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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흑마법사의 이단심문법-281화 (282/388)

281. 매가 날다 (2)

로베르 베나티에 드 트레뮐레. 제국 귀족의 평가가 갈리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동시대에 그처럼 극명한 평가를 받는 인물도 따로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를 패륜아라 말한다. 황제의 타락은 교회에 의해 공인된 사실이었으나, 사실을 사실 그대로 믿는 이들은 적어도 귀족 중엔 없었다. 따라서 로베르의 행동은 권력을 탐해 아비를 죽인 패륜아의 것과 다르지 않다.

그의 누이인 에버리즈가 멀쩡히 살아 있는 이상, 계승권상 그가 트레뮐레 백작가를 승계받는 일은 없었어야 했다. 황제를 폐위시키려는 카르벨리에 공작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얻어낸 자리라는 것이 세간의 통념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평가. 난세의 간웅이라. 단순히 권력에 취해 벌인 일이라 보기엔 너무 복잡하고 거대한 음모였다는 평가다. 한동안 그와 르네 필리파가 함께 움직였던 것을 지적하여, 귀족들은 그가 르네의 참모였다고 평한다.

그러나 귀족 사회의 평가들과는 달리, 로베르를 바라보는 귀르 시민들의 평가는 찬양 일색이었다. 이와 같이—

“와아아아!!”

그가 타고 있는 마차가 시장 거리를 지나자, 마차 밖으로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환호성이 귀청을 때릴 듯 울려 퍼지고 있었다.

꽃비가 쏟아지고, 시민들이 괴성을 내질렀다.

당연한 일이다. 로베르는 턱을 고인 채 두꺼운 커튼 너머의 소란을 듣고 있었다.

“인기가 많군. 트레뮐레 백작.”

“하하, 인기라……. 많을 수밖에. 본디 민중이란 배 불려 주는 군주를 사랑하지 않던가.”

귀르의 상황은 리뷔에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귀르는 무역항이며, 대부분의 제국 무역항이 타격을 받은 이 시점에서 제국 최고의 무역항으로 급부상한 항구였다.

당연한 일이다. 제국의 다른 항구들을 타격한 것이 그 본인이었으므로.

적어도 해상 무역로에 있어서, 귀르의 부귀는 다른 항구도시들의 빈곤을 짓밟아 올라선 결과였다.

“장 알브레. 그대도 잘 보아 두게나. 가장 위대한 귀족은 백성의 고혈을 빨아 살을 찌우는 모기들이 아니라, 백성들의 사랑을 식사로 성장하는 자라네.”

우쭐하는 기색 하나 없이, 로베르는 오히려 차갑게 말했다. 그의 눈엔 어떤 자긍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여상하게, 마치 사실 그대로를 읊는 듯 말을 이어 나갔다.

“가장 귀중한 사치품이자, 목숨을 담보하는 보험이 저들이지.”

“아주 인본주의적인 귀족이 납셨군. 로베르 베나티에.”

“인본……? 하하. 장 알브레. 우리는 귀족이고, 정치가들이라네. 인본이라…… 그런 건 우리에게 필요하지도, 충분하지도 않아.”

로베르는 돌연 커튼을 밀어 열었다. 그의 얼굴이 새파란 창 너머로 비치자, 시민들의 환성이 치솟았다. 로베르는 창을 내리고는 손을 뻗어 힘껏 흔들었다.

한참 시민들을 격려한 로베르가 다시 창을 닫고 커튼을 친 이후에 싸늘하게 말했다.

“정치인을 사랑하는 것과 가족, 친지를 사랑하는 것은 무게가 다르네. 정치는 실리 이전에 이념일세. 저들은 이념을 위해서라면 설령 가족이라 할지라도 칼끝을 돌리게 되겠지. 그게 나의 보험일세.”

커튼이 내려진 마차는 짙은 그림자 아래에 잠겨 있었다. 그 사이로 로베르의 새파란 눈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내가 군기를 들어 군사들을 모으고자 한다면, 저들은 목숨을 걸고 따를 걸세. 내가 어떤 이를 대적으로 간주하고 교수대에 목을 건다면, 저들은 그자에게 토마토를 던지며 분개할 걸세. 무릇 가장 위대한 정치인들이란 언제나 사랑받는 정치인들이었다네. 귀족의 권위는 칼이 아니라, 신망에서 비롯되는 법이지.”

