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8 황궁(2) =========================
에르논의 침대 위에는 얇고 부드러운 침의가 한 쌍 놓여있었다. 아무래도 그가 시녀 중 하나를 취할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에르논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성용 침의를 입은 뒤 방 안에 차려진 식탁 앞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모양새부터가 화려한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마치 잡아먹기 좋게 살을 찌우려는 도축업자의 수작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 얕은 속셈에 웃음이 비어져 나왔지만 에르논은 제 앞에 주어진 것들은 일단 다 누리고 볼 생각이었다.
그가 식사할 준비가 되자 곁에 서있던 시종이 유리잔에 포도주를 따라주었다. 우아하게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신 뒤 제 앞에 놓인 닭고기의 살을 썰며 에르논은 타셀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황궁 안으로 무사히 들어왔습니다. 황제가 원하는 것은 제 마력 그 자체인 듯합니다. 마력이 거의 고갈되었다고 하니 극진히 모셔주는군요. 당분간은 안전할 겁니다. 전선에는 별 일 없으십니까.]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의식 전달 마법을 쓰면서도 그의 식사 태도는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곧이어 타셀로부터 전해진 메시지를 들은 에르논은 멈칫했다.
[알리스타스 공작가의 몰락 후 알반 공작가가 케일런군의 최측근으로 등극했다. 케일런군의 총사령관 역시 자야드 밀런으로 바뀌었고, 루크 페레이아는 사라졌다.]
자신의 예상대로 케일런군의 지도부가 대대적으로 물갈이되었다. 하지만 루크 페레이아의 축출만큼은 저도 확신할 수가 없던 부분이었는데, 루크의 뻣뻣한 태도가 그동안 알반 공작에게는 좋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것은 타셀 군의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었다. 에르논이 보기에 자야드 밀런이나 크리스탄 하멜은 루크의 적수가 되지 못하는 인물들이었다. 물론 그들 역시 이름난 기사들이기는 했지만 제국 전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는 루크 페레이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특히 그는 무위도 무위지만 감이 좋고 머리 회전이 빠른 것 역시 장점이었다. 자신이 타셀 쪽으로 넘어간 것도 케일런군에서는 유일하게 눈치 채지 않았던가.
[황제를 칠 약점만 찾으면 순식간에 전쟁을 끝낼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에르논은 무심한 척하려 했지만 머릿속을 지배하는 기대감이 타셀의 의식에 그대로 전해지고 말았다.
[절대 무리하지 말도록. 서두르면 반드시 실수가 나오게 된다. 최대한 노력은 하되 위험해지면 곧바로 피엔의 툴라에게로 가도록. 그대를 지켜줄 분대가 주둔중이니.]
에르논은 알았다고 전하며 의식 전달 마법을 멈췄다. 사실 타셀에게 카시야는 잘 지내고 있느냐고, 부상은 다 나았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그에게 자신의 연정을 들키기는 했지만 그를 이용해 카시야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달받을 수 있는 관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그녀의 안녕을 바라며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싶었다. 그것이 그녀의 믿음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타셀은 카시야에 대한 에르논의 마음을 알았기 때문에 피엔으로 파견한 분대가 카시야의 분대라는 사실을 숨겼다. 만약 카시야가 피엔에 있다는 것을 안다면 에르논은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절대 카시야가 있는 곳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으로 인해 카시야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따위, 에르논이 만들 리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카시야의 출격을 숨긴 덕분에 에르논 역시 피엔으로의 공간 이동을 염두에 둘 수 있었다.
에르논이 미녀들도 거부한 채 식사만 마치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알테리온은 에르논을 데리고 왔던 행정관 크레인과 황궁 최고마법사 제롬을 불러들였다.
"알리스타스 공작에게 듣기로는 여색을 꽤 즐긴다던데 오늘밤에는 모두 물리쳤다는군. 기력이 없다는 말이 진짜인 모양이야. 녀석의 마력을 흡수하려면 어디까지 회복이 되어야 하는 겐가?"
"마력 증폭 마법은 대상이 보유한 마력양의 두 배 가까이 늘려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원래 수준의 1/3 가까이는 있어야 마력 흡수 시 모자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때, 곁에서 듣고 있던 크레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번에 말씀하시기로는 마력 증폭 마법이 위험한 것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다가 대마법사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어떻게 합니까? 알리스타스 공작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하지만 크레인의 합당한 염려에 알테리온과 제롬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그게 말이네, 크레인.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인지, 자네가 공작성을 떠난 직후 알리스타스 공작과 그 큰 아들이 살해를 당했다고 하네. 이제 에르논을 속박하는 마법의 주인 권한은 그 권한을 공유했던 황제 폐하께서 갖게 되셨다네."
