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쟁선계-296화 (296/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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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회가三檜街 끄트머리에 책방을 연 오吳 노대老大는 조악한 필사본들을 벌려 놓은 좌판 뒤에 앉아 있었다. 장마철 먹구름 낀 하늘처럼 찌무룩한 늙은 얼굴은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길거리를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무심한 눈길로 내다보고 있었다. 개울 건너 두붓집 큰딸 예예芮蘂는 콩물을 낼 시간임에도 자리를 비웠다. 오래전부터 점찍어 온 예쁜 꽃신을 늦여름에서야 장만했다고 자랑하던 그녀는 중양절을 맞아 제남으로 공연 온 기예단의 멋진 배우들을 구경하러 새 신을 신고 도회로 나갔을 터였다. 이틀에 한 번씩 타락駝酪(우유) 통이 실린 수레를 끌고 신무전에 들르는 장 씨 총각의 무뚝뚝한 입가에는 헤벌쭉한 웃음이 연신 떠날 줄 몰랐다. 근동 찻집에서 일하는 처녀에게 연심을 고백하겠노라 수도 없이 다짐하더니만 마침내 그 일을 실행에 옮기고 나름 결실도 얻은 모양이었다.

이렇듯 누군가에게는 일상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탈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환희로 다가온 하루가 끝났다. 저 동산에 태양이 오르면 이제 다음 하루가 시작될 테고, 누군가는 일상으로, 다른 누군가는 일탈로, 또 다른 누군가는 환희로 새로운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소소는 부릅뜬 눈알을 힘을 주며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럼에도 자꾸만 딱딱 부딪치는 아래위 이빨들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춥기도 했다. 조심당操尋堂 담벼락 밑에 난 개구멍을 빠져나올 무렵부터 밤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고, 값비싼 촉견蜀絹으로 지은 부드러운 침의는 단봉당 지란 언니의 부러움을 살 만큼 예쁠지는 몰라도 체온을 보존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할 만큼 얇았다. 그러나 정작 그녀를 떨리게 만든 것은 추위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과 일탈과 환희로 다가올 새로운 하루를 정작 그녀 자신은 온전히 누리지 못하리라는 두려움이 열일곱 처녀의 조그만 심장을 차가운 얼룩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소소는 귀를 쫑긋거렸다.

“이 방향이 확실한가?”

연륜의 걸걸함이 밴 늙수그레한 목소리를 뒤따른 것은 기름을 바른 듯 매끈거리는 다소 젊은 목소리였다.

“그렇습니다.”

두 번째로 들린 목소리가 왠지 귀에 설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소소는 수풀 속에 엎드린 몸을 더욱 웅크렸다. 잠시 후 두 사람이 겹쳐 내는 발자국 소리가 그녀가 숨은 수풀을 향해 버적버적 다가왔다.

‘소리 내지 마.’

소소는 고개를 납작 숙인 채 콧구멍으로 스며드는 날콩 비린내 같은 젖은 흙냄새를 맡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숨을 쉰다는 뜻. 숨은 곧 기척이고 기척을 내면 들킨다. 들키면 안 된다.

-아가씨는 반드시 살아야 해요. 그래서…….

그 말을 떠올리며 소소는 스스로에게 또 한 번 되뇌었다.

‘소리 내지 마.’

그러한 노력이 효과 없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사내들의 목소리가 소소가 숨은 수풀 앞을 태연히 지나치고 있었다. 한데 그 목소리에 담긴 내용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니, 단지 예사롭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어린년이 제법 날랜 모양이군.”

“신무대종의 핏줄 아닙니까. 여염집 계집으로 여기면 곤란하지겠지요.”

“철마곡의 영웅이자 북악의 주인 신무대종 소철……. 흐흐, 천하가 신처럼 떠받들어 온 그 이름도 오늘로써 끝이겠지.”

“아무렴요. 삼비영 님이 직접 나서신 이상 늙은 목숨을 부지하기란 어려울 겁니다.”

신무대종 그리고 삼비영.

주먹 쥔 양손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소소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저자들을 가로막고 방금 한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묻고 싶었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큰올케가 그 점을 가르쳐 주었다.

