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 불멸자와 필멸자 (12)
-콰앙! 쿵!!
걸쇠가 단단히 걸린 대예배당의 문을 바라보며 시리오는 고개를 내저었다. 더 이상 비명이나 고함, 또는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음 따위가 들리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도끼로 문을 내려찍는 타격음뿐.
“오래 버티진 못할 겁니다. 형제님, 수도원장님의 용태는 어떠십니까?”
“좋지 않네. 어느 쪽이 되더라도 오래 버티진 못하겠군.”
약병들을 수습하며, 피로 물든 사제복을 정리하고는 늙은 엔마기카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엔 창백한 얼굴의 베오른이 누워 헐떡이고 있었다.
감긴 눈 아래로 식은땀이 밀려 나왔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고 상체를 일으켰다.
“수도원장님,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더 물러설 수 있는 곳이 없다.”
수도원장은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섯, 다섯인가…….
“믿기지 않는군.”
처음 놈이 공격을 시작했을 때, 이 수도원에는 스물이 넘는 이단심문관들과 물경 마흔 명에 가까운 수행원들이 있었다. 토치맨이라 하더라도 민간인에 비견할 수 없는 정예병이다. 그런 자들이 하나하나, 마치 사냥을 당하듯 쓰러졌다.
경종이 미친 듯이 울리고, 침입자를 격퇴하기 위해 출동한 디모니카들마저 소식이 끊겼을 때 베오른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 본청의 소실이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명백했다. 본청에는, 설령 모든 요원들이 죽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유산들이 있었다.
이단과 악마에 대한 자료, 새로운 요원들을 육성할 기록과 정보, 너무나 강력해 차마 처치할 수 없었던 악마들을 봉인한 유물, 방대한 역사 속에 쌓인 이단심문청만의 기술까지.
어느 것이든 상실하는 순간 이단심문청은 결코 재건될 수 없으리라. 베오른은 그 즉시 자료들을 수습했다. 대문서고 전체를 보존할 수는 없더라도, 가장 핵심이 되는 자료들은 확보할 수 있었다.
헤레티카로서 살아온 오래된 감이 외치고 있었다. 지금 저 밖에 있는 놈은 막을 수 없다고. 이유도, 원인도, 정체도, 그 숫자도 알 수 없지만. 가장 취약한 지금 이 시점에 이단심문청은 공격받고 있었다.
자료를 수습하고, 일선에 나서서 적에게서 시간을 벌었다. 본청의 모든 구획에 함정을 발동하고 놈의 발을 묶었다. 영체 전령을 파견해 지원을 요청하며 버티고 버틴 다섯 시간.
다섯 명의 심문관들과 본청의 핵심 자료를 보존하는 대가로, 지금 베오른은 죽어 가고 있었다. 복부에 입은 관통상과 으스러진 내장, 그리고 출혈로 인해서.
“수도원장님. 대봉인전이 무너졌습니다.”
구석에 정좌한 채 명상하고 있던 엔마기카 하나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베오른은 쯧, 하고 혀를 찼다.
“봉인 성소가 완전히 파괴되었다면 봉인지의 악마들까지 놈들에게 합세하겠군. 페이른이 멸망하겠어.”
급박한 순간에도 그의 머릿속엔 세속 왕가들의 미래가 손에 잡힐 듯 펼쳐졌다. 페이른이 무너지고 그 사유가 이단심문청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동부 왕국 전역에 역병처럼 악마 사태가 발호하나, 세속 왕가들은 더 이상 베이타서스 교회를 신뢰하지 않으리라.
이미 만신전 교회들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연합하지 않고 있다. 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샤일드 교회가 본격적으로 세를 넓히려 시도할 것이다. 아마 성공하리라. 그러나 그 시간 동안.
세속의 왕가들과 만신전의 각 교단들이 반목하는 그 시간 동안에. 동부 왕국 연맹은 무너지고 말리라. 안쪽 깊숙한 부분에서부터 부패하며, 천천히 스러지는 거목처럼…….
“내…… 쿨럭! 생각이 짧았다.”
“수도원장님.”
“치우게, 형제여. 남은 시간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
그는 약병을 치워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과도한 출혈로 머리가 아찔해지고 사물이 일그러져 보였다. 그러나 그는 덤덤히 옷소매를 가다듬고는 손가락을 풀었다.
-쿠웅!
