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하비천과의 협정 (61/68)



〈 61화 〉하비천과의 협정

이한얼이 두 번째 전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환한 지 한참이 지났다.
헤프 박사의 지하 연구실 깊은 곳에서 은밀한 소리가 들렀다.
그 소리의 출처는 이한얼이  번도 발을 들여 놓은 적이 없는 밀실이었다.
그 밀실은 특수 관문을 통해서만 출입할 수 있었고,  밀실에 출입 가능한 존재는 헤프 박사 본인과 한얼을 그대로 빼다 박은  여인이었다.
지금, 그 여인은 검붉은 혈흔으로 물들어 버린 슈트를 착용하고 있었고, 이를 바라보는 헤프박사는 눈썹을 찡그렸다.

“케르베르스 다섯 마리를 묵사발로 만들어 버렸군.”



검붉은  덩어리가 굳어버린 그녀의 특수슈트에서 자극적인 피 냄새가 밀실의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냄새까지는 없애지 못했습니다.”
“그걸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닐세.”



쓸데없는 살인을 했다는 것에 대한 책망인가?
그 여인은 헤프 박사가 화를 내는 이유를 마음대로 추측하고 있었다.

“어차피 그놈들은 살아봐야 남을 등쳐먹을 쓰레기들입니다.”
“그것도 내가   아니지. 저들이 죽든 말든 그건  운명이니까!”
“그럼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감정 통제를 하라 하지 않았는가?  자꾸 이전 생애의 감정을 가지고 싸우지?”
“어차피 전 박사님의 실패작입니다. 더 많은 것을 바라지는 마시지요.”



헤프 박사는 그녀의 도발적인 반응에 혀를 찼다.
동시에, 그는 눈앞의 존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생각하고 있었다.

민서애.
이 눈앞의 여자가 두뇌 이식 전 불렸던 이름이었다.
사업 하다 망한 아버지의 빚으로 인하여, 그녀는 불량배들로부터 입에 담기도 힘든 몹쓸 짓을 당하였다.
그녀는 세상을 저주했고, 자살을 결심했다.
그때, 인간의 모습이되, 인간답지 않게 행동하는 외계의 기사를 만났었다.
그는 외계행성에 거주하는 인간이었고, 어쩌다 고향별을 방문하였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불행을 가져다주었던 악마들을 처리했고, 그 보답으로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바쳤다.
그 기사는 검을 연마하던 시간을 버리고, 사랑을 위한 시간을 선택했다.
둘 다 익숙하지 못했었던, 그러나 앞으로 익숙해지길 바랐던 순간들이 행복이란 이름으로 다가왔다.
가장 불행했던 기간에 가장 행복했던 짧은 순간들을 맞이한  그때였었다.
그러나,  짧은 행복은 결국 누구의 손에 의해 끊어져버렸다.

‘미안하네. 서애.’


헤프 박사는 잠시 과거의 상념에 젖어들었다가,
자신을 쳐다보는 서애의 불순한 눈초리에 정신을 차렸다.



“이제 네가 전투에 나설  있는 기회는 딱 한번 뿐이다. 앞으로는 내 허락 없이, 싸이킥 에너지를 사용해서 싸우지 말게.”
“하지만, 저에겐 아직 적의 피가 더 필요합니다.”
“지금 나서면, 중요할 때 너를 쓸 수가 없어. 넌 이미 싸이킥 에너지의 한계용량에 거의 도달했다.”
“전 충분히 견딜  있습니다.”
“민서애! 너는 피라미들을 처리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냐! 더 흉폭하고 강한 적과 싸우기 위해서라고.”



서애는 불만서린 표정을 금하지 못했다가 한숨을 쉬었다.




“박사님의 뜻이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만들어진 존재가 주인 뜻을 거스를 수는 없죠.”


그녀의 말은 수긍이라기보다 명백히 반항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반항에 정점을 찍었다.

“생각해 보니, 박사님 말씀대로 힘을 아껴둬야겠습니다.”
“아껴서 나한테 쓰겠지?”
“물론입니다. 전쟁에서 꼭 살아남아, 당신을 죽이겠습니다.”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겠네. 그러니, 지금은 자중하게나.”
“그건 내가 알아서 합니다. 그럼 전 이만.”