큰올케가 조심당의 침소로 뛰어들어 왔을 때만 해도 소소는 오늘 밤 신무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모른 채 자신의 침대에 누워 단잠을 즐기고 있었다. 침소 문이 부서지는 요란한 소리에 잠에서 깬 소소는 큰올케의 침의 곳곳에 점점이 번진 붉은 얼룩들과 그녀가 가슴 앞에 엇질러 건 두 줄의 가죽 암기대暗器帶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큰언니, 무슨 일이죠?

소소의 큰올케, 당가영은 대답 대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군요.

그러더니 다짜고짜 소소를 잡아끌어 침대에서 내려오게 했다. 큰올케의 손이 핏물로 끈적거리고 있음을 안 것도 그때였다.

-피가…… 어디 다쳤어요?

-별것 아니에요. 무기, 아가씨의 검은 어디 있나요?

당가영은 침소 구석에 서 있는 텅 빈 검가劍架를 돌아보며 물었다. 소소는 창망 중에도 양 볼을 복어처럼 부풀렸다.

-삼절 사부에게 압수당했어요. 망할 놈의 여계女戒를 완전히 외우기 전에는 돌려주지 않으시겠대요.

삼절수사 운소유는 비록 제자들에게 존경받을 자격이 충분한 훌륭한 스승임에 분명하지만, 같잖은 부덕婦德 몇 줄 못 외웠다고 신기보주로부터 선물 받은 보검을 압수해 갈 권리까지는 없다는 것이 소소의 판단이었다.

-하필 이럴 때에…….

당가영은 아랫입술을 씹으며 잠시 고민하더니 어깨에 찬 암기대에서 작은 표창 하나를 뽑았다. 그녀는 옷고름 끝을 잘라 내 표창의 날 부분을 조심스레 감싼 다음, 자루 쪽을 돌려 소소에게 내밀었다.

-내 친정은 가법이 중해 가전 암기를 가주 허락 없이 외인에게 넘기는 것을 엄금하고 있지만…… 지금은 계제를 따질 때가 아닌 것 같군요. 위험한 물건이니 날에 살갗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아가씨.

강호에 이름 높은 사천당가의 암기를 소유해 보는 것은 소소가 오랫동안 품어 온 소원들 중 하나였지만, 그녀는 한눈에도 마음에 쏙 드는 앙증맞은 표창을 손에 쥐고서도 무작정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머리는 몰라도 눈치 하나만은 누구 못지않은 그녀가 아니던가. 그 눈치가 작금의 상황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이걸 왜 제게……?

-따라오세요.

당가영이 소소가 입은 침의 소맷자락을 당겼다. 비록 겉모습은 쌀쌀맞아 보여도 마음만큼은 단봉당 지란 언니 못지않게 살가운 큰올케였다. 같은 담장 안에서 사는 동안 그 사실을 알게 된 소소이기에 더는 캐묻지 않고 당가영의 인도에 발길을 맡겼다.

소소가 조심당에 난입한 정체불명의 흑의인들을 발견한 것은 침소에서 나온 두 사람이 마당에 내려설 무렵이었다. 선두에 선 흑의인이 들고 있던 횃불로 소소를 가리키며 고함을 질렀다.

-소 늙은이의 손녀딸이다!

소소는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지만, 당가영은 오히려 가슴을 당차게 펼치며 그런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저, 저들은 누구죠?

소소가 당가영에게 물었다. 당가영은 시선을 전방에 고정한 채 뜬금없는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만천화우滿天花雨를 보고 싶다고 했나요?

소소는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을 뒤덮는 죽음의 꽃비, 만천화우는 위력도 위력이거니와 전개하는 모양새가 실로 장관이라고 알려진 사천당가의 최고 절학이었다. 하여 그녀는 당가영이 대사형에게 시집온 직후 만천화우를 보여 달라고 조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불가하다는 것. 당가의 가주가 아니면 만천화우를 익힐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데…….

-본래 나는 만천화우를 펼칠 수 없어야 해요. 전에도 말했다시피, 당가의 가법에 따르면 오직 가주만이 만천화우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가씨에겐 말하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어요.

