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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첫 전투: 케르베르스와의 사투 (52/68)



〈 52화 〉첫 전투: 케르베르스와의 사투

―띠띠띠

이한얼은 집안 전체를 울려오는 경보를 듣자마자, 과제를 하던 자신의 손을 멈췄다.
하아...
그녀의 입을 통해 나온 한숨.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중압감이 그녀의 가슴을 압박했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다행히, 그녀는 선제적으로 전투에 쓰일 장비를 장착한 상태.
하피카움(인이어)로부터 헤프 박사의 긴급한 목소리가 들렀다.

<이번 첫 번째 전투는 카테고리1, 최하급의 바퀠라라  수 있지. 다가오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아 민첩성이 매우 뛰어난 놈으로 추측되네. 가급적 2레벨 이하의 무기로 대적하게. 급하면 어쩔  없이 3레벨 이상을 써야겠지만..>

그녀는 박사의 전언을 들으며, 눈앞의 철제 가방에 시선을 주시했다.
몇 마디 외계어를 주문하자, 그 가방이 열리면서 투명한 액체 같은 것이 흘러 나왔다.
레트라 불리우는 액체가 그녀의 옷으로 움직이더니, 투명젤리와 같은 형태로 옷에 부착하였다.

감마 행성에만 존재하는 투명한 반액체, 반고체 물질인 레트.
음성명령을 내리면 다양한 분자로 조합하여 각종 무기와 장비의 형태로 변환되는 유동성 금속물질.
한얼은 그 물질에게 자신의 무사귀환을 빌었다.

“잘 부탁한다. 래트.”

곧 그녀는 책상 옆에 부착되어 있는 검은색 버튼 하나를 눌렀다.
그리고 집의 천장이 서서히 개방되며 밤하늘의 별이 그녀의 방으로 우수수 쏟아졌다.
그녀는 라테카움(레이더 기능을 갖춘 전자가발)을 머리에 쓰고, 네튜카움(부스터)를 착용했다.
그녀가 초집중하여 두뇌로부터 싸이킥 에너지(정신에너지)를 뽑아내자,
라테카움의 흑발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라테카움이 완벽하게 금빛으로 변하는 순간이 되자, 그녀는 외쳤다.

“네.튜.안 (부스터 전원 ON)”

그녀의 주문에, 네튜카움에서 묵직한 엔진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서서히 허공에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트가그녀의 온몸을 감싸면서, 그녀의 모습은 점차 투명하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레.노.뷰 (출발)”

저공비행 추진체인 네튜카움에서 짧고 굻은 소음이 밤하늘을 꿰뚫더니,
그녀의 몸이 적이 돌진하는 곳을 향하여 쾌속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내린 곳은 경기도 시골지역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전혀 인적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곳.
땅에 하강하자마자, 클로킹(cloaking) 기능이 해제가 되면서 그녀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곧 한얼은 손에서 8개의 버튼 모양의 물질들을 뿌렸고,
그 버튼들이 스스로 움직이더니,
원형의 형태를 이루며 그녀의 주위를 감쌌다.

사전작업이 끝나고서,헤프 박사의 목소리가 하피카움을 통해서 들려왔다.

<반경 20km 전방에서 적이 접근 중. 프로카움(원형돔)을 활성화하면 모든 통신과 레이다가 끊기게  것이다. 적은 모두 4명 혹은 4개.. 이한얼.. 이것은 너의 첫 전투인 즉, 부디 건투를 빈다.>
“꼭 살아서, 박사님께 전장 현황 보고 드리겠습니다.”
<적이 카테고리 1인 만큼 그렇게 비정하게 말할 필요는 없다.. 크게 다치지만 말거라.>

‘적이 카테고리 1이라..’

한얼은 적과 상대의 카테고리를 비교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카테고리 5에  들어온 자신의 능력으로 보건데,
오늘 마주치는 적은 식은 죽 먹기 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투경험이 전무한 것이 그녀의 마음에 걸렸다.
카테고리 차이가  만큼 여유롭게 적을 대적해야 하는데,
그 여유가 그녀에게는 지금 없었다.
두렵기도 하고.

그녀의 생각은  흩어져 버렸다.
메씨카움(전자렌즈)에서 메시지창이 뜨며,
하피카움(인이어)에서 미친 듯이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상대가 10km 전방에서 빠르게 접근 중. 대략 시속 150km/h.]
[네발로 달리는 사륜보행의 생명체.]

그녀는 무기의 소환을 부르는 주문을 외웠다.

―레넨카스 (매그넘 레벨 1)

그러자, 유동성 금속 물질들이 그녀의 손 근처로 모이기 시작하더니,
황금빛을 띠며 무엇인가를 조합하기 시작하였다.
곧 그녀의 손에는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매그넘이 쥐어져 있었다.