그녀는 박사에게 증오의 눈빛을 남긴 채, 몸에 묻은 피를 씻어내기 위하여 샤워튜브로 이동했다.
피 자국으로 얼룩진 서애의 등을 바라보며, 헤프는 고심에 빠졌다.

‘마윈, 역시 그대는 만만치 않는 상대이군. 일부로 미끼를 던져 서애의 생명력을 갉아먹게 만들다니..’




헤프는 문득  개의 캡슐 안에 미동 없이 누워있는 실험체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 실험체들은 이한얼, 민서애와 완벽하게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 실험체들에게는 뇌가 없을 뿐이었다.



“서애도 버티지 못한다면, 결국  실험체들을 써야 하는데.. 문제는 싸이킥 에너지를 감당할 슈퍼 브레인을 좀처럼 찾을  없다는 것이군.”


박사는 지금 또 다른 두뇌이식자  명을 떠올렸다.
작년 초에 두뇌 이식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꾸준히 성장 중인 고등학생 여자아이.
하지만, 그 아이를 활용하기에는 그 능력이 아직 미천했다.
완벽한 암살자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3-4년은 걸릴 터였다.
헤프 박사는 결국 그 여자아이를 활용하고자 한 계획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결국 하나의 수밖에 없군.”




그는 자신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하루 속히, 이한얼의 친부모와 형제들을 찾아봐야겠어. 분명히 그들 중에 슈퍼 브레인을 가지고 있는 이가 있을 것이야.”







*********************

한얼이 거주하는 곳 근처에 자리 잡은 카페 ‘하루의 휴식’.
3일전부터 이 ‘하루의 휴식’에 남자 손님들이 갑자기 늘었다.
특별히 주인장이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메뉴를 바꾼 것도 아니었다.
커피 맛은 그대로였고, 매장에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향도 항상 똑같았다.
단지,  카페에 변화가 있다면 아르바이트 학생 한 명이 새로 들어온 것,
그것이 다였다.



매출 상승의 주인공인 말총머리의 20대 아가씨, 그녀가 바쁘게 손길을 움직이며 커피를 우려내고 있었다.
날씨가  더운지, 그녀의 날렵한 콧날에 땀이 맺혔다.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커피 아로마가 카페에 향기를 준다면,  여자의 옥음은 향기의 질감을 높였다.
아까부터 슬쩍 종업원의 눈치를 살피던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가 설레는 가슴에 손을 대고서는, 자기 것을 픽업하고자 그녀의 곁으로 왔다.
커피를 받아둔 손이 유달리 떨렸다.



“저..저..저기요.”
“네?”

마시라는 커피는 안마시고, 엄한 말을 내뱉으려니 목소리가 떨릴 수밖에.
하얀 잇몸이 드러나도록 웃어주는 알바생의 배려에, 그는 정신이 아득해질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힛.. 무슨 말씀을요!”



결국 평범한 인사치례에 마음의 진심을 담을 수밖에 없었던 그 사내는 쓸쓸히 테이블로 돌아섰다.
그 사내를 고소하다는 듯 바라보는 아저씨들이 두 명 정도 더 있었고, 그들은  카페의 그녀를 엄한 사람에게 뺏기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젖어들고 있었다.
카페의 손님 숫자는 한명이 더 늘었다.
말쑥한 정장을 빼입은 30대 중반 남자 손님이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서 오...”




알바생은  손님을 보고, 인사를 마치지 못했다.
긴장된 기색에 원래 컸던 두 눈이 더욱 커졌다.
그 낯선 사내가 조용한 웃음을 짓더니, 아무말 없이 주위 남자 손님들에게로 다가갔다.
 사내가 손님들 근처를 지났을 뿐인데, 손님들이 그대로 테이블위에 푹 엎어지고서는 잠들어 버렸다.




“하비천, 당신 여기 웬 일이야?”

조금 전까지 손님들의 기분을 좋게 하던 귀엽고 발랄한 목소리가 저음으로 돌변하였다.




“후후.. 여기서 알바를 하고 계시는 군요. 이한얼씨.”
“어떻게 여길?”
“예전에 이 근처에서 한번 당신을 만났을 텐데요?”
“그랬군. 그렇다면 내 거처를 안다는 것인데...”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여기가 당신의 묘 자리라는 것도 알겠군!”