“……내게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가?”

“자네 부친이 그러지 못했으니까.”

로베르의 말에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사내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잠시 눈을 내리깔고는 부들거리며 떨다가, 고개를 들어 로베르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시선 교환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로베르의 싸늘한 눈빛에, 사내는 곧 다시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두렵다. 저 사내가 두렵다. 그뿐이었다.

“내가……. 내가 무슨 말을 하길 바라나? 자네는 이렇게 성공했고, 나는 부친의 악행으로 영지를 잃어 쫓겨난 몰락 귀족일 뿐일세.”

“하지만 그럼에도 자네는 선제후일세.”

“선제후……?”

사내. 장 알브레는 고개를 퍼뜩 쳐들고는 외쳤다. 공포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독기를 품고 있었다.

“영지도, 백성도 없는 내가 무슨 선제후란 말인가! 나를…… 나를 능멸하려는 건가? 나를 모욕하고자 하는 건가? 내가 어찌…… 어찌 ‘제후’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선제후의 권리는 이양되지 않네. 라 메르티옹 공작 장 알브레 드 바레스. 자네의 혈통만이 그 유일한 증표지.”

선제후의 권리는 이양되지 않는다. 그건 제국 귀족법이 만들어진 경위를 볼 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어떤 가문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긴 역사 속에서 흥망을 반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제후의 권한이 다른 가문으로 이양되어서야 제국의 틀이 유지될 수 없다.

각 선제후들이 가진 권역을 생각할 때. 한 선제후의 몰락은 제국 전역의 국력 약화로 이어진다. 또한, 초대 선제후 의회는 자신의 권한이 훗날 다른 귀족들에게 강탈당하는 것을 견제해야 했다.

황제의 면류관은 계승되지 않지만, 선제후의 인장은 반드시 하나의 가문에 계승된다.

뷜랑의 세포르 공작가가 완전히 몰락한 이후에도, 대황야의 수인들이 공작가를 멸문시키지 않고 괴뢰 정부를 세운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므로. 지금 비록 라 메르티옹이 동부 왕국 연합에 의해 점거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바레스 공작가는 선제후였다. 그가 암살되지 않는 이상.

“자네도 그걸 알고 있으니 내게 의탁한 것이 아닌가?”

“…….”

장 알브레의 고개가 푹 떨어졌다. 외유 중에 가문이 멸문당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곧장 자신의 오랜 친우인 로베르를 찾았다. 암살 위협 탓이었다.

선제후의 혈통이 완전히 끊어진다면, 그 가문의 권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제국 역사상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므로 긴 법적 공방이 이어지겠지만. 가장 높은 확률은 해당 영지를 지배하고 있는 실권자에게 가는 것이었다.

동부 왕국 연합의 비센테 왕. 그가 라 메르티옹을 점거한 이후에 한 행동을 보자면 사태가 보다 명백해진다. 실제로, 로베르가 직접 다루는 아이언사이드들의 조력이 없었다면 그는 결코 암살자들의 손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비센테……. 그 빌어먹을 촌놈이……. 나를…….”

“그래. 하지만 어찌 외국의 왕을 탓한단 말인가? 선친께서 했던 폭정을 먼저 탓해야지.”

“자네가 내게 어떻게……!”

“어허. 만일 자네 선친께서, 저 카르벨리에 공작처럼 가신과 백성들의 지지를 충분히 받고 있었다면. 어찌 비센테와 같은 타국의 군주가 제국의 영지를 실효 지배 할 수 있었단 말인가?”

만일 바레스 공작가의 권위가 충분했다면 결과는 전혀 달랐을 것이다. 동부 왕국 연합은 구조상 장기전을 선택할 수 없다. 각 사령부가 전혀 다른 왕국의 이권에 얽혀 있는 탓이다.

그런 와중에, 만일 바레스 공작가의 적자인 장 알브레가 충분한 권위를 바탕으로 가신을 규합해 항전을 시작했다면? 라 메르티옹이 제국의 품으로 돌아오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카르벨리에 공작이 리뷔에에 갖는 명성과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이는 황제에 의해 에르브가 암살된 직후에도 그의 가신들이 경동 하나 없이 르네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에서 증명된다.