대예배당의 두꺼운 철제 대문이 다시 한번 울렸다. 베오른은 사제들 앞으로 나서며 자신의 칼과 방패를 움켜쥐었다.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하겠나. 형제들.”
“한 시간……. 아니, 삼십 분은 더 필요할 겁니다. 수도원장님.”
이 핵심 자료들을 은폐하고 봉인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이다. 여기 남은 이자들은 도주하여 생존을 도모하는 대신, 죽음을 각오하고 예배당으로 모였다. 이 귀중한 유산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형제들이 초개처럼 목숨을 버렸다.
“내가 만들어 보지.”
“함께하겠습니다. 형제님.”
어둠 속에서 날아드는 창날, 텅 빈 공간에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괴한, 그리고 기척 없이 형제의 목을 치고 사라지는 칼날까지. 그 베오른마저도, 창날에 복부를 꿰뚫리기 전까지 흉수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다리안.”
베오른은 허리춤에 매달린 썬더 쓰로워의 텅 빈 약실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 * *
다리안은 아무 말 없이, 거의 광기에 가까운 집념으로 예배당의 문을 내려찍고 있었다. 그의 근육은 이미 필멸자의 한계를 지났음에도 여전히 새로운, 그리고 더욱 거대한 힘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사제를 죽이고 성소를 모독할 때마다, 그 모든 순간마다 그의 몸에 힘이 깃들었다. 더 강한, 더 거친, 더 끈적한 힘이 그를 감쌌다. 엔마기카의 마법마저도 그를 휘감은 마력을 꿰뚫지 못했다.
-쿠웅!
성소의 대문이 점점 더 크게 우그러졌다. 이제 그의 휘두름은 공성 병기에 가까운 충격력을 품고 있었다.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지?”
마침내 성소의 마지막 빗장이 부서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몇 번만 더 두드린다면 이 강철 대문도 허물어지고 말 것이었다. 보지 않아도 저 문 뒤편까지 모두 느껴졌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감각이었다.
“말해라.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대봉인전이라 했던가. 이 성당에서 가장 저항이 거칠던 성소 중 하나였다. 그곳의 사제들을 모두 죽이고 그 안에 잠든 유물들을 보았을 때, 다리안은 본능적으로 악마의 기척을 느꼈다. 그는 악마들을 그대로 방치한 채 떠났다.
그러나 그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가 사라지자 악마들이 풀려나기 시작했다. 그가 한 행동이 아니었으므로 그건 아마도 다른 누군가의 짓이었을 터였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말해라. 카를로마노.”
“힘을 주었지요. 다리안 쉬라이크 경.”
저 멀리에서 카를이 걸어 나왔다. 그는 다리안을 바라보며 비죽 웃었다.
“이 일이 모두 끝난 이후에, 내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를 도륙하고 말 것이다.”
“너희라 하심은 누구를 뜻하시는지요?”
“너희, 페이른 왕가와 그 하수인들.”
“세상엔 아직 경이 죽여야 할 사제들이 많지 않겠습니까?”
“나를 네놈들의 하인으로 여기지 말라. 너희의 배후에 도사린 그 악마들 또한 다르지 않다. 내 너희를 묵과한 것은…….”
“알지요, 압니다. 교회 세력 전체의 붕괴를 원하기 때문이지요.”
다리안은 황제의 눈이었다. 제국 각지의 어둠 속을 떠도는 암살자였다. 그는 악마들과 그 하수인들이 저지르는 악행,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와 대악마들이 무너지고 사교도들이 그 힘을 잃어버린 지금. 만신전 교회는 그 어느 순간보다 명백하게 세속 사회를 향한 욕구를 드러내고 있었다.
세속과 교권의 경계선은 이미 희미해졌다. 각 교회는 탐욕스럽게 권력을 노리고 있었다. 그것이 정의로운가? 글쎄, 물론 사교도들에 의한 통치에 비하자면 그렇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교회는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을 꺼리지 않는다. 정결한 소수를 남기기 위해 단 한 톨의 이단을 탓하며 절대 다수를 불사르는 자들이다. 한 마을이 사교도들의 손에 떨어진다면, 한 영지 전체를 불태우고도 더 많은 땔감을 요구하는 자들이다.
교회의 몰락을 위해선 먼저 저들의 규합을 무너트려야 한다. 샤일드, 베이타서스. 이 두 대신의 교회가 우선시되어야 하리라. 샤일드는 최근 성세를 잃고 있으니, 가장 먼저 베이타서스 교회를 쳐야 했다.
