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 불멸자와 필멸자 (15)
“귀르……요?”
“트레뮐레 백작은 지금 정무를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니, 귀르의 통수권은 그대에게 있소. 이 일을 그대에게 부탁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겠소?”
“아니…… 허, 그렇기야 한데……. 귀르의 궁중 귀족들이 제 말을 듣기나 하겠어요?”
대뜸 귀르로 돌아가라는 말에 에버리즈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트레뮐레 가문이라는 이름은 그저 간판에 불과할 뿐, 그녀가 실제로 귀르 땅을 밟은 것은 고작 몇 해도 되지 못한다.
어릴 적부터 아이언사이드를 통솔하며 외유를 즐기던 로베르와 달리 에버리즈는 황궁 대소사에 직접 관여하는, 진정한 의미의 ‘궁중백’이었다. 황궁 궁내부와 재경부의 산하 기관을 관리하고 황궁의 금고를 지키던 열쇠지기였단 말이다.
그녀의 특기는 그런 책상물림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귀르의 지배권은 로베르에게 이양되었다. 그녀 또한 대영주라는 직함에 관심이 없었으므로 이에 대해 반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귀르를 장악하고 항구를 열어 두라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귀르의 귀족들은 그녀의 말에 복종하지 않을 터였다.
“들어야 할 거요. 트레뮐레 궁중백이 멀쩡히 살아 있다면 말이지.”
하지만 귀르의 사정을 모르는 에버리즈와는 달리, 페르난데스는 귀르가 어떤 도시인지 알고 있었다.
귀르는 로베르의 편집증적인 관리하에 완벽히 통제된 도시다. 로베르는 귀르의 모든 유력 인사들의 목숨줄을 쥐고 있으며, 그가 살아 있는 한 귀르의 귀족들은 트레뮐레 가문에 반기를 들 수 없다.
에버리즈가 그레이서클과 함께 귀르에 입성한다면 과연 그 누가 그녀의 행사를 막겠는가. 그리고 귀르는 북해항이다. 북해의 원양 너머엔—
‘북부가 있다.’
페르난데스는 연신 툴툴거리는 에버리즈를 무시하며 일별했다.
‘프란츠리트, 말레이른, 그리고 에리크의 삼자 동맹.’
벌써 일 년여 전. 에리크는 남부 침략을 위해, 프란츠리트는 해상 장악과 복수를 위해, 그리고 말레이른은 신성의 확보를 위해 맺었던 북해상 세 거대 집단의 연합을 떠올리며.
‘같은 방법을 쓰지 말란 법은 없지.’
체스는 공정한 게임이다. 같은 성능의 기물을 움직여 같은 규칙하에 한 수씩 주고받는 신사적인 게임.
그러나 페르난데스는 공정함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가능하다면 판을 뒤엎는 편을 선호하는 사내였다.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그는 체스판 너머의 상대를 상상하며 웃었다. 놈의 폰은 기어코, 잠시 눈을 돌린 사이에 퀴닝(Queening ; 체스에서, 폰이 게임판의 반대편 끝에 도달할 때 퀸으로 승격하는 규칙)에 성공했다만. 그래, 결국 그뿐이다.
기물을 잡은 그 손을 꺾어 주마. 그때에도 네가 웃고 있을지는 직접 보아야겠다.
* * *
“무슨 체스판을 뒤엎는다는 거야, 결국 귀찮은 일은 다 나한테 시켰으면서! 세상에, 혼인 신고 첫날부터 새신랑을 빼앗기는 귀족이 있다고?”
그게 나라고? 에버리즈는 투덜거리며 고삐를 당겼다. 제국의 준마가 초원을 달리고 있었다. 아이언사이드 요원들이 그녀에게 바싹 붙어 주위를 경계하며 함께 달리고 있었다.
그녀의 투덜거림을 용케 들은 건지, 경갑을 입은 사내가 그녀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섭정공, 그럼 그자의 말대로 하시겠다는 뜻입니까?”
“왜, 그렇게 하기 싫어요?”
“이건 백작 전하께서 의도하신 것과는 전혀 다른…….”
“내 생각을 말해 줄까요, 경?”
