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쟁선계-136화 (136/421)

(3)

-문령(門令)을 받는 모든 간부들을 뇌화각으로 소집하라!

민파대릉이 그날 밤 순찰 책임자인 비웅대주 다후격에게 소집령을 하달한 것은 아직 동창이 밝기 전인 인시(寅時:오전 3시~5시) 말이었다.

소집령을 접한 뇌문의 모든 간부들은 뇌화각 일층 회의실에 집결했다. 지난밤 환영연의 여파 탓인지 하나같이 부스스한 기색이었다. 그 수는 무려 팔십여. 넓은 회의실은 금방 포화 상태가 되었고, 직위가 낮은 사람들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서 있어야만 했다.

잠시 후, 민파대릉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인원을 보고하라!”

민파대릉이 지시하자, 소집령을 하달한 다후격이 점고해둔 내용을 보고했다.

“신전을 제외한 전 부서의 간부 팔십칠 명이 집결했습니다.”

제사장이 관할하는 신전은 뇌문 내에서 문주의 명령권이 미치지 않는 유일한 조직이었다. 민파대릉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 위에 마련된 상석에 자리 잡았다. 그가 앉기를 기다려 일어섰던 사람들이 저마다 자리에 앉았다.

민파대릉은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곤충을 닮은 그의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지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할 만큼 경직되어 있었다. 꿀꺽!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사람들의 귓전에 또렷이 울렸다.

이윽고 민파대릉 입술 사이로 무거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난밤 변고가 발생했다.”

소리 없는 동요가 잔물결처럼 회의실 안으로 번져나갔다.

“오랫동안 본 도에 몸을 의탁했던 철교왕과 어제 도착한 비영 중 한 사람이 누군가의 암수에 당한 것이다.”

사람들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몇몇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는데, 앞줄에 앉아 있던 체항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옆자리에 앉은 아리수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대체 어찌된 영문이냐고 묻고 있었다.

그러나 아리수는 체항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다만 민파대릉의 입술만을 뚫어지게 응시할 따름이었다.

사람들 틈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해 주시오! 대체 그들이 어떤 암수에 당했다는 말씀이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치아눈과 살륭하를 좌우에 거느린 대장로 음뢰격이었다.

“극독에 당했습니다. 철교왕은 그 자리에서 절명했고, 비영은 중태에 빠졌습니다.”

민파대릉의 대답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독이라고요?”, “누가 그들에게 독을 썼단 말입니까?”, 등의 질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웅성거림은 “조용히!”라는 민파대릉의 한마디에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민파대릉은 문 쪽을 향해 외쳤다.

“끌고 와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 사람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가운데 선 사람은 살집이 피둥피둥한 중늙은이였는데, 굵은 밧줄에 단단히 결박당한 상태로 양쪽 팔꿈치 관절을 좌우의 장한들에게 틀어 잡혀 있었다. 그의 좌우에 나눠 선 장한들은 벼락 문양이 수놓인 붉은 두건을 이마에 두르고 있었다.

저 붉은 두건이 민파대릉의 직속 친위대, 호뢰단(護雷團)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적어도 이 회의실 안에는 없었다.

도검불침의 외문기공을 자랑하는 예마(霓摩)를 단주로 하여 총 스물여덟 명으로 구성된 호뢰단은, 단원 개개인의 능력이 뇌문삼대의 조장급과 맞먹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규모는 비록 작지만, 문주의 명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맹목적인 충성심과 직위 고하를 고려하지 않는 친위대 특유의 단호함으로 금부도 내의 모든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되어온 호뢰단.

그런 호뢰단에게 잡혀온 저 중늙은이는 대체 무슨 중죄를 저지른 것일까?

민파대릉은 차가운 눈으로 중늙은이를 노려보다가 물었다.

“네가 두 사람이 먹은 음식을 만든 요리사가 맞느냐?”