당가영의 피에 물든 양손에 은은한 백광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암기의 독성으로부터 시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당가의 소수갑素手鉀임을 소소는 알아보았다.

-가문을 물려받았을 때 큰오라버니는 만천화우를 완전히 익히지 못한 상태였어요. 재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부친께서 워낙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에 만천화우의 섬세한 변화를 채 가르침 받지 못한 탓이었지요. 그런 큰오라버니에게 만천화우를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나였어요. 부친께서도 미처 모르셨겠지만, 나는 당신이 예전에 자식들 앞에서 시범으로 펼치신 만천화우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지요.

당가영이 소소를 돌아보며 눈을 빛냈다. 호랑이의 눈, 사천 암호랑이의 눈을.

-이제 그 만천화우를 아가씨께 보여 드리겠어요. 단, 그것을 본 다음에는 지체 말고 이곳을 벗어나셔야 해요.

-어, 언니는요?

큰올케는 어린 시누이의 걱정 어린 시선을 외면했다.

-아가씨는 반드시 살아야 해요. 그래서 사천당가의 여식이 시댁을 위해 어떻게 싸웠는지를 그 멍청한 양반에게 꼭 전해 주셔야 해요.

두 사람의 대화로부터 뭔가를 감지한 선두의 흑의인이 외쳤다.

-당가의 계집이다! 쳐라!

흑의인들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꽃비가 밤하늘을 뒤덮었다.

사천당가를 독암기의 성지로 우뚝 서게 만든 희대의 절학은 소소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화려하고, 아름답고, 치명적이었다. 마당에 모여 있던 십수 명의 흑의인들 중 만천화우를 구경한 뒤에도 두 다리로 버티고 설 수 있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 밤 신무전을 침입한 무리는 그들만이 아니었고, 조심당을 찾아오기 전부터 이미 적잖은 고투를 치른 당가영의 몸은 친정 최고의 절학을 거듭 펼치기에 너무 상해 있었다.

-가요!

뒤이어 조심당으로 들이닥친 복면인들에게 둘러싸인 당가영이 외쳤다. 큰올케의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을 좇아 건물 뒤편 담벼락에 난, 자신과 삼절각의 얄미운 꼬맹이만이 그 존재를 아는 개구멍 쪽으로 달려가던 소소는 아닌 밤중에 겪게 된 거듭된 충격에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다.

한데 그때 흘리지 못한 눈물이 지금 나오고 있었다. 오늘 밤 액을 당한 사람이 큰올케 하나뿐일 리 없다는 것은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설마하니 할아버지까지도…….

“고년의 미색이 보통이 아니라지?”

“아직 덜 자란 계집이라 보는 눈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소제의 눈에는 제법 쓸 만해 보이더군요.”

“풍류로 이름 높은 아우님의 평인 만큼 기대가 되는구먼.”

“하면 계집을 잡으면 함께……?”

“나쁘지 않지. 어차피 이비영 님의 살명부에 오른 이름, 함께 즐긴 다음 치워 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그 방면으로는 취미가 없긴 하지만, 뭐, 감甘 형님과 함께라면 새로운 경험을 해 보는 셈 치지요.”

음심이 그대로 묻어나는 사내들의 말소리가 귓바퀴 위를 송충이처럼 기어 다니고 있었다. 저 말이 현실이 된다면? 소소는 목덜미의 모든 솜털이 올올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숨을 죽이려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그토록 애를 썼건만, 열일곱 살 처녀의 때 묻지 않은 순결함이 그 노력을 망쳐 버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솟구쳐 오른 진저리를 참지 못했고, 그녀의 어깨에 얹힌 사철나무 가지들이 물기 젖은 작은 속삭임으로 은신자의 움직임을 고자질했다.

부슷. 부슷.

저만치 지나쳐 간 사내들의 발소리가 우뚝 멎었다.

‘안 돼. 그냥 가.’

소소는 필사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마치 그럼으로써 이 자리에서 사라지기라도 하려는 듯이. 하나 그녀에게 그런 신통력이 있을 리 없었고, 사내들은 강호인답게 귀가 밝았다.