에버리즈는 싸늘하게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로베르가 혼자라면 모르되, 그 곁에 무녀가 함께 있는 이상 지금 상황을 이미 알고 있을 거예요. 예언자란 존재는 그런 자들이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든, 로베르는 반드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겁니다.”
그대들의 주군을 좀 믿어 봐요. 에버리즈는 혀를 차며 말했다. 충성심은 신하의 미덕이나, 첩보원들에겐 부속물에 불과하다. 충성심은 사람을 맹목적으로 만들고, 맹목적인 사람은 정보를 냉정하게 분석하지 못하니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말의 고삐를 쥐었다. 여러가지 상념이 머리를 스쳐 지났다. 충성심과 맹목성, 그리고 냉정함이라.
그렇다면 그 사내는, 세상 그 누구보다 냉정할 것 같은 그 사내는.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팻감으로 여기며 목표를 위해 목숨을 집어 던지던 그 사내는 과연 맹목적인 순간이 있긴 할까.
* * *
에버리즈가 떠나간 이후에도 제피스는 아무 말 없이 성경을 읽고 있었다. 이 모든 대화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떤 내색 없이 담담하기만 했다.
행장을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하던 페르난데스는, 그를 따라 일어서는 제피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을 믿지 않으신 겁니까?”
본청이 이교도의 습격으로 소실되었다. 그 어떤 이단심문관도 이 소식 앞에서 무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페르난데스는 제피스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여겼다.
그러나 제피스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믿네.”
“본청의 소실은 사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형제님. 이는 단순한 방화가 아니라…….”
“지금 내게 성 바르톨로메오 수도원의 상실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는 건가?”
제피스의 말에 페르난데스는 입을 다물었다. 침착한 눈? 아니, 아니었다. 고요하다 하여 그것이 마냥 잠잠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때때로 폭풍이 이는 바다보다 잠잠한 수면의 심해에 더 큰 격류가 흐르는 법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악마와 대면한 사람은 필연적으로 인간성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사제들의 경우 그 자리를 신념으로 채우곤 했다. 그렇다면 디모니카들의 수장은, 그 끔찍한 직무를 가장 오랫동안 수행한 이 사내는 어떨까.
제피스는 안장 위로 올라서며 덤덤하게 말했다.
“이단심문청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일세. 집단을 규정하는 정의가 언제부터 건축물이 되었단 말인가. 형제여, 가장 숭고한 교회는 여기에 있다네.”
그는 그렇게 말하며 페르난데스의 가슴팍을 한 차례 두드렸다. 그러나 곧, 그는 털털거리며 웃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복수는 해야겠군. 먼저 떠난 형제들의 위령비 정도는 세워야겠지.”
“동부로 향하십시오.”
“페이른의 왕궁을 불태우면 되겠나?”
“아뇨. 형제님께선 데인 왕가에 접선해 주셨으면 합니다.”
“데인이라?”
“인퍼머르 항의 문호를 개방해야 합니다.”
인퍼머르는 페이른의 메를린포트와 북해항을 잇는 삼각 무역로의 중심지다. 그곳을 데인 왕가가 점거한 직후 페이른 왕실이 직접적으로 견제를 시도할 만큼 중요했던.
그리고, 이제 그 항구는 데인 왕가엔 더없이 상징적인 도시가 되어 있었다. 단순히 국토의 수복을 넘어서서, 그들의 건국 신화가 다시 재림한 도시였으므로.
그러니 좋은 신호탄이 되겠지. 페르난데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제피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먼 길이 되겠군.”
“다시 만날 때까지 기도드리겠습니다. 형제여, 무탈하시길.”
“막토.”
“막토, 수페를라우도.”
제피스는 짧게 성호를 긋고 곧장 말에 박차를 가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페르난데스에게 아벨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다들 각자 떠나가고 우리만 남았으니, 이제 우린 어디로 향하게 되겠느냐?”
“가장 힘든 길로 가야 하오.”
“힘든 길이라? 지옥이라도 되느냐?”
“내겐 그 정도로 힘든 길이겠지. 키르하스를 만날 것이오.”
딸과 키르하스를. 딸이라. 페르난데스는 그 무거운 단어를 몇 차례 힘겹게 입 안에서 굴려보다가 끝내 내뱉지 못했다. 딸이라.