이한얼의 머리에서 황금빛의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아한 표정과 함께,  기운이 사라졌다.

“메씨카움(특수렌즈)으로  관찰하는 건가?”
“이럴 리가 없는데...”
“당연하지. 난 바퀠라가 아니니까.”
“음.....”
“헤프박사가 그러지 않았던가? 내가 헤프박사 연구의 프로토타입이었다고.”
“좋아. 그건 중요하지 않아. 오늘이 너한테 마지막 날이라는  중요한 거지.”



한얼은 다시 한 번 싸이킥 에너지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금빛의 기운이 그녀 전체를 감싸 돌며, 선명해 지고 있었다.
 모습을 지켜보던 하비천의 입가에 싸늘한 냉소가 걸렸다.

“날 지금  자리에서 죽이면, 아주 즐거운 일이 벌어질 거야.”
“뭐?”
“헤프박사가 어디서 사는지 내가 안다고 하지 않았나? 날 죽이면,  정보가 그렌바움의 손에 들어갈 텐데, 그래도 괜찮겠나?”



한얼은 다시 평상시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하비천의 말대로, 그를 공격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나 컸다.
그녀는 공격할 의지를 내려놓고, 우선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로 하였다.




“왜지?”
“내가 찾아온 이유를 원하는가? 아니면 헤프에 관한 정보를 지금껏 그렌바움에 고하지 않는 이유를 듣고 싶은 것인가?”
“둘 다.”
“우선, 그렌바움은 내가 마음을 주고픈 보스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해두지.”
“어찌보면 당신은 배신자군.”
“따르고자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거쳐 가는 자에게 굳이 좋은 일 해줄 필요는 없지 않나?”


거쳐 가는 자? 하비천의 의미심장한 단어가 그녀의 귀에 꽂혔다.
한얼이 급하게 되물었다.

“따르고자 하는 자가 누구지?”
“이런, 헤프 박사가 나에 대하여 제대로 이야기 하지 않은 모양이야. 하긴, 그 이야기를 굳이 너한테 해줄 필요는 없겠지만.”
“무슨 개떡같은 소리야?”
“후후.. 난 황제의 분신을 사랑했던 자였다. 한때는 윤찬이라고 불리워지기도 했고, 지금은 하르슈텐트라고도 불리워지기도 하지.”

한얼은 그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감마족 황제의 분신이며 실험체, 아라 아시에테.
황제이면서 황제가 아니었던 여자.
황제에 반기를 들고, 결국 제국 기사와 함께 자신의 본체인 황제를 죽였던 자.
그 아라가 사랑했던 지구인이 한 명 있었다고 들었었다.
그 지구인이 지금 하비천의 모습으로 눈앞에 있다니.




“너의 표정을 보니, 어느 정도는 알고 있군.”
“너.. 너는 황제의 적임에 틀림없는데, 왜 황제의 충견인 그렌바움에게 충성을 바치지?”
“안타깝지만, 그가  목숨줄을 잡고 있거든. 살아남아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비천이 사랑하는 사람을 언급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차갑기 이를 데 없었던 그에게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감정의 격랑이 일어났다.
한얼은 그 찰나에 그에게서 진심을 보았다.
비록 그를 공감하지는 않더라도, 반감을 반감(半減)하는 데는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그럼 여기에  이유는?”
“뭐, 간단하지. 협상을 위해 왔다고 하면 될까?”




하비천이 순식간에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방문의 이유를 답했다.



“당신이 원하는 카드가 뭐야?”
“아라에 대한 모든 정보. 제국기사와 관련된 정보까지 포함해서.”
“제국 기사?”
“그가 아라와 마지막 순간을 같이 했지. 그 기사를 찾으면, 아라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그건 헤프 박사에게 직접 물으면 되지 않을까?”
“헤프 박사는 절대로 제국 기사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 목숨이 걸린 일이거든.”
“뭐?”
“그는 절대 입을 다물 사람. 그렇다면, 네가 헤프 박사의 정보를 알아내주기를 바란다.”