“여기 숨어 있었군.”

늙수그레한 말소리와 함께 억센 손길이 소소의 머리채를 홱 낚아채 수풀 밖으로 끌어냈다.

“꺅!”

소소는 비명을 지르며 머리채를 잡은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내처 뻗어 온 또 다른 손이 그녀의 양 팔목을 함께 움켜잡았다.

“호오, 이 계집이 소 늙은이의 손녀딸인가?”

“그렇습니다.”

공포로 홉뜬 소소의 두 눈 속으로 두 사내의 얼굴이 파고들었다. 둘 다 초면. 하나는 왼쪽 뺨에 커다란 칼자국이 난 흉악한 인상의 초로인이었고, 다른 하나는 두 눈에 진 깊은 쌍꺼풀이 느끼해 보이는 장년인이었다. 양손으로 소소의 머리채와 양 팔목을 각각 틀어쥔 자는 흉악한 초로인이었다.

“아우님 말대로 확실히 덜 여물어 보이기는 하네만, 나름 망가뜨리는 재미는 있을 것 같군.”

흉악한 초로인의 말에 뒷전에 선 쌍꺼풀 장년인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게다가 신무대종의 장중보옥掌中寶玉이 아닙니까. 소제가 품어 본 계집 중에는 가장 지체 높은 계집이 되겠지요.”

“내가 망가뜨린 계집 중에서도 그럴 걸세.”

흉악한 초로인이 음소를 흘리며 맞장구쳤다.

“이익!”

두려움? 혐오감? 대체 무엇으로부터 그런 악이 솟구쳤는지는 소소 본인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틀어 목덜미 바로 옆에서 그녀의 머리채를 틀어쥔 흉악한 초로인의 왼손을 죽을힘을 다해 깨물었다. 이빨이 살갗을 뚫고 들어가며 비릿한 피 맛이 폭죽 터지듯 입안으로 확 번졌다.

“윽! 이년이!”

흉악한 초로인이 자신의 손목에 악착같이 들러붙은 소소의 얼굴을 떼어 내기 위해 그녀의 양 손목을 구속하던 오른손을 풀었다. 그 순간 소소의 오른손이 초로인의 가슴팍으로 날쌔게 파고들었다. 들어갈 때는 뭔가를 쥐고 있던 손이지만 나올 때는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았다. 그녀가 손바닥 밑에 감춰 쥐고 있던 작은 쇠붙이는 지금 이 순간 흉악한 초로인의 오른쪽 갈비뼈 밑에 박혀 건들거리고 있었다. 흑자색 날을 감싸던 큰올케의 침의 옷고름이 하얀 나비처럼 나풀거리며 땅 위로 떨어져 내렸다.

“요 발칙한 년!”

흉악한 초로인이 노성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소소의 얼굴을 후려쳤다. 머리채를 단단히 틀어잡힌 탓에 그녀는 늙은 흉적의 손바닥이 날아오는 것을 빤히 보고서도 피할 수 없었다.

짝!

소소의 뺨이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한데 기이하리만치 아프지 않았다.

‘……어라?’

다음 순간, 소소의 속마음과 똑같은 말이 흉악한 초로인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어라?”

흉악한 초로인이 쥐고 있던 소소의 머리채를 놓고 비칠비칠 뒷걸음질을 치다가 젖은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 이건…… 좀 이상…… 아우……님…….”

윗배에 꽂혀 건들거리는 쇠붙이를 뽑아내려 손을 몇 번 허우적거리던 흉악한 초로인이 동료에게 도움을 청하려는지 고개를 반쯤 뒤로 돌렸다. 그러고는 그 자세 그대로 눈알을 까뒤집으며 벌렁 드러눕고 말았다. 모로 쓰러진 그의 얼굴은 벌써부터 푸르뎅뎅한 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흉악한 초로인의 몰락이 가져온 충격은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두 사람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특히 소소의 경우, 그녀가 행한 보잘것없는 일격에 기세등등하던 흉적이 나무토막처럼 뻣뻣이 굳어 버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

먼저 정신을 차린 쪽은 아무래도 세상 경험을 더 많이 한 쌍꺼풀 장년인이었다.