지구에서 사용되는 .500 매그넘과 거의 동일한 형태.
총알은 에너지탄.
자그만치 50발의 에너지탄을 쏘며 50발을 다 쓰면 충전시간이필요한 것.
레벨 1인 만큼 에너지탄의 위력이나 에너지 자체의 선명도는 낮은 편.
그녀는 매그넘의 속성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그립을 꽉 쥐고 있었다.

[적 접근 중. 9km... 8km.... 7km.. 시속 150km/h]

메씨카움에 표시된 수치가 급격하게 꺾였다.
이한얼은 적을 마주할  하나의 준비를 하였다.

-셀리안! (초정밀보호막 ON)

주문과 함께 반짝이는 광선이 그녀 주위를 덮고,
곧 이한얼이 아닌 한돌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제는 셀리카움(보호막)까지 착용한 상태가 된 것이다.

보호막이 그녀의 몸을 두르고 나서, 메씨카움과 하피카움이 동시에 적의 출현을 요란하게 경고했다.

[적 출현 5km..]
하피카움에 전해 오는 희미한 굉음..
―크......크........크

[4 km.]
점차 선명해지는 날카로운 쇳소리
―크우....크아....으으아....

[3 km.]
케르베르스의 허공을 찢는 울부짖음
―캬아아아.....크아아아아아

[2 km.]
케르베르스의 포효가 지축을 울린다.
―캬아아아크아아아아악~~~~ 캬아악

매그넘을 쥔 손이 땀으로 서서히 젖기 하였다.
그립를 쥐는 손에 가해지는 힘.
그리고.. 서서히 선명해지는 힘줄.

[1km..]
갑자기 소리와 속도를 죽이며 천천히 다가오는 뒤틀어진 신음소리.
―크으으흐흐흐흐

[200m.]

어두운 시야를 뚫고 검붉은 인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찢어진 혈안을 번들거리며,
천천히 그렇게 한얼에게 다가선다.

 물체들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 한얼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간 같으면서도 인간 같지 않는 형상.
미친 들개처럼 네 다리로 땅을 짚으며
으르렁 거리며 다가오는 야수와 같은 존재들.

‘대체.. 누가... 저들을 저렇게?’

한얼은 자신에게 남겨진 마지막 남은 할 일 하나를 깨닫고,
나지막하게  개의 철자를 힘주어 말했다.

―프.로.카.움. (원형 돔 ON)

그녀와 케르베르스 주위를 둘러싼 8개의 버튼 모양의 물질로부터 선명한 빛기둥이 직선으로 30자(9미터) 솟구쳐 나왔다.
그리고 그 빛이 서로 교차하면서 서서히 하나의 원형 막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바로, 돔(Dome)이 만들어 진 것.
모든 외부의 빛, 전파, 소리를 차단하는 돔이, 전투를 위한 완벽한 투기장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돔이 쳐지자 한층 더 사납게 날뛰는 케르베르스.
선두에  케르베르스가 날카롭고 긴 발톱으로 흙을 두드리고 있었다.

―뚝뚝뚝뚜뚝뚝

―크르르르르릉~~~~~

인간과 같지 않는 괴수의 신음을 내는 카테고리 1 바퀠라, 케르베르스.
점차로, 케르베르스는 분노의 포효를 높여갔다.

―쿠애애액~~~
―크라아아아악~~

드디어,
선두로 뛰쳐나가는 케르베르스 한 마리.
그리고 그 선두를 뒤따르는 세 마리.
네 발이 보이지 않게,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필살의 스피드로,
조용했던 공기를 찢어 버리며,
얼이에게 맹렬하게 대쉬한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선두의 케르베르스가 땅을 박찼다.
25자(7.5m)의 높이로 수직으로 튀어오르는 점프.
그리고 돔 천장을 거꾸로 밟으며 얼이에게 향한다.

[12시 방향. 고도 80도. 속도 시속 120키로.]


매씨카움의 적색등, 그리고 요란한 신호음.
 신호음이 채 끝나기 전에 울리는
귀를 뚫어버리는 날카로운 총성.

―투둥투둥탕탕탕탕

금빛의 줄기가 매그넘 총구에서 폭발하고.
선명한 빛의 줄기가 좌우로 퍼진다.
날카롭고.
빠르게.

에너지탄이 케르베르스의 살점을 스친다.
그때마다 남겨지는 피멍의 흔적.
괴수들이 내는 고통의 비명이 공명되어 울린다.

―캬악캬악

그때,
매그넘의 총구에서 나온 묵직한 빛의 파동 하나가,
돔 천장을 밟고 얼의 태양혈을 공략하려는
케르베르스의 두뇌를 정확히 꿰뚫고 지나간다.

―꾸애애애액

금속성의 고주파 비명.
그리고 한얼이 서 있는 데에서 1m도 채 되지 않는 곳에
떨어지는 몸뚱이.
추락한 케르베르스의 등에 흙이 파묻으며,
떨어지는 충격으로 조그만 모래폭풍이 만들어졌다.