제롬에 이어 알테리온이 비열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
"빌린 물건의 주인이 죽어버렸다면 이젠 내가 그 물건의 주인이 아니겠는가? 알리스타스 공작을 괘씸하게 여겼었는데 그를 용서하기로 했네. 죽기 전에 내게 이렇게 큰 선물을 남기다니 말이야. 크하하하하하!"
"그렇다면… 폐하께 마력을 이식하는 마법이 성공만 한다면 에르논이 죽는다 해도 별 문제가 없겠군요."
"두고두고 그 마력을 짜내야 하니까 죽어서야 안 되겠지만, 최악의 경우 그가 죽는다 하더라도 걱정할 것은 없지. 사실 내가 카라볼그를 들 수만 있게 되면 알리스타스 공작의 눈치 따위 볼 것도 없었는데 그 일이 좀 더 수월하게 되었다 뿐일세. 하늘은 아직 나를 제국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있는 모양이야."
간만에 기분이 좋은 알테리온 곁에서 제롬은 더욱 그의 기분을 띄우기 위해 첨언했다.
"지하에는 이미 에르논으로부터 흡수한 마력을 폐하와 카라볼그에 이식하기 위한 마법진이 완성되어 있사옵니다. 이제까지의 마법사 피라미들과는 달리 대마법사의 마력을 흡수할 마법진이니 훨씬 많은 양을 뽑아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마법진을 수정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황제 폐하의 염원이 이루어지실 것이옵니다."
"좋아, 좋아. 흐흐흐."
알테리온은 제롬의 말에 만족스러워 하다가 이번에는 크레인을 향해 그동안 그가 몰래 준비하고 있던 일을 물었다.
"크레인. 트렌퀼리엄 왕국에서 파견된 부대는 어떻게 되고 있나?"
"예! 상단으로 둔갑하여 여기까지 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그 사이 트렌퀼리엄 왕국의 파병 소식이 새어나가지도 않았고, 도착한 군사들의 상태 역시 아주 좋습니다. 전쟁 경험이 많은 트렌퀼리엄의 왕실 기사단 소속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군. 트렌퀼리엄 국왕이 약속을 잘 지켰으니 볼모로 있던 그의 딸을 보내주거라. 어차피 더 이상 맛볼 것도 없는 계집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군사들의 정비에 철저를 기하라. 내가 카라볼그를 드는 날, 타셀부터 치겠다. 버러지 같은 목숨을 살려줬더니 주제를 모르고 날뛰어? 흐흥. 그쪽에 붙은 귀족놈들까지 씨 하나 남기지 않고 싹 다 죽여주마."
알테리온에게서 음산한 기운이 번져 나왔다.
*
피엔에서 머문 지 일주일째가 되자 카시야의 분대원들이 퍼트린 타셀에 대한 얘기가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다. 타셀군 진영과 케일런군 진영 전체를 다 돌아다녀봤다는 신규 상단의 얘기는 뮈소 거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저희야 돈만 벌 수 있다면야 1황자 편이건, 2황자 편이건 상관없는 놈들입니다만, 돌아다녀보니 1황자군이 지나간 지역은 못 쓸 정도더라구요. 뭐 남은 게 있어야 물건을 팔아먹든가 교환을 하든가 할 거 아닙니까? 남아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오히려 굶어 죽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거저 풀어준 식량도 있을 정도라니까요."
분대원이 중립적인 입장인 척하며 은근슬쩍 케일런군을 깎아내렸지만 듣고 있는 상인들은 의식하지 못했다.
"그럼 2황자가 있는 지역은 괜찮았남?"
"어이구, 그쪽은 양반이었죠. 1황자군에 수탈당한 지역을 2황자가 수복한 덕분에 구제받은 곳들이 엄청납니다요. 이러나저러나 전쟁통이라 풍족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저희가 가져간 밀이며 씨감자를 살 여력은 되더라구요. 그래서 저희 주인님도 이번에 출발하면 아예 2황자 쪽 지역만 돌 생각이라고 하시던데요."