“정말 무서운 독암기로군.”

이 말이 소소의 경직된 정신을 일깨웠다. 그녀는 땅바닥에 쓰러진 흉악한 초로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후회하고 있었다. 왜 표창의 자루를 놓아 버린 걸까? 사람을 찔렀다는 섬뜩한 자각이 손가락에서 힘을 빼 놓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저 표창을 다시 잡을 수만 있다면…… 그러면 저자도 똑같이 만들어 줄 수 있…….

“윽!”

소소는 옆구리를 반으로 접으며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날렵하게 날아든 쌍꺼풀 장년인의 오른발이 골반 바로 윗부분에 꽂혔기 때문이다.

“하하, 신무대종의 보배 같은 손녀따님께서는 여전히 팔팔하시군요. 게다가 그 무시무시한 독암기라니! 저기 누워 계시는 자협귀심刺頰鬼心 감 형님은 대륙 서남방에서 꽤나 이름을 떨쳐 온 양반인데, 소 소저처럼 조그만 아가씨의 장난 같은 손짓 한 번에 황천객이 될 줄 누가 알았겠소.”

흉악한 초로인의 윗배에 박혀 있던 표창을 뽑아 멀찍이 던져 버린 쌍꺼풀 장년인이 해묵은 소흥주처럼 농익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가 귀에 설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소소는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재수 없는 놈, 언제 봤다고 자꾸 아는 척을 하는 거냐?”

나이답지 않게 사나운 소소의 말에도 쌍꺼풀 장년인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저런, 소생을 기억 못 하시오?”

서운하다기보다는 그럴 리가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던 쌍꺼풀 장년인이 제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아하! 가면 때문이로군. 지난번에 뵈었을 때는 보기 흉한 늑대 가면을 쓰고 있었지요. 아마 소생의 늠름한 얼굴을 보았다면 그처럼 기를 쓰고 저항하지는 않으셨을 거라 생각하오만.”

“돼지비계처럼 느끼하게 생겨 먹은 놈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난 구 개월간 삼절각의 얄미운 꼬맹이를 상대로 더욱 갈고닦은 욕설 신공을 한바탕 퍼부어 나가던 소소가 어느 순간 혓바닥을 멈추고 입을 딱 벌렸다. 늑대 가면이라고?

“너…… 사천…… 청류산…….”

쌍꺼풀 장년인이 빙긋 웃으며 허리를 우아하게 접었다.

“이제야 기억하시는구려. 작년에 사천에서 뵈었던 부대연이 소 소저께 정식으로 인사 올리리다.”

의수신안륜 부대연.

화산파의 반도인 귀문도 우낙과 함께 사천 청류산에 나타나 소소를 납치하려 했던 흉적.

당시 전대 고인의 유적을 순례하기 위해 청류산의 고적한 도관을 찾아간 소소와 그녀의 셋째 사형 구양현은 그자들이 준비한 매복에 걸려 생명이 누란에 빠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만일 석대원과 한로가 등장하여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던들, 그녀의 신병은 정체 모를 흉적들의 수중에 떨어지고 막내 사형 구양현은 처참한 죽음을 면하지 못했으리라.

생각이 석대원에 이르자 소소는 자신도 모르게 침의 앞자락을 더듬었다. 비에 젖은 침의 위로 도드라진 작고 동그란 쇠붙이가 그녀의 손끝에 걸렸다. 지난해에는 손가락에 끼고 다녔지만, 가문에서 추방당한 오라버니를 애틋이 여기는 막내올케의 눈을 의식해 올 초부터는 은줄에 꿰어 목에 걸고 다니는 그 철지환!

-돌아가신 모친께서 남기신 물건입니다. 값싼 규중지물에 불과하지만 소생에겐 소중한 물건이지요. 인연의 기념으로 드리겠습니다.

