 태양 아래에 거닐 수 있는 것처럼, 몇몇 뛰어난 이들이 아닌 바에야.
샤일드 교구는 지난 몇 주간 주일 미사를 행할 뿐, 그 외의 모든 출입을 극렬히 거부하며 사실상 봉문한 교회였다.
그런 교회를 감시하기 위해 고급 인력들을 배치할 이유가 없었던 탓에, 이 자리의 첩자들은 저급한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 자들이라 하더라도 그 본능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페르난데스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논리나 이성에 앞선 행동이었기에, 그들 자신조차도 인지하지 못한 채로.
평소라면 당장 납치해 ‘실험실’로 호송했을 것이나, 지금 그들은 그저 관망하고 있었다.
“놈이 베른 지구로 향하는데요?”
“……외지인인가?”
페르난데스의 이동 경로를 역산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사내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베른 지구는 역병이 창궐해 폐쇄된 구획이었다.
팔텐노이아에 단 일주일만이라도 거주했다면 결코 향하지 않을 곳이었다.
그리고 이 시기, 베른 지구 근방에선 부랑자와 행인들의 실종 사건이 빗발치고 있었다. 역병에 걸린 이들이 살기 위해 사람을 납치해 고아 먹는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러니 그런 구획으로 향한다는 것 자체가 외지인이라는 뜻이었으나…….
“저놈 저거 알고 가는 것 같은데요?”
페르난데스의 이동 경로가 너무나 직선적이다. 확실한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최단 경로로 걷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뭐지?”
“어떻게 할까요?”
“어쩌긴. 스스로 뒤지러 들어간다는데 일단 더 지켜봐야지.”
어차피 죽을 목숨, 정보를 캐기 전에 죽는 것은 예상외의 일이었지만……. 살인멸구한 이상 폐하께서도 별말씀을 하진 않으시겠지. 한창 분주하실 테니까.
사내는 비죽 웃었다.
* * *
-여기군.
페이자쉬가 조용히 말했다.
샤일드의 대주교가 말했던, 역병이 창궐했다는 지역이 이 근방에 있다.
예상대로 일반적인 역병이 아니었다. 지역의 경계를 넘는 순간부터 손에 잡힐 듯 농밀한 적의가 느껴졌다.
덥고 습한 공기가 휘몰아치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피부가 따끔거리고 눈이 매운 수준의 유독성 대기가 이 근방에 고여 있었다.
‘토굴이라 했지.’
주교는 어떤 토굴로 납치되었다가, 자신의 부하들이 모두 생체 실험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며 절망에 빠졌다고 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팔텐노이아 외부라면 특정할 수는 없더라도 어딘가에 그런 장소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황제가 외부인들의 시야에 노출될 수 있는 장소에 공방을 차렸다고 믿기도 어려울뿐더러, 하루 이상 거리를 넘어 주교를 납치해 갈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황제의 공방은 팔텐노이아 내부에 있다.
이건 당연한 추론이다.
그러나 토굴이나 동굴. 그런 것들은 적어도 이 제도 안에 존재할 수 없다.
이 도시는 천 년이 넘는 세월을 견뎠다.
모든 구획은 조밀하게 계획되어 건설되었고, 도시의 모든 지반은 단단한 벽돌이 깔려 있으며, 이 도시는 정확히 도시 크기의 광활한 상하수도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만일 지하 수로에서 일을 저질렀다면, 주교가 머저리가 아닌 이상 ‘토굴’ 따위로 묘사했을 리가 없다. 팔텐노이아의 지하 수로는 그 어떤 문명 도시보다 우월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으므로.
그러니 토굴이라 말한 이상 지하가 아니다. 그러나 도시 바깥도 아니다.
그렇다면…….
‘최근에 폐쇄된 구역의 지반을 강제로 깎아내고 은폐한 장소.’
인구밀도가 대단히 높고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 남들의 눈에 뜨이지 않을 위치에 비밀 거점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 한 가지 경우를 제외한다면.
-역병. 하. 좋은 핑계지.
‘아마 실제로 역병이 있긴 했겠지.’
디모니카의 신성이 외부의 자극을 저지하고 있을뿐더러, 보탄의 루네글리프가 만들어 낸 보호 주문이 엄중히 방호하고 있는 그에겐 아무런 영향도 없었지만, 이 정도의 독기라면 역병이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결코 이 구역을 찾아올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놓을 정도로 농밀한 독기가 어려 있다면, 이곳이야말로 도시에서 가장 은밀한 공간이나 다름없었다.
-절그럭.
진득한 독기가 깜빡이는 마력등 아래에서 희뿌연 안개처럼 퍼지고 있었다.
가뜩이나 어두운 팔텐노이아의 밤에, 낡은 마력등과 짙은 안개가 시야를 차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 골목 어귀에서 병장기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슬 갑옷 특유의 마찰음과 함께.
‘일반인은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다.’
그러니 저들은 일반인이 아니다. 페르난데스는 조용히 대검을 뽑아 올렸다.