그 말에 곁에 있던 다른 상단 직원들까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다들 보고 들을 눈과 귀가 있다면 2황자 쪽 지역이 훨씬 상태가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카시야의 분대원이 타셀에게 유리한 소문을 퍼트리려는 병사라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신규 상단의 여자 상단주에 대한 주제가 떠올랐다.
"그런데 그쪽 상단 주인말요. 말수도 별로 없는 여자든데, 그 밑에서 일하기 좀… 그렇지 않소?"
"아니, 그 여자가 상단주가 맞긴 한 거요?"
"에이, 설마. 계집이 날고 기어봤자 계집이지, 상단주씩이나 할라고."
상인들과 타 상단 직원들은 은근히 분대원들의 자존심을 자극하며 떠보는 말투였다. 그러자 분대원들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주변을 휙휙 둘러보더니 몸을 낮추며 말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우리 뒈지는 꼴 보고 싶어서 이러슈? 우리 상단 주인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데…! 겉보기랑 다르게 엄청 무서운 여자니까 말들 조심하쇼. 주인한테 과잉 충성하는 놈들 앞에서 이런 얘길 했다간 분명 크게 한 판 싸움이 날 거요."
거짓말을 하는 자들이라기엔 너무도 하얘지는 그들의 얼굴이 상단 주인에 대한 신비감을 부추겼다. 하지만 카시야의 서늘한 분위기 때문에 그녀에게 함부로 말을 거는 이들은 없었다.
카시야는 어둑어둑해지면 여관을 나가 몰래 루크를 만났다. 보통 피엔 근처의 작은 숲 속이나 혼잡한 식당 안이 그들의 약속장소였다. 카시야는 오늘에서야 이번 일이 에르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했고, 루크는 경악했다.
"그런 일인 줄 알았으면 돕겠다고 하지도 않았어!" 라며 한동안 충격을 감추지 못했더랬다. 에르논이 타셀 쪽으로 전향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으면서도 실제로 이미 타셀군의 주요 전력화 된 에르논에게 이를 갈기도 했다.
"그렇게 에르논이 싫습니까? 그래도 케일런군에서 최고의 병력이었던 두 사람이니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요."
"뭐? 그게 무슨 소름끼치는 얘기야? 내가 왜 그 음침한 녀석이랑 통하는 게 있어야 되는데?"
"없다고 해도 뭐 별 상관은 없습니다만, 어쨌든 일을 하는 데 개인적인 감정은 배제해주십시오."
이미 루크에게서 돕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카시야는 채권자라도 된 듯 명령조로 얘기했고, 루크는 그 태도에 자신의 경솔했던 과거를 미치도록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었다. 기사로서 한 약속을, 그것도 '정 그러면 됐다.'며 일어나려는 카시야를 도로 붙들고 했던 약속을 이제와 무를 수는 없었다.
"그 자식은 왜 황궁에 들어가 있는 거야? 공작이 요양을 보냈다던데."
"공작과 황제 간에 모종의 계약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공작이 에르논을 황제에게 빌려주는 대신, 황제는 케일런군에 추가 병력을 파병하고 진귀한 보석들을 보냈다더군요. 물론 그 이외에도 뭔가 더 있었을 것 같긴 합니다만, 공작이 죽어버린 지금에야 쓸모없는 것이 되었겠지요. 여하튼 에르논은 공작성에 돌아가기가 무섭게 황제에게 보내졌다고 합니다."
루크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가 케일런군을 빠져나오기 직전까지의 정보를 하나하나 떠올렸다.
"어쩐지 수상했어. 포로 교환 때도 에르논을 돌려받는 것에 집착하는 꼴이, 평소와는 좀 달랐거든. 그렇게 돌려받은 녀석의 상태에는 관심도 없더군. 살아있기만 하면 되었다는 듯이 말이야. 마침 딱 맞춰서 황제의 추가 파병이 있었던 것도 의심스러웠지. 그런데 에르논은 이미 타셀의 사람이었다니…. 공작이 몰락하려니 모든 게 다 아귀가 맞아 들었던 모양이군."
"그런지도 모르죠. 어쨌든 알리스타스 공작이 죽고 당신이 케일런군을 나오게 된 지금으로서야, 타셀 전하의 주적은 황제입니다. 그가 무슨 짓을 꾸미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일전에 황궁 사형수들의 무덤에서 마력을 완전히 빨려 죽은 마법사의 시체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장의사들에게 엿들은 바로는 그런 시체가 꽤 나오는 것 같더군요. 에르논은 황제의 계략을 파헤치러 홀로 황궁에 들어간 겁니다."