무지막지하게 크고 무지막지하게 강하긴 해도 남녀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아무것도 모르는 숙맥 중의 숙맥임에 분명한 석대원은 이 말과 더불어 죽은 모친의 유품이라는 어마어마한 의미가 담긴 반지를 소소에게 선물로 주었다. 정랑에게 청혼이라도 받은 듯한 그때의 기쁨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한데 그 기쁨의 앞자락에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재수 없는 사건 하나가 인과율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들 중 하나가 바로 저자, 의수신안륜 부대연인 것이다.

“그날 뵌 아리따운 자태에 마음 설레어 밤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 얼마인지 아마 소저께서는 모르실 것이오.”

소소는 부대연의 저 말로부터, 수백 번 읊어 이제는 성조의 미묘한 굴곡까지 똑같이 재연할 수 있는 노련한 배우의 대사 한 토막을 듣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흙먼지 뒤집어쓰고 쫓기던 꼬질꼬질한 자태에 밤잠까지 설쳤다니, 네놈의 여자 보는 안목도 참말로 별 볼일 없나 보구나.”

소소의 신랄한 냉소에 부대연의 표정이 처연해졌다.

“소저께서는 이 사람의 진심을…….”

소소는 부대연의 영혼 없는 대사를 가차 없이 잘라 버렸다.

“고자 놈처럼 주둥이만 번드르르하게 놀리는구나. 너도 양물 달린 사내새끼라면 아가리 닥치고 어디 한번 덤벼 봐라. 이 아가씨께서 묵사발로 만들어 주마.”

뭐,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허장성세면 어떤가. 이런 종류의 말은 꺾인 기세를 북돋는 데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었다. 말을 하는 동안 움츠러든 어깨가 펴지고, 구부정하던 허리가 꼿꼿이 일어섰다. 게다가 지금의 소소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큰올케가 목숨을 대가로 그녀에게 내린 삶의 명령은 더할 수 없이 준엄한 것이었지만, 살아온 열일곱 해 동안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할아버지마저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 그녀는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싶어졌다. 그러고 나자 삼절각의 운 사부가 새삼스레 원망스러워졌다. 수중에 유리검琉璃劍이라도 있다면 저 느끼한 새끼와 한바탕 맞붙어 보기라도 하련만.

‘혀를 깨물면 아플까?’

소소가 가장 고통 없는 자살을 궁리하고 있을 때, 부대연이 이제껏 달고 있던 가식적인 미소를 거두며 중얼거렸다.

“풍류를 깨트리면서까지 계집을 품고 싶지는 않았건만…….”

가식이 걷힌 장년의 얼굴은 꽤나 잔인해 보였고 심지어는 집요해 보이기까지 했다. 소소는 그 얼굴을 쳐다보다가 그녀의 주먹 쥔 오른손으로 시선을 내렸다.

‘내 머리통을 이 주먹으로 깨트릴 수 있을까?’

이야기 속에 나오는 어떤 영웅은 제 손으로 천령개天靈蓋를 부숨으로써 수치와 목숨을 바꾸기도 한다는데, 작고 하얀 저 주먹에 그런 독기가 서려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굳이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받겠다면야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부대연이 딱 제 생김새처럼 느끼한 대사를 늘어놓으며 걸음을 성큼 내디뎠다. 소소는 눈을 질끈 감으며 아래위 이빨 사이로 혓바닥을 뽑아 물었다.

‘이 방법밖에 없구나. 미안하다, 혓바닥아!’

하나 결심한 즉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은 제 몸을 아끼고자 하는 본성의 발로일 텐데, 강호 고수의 눈썰미와 손속은 과연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흐흐, 저 늙다리라면 모를까, 시체와 즐기는 취미 따위는 내게 없단다.”

예의 느끼한 목소리가 귓전에 울리고, 결단을 망설인 촌각을 틈타 부대연에게 양 볼을 틀어잡힌 소소는 그 억센 아귀힘에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가식을 벗은 음탕한 사내의 난폭한 손길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질끈 감은 눈을 뜬 순간, 그녀의 침의 앞섶이 드드득 소리와 함께 거칠게 뜯겨 나갔다.

“어으으…….”