이 지역을 밟은 순간부터 적들은 그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미 그에겐 꼬리가 달라붙어 있었다.
-절그럭, 절그럭.
점점 더 소리가 가까워진다. 안개 아래에서 희미한 윤곽이 비쳤다.
마력등 아래까지 다가온 이는, 제국 수도 경비병 특유의 갑주를 곱게 차려입은 병사였다.
“이곳은 통제 구역입니다. 무장을 해제하고 검문에 응하십시오.”
“이거 재밌군.”
“이곳은 통제 구역입니다. 무장을 해제하고 검문에 응하십시오.”
투구 아래로 드러난 턱이 밀랍처럼 파랗게 질려 있었다. 발음이 정확하고 움직임에 이상한 점이라곤 없었지만. 기도가 모두 뚫린 저런 간단한 보호 장비로 이 독기 아래에서 활보하는 이가 일반인일 리가 없었다.
“이곳은 통제 구역입니다. 무장을 해제하고 검문에 응하십시오.”:
-절그럭.
병사가 점점 늘어났다. 둘, 셋. 아니 당장 기척에 잡히는 이들만 해도 다섯이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검문에 응하라는 말과 달리, 병사들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칼을 뽑아 들었다.
갑옷은 깨끗했지만 병장기는 그렇지 않았다. 잔뜩 녹이 슬고, 부패한 핏물과 살점이 엉켜 있는 더러운 날이 드러났다.
-후우웅!
놈들이 거의 동시에 칼을 뻗어 왔다.
페르난데스는 칼날 범위 바깥으로 몸을 빼내며 허리를 숙였다. 칼날이 공중을 긁는 소리가 요란했다.
-스겅!
바닥을 박차고 몸을 반전시키며, 섬전처럼 대검을 휘둘러 쳤다. 검격이 너무나 예리했던 탓에 병사는 잠시 주춤거릴 뿐이었다. 곧, 가로로 비스듬히 검흔이 이어지며 핏물이 튀었다.
“이곳은 통제…….”
-철컥!
병사 하나가 그대로 허물어졌다. 그러나 멈춰 있을 시간이 없었다.
페르난데스는 등을 찍어 내리는 칼을 감지하고는 몸을 옆으로 틀며 대검을 크게 휘둘렀다.
대검 검술이란 본디 회전력에 근간을 둔다. 크게 반원을 그린 대검의 날에 녹슨 칼이 얽히며 바깥으로 튕겨 나가고, 그 틈을 뱀처럼 파고들어 목을 쳤다.
병사의 목이 허공을 빙글, 하고 돌 때쯤에 이미 페르난데스의 검은 다른 병사를 공격하고 있었다.
만일 누군가가 보았다면, 거의 완성에 가까운 기교라 할 만했다. 공격과 방어가 단 일격에 동시에 이루어지는, 완벽한 카운터였다.
병사 다섯이 쓰러지는 데에 칼이 고작 네 번 휘둘러진 것이 전부였다.
‘방어를 하지 않는군.’
-너무 많은 걸 바란 것 아니야?
‘아니.’
페르난데스는 칼날에 엉킨 핏물을 털었다.
비록 이성을 빼앗기고 꼭두각시로 부려졌다 한들, 산 자의 핏물 특유의 쇠 비린내가 났다.
‘흡혈귀가 물어서 만든 꼭두각시라면 구울이 되었겠지. 흡혈귀의 소행이 아니야.’
-뭐, 이런 조잡한 술수는 널리고 널렸어. 특정하기 어려워. 특히 우르카시아 계열 악마에게라면.
‘우리가 아는 놈일 것 같은데?’
-허.
페르난데스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쓰러진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시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핏물들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몸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적녹색 거품들이 핏물 안에서 터져 올랐다. 그 사이사이에서 독기가 스며 나왔다.
구더기처럼 움직인 핏물들이 시체 위로 치덕치덕 달라붙으며, 이윽고 뒤틀린 팔뚝이 다시 녹슨 칼을 잡았다.
“그르륵. 그럭. 크르흑.”
목이 반대쪽을 바라보고 있는 시체 한 구가 비척거리며 일어섰다. 꾸득, 꾸덕. 하며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연신 들렸다.
시체 다섯 구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건 더 이상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팔이 뒤집혀 있거나, 잘린 배 아래로 얼굴이 붙는 등. 일반인이었다면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질려 도주했을 법한 살덩어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페르난데스에겐 익숙한 모습이었다. 통일성 없는 이들의 기형적인 외형에서 어떤 종류의, 공통된 악의가 느껴졌다.
악의적인 조롱이.
-산 자의 냄새가 나겠군. 내게 코가 없어서 다행이야.
‘그것 참 부럽군. 그리고 이건 산 자의 냄새가 아니야.’
디모니카 특유의 청각이 놈들의 몸 안쪽에서부터 들려오는 둔탁한 심박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놈들의 몸에선 심장 박동과 혈액의 흐름이 똑똑히 들렸다.
이놈들은 살아 있다.