만일 그의 권위가 충분하지 않았더라면 당장 반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에르브를 죽인 황제에 대한 반란이었거나, 또는 권력 공백지가 된 리뷔에를 지배하려는 휘하 가신들의 반란이었거나.

무엇이 되었더라도 그런 상황에서라면 르네의 권위는 철저하게 짓밟혔을 것이다. 그녀가 권위를 잡고 카르벨리에 공작으로 인정받은 이유는 바로 선친의 덕망 덕이었다고 보아도 좋았다.

‘물론 그뿐만은 아니었지만…….’

로베르는 그 이면의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언터처블]의 존재 탓이다. 황제를 암살하고 황궁을 파괴하고, 단 오백여 명으로 선제후의 군단을 몰살시킨 강자의 존재. 그의 존재감이 귀족들을 통솔하고 있었다고 보아도 좋았다.

그러나 그 사실을 하나하나 떠벌릴 필요는 없었다. 그는 장 알브레를 바라보았다. 저 일견 유약해 보이는 청년은 충격과 비참함 속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로베르는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보게, 친구. 자네가 날 아직 친구라 생각한다면. 목숨의 부지만을 논하기 위해 날 찾은 것이었다면 지금 말하게. 나는 지금 자네에게 자네의 권리를 돌려주기 위해 영지로 돌아온 것이니까.”

“……어떻게? 이미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라 메르티옹은 이미 데인 왕가의 직할령이 된 지 오래일세!”

“너무 늦었다? 하하! 라 메르티옹이 제국령이었던 세월이 지난 천 년이고, 데인의 비센테 왕이 그 도시를 차지한 것이 고작 세 달일세. 늦고 빠르고를 언급하기엔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

물론 장 알브레의 말이 옳았다. 폭정과 학살, 납치와 흡혈을 일삼던 바레스 공작을 물리치고, 피폐해진 백성들을 구원하겠다 천명하여 군세를 이끌고 와 아낌없이 물자를 퍼붓고 있는 비센테 왕의 권위는 지금 백성들 사이에서 더할 나위 없이 드높았다.

그러나 그가 제국인이 될 수 있나? 아니다. 제국인은 기본적으로 자존심이 강한 족속들이다. 문명 사회 최고의 강대국이라는 자존심이. 로베르는 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국의 백성들을 외국 압제자의 손에서 구원하리라. 이것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명분이라네.”

“……병력은? 귀르의 병력은 모두 해군이 아닌가! 그 카르벨리에 공작이라면 또 모르되. 하지만 카르벨리에 공작의 병력은 지금 수도 밖을 나서지도 않으니…… 나를 도와줄 것 같지 않군…….”

“그들이 제국의 유일한 병력인가? 제국의 군단은 이십만이 넘어가네. 선제후는 여덟이고. 라 메르티옹의 부속 도시들에서만 징병을 시작해도 이만 명가량의 병력은 손쉽게 징집되겠군.”

“귀르가 그토록 부유한 도시였던가? 아니. 귀르의 부가 제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타 영지에 출자할 수 있는 재화가 그토록 차고 넘치나?”

“그게 나의 돈일 필요가 있나?”

로베르는 천천히 다리를 꼬며 말했다.

“내 말하지 않았나. 선제후가 어디 우리뿐이냐고. 제후들의 지갑이 풍족할 텐데, 귀르의 재화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그들의 금고를 어떻게 열게 만들겠다는 말인가?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라 메르티옹은 그럼 향후 수백 년은 부채 속에 살아야 할걸세.”

“제국이 위험하다는데 설마 대금업이라도 하겠는가.”

“……자네 머릿속에 꽃밭이라도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제후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군자금을 대어 줄 것이라고?”

“당연하지. 오, 도착했나 보군.”

-덜컹!

마차가 정지하고 커튼 쳐진 문 밖에선 한창 소란스러운 기척이 가득했다. 로베르는 느긋하게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다가,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각하! 도착했습니다!”

“자, 같이 내리게나.”

-끼이익.

벨벳 안감이 부드럽게 발려 있는 문을 천천히 열자, 새파란 바다가 눈부시게 빛났다. 귀르 항구 특유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부두가 나타났다.

