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는 이 식당에서 네가 한 거짓말을 알고 있다(1)
나는 거짓말을 들을 수 있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면 그 소리만 귀를 긁는 금속성으로 들린다. 왜 이렇게 들리는 건지, 언제부터 이랬던 건지, 그건 나도 잘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런 소리가 들려왔고, 그게 어떤 뜻인지는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 들리는 금속성의 소음은 정말 내 신경을 긁었다. 내 성격이 좀 까칠한 것도, 내가 120킬로그램에 달하는 고도비만자가 됐던 것도 다 그 소리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학창시절에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줄곧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녔다. 당연히 친구도 없었고, 언제나 혼자였다. 그냥 내 모든 게 저주스러웠다. 다른 사람의
은밀한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
나는 거짓말을 혐오한다. 정확히 말하면 거짓말을 들을 때 내 귀에서 들리는 금속성 소리가 혐오스럽다. 그래서 그 소리를 만드는 자들을 증오했고, 그자들을 교도소에 다 처넣고 싶어서
검사가 되었다. 검사가 되고 난 후 내 능력은 축복이 되었다. 내가 대한민국 검사로서 꽤 잘 나갈 수 있었던 건, 범죄자들의 거짓말을 잡아낼 수 있는 능력, 바로 이 능력
덕분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저 여자의 거짓말이 내 귀를 괴롭히고 있다. 제발 밥 만이라도 편안하게 먹을 수 있게 입 좀 닥쳐 달라고 무릎을 꿇고 빌고 싶었다. 하지만 저 여자는 이런 내 심정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언니, 이 땅이 원래 임야였거든. 한 2만 평인가? 근데 이걸 이 회사가 싹 다 사서 공사를 해 가지고 잡종지로 바꾼 거잖아. 잡종지가 뭔지 알아, 언니? 잡종지를 딱 사면
거기에다가 집 다 지어도 돼. 200평만 있으면 주택 짓고 앞에 마당도 있고. 얼마나 좋은데.”
거짓말쟁이가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하자 박주환도 밥 먹다 말고 그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사실 박주환이나 나나 직업상 이런 얘기들은 귀에 속속 들어오는 편이다. 지금 저 여자가
하는 얘기들은 기획부동산 새끼들이 작정하고 사기 칠 때 하는 전형적인 레퍼토리다. 즉, 밥도 공짜로 더 주는, 우리 인심 좋은 식당 사장님을 저 거짓말쟁이가 사기 처먹으려고 작업
중이라는 얘기였다.
나도 고개를 돌려 사장이 앉아 있는 테이블 쪽을 바라보았다. 사장 맞은편에 앉아 있는 그 여자를 보니, 값비싼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이런 허름한 식당에서 볼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투자를 권유해서 사기 처먹는 족속들은 보통 돈 있는 티를 팍팍 내는 편이다. 투자해서 내가 돈을 이렇게 많이 벌었다는 거로 상대방에게 신뢰를 줘야 하니까. 저 여자도
확실히 그 범주 안에 속하는 사기꾼처럼 보였다.
“거기가 다 산으로 근사하게 둘러싸여 있어서 경치가 진짜 끝내주거든. 서울에서도 난리가 났다잖아. 최고 인기래. 그러니까 언니가 이거 사두기만 하면 서울 사람들이 죄다들
달려들거라고. 무조건 다섯 배 간다고 내가 장담을 한다, 장담을 해. 다섯 배면 10억이야, 언니.”
“10억!!??”
“그래, 10억!!”
“어휴, 말만 들어도 아찔하다.”
“말만이 아니구 진짜 바로 언니 통장에 그 돈이 꽂힌다니까. 내 말 들어. 진짜야.”
내가 수원지검에 있을 때 이런 유형의 사기 사건을 참 많이도 처리했었다. 맨날 기록으로만 이런 사건들을 접하다가 눈앞에서 딱 벌어지고 있으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근데, 너는 거기 가보기는 한 거야?”
“당연히 가 봤지.”
엥? 이것도 거짓말인거야? 도대체 너의 진실은 뭐냐?
“내가 가보고 너무 좋아서 분양계약서 두 개 가지고 온 거잖아. 언니 생각해서. 언니가 이 쬐그마한 식당 하면서 얼마나 아등바등 돈을 모았는지 내가 아니까 이런 기회를 나만 혼자
할 수가 없더라고.”
“내 생각도 해주고 고맙네.”
“당연하지. 내가 아니면 누가 언니를 생각해 줘. 나는 벌써 계약서 쓰고 돈도 입금 다 했어. 그러니까 언니도 서둘러야 해. 50명 채우는 거 금방이라고.”
