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 흑마법사의 이단심문법-282화 (283/388)

282. 매가 날다 (3)

이제는 ‘페르난데스 일행’이라 부를 수 있는 면면이었다. 키르하스와 아벨, 그리고 프레이야가 마차에 타 있고, 페르난데스는 마부석에 앉아 조용히 사색에 잠겨 있는 이 모습은.

오르키스와의 대담 이후 페르난데스가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져만 갔다. 키르하스의 농담, 프레이야의 투덜거림, 그리고 아벨의 부드러운 격려에도 불구하고 페르난데스의 상태는 날이 지날수록 더 심각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들의 생각과 달리 그는 좌절하거나 근심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조용히 사고 실험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것도 불가능해. 알잖나. [굽은 창]이 어떻게 아레스를 점령한다는 거야. 그 가정부터 잘못된 것 같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해. 전생에 별 볼 일 없던 집단들이라 해서 지금도 그러리란 법이 없다.’

-그렇게 따지면 당장 어디 지방 구석에 틀어박힌 소규모 집회들까지 모조리 가정해야 해. 그럴 수도 없거니와 의미도 없다.

이미 미래는 전생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전생의 정보를 통해 미래의 사건을 독점하는 행동은 이제 와 무의미하기까지 했다.

데인, 인퍼머르, 페이른, 50년 전쟁, 제국과 술탄국, 북부…… 심지어는 네크로폴리스에 이르기까지. 이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그 괴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가겠지.

전생의 지식을 기반으로 전략을 잡는 것이 불가능해진 이 순간, 그는 오르키스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하고 있었다.

전생에 없던 집단. 그러나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집단. 전생에 없었던 사건들과 그로 인한 파장.

어디일까. 어떤 곳에서부터 시작될 것인가. 그의 머릿속에 거대한 대륙 전도가 그려졌다. 그 위로 검은 깃발들이 하나씩하나씩 꽂혀 간다. 이른바 ‘안전지대’라 명명한 표식이다.

확실히 정화된 지역. 전생에 존재하던 방파들을 완전히 뿌리 뽑은 지역. 이렇게만 두고 본다면 대륙 동부는 거의 진공 상태나 다름없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이 있지.’

세계의 멸망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단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 배후엔 대악마가 있다는 것.’

해충왕 우르카시아. 일곱 왕관의 예카세트. 진홍대공 타이반. 남은 대악마는 고작 셋이다. 신과 악마들, 그리고 각 종족의 영웅들이 격돌했던 저 천년 전쟁 동안에도 줄어들지 않았던 저들의 견고한 권좌에 흠결이 생긴 것이다.

과연 대악마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초조함? 분노?

‘즐거움.’

-그렇겠지.

대악마란 족속들은 오만하게도, 저들 자신의 실패나 몰락 따위는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저들 모두가 이미 천년 전쟁 당시 각자의 차원에 유폐된 상태에 처해 있었음에도.

저들의 사고는 매우 단순하다. 반 이상 관념적 존재가 된 탓일까. 그들의 사고는 고등하지 않다. 누군가는 필멸자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관조를 하는 광기의 존재들이라고는 하지만, 페르난데스가 보기엔 치기 어린 풋내기들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는 없다.

저들은 즐거울 것이다. 무미건조하고 단순한, 종말로 향하는 이 지루한 길목에 발생한 변수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볼 것이다. 또는, 먼 훗날 물질 세계의 패권을 두고 다퉈야 할 경쟁자들이 스스로 몰락하는 꼴을 우습게 바라보겠지.

대악마 하나가 무너질 때마다 놈들의 광기 어린 폭소가 저 무저갱 아래에서 울려 퍼질 것이다. 점점 더 크고, 점점 더 강렬하게. 대악마들로서는 퍽 달가운 일이다. 어차피 승리는 그들의 것이라 자신하고 있을 테니까.

웃어라. 웃어 두어라. 폐부를 찢어낼 정도로 즐겁게 웃어라. 그게 너의 유언이 되리라. 페르난데스는 마부석에 늘어진 그림자를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모든 그림자 속에서 악마가 미소 짓는 시대라. 너희들의 권좌가 언제까지 그토록 견고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

* * *

항구에 도착한 순간부터 키르하스는 마차 지붕 위에 뛰어올라 방방 뛰었다. 황야 출신답게도, 그녀는 탁 트인 공간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

“바다다!!”