그의 부탁은 까다로웠다.
헤프 박사 몰래 그녀가 알아 낼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솔직히 한얼은 그의 부탁을 자기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비천, 당신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지?”
“헤프 박사 거처에 대한 비밀 유지와 박광혁에 대한 방임. 그가 그룹 일선에서 물러날  있도록 눈감아주겠다.”
“그 정도로는 약한데..”
“난 이미 박지혁이 누구랑 접촉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어. 박하영과 접촉하고자 하는 너의 계획조차도 파악하고 있지.”
“아....”
“이 정도는 협상카드로 충분할 거 같은데, 어떤가?”



한얼은 그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마음속에 떠오르는 사실 한 가지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혹시, 박광혁. 그가 기생체를 담는 용기인가?”
“부인할 수 없군.”
“박광혁이 혹시 그렌바움의 도구가 되는 것?”
“그것까지는 말해 줄  없다.”
“그럼 박광혁을 죽여야겠어.”
“그렇다면, 헤프 박사의 거처도 공개되겠지.”
“후후. 당신의 반응 때문에 알겠군. 박광혁이 그렌바움의 용기라는 걸.”



한얼의 우회적인 심문이 하비천의 허를 찔렀다.
그녀는 박광혁을 당장 죽여버리고 싶었다.
치욕을 가져다주고, 자신의 몸을 탐한 원흉이기에, 이 세상에서 제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게다가 그의 죽음으로 그렌바움의 야욕이 좌절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하지만, 하비천이 현실을 깨우쳐주었다.



“만약 박광혁이 죽는다면, 두 사람이 더 죽는다.”
“뭐?”
“박승지와 너의 친구, 서종철.”
“.......”
“박광혁이 그러하듯, 박승지 역시 대단한 용기이지. 유전적으로 타고났거든.”


한얼은 움찔거렸다.
그의 날카로운 답변은 박광혁을 죽이고자 하는 의지를 꺾기에 충분했다.

“박광혁이 죽는다면, 나 역시 죽게 되어 있어. 그렌바움이 내게 책임을 묻겠지.”
“그렌바움은 다른 용기를 찾아다닐 것이고, 그게 승지가 될 것이다?”
“잘 아는군. 박승지를 보호할 수 있는 존재가  밖에 없을 텐데, 과연 그녀가 안전할까?”



한얼은 하비천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리고, 그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파고들었다.



“박승지를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가 뭐지? 설마 사랑?”
“후후후. 사랑이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황제의 분신, 아라밖에 없어. 단지, 승지가 그녀의 모습을 닮았을 뿐이야.”




승지를 지척에 두면서, 하비천은 점차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했었다.
승지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이 아라의 그것을 빼닮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기꺼이 승지를 보호하고자 하였다.
승지가 기생체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두뇌를 소유하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하비천은 그 비밀을 애써 지켜나갔다.


“내가 여기에 온 또 다른 이유, 승지가 위험해질 수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지.”
“하... 결국 박광혁을 그대로 놔둬야, 모두가 안전하다는 말이군.”
“자, 어찌 하겠는가?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한얼은 잠시 누구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결심을 밝혔다.

“당신이 박지혁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협상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지혁은 어차피 나의 관심사항이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야.”



결국, 둘은 손을 서로 마주치는 것으로 협정을 마무리 지었다.
하비천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표정으로 카페 문고리를 잡았다.
그가 밖을 나가기 전, 다시 한 번 한얼을 쳐다보았다.



“이한얼, 너에게 박지혁은 무엇이지?”
“그.. 그건.. 왜?”


한얼이 뜬금없는 그의 발언에 적잖이 당황하였다.

“재미있군. 너의 반응이.”
“내..내가 뭐?”
“네가 갖고 있는 감정, 우정 이상의 것인가?”
“무슨 X같은 소리야!”

얼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비천이 그녀의 반응을 즐기는 듯하였다.



“네가 부인하려해도 새로 얻은 육신의 반응을 거스를 수 없지.”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
“지금 뛰고 있는 심장은  이상 옛날의 네 것이 아니지.”
“뭐?”
“너의 두뇌도, 마음도 모든 것이 변하고 있어. 그걸 거부하려 하지 말라는 말일세.”
“...........”
“너처럼 한번 죽었다 살아난 선배의 조언이라고 생각하게. 그럼, 난 이만.”



하비천이 카페 문을 나서자마자, 기절해 있던 손님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한얼은 하비천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서 온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별 시덥지 않은 말로서 그녀의 기분을 완전히 망치게 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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