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꼭두각시들의 전쟁 (12)
키르자트의 병력들은 순조롭게 집결했으며, 양 군영의 대치는 하루 거리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약 오만여 명의 기병대들. 어느 방향으로 도주하더라도 추적이 지극히 어려운 탓에, 방어자의 입장에서 한 요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은 옳은 판단이라 하기 힘들지만.
‘놈들은 결코 이 요새를 포기할 수 없다.’
백국마족의 유구한 역사상, 이 요새를 넘어 진출하는 데 성공한 족장 따윈 없었다. 마지막 침략 당시 라호트 요새는 말 그대로 수만 명의 부족민들을 갈아 마셨던 땅이다.
이 단단한 지반 아래엔 저들 조상의 시체로 지층이 쌓여 있을 수도 있다. 아마도 시체를 모두 소각한 이후 매장했을 테니까. 그러므로, 이를 이용해 놈들을 직접적으로 도발한 이상 놈들의 최우선 과제는 이 요새의 함락이 되었을 터였다.
페르난데스는 군영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군사 강국다운 대비였다. 병사들의 사기가 높고 병장기의 질이 뛰어나다. 단숨에 함락될 일도 없거니와, 감히 승기를 점쳐 볼 수도 있을 수준이었다.
“세르너드 경.”
그때, 그의 뒤에서 누군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페르난데스는 소매 속에 손을 숨기며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했다.
“제국에서 왔소?”
제국어였던 탓이다. 키르자트의 군영 깊숙한 곳, 특히 외부에 노출된 적 없는 술탄의 군영 인근에서 제국어가 들리는 것은 범상한 일이 아니었다.
“예, 트레뮐레 궁중백께서 경께 전하라 하셨습니다.”
페르난데스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깊은 후드를 눌러쓴 사내는, 적어도 보이는 텁석부리만 보고 따졌을 때 누가 보아도 키르자트인 같았다.
키르자트 일반 병사의 복식에 터번을 둘둘 둘러쓴 사내가 서신을 두고 고개를 숙였다.
“백작이 힘든 결단을 내리셨군.”
“예, 궁중백께서는 경께 제국을 도와 달라 요청하셨으나…… 세르너드 경, 저는…… 저희는 경께 다른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탁?”
-턱.
그 순간, 사내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바닥에 고개를 조아렸다. 엉겁결에 일어난 일이라, 페르난데스는 얼떨떨하게 굳어 있었다.
“제발, 궁중백 전하를 구해 주십시오.”
“아이언사이드의 충성심이 내 예상을 넘는군.”
“무례한 일이란 것은 알고 있습니다. 궁중백께서도 경의 작전에 차질을 빚지 않기를 원하셨으나, 지금 궁중백 전하의 목숨은 바람 앞 등불과 같습니다. 세르너드 경.”
페르난데스는 간절히 고개를 조아린 사내를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는 곧 사내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보는 눈이 많군. 몇 가지만 묻지. 황제 폐하의 의중을 먼저 알아야겠소.”
“폐하께오서는 선제후 소집령을 내리셨으며, 뷜랑과 리뷔에 인근의 모든 영지를 소개하셨습니다.”
“청야 전술이로군. 적절한 조치야. 하지만 시간이 부족할 텐데.”
“그 시간을 벌기 위해 궁중백 전하께서 목숨을 거셨습니다. 또한, 동부 왕국 연합에 지원을 요청하셨다고…….”
“어려운 일이지.”
페르난데스는 사내의 말을 끊어 내며 단언했다. 동부 왕국이 제국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라 메르티옹의 후퇴로 비센테 왕이 동부 왕국 연합 내에서 발언권을 크게 상실했소. 그리고 데인 왕가를 제외한다면 지금 동부 왕국들 중 제국에 우호적인 국가가 없지.”
“……그 말씀이 옳습니다.”
라 메르티옹. 제국에서 동부 왕국 연합으로 이어지는 비단길의 가장 융성한 무역 도시. 비센테 왕이 그 도시를 포기하고, 도시의 주권을 다시 바레스 공작가에 반환한 순간부터 데인 왕국은 왕국 연합에서 발언권을 잃었다.