“바다가 보이나?”

“……바다 냄새는 나요!”

당연히 시골 항만도 아닌, 제국 최대 규모의 항구 도시라 한다면 도시 관문에서부터 벌써 바다가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러나 항구도시 특유의 정취가 그녀를 즐겁게 하는 것 같았다.

귀르는 더없이 부유한 항구였다. 적어도 페르난데스가 기억하는 것보다 배는 발전한 도시였다. 전 세계의 물류가 쌓인다고 표현해야 좋을 만큼, 거리에선 지역과 연고에 상관없는 다양한 상품들을 볼 수 있었다.

키르지트의 향료와 비단, 그리고 그보다 먼 서쪽 어딘가에 있다는 이국의 과실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모직과 조각, 침을 튀기며 서로에게 성을 내는, 각기 피부색 다른 상인들까지.

키르하스가 그 순간, 지붕 위에서 머리만 빼꼼 내밀며 소리쳤다.

“은공! 꼭 그때 같지 않나요?”

“그때?”

“엘프 왕에게 초대받아 갔던 그때요!”

“인퍼머르 말이구나. 그래. 비슷하긴 하군.”

페르난데스가 보기에 귀르와 인퍼머르를 비교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 귀르에 대한 실례였다. 인퍼머르가 비록 동북부 해상 삼각 무역항 중 하나라 하더라도, 귀르의 위상에 비견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키르하스 입장에서 항구는 대개 비슷해 보이는 모양이었고, 특히 바다 냄새와 처음 보는 외국의 특산물들이 그녀를 크게 자극하고 있었다.

“시장!”

“……뭐 필요한 것이라도 있느냐?”

“닭꼬치! 그때 그거요!”

인퍼머르에 도착한 첫날 밤, 그들은 시장 골목을 돌아다니며 사교도를 수색한 적이 있었다. 반쯤 위장할 요량으로, 그리고 나머지 반쯤은 키르하스를 달래 줄 요량으로 시장에서 닭꼬치를 사 먹였던 적이 있었다.

혹시 배가 고픈 걸까? 그러나 키르하스의 얼굴엔 허기가 진 기색이 없었다. 그보다는 차라리 어떤 감상에 젖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페르난데스는 한참 그녀를 바라보다가—

‘키르하스의 얼굴은 너무 많이 알려져 있는데……. 여긴 아이언사이드 안뜰이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은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다녀오거라, 키르하스.”

“그게 무슨 소리세요. 은공?”

“뭐?”

“당연히 같이 가야지요! 이번엔 제 차례예요!!”

자신의 차례라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마치 공공재를 다루는 듯한 언사였다. 키르하스는 장난스럽게 외치며 다시 마차 지붕 위로 사라졌다. 그녀는 곧장 도시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괜찮은 맛집, 먹어 보고 싶은 과일,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광장 따위가 보였다.

* * *

“누군가 보고 있다.”

“누군지도 알고 있소.”

아벨의 조용한 속삭임에, 페르난데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각국 첩보 기관 사이에서 [언터처블]이라는 이름까지 얻은 이 시점, 더군다나 고작 반년 전에는 모든 첩보 기관들이 그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동부 왕국을 들쑤시기까지 했으니까.

물론 다른 조직들을 고려할 필요 따윈 없었다. 이곳은 귀르이며, 이곳의 지배자는 트레뮐레 궁중백이다. 로베르의 그 편집증적인 자기 관리를 생각한다면, 이 도시에 다른 국가의 첩자들이 입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과하긴 하군.”

“쫓아내길 바라느냐?”

“그럼 다음엔 저 두 배가 붙을 거요. 내버려 두는 것이 좋겠소.”

페르난데스는 여관 시종에게 따듯한 차와 요깃거리를 주문하며 말했다. 아벨과 달리 그는 목소리를 죽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여관 시종이 순간 움찔 떨고는, 애써 담담하게 주문을 접수하고 떠나는 것을 힐끗 바라보았다.