중늙은이는 감히 소리 내어 대답하지도 못하고 온몸을 와들와들 떨기만 했다. 어찌나 심하게 떨어대던지 그를 틀어잡고 있던 호뢰단원들의 몸까지 흔들리는 듯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살고 싶다면 스스로를 변론해야 한다.”

민파대릉의 이 말이 중늙은이의 막힌 목청을 트이게 만들었다.

“소인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소인은 그저……!”

“조용히!”

민파대릉은 손을 들어 중늙은이의 말을 막았다.

“판단은 내가 한다. 너는 묻는 말에만 대답해라.”

중늙은이는 창백해진 얼굴로 어깨를 움츠렸다. 민파대릉이 다시 물었다.

“네가 그 방으로 들어간 음식을 만든 요리사가 맞느냐?”

“그,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그 방에서 중독되었다. 너는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

중늙은이는 절규하듯 외쳤다.

“소인은 모르는 일입니다! 주방에서나 일하는 천한 놈이 독 같은 흉측한 물건과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래?”

민파대릉은 중늙은이에게 주었던 시선을 거두더니 문가를 향해 다시 외쳤다.

“옮겨오너라!”

이번에는 네 명의 호뢰단원이 커다란 목관 하나를 어깨에 떠메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자 독한 칠 냄새가 사람들의 코를 찔렀다. 이는 목관에 발린 칠이 완전히 마르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그들은 민파대릉 앞에 목관을 내려놓은 뒤, 몇 걸음 물러섰다.

“약선당주!”

민파대릉의 호명이 있자 한 여인이 앞으로 나왔다. 뇌문 내의 약리 업무를 통괄하는 약선당주 목목태였다. 평소 요염한 미소가 떠나지 않던 그녀의 얼굴은 지금 이 순간 긴장으로 인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관 안에는 철교왕의 시신이 있다. 어떤 독에 당했는지 파악하도록 하라.”

시체, 그것도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음모를 함께 도모하던 동지의 시체를 검시(檢屍)한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문주의 명은 지엄했다. 목목태는 좋던 싫던 왕풍호의 시신에 얼굴을 박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독이 무엇인지 살필 도리밖에 없었다.

그녀가 독의 종류를 파악하는 데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시 치켜진 그녀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민파대릉이 물었다.

“알아냈나?”

목목태가 머뭇거리자 민파대릉이 재촉했다.

“말하라!”

목목태의 목에서 바위에 짓눌린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반와합궁액입니다.”

이 대답은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을 또 한 번 웅성거리게 만들었다. 민파대릉은 손을 들어 사람들의 동요를 진정시킨 뒤 목목태에게 다시 물었다.

“확실한가?”

“반와합궁액에 중독되면 혈압이 급속히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혈관 내부의 혈액이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곳곳에서 응고하게 되지요. 시신의 표피에서 찾아볼 수 있는 크고 둥근 검은 반점들이 바로 그 응고된 혈액의 흔적입니다.”

민파대릉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와합궁액으로 말할 것 같으면, 최소한 금부도 주민들에게 있어선 너무나도 잘 알려진 독이었다. 그는 왕풍호의 시신을 처음 대한 순간 흉수가 쓴 독이 반와합궁액이란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목목태의 검시는 확인 절차에 불과했다.

민파대릉은 결박된 중늙은이를 바라보았다.

“너도 이 섬 주민이니 반와합궁액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을 터. 두 사람이 먹은 음식에 바로 그 반와합궁액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네 소행이 아니라고 잡아뗄 셈이냐?”

중늙은이는 눈물을 흘리며 애절하게 부르짖었다.

“믿어주십시오! 소인과는 무관한 일입니다!”

이때, 아리수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민파대릉에게 말했다.

“문주님, 반와합궁액은 한낱 주방에서 일하는 일꾼 따위가 손에 넣을 만한 물건이 아닙니다.”

민파대릉은 아리수를 돌아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자의 소행이 아니라는 뜻인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아니면?”

“이 섬에서 반와합궁액을 자유로이 취급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만약 이자가 독을 썼다면, 그 배후에는 반드시 다른 흉수가 존재할 것입니다.”