사장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서류를 들춰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 사장이 저 사기꾼 여자의 근본 없는 거짓말에 마음이 흔들리는 모양이다.
“이거 보면 언니가 알아? 내가 다 확인했다니까? 그냥 언니는 계약서에 이름 쓰고 도장 찍으면 돼.”
“그래도 이게 한 두 푼도 아니고 2억이나 되니까 내가 가슴이 떨려 가지고…. 그리고 나 도장도 없어.”
“도장 없으면 그냥 지장 찍으면 되지. 내가 혹시 몰라서 인주도 다 가지고 왔잖아.”
사기꾼 여자가 가방을 뒤적거려 작은 인주 통까지 꺼내 들었다. 저것까지 준비해 온 걸 보니 저 사기꾼 여자가 오늘 아주 작정을 하고 온 모양이었다. 그래도 사장은 머뭇거렸다.
2억이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게 당연한 거지.
“언니, 나 못 믿어? 언니 생각해서 나도 이런 거 챙겨온 건데 …. 그렇게 불안하면 하지 마. 그동안 언니한테 내가 한다고 했는데, 나를 이 정도도 못 믿는다는 게 참
서운하네.”
여자가 인주 통을 흔들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거 우리 사장 처지가 난처하겠네. 계속 거절했다가는 인간관계마저 끊어지게 생겼는데?
“언니, 진짜 내 진심을 이렇게 몰라주면 내가 너무 섭섭해. 나랑 언니 사이에 거짓말하겠어? 언니니까 내가 이런 거 챙겨 온 거잖아, 진짜로.”
마지막 그 소리에 나는 드디어 뿜고 말았다. 천연덕스럽게 지금껏 거짓말을 해놓고는 뭐? 진심을 몰라 줘? 나랑 언니 사이에 내가 거짓말을 하겠어? 진짜 나는 참으려고 했다. 오늘
출소했는데, 게다가 눈앞에 홀리한 제육볶음까지 있는데, 얌전히 밥만 먹고 서울 올라가려고 굳게 다짐을 하고 또 했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건 다 참아도 거짓말은 절대 못 참는다.
오늘 내가 나선다면, 그건 모두 저 여자의 거짓말 때문이다. 내 탓이 아니다.
“알았어. 하면 되잖아. 여기에다가 이름 쓰고 지장 찍으면 되는 거야?”
식당 사장이 저 거짓말쟁이 여자의 카운터 펀치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사장의 말에 사기꾼 여자는 행복하다는 듯이 환하게 소리 내 웃었다.
“아이고, 언니. 진짜 잘 생각했어. 이 계약서 여기랑 여기에다가 언니 이름 쓰고, 그 옆에 지장 찍으면 돼. 그리고 텔레뱅킹할 수 있지? 거기 있는 계좌로 돈 입금하면 끝나.”
“입금도 바로 해야 하는 거야?”
“그럼. 계약서만 써도 소용없어. 돈을 넣어야지.”
그 여자는 생각만 해도 좋은지 또 깔깔대며 웃었다. 그 여자가 웃기 시작하자 나는 밥 먹던 숟가락을 식탁 위에 탁하고 내려놓았다. 진짜 꼭지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지금도 계속해서
저 여자가 거짓말을 해대고 있는데, 그걸 모르는 사장은 2억이나 되는 거액을 저 사기꾼 여자한테 갖다 바칠 결심을 한 것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 검사가 아니지만, 사람 성격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 내 눈앞에서 숨도 안 쉬고 거짓말을 늘어놓는데 어떻게 그냥 보낼 수 있겠냐고.
검사 시절 내가 그랬던 것처럼, 저런 뻔뻔한 범죄자 년에게는 응징의 불벼락을 내리는 게 맞는 거다.
박주환이 잔뜩 찌푸린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서로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인데, 박주환이 내 생각을 읽지 못할 리 없다. 거짓말을 듣는 내 능력은 몰라도, 내가 범죄자들의 거짓말을
얼마나 잘 잡아내는지, 그리고 거짓말을 한 범죄자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아니까, 박주환은 지금 걱정할 수밖에 없다.