에르논을 두둔하는 듯한 카시야의 어투에 루크의 표정이 더 안 좋아졌다.
"너 말야, 에르논이 엄청난 위험 속에서 가련하게 떨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그 녀석이 네 앞에서 얼마나 이미지 관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돼."
"그런 상상 안 했습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과거를 버티고 살아남은 그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것만큼은 막고 싶습니다."
"어이쿠. 정말 대-단한 전우애십니다. …아니, 전우애 맞아? 혹시 에르논이 네 취향이야? 그렇다면 자존심이 좀 상하는…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이상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에르논에 대한 성토를 시작했다.
"너, 그 놈이 얼마나 겉과 속이 다른 놈인 줄 알아? 인정하기 싫지만 에르논은 공격 계열 마법의 최정점이라는 '대마법사'라고. 그 놈이 펼치는 공격 마법, 눈앞에서 본 적 있어? 그 자식 주위로 피보라가 휘날리는데 그 놈은 그걸 보면서 웃는다고. 그 곱상한 얼굴로 참 해맑게도 웃지. 그게 얼마나 소름끼치는 광경인 줄 알아? 그 놈 속은 보통 포악한 게 아냐! 네가 걱정할 필요도 없고! 그러니까 눈에 낀 그 콩깍지는 이제 그만 떼어내시죠."
하지만 카시야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듯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그렇게 강하다면 다행입니다만, 그래도 마력이나 마나는 무한정 생성되는 게 아니니, 황궁의 그 모든 군사를 혼자 처치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황제가 마법사들을 엄청나게 모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이 한꺼번에 공격을 가하면 에르논이라 하더라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루크는 제 이마를 감싸며 카시야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지금은 네가 지휘권자니까 네 말이 맞으시겠지요. 하아…. 그래, 그럼 앞으로 뭘 어떻게 할 작정이야? 내가 뭘 도와주면 되는 건데?"
"뭐, 당장은 별 일 없습니다. 사실 지금은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아 미리 작전을 짤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경계만 게을리 하지 말아주십시오. 만약 에르논이 저희 쪽으로 공간 이동해 온다면 사람을 보내 알리겠습니다. 그때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쯧. 나중에 너한테 엄청난 걸 보답으로 받아야겠어. 왠지 속은 기분이라고."
여전히 짜증 섞인 표정을 풀지 않은 루크가 혀를 차며 일어났다. 얼마 전의 그 이상한 꿈 이후로 점점 더 카시야에게 물러지는 것 같았다. 자꾸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면서도 건조하던 그 눈빛이 떠올랐다. 더 이상 다칠 곳도 없다는 듯이 고통에 무감각해져버린 눈빛이, 시시때때로 가슴을 옥죄어왔다. 그래서 카시야가 에르논을 위해 여기 있다는 것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여자는 도대체 왜 자신의 고통이나 고생에 대해서는 이토록 무감각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에르논이야 저가 어련히 알아서 살아남겠지!
루크는 카시야에게 뭐라고 더 잔소리를 늘어놓으려다가 자신을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는, 웃음기를 약간 머금은 그 녹색 눈동자를 보고는 그만 김이 새버렸다. 그는 자신이 그녀를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1. 유키란 님> 봄날77님께서 답해주셨습니다만, 신성 치료사인 아르헨이 새롭게 대신관이 되었습니다. 50~52회 <피엔>편에서 확인해주세요.^^
2. 우리 도짜님들 아주 코난이 따로 없음. 설명을 생략해도 다들 아시네요. 알리스타스 공작이 에르논에게 여자를 넣어주는 데 인색하지 않았던 것은, 그렇습니다. 대마법사의 아이 역시 마법사일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지요. 이 얘기는 나중에 슬쩍 지나가듯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3. 됴니묘리 님 > 네. 동정남 없습니다. 왠지 이런 시대상과 상황이라면 특히 귀족들 중 20대 넘어서까지 동정인 남자가 그다지 많을 것 같지는 않아서요. 에르논 역시 경험이 아주 많지요. 말씀드렸잖습니까. 갭모에라고.ㅋㅋㅋㅋㅋㅋ 순진한 얼굴로 사실은 알 거 다 아는 분.
아참, 스윈델은 동정남입니다. 순결의 아이콘이죠!ㅎㅎㅎㅎㅎ
4. 추천수 4만 돌파! 감사합니다.
+ 그녀의밤 님, 독like도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