민파대릉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이다.”

아리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해서, 문주께서 허락해주신다면 제가 이자를 문초해볼까 합니다만…….”

“자네가?”

“제 휘하에는 죄인으로 하여금 스스로 입을 열게끔 만드는 재주를 지닌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써볼까 합니다.”

이 말은 지극히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중늙은이로 하여금 눈을 까뒤집게 만들 만큼 무서운 것이었다.

그런데 아리수의 뜻은 다른 이에 의해 제지당했다.

“불가(不可)! 불가하오!”

회의장을 쩌렁 울리는 우렁찬 목소리로 ‘불가’를 외치고 나선 사람은 다름 아닌 음뢰격이었다. 그를 바라본 아리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 미간은 금방 편편해졌다.

아리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음뢰격에게 물었다.

“이유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음뢰격의 대꾸는 냉랭하기만 했다.

“부문주의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이 섬에서 반와합궁액을 취급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자네 또한 그 극소수에 포함되는 줄 아는데……, 안 그런가?”

아리수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음뢰격의 말인즉슨, 자신에게도 흉수의 혐의가 있다는 뜻이었다. 하기야 그랬다. 그가 소매 속에 감추고 있는 회심의 암기, 쌍령수리전에 발린 독액도 바로 반와합궁액이었으니까.

“말씀대로입니다.”

아리수가 선선히 시인하자 음뢰격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런 자네가 신문을 맡겠다니, 이야말로 고양이가 생선을 맡겠다는 격이 아닌가!”

심중의 적개심이 그대로 드러난 발언이지만 아리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대장로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고양이가 생선을 맡아선 안 되겠지요. 그 제안은 없었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리에 앉는 아리수의 얼굴은 태연하기만 했다. 음뢰격은 안광을 형형히 빛내며 그를 노려보았지만, 그는 이미 시선을 외면한 뒤였다.

그때, 호뢰단 차림의 장한 한 명이 회의실 안으로 급히 들어왔다. 민파대릉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그 장한은 민파대릉의 귓가에 몇 마디를 속삭였다. 민파대릉의 얼굴에 한 줄기 그늘이 드리웠다.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이겠지. 들여보내라.”

민파대릉이 침중하게 말하자 장한은 회의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잠시 후, 일단의 사람들이 회의장 안으로 들이닥쳤다. 진금영을 선두로 한 비각의 인사들이었다. 지난밤 흥겨워하던 얼굴들이 지금은 강철 가면을 뒤집어 쓴 듯 딱딱해 보였다. 가뜩이나 냉랭하던 회의장의 분위기가 그들의 등장으로 인해 더욱 얼어붙었다.

“어서 오시오. 청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인 줄 알지만, 시간이 너무 일러 전갈을 드리지 않았소이다.”

민파대릉이 의자에서 일어서며 그들을 맞이했다. 진금영으로부터 칭찬 받은 바 있는 유창한 한어가 그의 투박한 입술을 통해 다시 한 번 발휘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돌아온 것은 차디 찬 눈빛뿐이었다.

“지난밤 발생한 변고에 대해선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소이다. 주인 된 몸으로 오직 송구할 따름이오.”

민파대릉은 솔직히 말하며 손님들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환영연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자신의 집 한복판에서 손님 하나가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 일에 관해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진금영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 가루가 풀풀 떨어질 만큼 차가웠다.

“말씀하시오.”

“전 비영은 지금 중태에 빠져 있어요.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를 그렇게 만든 독이 이곳 금부도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인가요?”

“사실이오.”

민파대릉이 침울한 목소리로 시인하자 진금영은 냉소를 쳤다.

“그렇다면 흉수는 금부도의 주민 중에 있겠군요.”

한마디 한마디가 민파대릉의 폐부를 찌르는 것들뿐이었다. 민파대릉은 참괴한 표정으로도 또 한 번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소.”

진금영은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을 쭉 둘러보았다.