이름조차, 얼굴조차 모르는 어린 젖먹이라. 그는 아직도 그 감각이 생경했다. 어린 아기의 통통하고 따듯한 손가락, 그 가냘픈 움켜쥠. 그것을 스스로 내팽개친 적 있었던 사내에게, 두 번의 경험은 뜻하지 않은 시련이었다.
* * *
수인들이 뷜랑을 점거한 지 이제 거의 일 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건 뷜랑의 토박이들이 이 거친 방랑자들을 특이한 이웃 정도로 여기게 되는 데에 충분한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키르하스의 통치는 그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을 유지했다. 뷜랑과 세포르 공작가로서는 다행이었으나, 수인들에게 있어서는 끔찍한 일이었다.
완전히 다른 두 문화권이 같은 공간에 공존하는 데에 발생하는 잡음을 무력으로 억눌렀다는 뜻이니까.
억눌린 불만은 반드시 어디엔가 고이기 마련이었다. 터지기 직전까지, 보이지 않을 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그랬소. 동지들.”
턱에 긴 흉터가 있는 수인 사내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는 허름한 주점에 모여 있는 다른 수인들을 사납게 훑어보았다.
“여전히 우리 대족장 어른께서는 저 높은 탑 안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으신단 말이오! 대체 이게 얼마나 되었소? 우리가 말을 타고 저 너머를 달린 지가 얼마나 되었소? 내 형제는 사흘 전 시장에서 뭇매를 맞았소. 수인처럼 행동했다는 이유로! 이게 노예와 다를 바가 무엇이오? 하트테이커는 수인들의 지도자요, 아니면 도시 것들의 대족장이오?”
그의 말에 격렬히 동의하는 사내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내들도 있었다. 몇몇 사내들은 겁먹은 눈초리로 굳게 잠긴 주점의 문을 힐끔거렸다.
그 모습에 사내는 내심 혀를 찼다. 머저리들. 대족장은 결코 이 회합을 눈치챌 수 없다. 그리고 눈치챈다 한들 그녀가 뭘 하려 하기는 할까?
그때, 한 사내가 일어서서 말했다.
“대족장이 오기 전까지 우리 꼴들을 잘들 생각해 보시오. 우린 집 없이 떠도는 마적에 불과했소! 우리 아이들은 도시 것들에게 끌려가 노예로 부림당했고!”
“유목은 우리의 문화였고, 아이를 지키지 못한 것은 부족의 나약함 때문이었소! 지금 그 누가 우리를 막을 수 있겠소? 제국의 머저리들은 내전으로 어금니가 빠졌고, 저 서방의 키르자트는 백국마족 놈들과의 전쟁에 지쳐 있소!”
“그래서 어쩌자는 거요? 문화를 그토록 사랑한다면, 전통대로 하겠소?”
그 말을 끝으로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전통대로. 대족장의 권위를 의심하는 자들은 언제나, 그리고 어디에서나 도전할 기회를 얻는다. 칼과 창을 들고, 목숨을 걸고.
그러나 그들 모두는 알고 있었다. 키르하스는 불패자다. 단순한 전략전술의 영역뿐만 아니라 무예에 있어서도. 그녀가 대족장의 직책을 얻은 것은 혈통이나 뒷배 덕분이 아니라, 그 끔찍했던 내전 시기의 일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일어서서 내전을 종식시키고 주위 수많은 문명 강대국들의 틈에서 호족 연합을 일으켜 세웠다. 그것이 고작 몇 해가 되지 않았다. 최근 대족장이 외부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녀의 기력이 쇠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수인들은 저마다 조금씩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항상 이런 식으로 회합이 끝나고는 했다. 대족장의 상태엔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직접 공격할 엄두는 나지 않은 상태로.
그때, 쯧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꼬리 만 개들 같으니.”
수인들의 고개가 한 방향으로 돌아갔다. 대체 언제 들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사내가 주점 입구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수인들은 즉시 무기를 집어 들며 경계를 시작했다. 이 회동이 대족장의 귀에 들어간다면 반란 분자로 낙인 찍혀 추방당하거나 사형대에 걸리게 될 것이다.