동료의 비명을 딛고 얼을 향해 정면으로 뛰어오르는  다른 케르베르스.
한얼이 매그넘을 그에게 향하는 찰나,
케르베르스가 총기를 자기 입으로 물어버린다.

―쿠애애쿠애액~ 쿠액

그녀의 손에 느껴지는 강렬한 진동과 귀를 울리는 괴성.
피비릿내가 섞인 역한 냄새..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작열하는 통증.
이한얼은 이를 앙다물었다.
물려 찢어진 상처에서 흐르는 빨간 피가 그녀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그녀의 손에서 힘이 빠지는 마지막 그 순간,
그녀는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외발마의 신음소리도 없이 그대로 꼬꾸라지는 케르베르스.
총성이 울린 후, 한얼은 매그넘을 놓쳤고,
케르베르스는 매그넘을 입에 물고서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녀는 한숨을 돌릴 시간이 없었다.
연달아 공격해 들어오는 남은  마리의 케르베르스.
한얼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굴렸다.
세 번째 케르베르스는 다행히 그녀에게 아무런 해를 가하지 못한 채,
스쳐지나가 버렸고...

그러나, 마지막 놈의 날카로운 손톱이
그녀의 머리를 정확히 겨냥했고,
그녀의 회피동작과 함께, 라테카움 한줌의돌기를 잘라내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난 혈!
한줌의 상처가 생겨버렸다.

“악....”

한얼은 짧은 비명소리를냈다.
하지만 곧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극심한 통증을 참아내고서는,
매그넘을 입에 물고 있는 케르베르스 근처로 슬라이딩 하듯 다가갔다.
그의 이빨에 고정되어 있는  보이는 매그넘.
한얼이 매그넘 그립을 잡았다.

“아... 매그넘이 나오지 않아.  괴수의 악력이 너무 세..”

얼이를 지나쳐 버린 케르베르스 둘이
재공격을 위해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눈빛에 가득한 광노!
그리고 날카로운 쇳소리의 포효!
땅을 짓이기는  발이 다시 보이지 않는다.
얼이에게 맹렬히 들어가는 탄력 있는 점프.
또다시 얼이의 머리를 노리는 케르베르스의 날카로운 손톱들.
얼이의 눈앞 1미터까지 다가 온 예리한 손톱,
그 피뢰침 끝이 그녀의 눈에 다가오는  순간.

“레피에스~~~~~~~~~~(쌍검 레벨 1)”

얼의 입에서 벼락같이 울리는 주문.
매그넘이 쌍검으로 변환되면서,
총을 물고 있던 케르베르스의 얼굴이
쌍검의 강렬한 에너지 칼날로 갈기갈기 잘라져버렸다.
얼은 주문이 채 끝나기 전에
날카롭고 빠르게 쌍검을 휘둘렀다.

그녀의 양손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검기.
그 검기가 케르베르스의 손톱에 닿는 순간, 손톱이 깨져 버리고..
그녀는 그대로 달려드는 두 마리 케르베르스의 얼굴에
각기 검 하나씩을 찔러버렸다.
케르베르스의 머리를 관통해 버리는 검.
뼈가 뽀개지는 소리.
터진 뇌수...
그리고 솟구치는 피.
칼이 길게 케르베르스의 머리를 관통하고 나서,
케르베르스라 불리우는 생명체는 결국 생기를 잃었다.
마지막 손과 발을 유달리 떠는 반사 반응을 남긴 채..

얼은 잠시 멍한 상태로 있었다.

“끝..났어.. 내가 해치웠어.. 근데.. 왜 이들이 죽어있지?”

그녀는 문득 이물질감을 느끼고 얼굴을 만져보았다.
케르베르스로부터 나온 진득한 액체와 피부조각들.
그것은 명백히 케르베르스의 탈을 쓴 인간들의잔해였다.
그녀의 시선은 다시 땅에 널부러져 있는 케르베르스의 몸체들을 향했다.
셋은 머리가 깨져 있어 생명의 흔적은 찾아 볼 수도 없는 상황.
다만, 처음 총을 맞아 쓰러진 케르베르스 하나가 천천히 인간의 형상으로 되돌아 오고 있었다.

얼은 눈앞의 현실에 충격을 받고서는, 입을 떨고 있었다.

“헤프박사가... 이 사람들, 살 수 있을 거라고.. 바퀠라라고 해도 레벨2 이하면 인간으로 되돌아 올  있을 거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그녀는  묻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내가.. 내가 죽였어. 이 사람들을 모두.. 내가!”

한얼이 정신이 반즈음 나가 있는 동안, 케르베르스였던 사람 하나가 몸을 뒤척이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지척의 거리에서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또 한 사람의 시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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