그 ‘살아 있다’는 기준점을 어디로 잡는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이 병사들의 유기체적 특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산 자의 냄새가 아니라, 죽지 못한 자의 냄새지.’
-파리 대공 느하리픽시…….
우르카시아의 오른팔. 대공급 악마이자 준신의 영역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강대한 존재.
그 특유의 잔악한 유열이 느껴지는 짓이었다.
전생 당시, 우르카시아의 선봉장이었던 느하리픽시는 자신이 공략한 요새의 포로들을 결코 죽이거나 잡아먹지 않았다.
놈은 자신의 포로를 숙주로 삼아 구더기를 키우고 악마를 배양하거나, 또는 산 채로 찢어내고, 영혼을 쑤셔 박아 다시 몸을 꿰매어 움직이게 시키곤 했다.
효율성 이전에, 그건 단지 유희에 불과했다. 놈은 살려 달라고 빌던 인간이 차라리 자신을 죽이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며 쾌락을 느끼는 괴물이었다.
그리고 어디까지 행해야 인간의 기능성이 정지되는가. 그런 분야에 대해 학구열이 대단했던 녀석이다. 그놈의 짓이라 한다면 아귀가 대충 들어맞는다.
[신이시여……. 결코 아니었다면 좋으련만. 그건…… 인간이었을 걸세.]
주교가 본 광경이 어떤 것이었을까. 쉽사리 상상할 수 있었고, 그랬기에 더욱 역겨웠다.
인간의 육체로 갖은 실험을 자행하는 것은…… 단순히 필요에 따라 동물 실험을 하는 마법사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직 악의로 이루어진 실험이다. 신경을 해부해 전시하고 하나씩 잘라 가며 사라지는 감각을 조율하는 등의, 그 과정 전반에서 실험체가 모든 것들을 인지하고도 미칠 수도 없도록 주술을 걸어 두는 짓거리는 놈이 벌일 가장 단순한 여흥에 불과하다.
그런 광경을 보았으니. 심지어는 자신의 부하들이 그렇게 당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주교의 광기는 오히려 동정받아 마땅했다.
페르난데스는 다가오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놈들의 탁한 눈에서 진물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눈물이라 여겼다.
저 꼴이 되고도 이성이 붙어 있을 병사들의 눈물이라고.
“만신전이여 가호하소서.”
대검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다. 그 자세 그대로, 잠시 눈을 감은 채로. 기도하듯이.
“이들에게도 안식이 있기를.”
-콰드드드득!
묵빛 대검에 마력등이 반사하며 검은 궤적을 그렸다.
마치 공간 자체를 갉아내는 듯한 강맹한 일격! 그 궤적 사이에 있던 육체는 살점 조각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가 되어 흩어지고—
-화르륵!
동시에 오른손이 수인을 짚는다. 살점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비산하던 모습 그대로 검은 불길에 휩싸여 사그라들었다.
잠시 불길이 그의 근처에 원처럼 퍼지고, 곧 가라앉으며 검은 재가 흩어졌다.
다시는 되살아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연소. 페르난데스는 머리 뒤에 검은 헤일로를 띄운 채로 칼날을 바닥에 박아 넣었다.
시선이, 적의가, 그리고 살의가 느껴진다.
안개 너머 저 깊은 골목 안쪽 어딘가에서부터. 그를 향해서.
“종교재판 사법권, 이단 즉결 처형권, 구마용 군이양지권, 교단성사 대리지권. 만신전이 보장하는 위 권한으로 이단 재판을 시행하겠다.”
수인에 얽혔던 마력 매듭이 흩어졌다. 검은 헤일로가 비산하듯 허물어져 내렸다. 바닥에 꽂힌 대검의 칼자루를 놓으며, 왼손이 다른 수인을 짚어 나갔다.
이번엔 헤일로가 아니다. 보탄의 루네글리프.
그의 등에 빼곡히 박힌 일흔 하고도 세 가지 문양의 글자들 일부가 불타며 떨어져 나갔다.
마법이란 신비를 다루는 학문이며, 신비는 더 오래된 역사에서 권위를 갖는다.
사다르켈리사가 악마가 되기도 이전, 천상 전쟁을 ‘예측’해야 했던 신화 시대. 그 시절 마법사들의 왕이라 불리던 신. 보탄의 주술은 그 존재 자체로도 강력한 보호이자, 강대한 구마 주술의 특성을 띤다.
그 한 수, 날개와 형틀의 문양을 그리는 루네글리프가 불타오르며 그의 왼팔 어귀에 어렸다.
뵐딩 외른. 피의 독수리. 복수와 징치의 의미를 갖는 룬 문자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현대 물질 문명에 맞춰 설명하자면 ‘단두대’.
“피고에겐 항변의 기회가 없으니, 기도하라.”
사형을 집행한다. 페르난데스는 그렇게 속삭이고는 칼을 뽑아 올렸다. 그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 안개 너머를 향해 똑바로 걸어 들어갔다.
그림자 아래에서 찢어지는 듯한 웃음이 환청처럼 들려왔다.
물론, 평범한 일이다.
제 26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