“이처럼 이른 시각부터 분주하신 것으로 미루어 귀문(貴門)에서도 흉수를 잡는 데 최선을 다해주시리라 믿고 싶군요.”

“그 점만큼은 뇌신의 이름을 걸고라도 분명히 약속드리겠소. 흉수는 반드시 내 손으로 잡을 것이오.”

민파대릉이 강개한 목소리로 장담했다. 진금영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해독약이에요. 전 비영이 먹은 독은 철교왕이 먹은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량이었고, 또 때를 놓치지 않고 조치를 취한 덕분에 상태가 악화되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독성이 너무 괴이한지라 그 이상의 치료는 어려울 것 같군요.”

“반와합궁액은 해약 없이는 일 각을 버틸 수 없는 극독이오. 그 정도 선에서 끝난 것만으로도 천운이라 할 것이오.”

진금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와합궁액? 독의 이름이 그것인가요?”

“그렇소.”

“좋아요. 이름 따위는 무엇이라도 상관없겠지요. 그것이 금부도에서만 찾을 수 있는 독이라면 그 해약도 마땅히 금부도에 있으리라 믿어요.”

“그 점은 염려하지 마시오. 약선당주를 보내어 즉시 치료하도록 하겠소.”

그때 아리수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약선당주는 현장에 남겨진 독의 흔적을 조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반와합궁액의 해약은 제게도 있으니, 전 비영은 제가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자네가 직접 수고해준다면 그보다 더 확실할 수는 없겠지.”

민파대릉이 반가운 얼굴로 허락했다. 아리수는 음뢰격을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이번에는 반대하지 않으시겠지요?”

음뢰격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끙, 신음을 토했지만 사람을 치료한다는데 반대할 명분은 없었다.

진금영이 민파대릉에게 다시 말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한 가지 더 있어요.”

“말씀하시오.”

“성문을 열어주세요. 전 비영을 천표선에서 치료하고 싶군요.”

민파대릉은 난색을 띄었다.

“성문을 열어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소이다. 하지만 중태에 빠진 환자를 배까지 이송하는 건 아무래도 좋을 것 같지 않구려. 만약 환자의 신변에 불안을 느끼신다면, 내가 책임지고…….”

진금영은 고개를 흔들어 민파대릉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렇게까지 신세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치료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어요.”

말투는 완곡했지만 어의만큼은 더 이상 너희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파대릉은 크게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전과가 있는 이상 강요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는 아리수에게 지시했다.

“자네가 앞장서서 성문을 열게. 치료에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무엇이든 아끼지 말고.”

“알겠습니다. 제게 맡겨주십시오.”

아리수는 자신 있게 대답한 뒤, 손님 일행을 인도하여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회의실을 나가기 직전, 진금영은 민파대릉을 돌아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문주의 호의에는 감사드려요. 하지만 이런 흉사가 벌어진 데에 대해선 매우 유감스럽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군요. 성으로 올라오는 것은 추후 전 비영의 차도를 보아 통보해 드리도록 하겠어요.”

“드릴 말씀이 없소. 전 비영께 미안할 뿐이오.”

진금영이 떠나고도 오랫동안, 민파대릉은 심중의 울화를 이기지 못한 듯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이윽고 그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의 두 눈 속에는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용소! 지마한!”

“예!”

민파대릉이 가장 신임하는 두 고굉지신(股肱之臣)이 힘찬 대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 사건을 그대들에게 맡기겠다. 뇌문의 전력을 쏟아붓는 한이 있더라도 흉수를 반드시 밝혀내도록!”

“알겠습니다!”

민파대릉은 회의실 안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 눈에서 뿜어 나오는 기세가 어찌나 무시무시했던지 사람들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숨을 죽여야만 했다.

“흉수가 누구라도……, 그 누구라도 용서치 않겠다!”

민파대릉. 그 우스꽝스러운 외모 뒤에 도사린 야수의 흉성이 금부도의 새벽을 숨죽이게 만들고 있었다.

五十一章 苦肉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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