“검사님, 그냥 놔두세요. 확인된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래, 박주환 입장에서는 확인된 게 아무것도 없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미 확인이 끝났다. 저 여자가 어느 대목에서 거짓말을 했는지 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나는 박주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190이나 되는 장정이 우뚝 서자 식당 사장과 그 여자도 나를 따라 고개를 쳐들었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마음 착한 사장님이 나에게 물었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성큼성큼 걸어가 사장님 옆 빈 의자에 털썩 앉았다. 갑자기 내가 양해도
구하지 않고 합석하자, 두 여자가 많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두 분 나누시는 말씀이 너무 재밌어서 얘기 좀 들어 보려고요. 괜찮죠? 기회가 너무 좋은 것 같은데, 나도 투자할 수 있나?”
내가 넉살 좋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내가 끼어들자 우리 사장님은 보고 있던 분양계약서를 내려놓았다. 분양계약서 서명 날인을 하려는데 내가 끼어들었으니, 저 사기꾼 여자는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대놓고 싫은 티를 냈지만, 나는 그러든지 말든지 모두 무시해 버렸다.
“계속해 보세요. 2억 투자해서 10억 버는 거라면서요? 요즘 대한민국에 이런 투자가 어디 있어? 내가 점심 먹으러 들어왔다가 아주 횡재하게 생겼네.”
“아니, 그건 내가 우리 언니한테만 준 투자 소슨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내가 얘기를 못 하지.”
역시 나한테는 바짝 경계심을 내보인다. 원래 사기꾼들은 자기보다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먹잇감으로 삼는다. 그런 면에서 나는 너무 강하고 또 너무 똑똑하지.
“에이. 그러지 말고 좀 풀어 봐요, 다 잘 먹고 잘살자고 하는 건데. 그렇게 사람 차별하고 그러면 안 되지. 어디 가서 나도 말 안 할게. 얘기 좀 해 줘 봐요.”
원래 내가 뻔뻔하기로 작정하면 뻔뻔하기가 하늘을 뚫는다. 게다가 입만 벌리면 거짓말인 연놈들에게 또 내가 가차 없이 무자비하다. 오늘 내가 저 여자를 찍은 이상 저 여자는 원하는
바를 절대 이루지 못할 것이다.
"우리 여사님은 벌써 분양받고 돈까지 줬다매. 계약서랑 입금증 그거 있어요? 있으면 좀 보여줘 봐요.“
“아니 내가 그걸 왜 가지고 다녀요, 집에 있지. 그리고 있어도 그걸 내가 왜 당신한테 보여주는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이렇게 나온다고 물러설 내가 아니다. 나한테 안 보여준다면 볼만한 사람이 보여 달라고 요구하면 되는 거니까.
“사장님. 궁금하지 않아요? 이분이 진짜 계약하고 돈을 넣었을까?”
“그러네. 얘, 좀 보여줘 봐. 그 계약서랑 영수증. 나도 궁금하다.”
사장이 나를 거들자, 그 사기꾼 여자의 얼굴이 대번 굳어졌다. 이번에는 뭐라면서 도망을 치려나?
“안 가져왔다니까. 그리고 언니 나 못 믿어? 갑자기 왜 그래? 아까 얘기 다 끝냈잖아.”
이 여자가 되레 화를 내기 시작했다. 화를 낸다는 건 심리적으로 몰리고 있다는 뜻도 된다. 나는 다시 2차 공격을 개시했다.
“근데 거기 위치가 어디에요? 가 보셨다면서요? 산에 둘러싸여서 그렇게 경치가 좋다면서. 거기 주소 좀 불러 봐요”
“주 … 주소는 왜?”
“그래야 등기부등본이라도 떼 보지. 요즘은 주소만 알면 인터넷으로 등기도 떼고, 거기 사진도 다 볼 수 있잖아. 우리 사장님은 등기는 보고 지금 계약하시는 거 맞죠?”
“나 못 봤는데. 아직 분할이 안 됐다고, 소유권 이전할 때 그때 보여준다고 ….”
“아이고, 우리 사장님 등기부도 확인 안 하고 계약하면 어떻게 해? 그러다가 소유권 이전 못 하는 땅이면 어쩌려고?”
“설마.”
“설마는 무슨 설마야. 그런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내 말에 사장님 귀가 번쩍 뜨이는 모양이었다. 사장님이 사기꾼 여자를 매섭게 쳐다보자, 사기꾼 여자가 당황했다. 그러게, 거짓말도 좀 적당히 할 것이지, 너무 작정하고 하니까
나한테 걸린 거 아냐. 당신도 참 재수 오지게 없다. 걸리다 걸리다 나 같은 새끼한테 이렇게 걸리냐?
“언니, 내가 그런 땅을 소개했겠어? 그런 거 아니야. 언니랑 내 사이가 어떤 사인데?”