아주 짧은 표정 변화였지만, 날아오는 석궁 볼트를 눈으로 좇으며 낚아챌 수 있는 디모니카에게는 의미 없는 수준의 변장이었다. 그는 떠나는 여관 시종을 잠시 바라보다가 홀의 바텐더, 그리고 드문드문 있는 여행객들을 훑었다.

‘이럴 거면 그냥 초대를 하는 편이 낫지 않나.’

-놈은 귀족이니까.

‘하하. 귀족이라기보다 상인의 것에 가까운 처세인데.’

페르난데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차를 마셨다. 적어도 이 여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아이언사이드이거나, 그들이 심어 둔 밀정들이었다.

로베르가 그의 존재를 확실히 알고 있음에도 직접 접촉해 오지 않는 것은, 귀족 특유의 자긍심이거나 상인의 거래 감각에 가까웠다. 급한 자가 먼저 우물을 파는 법이다. 이건 제국 귀족 사회의 오래된 관습법으로 해석할 때, ‘먼저 우물을 파는 자는 불리한 자가 된다.’라는 뜻이었다.

페르난데스는 잠시 머리를 숙이고 탁상을 톡톡 두드렸다. 굳이 로베르와 주판 싸움을 할 필요는 없다. 손해득실을 따지기에 앞서 그들은 적어도 제국 정국 안에선 손을 잡은 우군이라 보아도 좋았다.

그러나 로베르가 지금 거래 감각으로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이유는……. 이해를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했다.

[당신이 나의 감시를 인지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손을 내밀 수는 없다. 당신이 무엇인가 바라는 것이 있어 나를 찾아왔듯이, 나도 바라는 것이 있다. 나는 일방적인 명령이 아닌, 거래를 원하고 있다.]

기실, 르네 필리파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로베르는 페르난데스의 말에 결코 거역할 수 없다. 어느 정도의 역치가 있기야 하겠으되 로베르가 생각할 가장 안정적인 정치적 입지는 황제의 최측근이자 아이언사이드의 수령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로베르는 지금 페르난데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그건 이런 종류의 일방적인 관계에서 쉽게 건네기 어려운 부류의 것일 터. 따라서 로베르의 지금 행동을 다소 단순화시키자면 이런 논조를 띤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대단히 귀족적이고, 또 대단히 상업적인 제스처였다. 제국 귀족 특유의, 아주 배배 꼬인 방식의 은유였다. 페르난데스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찾아가 드려야지.”

“어딜 말이냐? 지금 우릴 감시하는 자들에게?”

“대귀족이 먼저 고개를 숙였을 때, 이를 무시하면 뒤탈이 없을 수는 없소. 그리고 무슨 문제인지 궁금하기도 하군.”

귀르가 가진 막대한 부와 로베르 자신이 개인적으로 부릴 수 있는 첩보 조직의 능력, 그리고 귀르 항만을 ‘수호’하는 사략 함대의 무력을 생각할 때, 그가 페르난데스에게 개인적으로 부탁을 할 일이 많지는 않을 터.

페르난데스는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하고는 선뜻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르하스.”

“예, 은공!”

“많이 배고픈가?”

“아뇨!”

그렇게 말은 했지만, 키르하스의 꼬리가 바닥을 탁탁 두드리고 있었다. 일단 그녀는 적어도 대족장의 권위를 찾기 전에 꼬리 간수부터 생각해야 할 것이다. 페르난데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귀르에선 날생선의 속살을 그대로 썰어 먹는 것이 유행이라 하더군. 날것을 잘 먹나?”

“네! 은공!!”

-탁! 탁! 탁!

숫제 산책 나가자는 말을 들은 강아지 같은 반응이었다. 페르난데스는 활달하게 소리치는 키르하스의 얼굴에 픽 웃으며 그녀의 머리칼을 한 차례 헝클였다.

“올 때 과일을 진상해라!”

“과일?”

“여신에게 오는 신도가 빈손이어서는 매우 곤란하다! 여신은 처음 보는 과일이 먹고 싶다!”

프레이야는 그렇게 외치고는 곧장 여급이 내어 온 음식에 눈이 팔렸다. 신의 권능이 신도들의 세력에 좌우되는 터라, 그녀는 대륙 전역의 모든 식물들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다는 말 그대로. 그녀는 처음 보는 과일이나 꽃, 또는 먹거리에 정신이 팔리는 경향이 있었다. 페르난데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관 문을 나섰다.

