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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의 카르마-129화 (129/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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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분들은 '진홍의 카르마(노블)'을 검색해주세요.

아래는 전체 관람가에 맞춰 자체검열한 버전입니다.

(내가 노블을 파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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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혀가 카시야의 혀를 얽다가 다시 입술을 가볍게 빨았다. 카시야도 그가 이끄는 대로 따르며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밀착된 몸은 셔츠와 로브의 천 두 겹을 사이에 두고 체온을 서로에게 전했다. 다른 이의 체온을 느끼면 따뜻하다는 느낌보다 불쾌감을 먼저 느꼈던 카시야였지만 오늘밤만은 달랐다. 벽난로의 열기에 따스해진 침구보다 훨씬 따뜻한 사람의 체온은 불을 쬐거나 모포를 두르는 것과는 다른 충족감을 전해주었다.

한참 서로의 입술과 혀에 탐닉하는 사이 호흡이 거칠어지고 흥분감이 고조되면서 카시야는 온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늘 자신의 신체 변화에 민감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터라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변화에 긴장되기는 했지만 지금은 이토록 정신적으로 만족감이 충만하니 안 좋은 변화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에르논은 낙낙한 카시야의 로브를 위에서부터 끌어내렸다. 카시야도 소매에서 팔을 빼며 적극적으로 옷을 벗었다. 그의 맨살에 닿고 싶었기에 그의 셔츠 단추도 풀어내면서 말이다. 하지만 타인의 옷을 벗겨내는 것이나, 자신의 옷을 벗기는 타인에게 동조하는 것이나 그녀에게는 다 처음인 일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의 단추를 푸는 손끝이 조금 떨렸다. 에르논은 잘 풀어지지 않는 단추를 붙잡은 채 떠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올려 천천히 입을 맞췄다. 덕분에 카시야는 자신의 모든 신경이 제 오른손에 몰린 듯한 생경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의 따뜻한 입술이 그녀의 손가락 모양을 기억이라도 하려는 듯 천천히 훑고 지나가는 감촉은 늘 예기어린 눈빛을 하고 있던 카시야의 눈마저 풀리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에르논은 카시야의 흐트러진 표정에 더없이 만족감을 느끼며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나머지 한쪽 손으로는 카시야가 채 풀지 못했던 셔츠의 단추를 풀어내고 몸을 일으켜 옷을 벗어 던졌다. 순간, 카시야가 살짝 고개를 모로 돌리며 눈을 피하는 게 보였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당당하게 제 턱을 끌어당겨 키스하던, 입을 벌리라 명하던 그녀 아닌가. 그런 그녀가 지금 자신의 아래에 상아빛 속살을 드러낸 채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에르논은 하던 일도 잊고 카시야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 어떤 여자가 유혹하던 것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모습이었다. 그가 자신을 가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눈까지 감아버리는 모습이, 이제껏 그녀를 점잖게 대하려고 억누르고 있던 그의 정염에 기름을 부었다.

두 사람은 벽난로 불빛에 오렌지 빛 나신의 실루엣을 그렸다.

에르논은 근육이 탄탄하게 올라붙은 그녀의 몸에 낮게 감탄했다. 모두들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럽고 말랑거리는 여체를 찬양하지만 그것은 아마 이토록 탄력 있는 몸을 안아본 적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시야를 두고 '저렇게 딱딱한 것도 안는 맛이 나겠느냐'고 저속한 농담을 하던 기사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그 후 이유도 없이 목이 졸리는 것 같은 증상에 한참 난리법석을 피웠지만 그 곁에서 무심한 얼굴로 이것들을 죽일까 말까 고민하며 마법을 쓰고 있던 에르논 역시 카시야의 몸은 단단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틀렸다. 여체는 근육으로 꽉 짜여 있어도 남자의 몸과는 완전히 달랐다. 하도 딱딱해서 나무토막 같은 남자 기사들의 근육과는 달리 카시야의 근육은 탄력이 대단했다. 게다가 이토록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남자의 몸 따위는 본 적이 없다.

그는 카시야의 몸 위로 제 몸을 겹치며, 당황해서 몸을 일으키던 카시야를 다시 매트리스 위에 눕히고는 그녀의 귓가에 '쉬-' 하고 달래듯 속삭였다. 카시야는 기세 좋게 '함께 있고 싶다'고 제안한 주제에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에르논이 주는 자극에만 달뜬 몸을 비틀고 있었다. 피부로 직접 전해지는 체온과 살갗의 감촉은 상상 이상으로 친밀한 느낌을 주었다. 남들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자신의 나신을 드러낸 채 솔직한 몸의 언어를 주고받는다는 것 자체가 극도의 친밀함을 증명하는 일이었지만 실제 경험하게 된 ‘몸의 대화’는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끄집어내는 것 같았다.

카시야는 에르논과의 첫 밤이 시작되고나서야 자신이 이런 쪽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는 게 기억났다. 좋아서 해본 적이 없다보니 뭘 해줘야 상대가 좋아할지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세이지가 저에게 어떤 것들을 시켰었는지 떠올려보려고 했지만 머리가 이상해졌는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에르논의 숨결이 닿는 곳, 에르논의 손길과 피부가 닿는 곳에만 온 정신이 집중되어 몸 전체가 긴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쇄골에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자잘한 키스를 눌러 찍던 그가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억지로 틀어막느라 입을 가린 손바닥 사이로 앓는 소리를 흘리는 카시야를 보며 낮게 웃었다.