사기꾼 여자가 땀을 삘삘 흘리면서 변명을 해댔다. 그러면서 열은 받는지 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인데, 사기꾼 여자가 저렇게 노려본다고 내가 그만두지를 않지. 나는
긴 팔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분양계약서를 집어 들었다.
“주소가 이 분양계약서에는 있겠네. 어디 보자. 강원도 철원시 …”
내가 한창 주소를 읽고 있는데 저 사기꾼 여자가 분양계약서를 채 틀어 갔다. 나는 뻘쭘해져서 사기꾼 여자를 쳐다보았다.
“이 새끼가 왜 허락도 없이 막 보고 지랄이야!! 거 참, 사람 되게 이상하네. 아으 머리야. 갑자기 두통이….”
사기꾼 여자가 나한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더니 인상을 팍 쓰며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짚었다. 역시 이것도 거짓말이다. 두통은 개뿔. 내가 있어서 오늘 계약서 쓰기는 글렀다
싶은 거지.
“아무래도 내가 컨디션이 영 아니라서 오늘은 이만 올라가야 할 것 같애. 언니 이거 분양계약서는 천천히 쓰자.”
아하, 이제 후퇴하시겠다? 그걸 내가 가만 보고 있을 수야 없지.
“오늘 아니면 안 된다매? 아까 그랬잖아. 50명 선착순, 원래 평당 200만 원인데 지금 하면 평당 100만 원. 그럼 당장 계약서 써야지. 돈도 받고.”
내가 빈정거리자 그 사기꾼 여자가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든가 말든가. 나는 비실비실 웃으며 그 여자를 같이 쳐다보았다.
“너 이 새끼 정체가 뭐야? 뭔데 남의 일에 나서서 난린데? 응? 아주 재수가 없을라니까 별 거지 같은 게 끼어 들어가지고 코 빠트리고 자빠졌네.”
이 사기꾼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그렇지. 이래야 더 재밌어지지. 나는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서 사기꾼을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나? 나야 지나가는 행인이지. 아니, 지나가다가 밥 먹으러 들어온 손님인가?”
“너 알고 온 거지? 누가 보냈어? 신 사장이야? 아니면 최 사장? 얼른 말해. 누가 보냈어?”
사기꾼 여자가 발악하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식당 사장도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검사실에서 사기꾼을 조사할 때 이런 모습까지 보지는 못하는데,
어쨌든 나로서도 새로운 경험이네.
저 사기꾼 여자는 이판사판 다 때려 부술 기세로 나를 노려보더니, 벌떡 일어나 내 멱살을 움켜잡았다. 내 반도 안 되는 여자가 잡은 거니까 사실 나에게는 거의 데미지가 없다.
하지만 오늘 새로 사 입은 니트 스웨터 목이 늘어나는 건 참 유쾌하지 않네. 내가 가볍게 그 사기꾼 여자 손목을 잡고 떼 내려고 하자 그 사기꾼 여자가 과장되게 몸을 뒤로 빼더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아이고, 이 젊은 놈의 새끼가 나를 밀치네. 아이고, 아이고.”
제 허리를 붙잡고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엿 같은 상황인거야? 내가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난 일이라 나도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 여자 사기만 치고
다니는 게 아니라 자해공갈까지 하고 다니는 거였어? 아주 가지가지 하는구나.
근데 문제는 이 상태로 가 버리면 나한테 절대적으로 불리해진다는 거였다. 증거가 없다. 저쪽에서 먼저 멱살을 잡기는 했지만 나도 저 사기꾼 여자 손목을 접촉했으니 저 여자가
아프다고 그 자리에서 드러누워 버리면 이게 참 할 말이 없어지는 거다. 이걸 어쩌지? 이 조그만 식당에 CCTV 같은 게 있을 리도 없고.
어쨌든 나는 젊고 건장한 남자로서 오늘 교도소에서 출소했고, 저 사기꾼 여자는 여자인데다가 나이도 많다. 누가 뭐라 하든 지금 상황은 젊은 전과자 남자 놈이 힘없는 중년의 여자를
폭행한 사건이 돼 버리고 만다. 이러면 죄질이 아주 안 좋다고 볼 수 있지. 게다가 나는 전직이 검사다. 이것까지 붙으면 인터넷 신문기사 감으로 이만한 게 없을 것이다.
그 사기꾼 여자는 이런 쪽에 빠삭한지 당장 죽을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 비명 소리를 듣고 누구라도 신고하면 당장 경찰이 출동해 문제가 될 판국이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수습하면 좋지? 내가 검사였다면, 처음부터 신분증 까고 진행했으면, 이런 일도 안 생겼을 텐데. 거 참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