동부 왕국들의 입장에서, 제국의 오랜 간섭과 그림자를 떨쳐내고 내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교두보를 포기한 셈이었으니까.
비센테 왕은 언제나 그랬듯이 ‘의로운’ 결정을 한 것이었으나, 정치의 필수 요소 중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권 없는 정의는.
동부 왕국은 제국을 돕지 않을 것이다. 제국이 멸망하거나, 큰 타격을 입어 분열한다면 그보다 그들에게 이로운 일이 없으니.
“어리석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제국이 무너진 이후 적들의 군세가 어디로 향할지 모두가 알 터인데……!”
“어리석다라? 내 이런 말을 하기엔 적이 민망하긴 하나, 동부 왕국의 위기에 제국이 선뜻 손을 내어준 적이 없지 않았소.”
“……세르너드 경.”
“오해하지 마시오. 나 또한 제국의 몰락을 원하는 것은 아니니.”
페르난데스는 고개를 젓고는 로베르의 서한을 보았다. 그답지 않게 휘갈겨 쓴 양피지에는, 이리저리 튄 잉크들이 어지럽게 묻어 있어 사태의 급박함을 설명하는 듯했다.
로베르는 지금 이 시대에. 적어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웅들을 제외한, 살아 있는 모든 영웅들 중에서도 한 손에 꼽을 만큼 귀중한 인재였다. 합리적이고, 대화가 통하며, 권력을 쥔 인물. 그런 자를 잃는 것은 그로서도 뼈아픈 일이었다.
제국 전역에 뻗을 수 있는 정보력과 영향력의 절반가량은 로베르의 지원 덕이 컸다. 향후 이 사태를 온전히 정리한다 한들 로베르가 죽은 뒤에 그가 지녔던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었다.
‘살리긴 해야 할 텐데.’
-키르자트 방면을 포기해야 할 텐데?
‘전략은 언제나 상황에 따라 유연해야 하지. 우선 호족 연합의 상황을 알아야겠어.’
그가 키르자트 방면에서 활동하는 이상, 유의미한 병력이 거의 없는 대황야에서 로베르를 구출하고 사태를 반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는 턱을 슬슬 쓰다듬다가, 뒤를 돌았다.
“따라오시오. 아무래도 보는 눈이 많군.”
감지되는 기척으로만 적어도 셋 이상의 샥시시가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페르난데스의 말에, 사내는 고개를 숙이고 그의 뒤를 따랐다.
* * *
카라드스카르의 군세는 역병과 같다. 점거한 모든 지역을 황폐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그 전조조차도.
그들의 진군은 예측이 가능한,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재앙이었다. 놈들의 군세가 눈에 들어오기도 전부터, 마법사들은 놈들의 진군을 예상할 수 있었다. 지맥이 뒤틀리고, 마법이 해체된다.
마력의 운행에 방대한 노이즈가 끼기 시작하고, 이윽고 미리 걸어 둔 주문들마저 하나하나 부서지고 난 다음에는 활과 화살, 창과 칼의 전쟁이 도래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마법이 없는 순간부터 기병은 전장의 신이다.
-화르륵.
페르난데스는 어둠이 내려앉은 막사에 앉아 조용히 수인을 짚었다. 까다로운 일이지만, 수십 다발의 마력 쐐기들을 하나하나 해체하며 주문을 사용하는 감각에 가깝다. 즉, 전방위적인 마법전을 주문 시전 때마다 대응하면 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주문이 완성되었다. 아이언사이드는 그 모습에 설핏 놀란 모양이었다. 적어도 카라드스카르의 진군 직전에 주문을 사용하는 마법사를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파르탁. 들리나?”
-……!
“들리지 않나?”
막사 안, 암녹색으로 변한 모닥불 안에서 시끄러운 소음이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통신 마법은 제약 조건이 대단히 많은 섬세한 주문이었고, 실패한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 반응은,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곧, 소음 속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주군! 제기랄. 대체 왜 이제야 연락을……!
“상황을 설명하라.”
-저희는 뷜랑을 포기했습니다! 놈들은 그대로 제국의 수도로 진군 중입니다! 저희는 산간 지역을 끼고 놈들의 진군을 최대한 저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건 황제의 명이었나?”