“하지만 경은 정녕 예상치 못하셨습니까? 교회 권력의 붕괴가 우리들의 득세를 의미한다는 것을. 정녕코 모르셨다 여기며 지금껏 그 숫한 사제들을 직접 도살하셨습니까?”
카를은 비죽 웃으며 속삭였다. 권력의 오랜 역사엔 진공 상태가 없다. 누군가가 실각한다면 그 반대편의 누군가는 반드시 득세할 것이다. 교회의 공백엔 반드시 사교도들이 난립한다.
카를의 웃음에 다리안은 고개를 꺾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교회와 너희 사교도들 모두를 무너트리고 짓밟을 것이다.”
“하하하, 교회의 천 년 역사 속에서도 완벽한 승리 따윈 없었습니다. 경,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 몇몇 교파들을 제거한다 한들, 우리가 정녕코 뿌리 뽑혀 나가겠습니까?”
“그렇지는 않겠지.”
다리안은 짧게 고개를 저었다. 그가 한 발자국 앞으로 걸었다. 그의 발치에 핏물이 흘러 작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고통은 없었지만 중상임은 알 수 있었다. 수도원장이라 불린 사내, 베오른 실드베인의 복부를 꿰뚫는 순간에 입은 부상이었다. 그 스스로도 놀랄 만큼 완벽에 가까운 기습이었음에도, 그자는 공격받는 즉시 반응해 결국 그의 배에 썬더 쓰로워를 당기는 데에 성공했다.
이 수도원을 급습하는 과정에서 생긴 최초의 유의미한 부상이었다. 다리안은 이를 애통하게 생각했다. 그 찰나의 반격은 한계까지 단련된 인간의, 인간 의지의 표상이라 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빨리, 일이 이렇게까지 틀어지기 전에 그자를 만났다면, 어쩌면 그는 멈출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제 와서는 무의미한 망상이다. 어떤 종류의 흐름은 결코 저 스스로 멈출 수 없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리안은 이미 와류가 되었다. 이 세계 전체를 뒤흔들 와류가.
그는 여전히 빙글빙글 웃고만 있는 카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두려워하게 될 거다.”
“하하하! 공포를 섬기는 저희가, 일개 필멸자를 두려워하리라 생각하십니까?”
“너희가 대낮에 태양을 두려워하듯, 깊은 밤의 달을 두려워하리라. 너희는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 너희가 섬기는 자들의 이름을 부르짖는 매 순간마다 나를 두려워하게 되리라. 공포를 섬긴다 했나? 아니, 너희는 그렇지 않다.”
사람이 어째서 악마를 숭배하게 되는가? 지옥 마력에 의해 오염된 끝에 스스로 타락한 것이 아니라면, 악마숭배자들은 오로지 힘만을 탐하며 악마들을 섬긴다.
권력, 재력, 명예욕, 마력과 지혜. 원인이 무엇이 되었더라도 좋다. 이들은 자신의 노력과 재능을 넘어선 힘을 갈망한다. 악마숭배자들은 악마의 공포에 매혹되고, 압도된 자들일지언정 공포 그 자체를 섬기는 것이 아니다.
다리안의 눈이 심연처럼 어둡게 빛났다. 가르쳐 주리라. 공포의 존재들이 두려워하는 공포가 되리라. 불가해한, 불가역한, 불멸의 공포. 그 표상으로 남아 존재하리라. 어둔 밤길과 그림자 아래에서도 그의 이름을 낮게 속삭이리라.
“모든 일이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너희가 공포를 섬긴다 자부할 수 있다면, 그때 내가 너희의 섬김을 거절하겠다. 너희는 홀로 죽으리라. 그 어떤 영속자들도 더 이상, 내 앞에서 더 이상 인간의 독립성에 개입할 수는 없다. 악마와 신, 인간의 영체를 탐하는 모든 기생충들을 하나하나 찢어발긴 이후에—”
나는 상징으로 남아 사라지겠다. 영원히.
그렇게 속삭이는 다리안에게, 카를은 질린 표정으로 주춤 물러섰다. 끔찍한 위압감이 그를 짓누르는 듯했다. 그는 다리안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떠올려 보았다.
젊은 신전 기사, 단 한 번도 패배한 적 없는 자, 본격적으로 활동할 때의 별명이라면—
‘제국 최강자.’
