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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의 카르마-131화 (131/134)

00131 연(緣)(2) =========================

오랜만에 찾는 황궁은 변함없이 분주했다. 카시야는 바로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한 재작년까지의 격무를 떠올리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타셀이 그토록 일벌레인 줄은 몰랐었는데 그는 죽기 전까지 이 제국을 완전히 딴 나라로 바꿔둘 심산인지 하루하루를 아까워하며 일에 매진했다. 지독해도 그렇게 지독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부창부수라고, 알리시아는 또 얼마나 부지런을 떠는지…. 특히 여성의 인권 향상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그녀는 여성 관리 채용에 굉장한 열의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음전하고 아름다운 영애가 최고라 여겨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알리시아는 하급 귀족의 여식을 타깃으로 여자 대학을 만드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시작은 가난한 집안의 영애들이 나이 많은 귀족의 첩으로 들어가지 않으려는 도피처로 쓰일지 모르지만 그중 누군가는 공부와 출세에 야망을 품게 될 것이고, 그렇게 성공하는 이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다른 많은 여성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는 게 알리시아의 생각이었다.

어쨌든 이런 일중독 부부가 쏟아내는 계획을 실현하는 것은 매일 밤늦게까지 자신의 생명을 갈아 넣고 있는 관리들의 몫이었다. 카시야는 제 곁을 바쁘게 지나치는 창백한 얼굴의 관리를 보며 동정과 연민을 느꼈다.

"폐하는 여전하신가 보군요."

"그 성격이 어디 가겠어? 저 정도면 병이지, 병."

카시야와 에르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황후 처소의 정원으로 향했다. 1년 만에 제국의 수도에 등장한 이 부부를 위해 황제 부처는 친히 자신들의 바쁜 시간을 쪼개어 정원에서의 티타임을 마련했던 것이다. 훈훈해지는 봄바람에 마침 정원의 꽃들이 만발해서 야외 티타임을 갖기에는 더없이 훌륭한 시기였다.

"신 카시야 델 로만, 은혜로우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신 에르논 키샤스 로만, 은혜로우신 황후 폐하를 뵙습니다."

카시야와 에르논의 정중한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알리시아가 벌떡 일어나 카시야를 향해 거의 달리다시피 하며 다가왔다.

"카시야 경! 보고 싶었어요! 너무 오랜만이에요!"

스물한 살의 알리시아는 여전히 사람 같지 않은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열여덟의 그녀가 숲 속의 요정 같았다면, 지금은 정말 여신 같았다. 풋풋하던 이미지는 정식 국혼 이후 점차 사라지더니 지금은 친근해 보이면서도 위엄 있는, 여신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모습이었다.

"폐하! 홑몸도 아니신데, 부디 옥체를 보중해주십시오."

부른 배가 제법 눈에 띄는 알리시아에게 카시야가 놀란 얼굴로 반쯤 꾸짖었지만 알리시아는 그저 헤헤거리며 그녀에게 안길 뿐이었다. 바쁜 황제와 황후는 결혼한 지 2년이 지나서야 잉태를 했는데 조만간 산달이라 황후의 시녀들은 최근 초긴장 상태였다. 알리시아가 갑작스레 뛰자 근처에 시립해있던 시녀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음은 물론이다.

"카시야 경을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좋아서 그렇죠. 이런 게 싫었으면 좀 더 자주 오시지 그랬어요."

다른 귀족들 앞에서는 함부로 대하지 못할 위엄이 풀풀 풍기는 알리시아는 사실 아직 제 사람들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아가씨일 뿐이었다. 그녀는 무뚝뚝해보여도 의외로 사상이 깨어있고 말이 잘 통하는 카시야를 아주 좋아해서 타셀 다음으로 카시야를 자주 찾는 황궁 내 인물이었다.

"정말 오랜만이군. 여행은 즐거웠나?"

알리시아의 인도에 티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은 카시야와 에르논을 향해 타셀이 미소 지으며 물었다. 카시야는 그를 볼 때마다 '저게 인간인가'하는 경외심이 들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엄청나게 많은 일을 처리하고, 귀족들과 싸우고, 몸을 단련하고, 자신의 사람들에게 마음을 써주기까지 하는 그는 전생의 자신보다 더 사람 같지가 않았다. 가끔은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뒷목을 잡고 쓰러질까봐 걱정될 정도였다.