그러나 부두를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부두의 모든 곳, 모든 항만에는 거대한 함선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내린 마차를 중심으로 새하얀 정복 입은 사내들이 일제히 시립해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귀르의 궁중백. 로베르 베나티에 드 트레뮐레 각하께 경례!”

“귀르의 영광!”

“영원할지라!”

장 알브레가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자, 로베르가 그의 어깨를 탁탁 두드리며 웃었다.

“내 별명을 잊었나?”

사략 백작. 패륜아를 이은 또 다른 모욕 중 하나였다. 사략 함선들을 이끌어 제국의 항구도시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던 사내.

“……선제후들을 겁박하겠다……? 전시였다면 모르되 카르벨리에 공작이 대권을 잡은 지금은 그게 쉽지 않을 텐데. 그 전이야 친황제파를 공격하겠다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지금 그렇게 행동했다가는.”

“선제후들의 육상 병력이 귀르를 초토화시키겠지. 나도 알고 있네.”

“그럼 대체 어떻게……?”

“나는 다른 항구들을 지원할 걸세. 상행을 보장하고 해로의 안전을 수호할 걸세. 선제후들의 금고를 최대한 채워 주어야지.”

“이해가…… 이해가 되지 않네.”

그 말에 로베르는 시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굶주린 자는 도적이 되지만, 단 한 조각의 귀리빵이라도 얻어먹은 자는 도구가 되네. 배를 채울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니까. 한 번, 한 번. 그렇게 자비를 구걸하는 것에 익숙해진 자는 결코 대들지 못하지. 정치는 칼로 하는 것이 아닐세. 장 알브레. 선제후가 된다면 반드시 명심하게.”

정치는 도구를 이용하는 방법론에 가깝다. 이 도구를 사용해 다른 사물들을 부수는 방법론. 기아를 깨달은 항구도시들은 갑작스레 도래한 도움의 손길을 쳐내거나,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릴 생각을 할 수 없다.

함부로 접시를 뒤집어 자신에게 떨어질지도 모르는 빵을 바닥에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이란 늘 그래 왔으니. 작은 이득. 아주 작은 호의로도 손쉽게 손을 뒤집는다. 자신에게 뻗은 손을 ‘사랑’한다.

그리고 정치인은 백성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다.

“라 메르티옹은 다시 바레스 공작가의 영지가 될 걸세. 이에 대해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뿐이지. 선제후 의회 전까지…….”

“카르벨리에 공작가를 지지해라?”

“아니. 적대하게.”

“……뭐?”

“그리고 세력을 이루게. 부서진 항구의 주인들은 대부분 친황제 계파의 귀족들이었네. 선제후고, 휘하 가신 귀족들이고 할 것 없이. 당연히 카르벨리에 공작에게 앙심을 품고 있겠지. 그들을 규합하게. 황제가 죽은 이 순간. 과연 남은, 진정한 친황제파 귀족들이 얼마나 있는지. 그 명단은 어떻게 되는지. 그것들을 내게 보고하게나.”

정치는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론이다. 로베르는 자신의 새로운 도구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선제후 의회가 시작될 때, 카르벨리에 공작을 지지하게.”

“그 명단에 있는 귀족들은……?”

“그들이 의회 날까지 멀쩡히 살아 있을 수 있다면 뭐…… 만장일치는 어렵겠지.”

만장일치는 어렵다. 그건 다시 말해 과반 득표는 당연히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이었다. 장 알브레는 문득 소름이 끼쳐 팔뚝을 쓰다듬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미 르네 필리파는 황제로 내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나?”

“어떤 사내가 압도적인 승리를 원하더군.”

“……어떤 사내?”

“그런 사내가 있네. 곧 이 도시에 찾아올…… 그때 자네에게도 소개해 줄 수 있겠군.”

정치가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론이라면, 그 사내에게는 정치 또한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하다. 언터처블. 전투, 전략, 심계, 모략, 암투와 정쟁. 그 모든 방면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승리하는 것에 통달한 자.

예측할 수 없기에 두려운 사내. 제국 첩보 기관의 수장이자 궁중백으로서, 로베르가 진정코 두려워 마지않는 단 한 사람을 떠올리며.

페르난데스 세르너드. 그 청년의 파발이 도착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날. 그 청년이 귀르의 관문을 넘어 시내에 들어섰다는 정보가 그에게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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