양 볼이 틀어잡힌 상태에서는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소소는 비명 비슷한 것을 질렀다. 조심당에서 일하는 시비들을 제외하면 세상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은 봉긋한 젖가슴이 활짝 드러난 것은 그리 슬프지 않았다. 잠시 후 자신에게 닥칠 참혹한 고초에 대해서도 별반 두렵지 않았다. 정작 그녀를 슬프고 두렵게 만든 것은, 앞섶과 함께 뜯겨 나간 은줄에서 벗어나 밤하늘로 날아오른 작고 둥근 쇠붙이였다. 석대원이 준 철지환. 흙바닥 어딘가에 떨어져 세상으로부터 잊힐 그 철지환 위로 그녀의 가련한 운명이 투영되는 듯했다…….

다음 순간, 소소는 눈을 부릅떴다.

허공을 맴돌던 철지환이 한 사람의 손 안으로 빨려들어 가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그 사람과 소소의 눈이 마주쳤다. 감히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강렬한 안광이 열일곱 살 처녀의 영혼을 하얗게 탈색시켰다. 벼락을 마주 보는 기분이 이러할까?

그때 시허연 벼락이 작렬하고, 뇌성이 뒤따라 울렸다.

꽈릉!

뇌성에 실린 무시무시한 기세가 소소의 드러난 앞가슴 위에 소름을 돋게 만들기 직전, 어디선가 밀려든 부드러운 힘이 그녀의 몸을 부대연으로부터 떨어트려 놓았다.

“어…….”

부대연이 마치 잡았다가 놓친 새를 다시 붙잡으려는 듯 왼손을 한 차례 허우적거렸다. 그러고는 머리 꼭대기부터 서서히 재로 변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박제된 동물의 것처럼 비현실적으로 동그래진 눈이 조각조각 부서지기 직전, 소소는 그 눈동자 속에 떠오른 커다란 의혹의 빛을 읽을 수 있었다. 전신이 재로 바뀌어 사라지는 동안에도 부대연은 자신이 왜 이런 꼴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점에 있어서는 그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부대연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의혹을 느끼고 있었다. 방금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그 벼락과 뇌성에 대체 얼마나 굉장한 힘이 담겨 있기에 멀쩡하던 인간 하나를 재 가루로 만들어 버린다는 말인가!

그 벼락과 뇌성의 주인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거무튀튀한 검을 어깨 너머 검집으로 돌려 넣고는 소소에게 말했다.

“앞을 가려라.”

그제야 젖가슴이 훤히 드러나 있음을 알아차린 소소가 찢어진 침의 자락을 들어 앞을 가렸다.

“그 아이를 아느냐?”

벼락과 뇌성의 주인, 구레나룻을 길게 기른 위맹한 얼굴의 중년인이 물었다. 소소는 중년인이 말하는 ‘그 아이’가 누구인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쉬 대답을 못 하자 중년인이 왼손을 내밀었다. 굳은살로 뒤덮인 그 손바닥 위에는 아까 하늘로 날아오른 철지환이 얹혀 있었다. 철지환 표면에 음각된 작은 제비 한 마리가 소소의 눈을 파고들었다.

“이 반지의 주인.”

중년인이 말했다. ‘그 아이’와 ‘반지의 주인’이 한 줄로 연결된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소소가 탄성을 터뜨렸다.

“아! 석대원 오라버니 말씀인가요?”

중년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느냐?”

“예.”

“어떤 관계냐?”

어떤 관계냐고?

소소는 스스로에게 골백번 물어본 질문을 중년인으로부터 듣고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석 오라버니와 난 어떤 관계지?’

서로 마음을 주고받은 관계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방향이 지극히 일방적임을 소소는 부정하지 못했다. 게다가 인간이란 참 얄궂은 것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그녀 또한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석대원을 향한 풋사랑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음을 자각하는 중이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막내올케의 시선이 어떻든 간에 저 철지환을 손가락에서 빼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과거 그분으로부터 구명의 은혜를 입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아이가 또 한 번 너를 살린 셈이구나.”

중년인이 소소에게 철지환을 내밀었다. 소소는 그것을 받아 손가락에 조심스레 끼었다.

“나는 네가 누군지 안다. 그리고 내가 너를 구해서는 안 되는 입장이라는 것 또한 안다.”