* * *

“……그자들이 어디로 갔다고?”

“시장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각하.”

“시장……? 구경? 너희의 존재를 혹 몰라보았더냐?”

로베르는 페르난데스의 능력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았지만, 다소 떨떠름한 얼굴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제국 귀족들의 생리를 누구보다 또렷하게 파악하고 있을 그가, 이런 노골적인 제스처에 시장 구경을 시작했다고?

“그건 아닙니다. 심지어는 여급으로 위장한 조직원에게 직접 전한 말도 있다 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그럼 만나 드려야지.’라고 했다 합니다. 각하.”

“그런데 시장으로 향했다라? 누구를 동행했더냐?”

“대족장 하트테이커입니다.”

“하하…… 하하하!”

로베르는 탁상을 탁탁 두드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저 냉철한 귀족이 저토록 호탕하게 웃는 것을 처음 보았기에, 아이언사이드는 고개를 깊게 숙이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한창 웃음을 터트리던 로베르가 글썽거리는 눈을 닦으며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장 알브레에게 말을 건넸다.

“들었나? 대단하지 않나?”

“나는…… 나는 잘 모르겠네. 지금 무슨 소리가 오고 가는 건지…….”

“내가 그자에게 보낸 은유가 무엇인지는 알겠나?”

“……아니.”

“이제부터 배워 두게. 고위 귀족에게 감시를 붙이고, 그걸 일부러 들통나게 한다는 것은 둘 중 하나의 의미를 갖네. 당신을 대놓고 적대하겠다. 아니면 지금 바라는 것이 있으니 만나러 와 달라.”

“왜 그렇게 되나?”

로베르는 어리숙한 친구를 바라보며 혀를 짧게 차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비밀의 의미가 무엇이겠나? 같은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라는 은유일세. 이 세상에 감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던가? 그런 껄끄러운 것을 동맹에게 굳이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뜻일세.”

“그래서?”

“그런데 여긴 귀르가 아닌가.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란 뜻이네. 그런데도 굳이 그런 방식을 취한다? 그건 내 약점을 드러내 내 위치를 낮춘다는 의미일세. 그러니 간추려 말하자면 이렇게 해석하면 되네.”

당신의 권위를 존중하지만 직접 찾아와 주십시오.

“그런데 그자가 여급에게 ‘그럼 찾아가 드려야지.’라고 대답했다 하지 않았나?”

“그런데 갑자기 웬 시장을……?”

“하하. 저건 이런 뜻이라네.”

네 성의는 알겠지만 네가 나를 찾아와라.

“그런 오만한!”

“오만이라……? 제국 차기 황제의 심복이자, 극소수의 별동대로 선제후 하나를 완전히 무력화시켰고, 저 자신은 지금 가장 위세 높은 교회의 성자이며, 만신전 종교법상 교황 아래 가장 많은 권리를 가진 이단심문관인 존재라면 오만해도 좋지 않겠나?”

심지어 그런 존재가 각국 수장들과 끈끈한 커넥션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이.

“하지만 저렇듯 완곡하게 내 의사를 거절한다는 건. 반대로 이런 뜻을 가지고 있네.”

-나도 네게 부탁할 것이 있다.

“그러니 이건 일종의 합주곡이지. 서로 어떤 박자로 곡조를 뽑아야 할지 완벽히 알고 있는 두 가수가 부르는 듀엣일세. 이토록 세련된 정치적 언사를. 저렇게 과감한 판단으로 내릴 수 있는 존재라. 바레스 공작. 잘 배워 두게. 정치인이란 무릇 저렇게 행동해야 하는 것일세.”

“그래서 자네는 어떻게 하려는 건가?”

“초대를 받았으면 불리한 쪽에서 찾아가 드려야지.”

로베르는 싱긋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이언사이드는 그들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섰다. 내실의 문이 열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던 가신들이 그에게 깊은 공경을 드러내며 길을 비켜섰다.

“어디 자네 영지를 되찾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쉽지 않을 걸세.”

“그렇게 어렵지도 않을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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