전투에 관한 모든 기술에 통달했다 평가받는 사내. 실제로, 이단심문청을 급습하는 과정에서 그는 단 한 차례도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은 채 사제들을 하나하나 도살해 냈다.
그 과정에서 카를은 대봉인전의 악마들을 풀어 내는 것에 성공했지만, 그와 별개로. 그는 지금 이 숲속의 악마들이 이 사내에게 대적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일개 필멸자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그래서였군.’
카를은 품속에 감춘 종이를 만지작거렸다. 수도원장의 집무실, 난잡하게 어질러진 보고서철을 뒤적이던 과정에서 발견한 작은 보고서였다. 그 명망 높은 성자, ‘페르난데스’의 작전 개요도.
최후의 대악마라 불리는 존재가 잠든 위치와 봉인을 해주할 방법. 그 모든 것들이 상세히 담긴 이 작은 종이를 만지작거리며, 그는 조용히 생각했다.
‘30대 이후의 다리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라…….’
대악마를 격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 조건 중에 이 사내의 이름이 있었다. 그는 슬며시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뵙길 바라겠습니다, 경. 다음 무대는 경께서 만족할 만한 자리로 준비해 두도록 하지요.”
“꺼져라. 꼭두각시야. 너희가 나를 찾기 전에, 내가 너희를 먼저 찾아갈 것이니.”
“꼭두각시…… 꼭두각시라……. 하하! 경, 부디 육체 강건히 보존하시길. 왕자 전하께서 경을 기다리실 겁니다.”
카를은 웃으며 뒤로 몸을 뺐다. 그는 곧장 숲 아래를 향해 질주하며 생각했다. 왕자의 작전은 빈틈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 눈엣가시 같은 수도원의 몰락을 시작으로, 페이른 전역을 물들이고 또 이 동부 왕국을 몰락시켜—
마침내 레바인테르를, 그리고 황야를, 그 이후 키르자트에 이르기까지.
지난 천 년을 넘어, 앞으로 도래할 천 년간 지속될 영원한 대제국을. 단 하나의 신을 섬기며 살아가는 수백, 수천만의 꼭두각시들이 만들어 낼 제국을 만들어 내고.
그 위에서 그들은 영원히 군림하리라. 신의 찬란한 사냥개들로.
카를은 비로소 웃음을 터트렸다. 다리안의 존재감에서 벗어나자 기침이 터져 나오듯 웃음이 흘렀다. 그는 숲길을 타넘으며 달렸다.
“……뭐?”
그러나 어느 순간엔가, 더 이상 웃을 수도 달릴 수도 없었다. 그는 숲이 불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새하얗게 타오르는 불길이 천천히 수도원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저게…… 대체……?”
지옥 마력이 자욱한 이 숲이, 마치 바다가 갈라지는 것처럼 저 불길을 피해 흩어지고 있었다. 안개를 쫓는 횃불처럼. 거구의 사내가 한 손에 찬란히 빛나는 군기를 번쩍 들고 당당히 진격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내들이 그들의 뒤를 따라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우우, 우우우, 우.
-우우, 우우우, 우.
바람 소리 사이로 낮고 긴 허밍이 들려왔다.
-만신전이여, 가호하소서. 대신의 순교자 이 길을 떠나니.
-낙원으로 천사들이 너를 인도하며.
-네가 올 때 선지자들 너를 영접하여.
-신들의 전당이 너를 기다리리라.
-다만 주의 거룩함을 찬미하여.
-형제여, 우리 가는 길 언제나 같았으니.
-다시 만날 때까지 기도드리세.
-우리 중 가장 밝게 빛나던 이 거두시니.
-이는 세상의 별이 되게 하심이라.
장송곡을 부르며, 죽은 사제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미쳐 날뛰는 악마들을 제압하며. 그렇게.
그렇게, 사제들이 진군하고 있었다.
“제기랄. 왕자 전하께서 늦지 않으셔야 할 텐데!”
카를은 멍하니 그들의 진군을 바라보다가 문득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다리안이 죽어서는 안 되었다. 그는 즉시 방향을 틀어 다른 길로 달려갔다.
이건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인데……. 그는 혀를 찼다. 도박수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지만, 다리안을 죽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자면 미끼가 필요했다. 그 머저리가 모든 일을 덮어 놓고 그를 따라 달려들 미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