“누구냐!”
“전통, 전통을 입에 달고 사는 놈이 말버릇은 고약하구나.”
“그 목소리, 블랙팽 원로?”
“원로‘님’이라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
블랙팽은 후드를 걷으며 웃었다. 검은 머리칼 사이로 그의 음산한 푸른 눈이 빛났다. 사내들은 섬짓한 감각에 몸을 움츠렸다. 저자는 고전적인 매파 장로들 사이에서도 가장 흉험하고 지독한 늙은이였다. 흑마법과 주술에 조예가 깊은.
그런 사내들의 생각에 아랑곳없이 블랙팽은 저벅저벅 걸어와 주점 한가운데에 섰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긴장된 시선을 즐기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긴 패배한 개들이니 이리 모여 술주정이나 하는 게지.”
“말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요, 파르탁 블랙팽. 칼을 찬 사내들이 많소.”
“그랬나? 사내로는 보이지 않던데.”
파르탁은 여유롭게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점의 어둑한 조명 아래에서 칼날들이 저마다 섬뜩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하트테이커 대족장을 죽이고 싶나?”
가장 담력 있던 수인 사내마저도 그 말에 헛숨을 들이켜고 말았다. 파르탁은 그 반응에 비죽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왜들 그러지? 여기 칼 찬 사내란 것들이 죄다 그저 한숨만 내쉬고자 이 지하실에 모여든 건가? 쥐새끼들에게 어울리는 친목회로군.”
“……당신은 대족장의 수족이 아닌가?”
“내가? 으하하하!”
사내들은 웃음을 터트리는 파르탁을 바라보며 혼란에 휩싸였다. 지금까지 파르탁은 대족장의 배후에 서서 교묘히 그녀의 권위를 드높이는 것에 일념하고 있었다. 반기를 드는 자들을 한데 모아서 은밀히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제 수인들 중 그 사실을 모르는 자들이 없었다. 수인들은 저 음흉한 늙은이조차도 대족장의 권위에 복종한다는 것 자체가 그녀의 힘을 증명한다 여겼다.
그녀가 성에 틀어박혀서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에 전념하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뜻이다. 이제 그 시절 키르하스 하트테이커는 더 이상 없다. 어두운 골방에서 화려한 사치품으로 주위를 장식하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귀족 여인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한참 즐거운 듯 웃음을 터트리던 파르탁은 반쯤 뜯겨 나간 귀를 까딱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검게 물든 어금니가 조명 아래에서 번쩍였다.
“나와 대족장은 굳이 따지자면 같은 주군을 모셨지. 주군의 뜻이 같으니 함께 움직였고.”
“……주군?”
“그런 자가 있었다. 반년 전까지는.”
정말 죽은 것일까? 지난번처럼 연락을 끊고 어딘가 은거했다가 언제고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파르탁은 몸을 숙인 채 기다렸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다시 시간이 흐를 때까지.
그의 수족들은 제국과 교회를 오고 가며 정보를 수집했다. 혹시라도 살아 있을까? 그자가 살아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마침내 반년이 지났을 때, 파르탁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제국의 수색대마저 허탕을 치고, 각국의 첩보원들도 그자의 죽음을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는 이 시점에서야.
그는 죽었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그 사실에 상심한 키르하스는 재기가 불가능한 폐인이 되었다. 그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내 시대가 왔다. 파르탁 블랙팽의 시대가.’
감사하게도 그가 살아 있을 당시 파르탁은 그의 계획에 따라 이 수인 호족 연합의 매파 원로들을 완전히 지배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는 이제 죽었지만 파르탁의 지배력은 여전히 공고했다. 키르하스가 몰락한 지금, 그를 막아설 수 있는 세력은 연합 내에 그 누구도 있을 수 없다.
눈엣가시 같던 피엘도 사라졌다. 골든투스는 대황야의 국토를 수호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고, 뷜랑의 수인들은 키르하스의 권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보다 좋은 순간이 있겠는가. 파르탁은 모두가 자신의 손끝에 놀아나는 지금, 전능감에 절어 몸을 떨었다.
* * *
그 시점, 세 필의 기마가 황야를 건너 뷜랑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여름이 끝날 무렵의 늦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