-아닙니다, 주군. 대무녀가 예언한 일입니다! 황제는 애당초 뷜랑을 포기할 작정이었습니다. 저희가 저항해 보아야 며칠 버티지 못할 것이니, 퇴각해 저항을 시작하자는 예언이었습니다.
“대무녀가? 현명하군. 혹시 피엘이 지금 곁에 있나?”
-예, 세르너드 경. 오랜만에 뵙습니다.
곧 소음 속에서 피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페르난데스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나?”
-아무리 길어도 닷새. 그 이후부터는 놈들이 팔텐노이아로 진군하는 것을 막아 낼 방도가 없습니다.
“닷새 후에, 황실의 병력이 놈들의 저지를 막아 낼 수 있을 것 같나?”
-예언을 뜻하는 것이라면, 반반이겠지요. 설령 막아 낸다 하더라도 그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한 번만 막아 내면 된다. 피엘, 정신은 괜찮나?”
페르난데스의 말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곧, 모닥불 안에서 피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대가 말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겠군요. 경의 생각이 옳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솔직히, 버티기 어렵습니다.
피엘은 예언자다. 보다 마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정보 반사 독립체이며, 특정한 시점의 특정한 사건에 대한 정보를 반사시킬 수 있는 최고급 정보 반사 독립체였다.
그리고 그 능력을 지녔던 모든 자들은, 지금껏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자결로 생을 마감했다. 그건 설령 대천사의 영성을 지닌 존재라 할지라도 피할 수 없는 종류의 정신 오염이었다.
-매 순간마다 저는 제 자신을 잊습니다. 너무 광범위한 사건들이 제 영혼을 잠식해서, 잠시만이라도 긴장을 푸는 순간 현실과 꿈, 미래와 과거가 섞이곤 합니다. 경의 말대로,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잠시만 참아라.”
페르난데스는 불길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자, 한 자 끊어 말했다.
“내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구하겠다, 피엘. 결코 죽지 마라.”
-……후후, 그건 그대의 부인들에게 해야 하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세르너드 경? 하지만…… 좋습니다. 그 외에 전할 말이 있습니까?
“수도로 향하는 병력을 다소 많이 허용해야 한다 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호족 병사들을 보존해야 한다. 할 수 있겠나?”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경은…… 황제를 믿으시는군요?
“그보다 믿을 만한 이가 적으니. 알지 않나.”
-그 시절의 황제는 대단한 영웅이었지요. 알겠습니다.
황제가 적절한 대응을 한다면 얼마간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첫 선발대 정도는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르네 필리파는 유능한 인물이며, 제국은 결코 그 정도로 무력하지 않으니.
문제가 있다면, 저건 말 그대로 선발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키르자트 방면으로 오만, 제국 방면으로 사만. 그리고 대황야를 진군하고 있는 병력이 그 정도라 가정할 때.
그건 고작 카라드스카르가 지닌 군단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절망적인 관측이지만, 냉철한 현실이기도 했다. 지금 돌출된 모든 병력을 일소한다 하더라도 카라드스카르는 다시 한번 그만큼의 병력을 북방을 향해 투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놈이 전쟁의 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제국의 진가는 장기전 상황에서 드러난다.
우수한 징병창과 압도적인 재력, 단일 국가 규모로 가장 드넓은 권역과 그 아래에 거주하는 수많은 백성들. 그 백성 하나하나를 관리할 수 있는 선진적인 시스템까지.
장기전에 돌입한 제국은 문명 사회 그 어떤 국가보다 우월한 전투 수행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단숨에 고꾸라지지 않는 이상, 제국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이 전쟁은 카라드스카르를 쓰러트리면 끝이 날 것이오.”
“암살자라면 이미 더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파견했습니다, 세르너드 경. 그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지금, 남은 것은 전쟁을 통한 승리뿐입니다.”
아이언사이드는 적어도 동부권 문명국 최고의 암살자 집단이었지만, 카라드스카르를 직접 암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페르난데스 또한 그것에 큰 기대를 갖진 않았다. 당년 전성기의 다리안도 카라드스카르를 암살하지는 못했다.