중년인이 몸을 돌리며 차갑게 덧붙였다.

“너는 나를 만난 적이 없다. 이것이 너를 구해 준 대가다.”

“자, 잠깐만요!”

소소의 부름이 중년인의 발길을 붙잡았다. 소소가 급히 덧붙여 물었다.

“이 반지…… 이 반지가 석 오라버니의 것임을 어찌 알아보셨는지요?”

중년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벼락처럼 강렬한 눈빛이 소소를 향했다.

“그 반지의 주인은 본래 나였다.”

“예?”

“나는 그 반지를 누이동생에게 주었지.”

석대원의 굵고 정 깊은 목소리가 소소의 작은 머릿속을 윙윙 울렸다.

-돌아가신 모친께서 남기신 물건입니다.

“그렇다면 은공께서는……?”

“아니.”

중년인이 소소의 질문을 잘랐다.

“너는 나를 은공이라고 불러선 안 된다.”

“예? 하지만 제 목숨을 구해 주셨…….”

“네가 이 신무전을 무사히 벗어나게 되면 내 말뜻을 알게 될 것이다.”

소소는 현기증을 느낄 만큼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오밤중에 큰올케가 침소 문을 박차고 뛰어든 이후 지금까지, 그리 길다 할 수 없는 시간 동안 그녀가 겪은 사건들은 그녀가 열일곱 해 동안 겪어 온 모든 사건들보다 더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녀는 도움을 바라는 눈으로, 설명을 구하는 눈으로 중년인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중년인은 한 자루 검으로써 벼락과 뇌성을 자아낼 만큼 극강한 무인일망정, 혼란에 빠진 어린 처녀에게 친절을 베푸는 자상한 사람은 아닌 모양이었다.

“너는 내게 그 무엇도 고마워해서는 안 된다.”

중년인이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후두두둑-

중년인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소소는 갑자기 불어온 한 줄기 비바람에 양 어깨를 꼭 감싸 안았다. 그 비바람은 세상이 끝나는 절벽 위에서 홀로 맞는 것처럼 차갑고 쓸쓸하기만 했다. 그런 그녀의 눈에 땅바닥에 쓰러진 시신 한 구가 들어왔다. 재가 되어 흩어진 자는 그나마 나았다. 눈앞에 남겨진 저 시신은 오늘 밤 그녀가 겪은 모든 일들이 꿈이 아니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였다. 그녀는 구역질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살갗을 통해 느끼는 추위보다 더욱 오싹한 한기가 몸뚱이 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 같았다.

소소는 스스로를 감싸 안은 팔을 풀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가야겠지.”

그래도 가야 했다. 큰올케의 명령이 아니라도 살아야 했다. 살아서 오늘 밤 벌어진 이 끔찍한 재앙의 전모를 알아내야 했다. 하지만 둥지가 부서졌는데 어린 새가 가면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대답 모를 질문을 가슴에 품은 채 소소는 휘청거리는 발길을 떼어 놓았다. 하지만…….

소소는 미처 몰랐다. 그녀의 큰올케가 암기대에서 뽑아 준 표창에게 지주침蜘蛛針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거미는 생명이 끊어진 먹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때문에 거미의 침은 먹잇감을 죽이지 않는다. 단지 일정 시간 마비시켜 놓고서 두고두고 생식을 즐길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 거미의 침을 모방하여 제작된 사천당가의 지주침은 목표물을 죽이는 데 사용되는 살상용 암기가 아니었다. 반드시 생포할 필요가 있을 경우, 그 끝에 발린 강력한 마비 독의 효능을 통해 목표물을 가사 상태에 빠트리는 제압용 암기였다. 가사 상태에 빠진 목표물은 눈동자도 움직이지 못하고 청력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보고 듣고 기억할 수 있는 의식은 일정 부분 남아 있었다.

사려 깊은 당가영은 암기에 미숙한 어린 시누이를 걱정하여 목숨을 앗아 가는 절독 대신 마비 독이 발린 지주침을 내주었다.

그 점을 소소는 미처 몰랐다.

연벽제도 마찬가지였다.

* 중양회重陽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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