"…참지 마. 이젠 참지 않아도 되잖아. 너나 나나…."

그 말에 카시야는 그제야 제가 뭐든지 참아내려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까지는 그런 삶이었다. 고통과 울분을 참고, 비참과 허무를 참고, 자신에 대한 연민과 혐오를 참아냈다. 제 안에서 솟구치는 모든 감정들을 참아내다 보니 어느새 기쁨과 즐거움, 기대감과 행복감마저 참고 있었던 것이다. 카시야는 이제 참지 않아도 된다는 에르논의 말이 마치 봉인의 해제 주문인 것 같았다.

"아! 아읏!"

그녀의 입에서 그동안 참고 있던 신음이 소리내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아플 정도로 흥분해있던 에르논이었지만, 그는 어느 모로 보나 관계에 서툰 카시야를 위해 제 본능을 억누르고 그녀가 이 행복감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정성을 들였다.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는 것보다는 자신과의 이 밤이 그녀에게 행복한 기억이 될 수 있기를, 과거에 그 누구와 관계했었든 자신과의 이 밤이 더 좋기를, 그녀가 그녀 인생 중 최고의 쾌락을 얻기를 훨씬 더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마음은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배어나와 카시야에게 착실히 전달되었다. 머리카락 한 올조차도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는 에르논 때문에 카시야는 머릿속이 엉망으로 뒤엉켜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있었다. 물론 에르논 역시 제 아래서 잘게 떠는 매력적인 여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달아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터져 나오기 시작한 카시야의 신음 소리가 그의 몸 안의 모든 열기를 하반신으로 몰리게 했다.

짙은 흥분에 잠식된 그들은 곧 서로의 몸을 겹쳐 애정과 갈망, 애달픔과 희열의 섞인 몸짓을 주고받으며 난생 처음 뇌 내 깊은 곳에서부터 터지는 폭죽과도 같은 쾌락을 느끼는 동시에 절정을 맞았다.

*

"하아…. 하아…."

침실 안은 벽난로 안에서 나무가 타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카시야의 몸 위로 무너져 내렸던 에르논은 이내 상체를 일으켜 카시야에게 다시 애정 가득한 입맞춤을 내리 찍었다. 그의 입술과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지럽혀서 카시야는 고개를 좌우로 돌려 그의 머리카락을 피하며 소리 내어 웃었다. 만족감과 행복감이 가득한 웃음 소리였다.

"네가 그렇게 웃는 거, 처음 들어."

에르논이 감격스럽다는 듯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저도요."

기분 좋은 탈력감에 숨을 고르던 카시야는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에르논을 바르게 눕혔다.

"당신도 저를 조금 아프게 했으니까, 저도 당신을 좀 아프게 할 겁니다."

"얼마든지."

"제가 뭘 할 줄 알고 그러는 겁니까."

"너라면 날 채찍으로 내리쳐도 좋아."

"그런 변태적인 취미는 없습니다. 아니, 좀 변태적인 건지도…."

카시야는 쿡쿡 웃더니 에르논의 목덜미에 얼굴을 가져갔다. 그리고 목과 어깨가 고운 각도를 이루고 있는 부분에 이를 박고 조금 힘을 주어 깨물었다. 분명 아플 텐데 에르논은 잠깐 근육을 경직시킨 게 다였다. 카시야는 꽉 깨물었던 곳을 힘주어 빨다가 미안하다는 듯 혀로 할짝할짝 핥았다. 입을 떼었더니 역시나 잇자국과 함께 붉은 멍이 들었다. 새하얀 그의 몸에 새겨진 제 잇자국이 꽤 마음에 들었다.

카시야가 배부른 맹수같이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그곳을 바라보자 에르논은 벌떡 일어나 곁에 있는 커다란 콘솔의 거울에 제 목덜미를 비춰보았다.

"아…. 이거, 멋진데…."

에르논은 진심으로 그 흔적이 마음에 들었다. 카시야가 저에게 소유욕을 드러냈다는 게, 채찍질로만 붉어지던 제 몸에 이토록 사랑스러운 흔적이 생겼다는 게 정말로 기뻤다.

카시야가 그런 그를 바라보다 저도 몸을 일으켜 그 옆에 가 섰다. 거울에 비친 그의 모습은 역사 속의 요부를 떠올릴 만큼 야했다. 그러다가 제 몸에도 에르논이 남겨놓은 순흔이 곳곳에 퍼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몸 위에 꽃잎들이 뿌려진 것 같아 그것 역시 마음에 들었다.

킥킥대며 다시 침대 위로 몸을 던진 그들은 한참 장난을 치다가 서로 몸을 겹친 채 고른 숨을 나눠 쉬었다. 제국을 뒤덮고 있는 첫눈처럼, 그들이 나눈 첫 밤은 그렇게 전생 혹은 지난 세월의 상처를 기쁨과 충족감으로 덮어주었다.

============================ 작품 후기 ============================

19세 미만의 도짜님들께서는 아쉬울 수 있겠습니다만 분위기만 즐겨주세요^^;;

+ 그녀의밤 님, jina201 님, 징수니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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