페르난데스는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언사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는 그대의 주군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겠소?”
“그렇게 하기 위해 경을 찾은 겁니다.”
“반드시 죽을 텐데도?”
“경이 제 목을 친다 하더라도 그것이 궁중백 전하를 살리기 위한 방도가 된다면 기꺼이 제 목을 내놓겠습니다.”
“좋군. 그렇다면 카라드스카르에게 이 말을 전하시오.”
페르난데스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행장을 챙기며 말했다.
“‘네 아들은 내가 죽였으니, 날 찾고자 한다면 제국으로 와라.’라고.”
“……!”
카라드스카르를 암살하지 못하는 이유. 그 개인의 무력 또한 뛰어나지만, 그가 결코 본대 군영 밖으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십만에 가까운 기병들이 철통같이 수호하는, 심지어 외부 세력과 어떤 교류도 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게르 안에 틀어박힌 탓에, 그를 단독으로 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의 죽음이 곧 평원 씨족들의 분열로 이어지므로, 그는 결코 쉽게 자신을 위협 속에 던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를 끌어내기 위해선 강력한 도발이 필요했다.
키르자트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하고, 놈들의 전 병력을 제국 방면으로 돌린다. 그것이 첫 수.
“하지만, 지금 제국은 놈들의 선봉을 막아 내는 것만으로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으며, 놈들의 보급로와 후발대를 막아 내기 위해 궁중백 전하께서 목숨을 걸고 계십니다! 그 와중에 놈들의 본대를 끌어내 제국으로 향하게 한다니요!”
“장기전이 된다면 제국은 능히 놈들을 막아 낼 수 있소. 필요한 건 시간뿐이고.”
“시간을 대체 어떻게 버신다는 뜻입니까!”
“내가 직접.”
페르난데스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가볍게 풀었다.
“시간만 버틴다면 놈들은 독 안에 든 쥐가 되오. 놈들은 키르자트 방면에 무력 투사를 멈출 것이고, 술탄은 놈들을 일망타진하고 놈들의 후방을 유린할 수 있으니. 그사이 제국이 본대를 갖추고 압박을 시작한다면 대황야에서 놈들을 끝장낼 수 있소.”
이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지연전’이다. 제국에 태세를 갖출 시간을 벌어 주고, 키르자트가 그사이에 놈들의 후방을 쳐야 하므로. 술탄이 놈들의 물자를 완전히 근절하는 것. 그것이 승리를 위한 두 번째 수.
“황무지에 어떤 병력이 있어 놈들의 진군을 막아 낼 수 있단 말입니까!”
전생 시절 키르하스 하트테이커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카라드스카르의 대북진을 멈춘 것이었다. 그녀는 제국의 군단이 정비를 갖추고, 키르자트의 군단이 그들의 뒤를 칠 때까지 대황야에서 오직 호족 연합의 힘으로만 시간을 벌어 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건 거의 기예에 가까운 일이었다. 군재의 영역에서 그는 결코 전성기의 키르하스를 따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키르하스가 전성기의 페이자쉬를 따라 할 수 없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으니.
몇 가지 조건만 갖추어진다면. 페이자쉬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대황야에는 이미 충분한 병력이 잠들어 있소. 걱정 말고, 내 말을 전하시오.”
-잠깐, 페르난데스. 그 방법을 쓸 건 아니지?
‘왜? 그게 최선이잖아.’
-아, 제기랄. 그건 너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네크로맨시는 위대한 학문이야. 그걸 부끄러워하지 마. 오히려 엔소서리에 네크로맨시 계열 마법이 전혀 없는 것이 더 편향적인 것 같지 않아?’
-시체나 해골 따위를 부리는 건 콘클라베들이면 충분해! 우리의 고결한…… 파괴의 미학을 망치지 말라고!
‘너는 당당하게 패배하고, 나는 부끄럽게 승리할게. 그러면 되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군단을 양성하는 그 몇 가지 조건을 떠올리며, 페르난데스는 픽 하고 웃었다.
사령술을 통한 지연전. 그것이 지금 그가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의, 그의 마지막 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