"정말 좋았습니다. 폐하께서도 언제 한 번 꼭 여행을 다녀오시길 간언 드리는 바입니다. 적당히 쉬기도 해야 일의 능률이 오르는 법이니까요."

"그 말인즉슨, 쉬고 왔으니 이제 좀 더 능률적으로 일 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겠지?"

"…자꾸 이러시면 영지고 작위고 다 황실에 반납해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풉, 푸하하하! 영지와 작위를 반납하겠다고 황제를 협박하는 귀족은 자네 밖에 없을 거야. 아하하하!"

꽃향기가 가득한 정원에서의 환담은 웃음소리가 가득해졌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보통 그러하듯, 그들의 티 테이블 위에도 옛날이야기가 화제로 떠올랐다.

"그때 그 간호막사에서 온몸이 붕대로 감긴 자네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저는 그때 살아날 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말이죠."

"듣고 있자니 앉은 자리가 가시방석입니다만…."

에르논의 마력폭발 이후 눈을 떴던 그 시절 얘기를 하자 에르논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정말 괜찮다는 카시야의 말에도 언제나 그녀에게 미안해하곤 했다. 그런 그를 타셀이 좀 더 놀렸고 또 기분 좋은 웃음의 파도가 한 번 더 밀려왔다 사라졌다.

"지금 와서 말인데, 난 아직도 정말 궁금해. 그 때 자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쿠론에게 몇 번이나 확인해봤지만 눈 뜨기 전의 자네와 눈 뜬 후의 자네는 아예 딴 사람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성향이 다르더군. 특히 예전의 카시야 경은 말 그대로 참한 아가씨였다고 하는 부분에서 더 들어볼 것도 없이 딴 사람이라고 느꼈네."

타셀은 반쯤 놀리듯이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카시야는 평소처럼 '저도 정말 모를 일입니다.'라며 넘기는 게 아니라 뭔가를 고민하듯 입을 다물고 타셀을 살폈다. 그녀의 태도에 타셀 역시 찻잔을 들려던 손끝을 멈칫했다.

"로만 경?"

카시야는 고민했다. 여행 중에 에르논에게는 전생의 자신과 그 기억을 온전히 갖고 눈 뜬 이후의 삶에 대해 고백했었다. 에르논은 그녀의 전생 얘기에 한밤중에 일어나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었다. 그녀에게도 저와 같은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슬퍼했다. 그 이후 그들은 한층 더 깊은 정신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게 되었지만 과연 타셀과 알리시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헤바가 안배했던 모든 일을 수행했던 당사자 중 하나인 타셀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늘 갖고 있었던 카시야는 그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해줄 때가 왔음을 느꼈다.

"잠깐 주변을 조금만 물러주시겠습니까? 목소리를 못 들을 정도의 거리면 족합니다."

카시야의 침착하고도 낮은 목소리에 타셀은 그녀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주변에 손짓해 시종들의 거리를 띄웠다. 카시야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타셀과 알리시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얘기가 허무맹랑하다고 여기실 수도 있고, 과대망상이라고 여기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상관은 없습니다. 어차피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니까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라 여기고 들어주십시오."

그리고 카시야는 잔잔히 자신이 안개 숲에서 눈 뜨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아니, 엄밀히 말해 이 육신의 원래 주인이었던 여성 카시야는 그날 안개 숲에서 죽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육신에 깃든 저, 카시야 델 로만 역시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죽었습니다. 저는 제가 죽었던 순간의 모든 기억을 지금도 갖고 있습니다. 죽음이 얼마나 포근한지, 하지만 전생의 죄에 대한 벌을 받을 때는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섭리대로라면 모든 벌을 다 받은 뒤 안식에 들어야 했던 것 같은데, 신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저를 다시 이곳으로 돌려보내셨습니다. 그리고 눈을 뜬 게 이 육신 안에서였고, 바로 그 안개 숲이었습니다."

카시야는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주변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다. 타셀과 알리시아는 놀란 눈을 하고 그녀를 쳐다볼 뿐이었다. 특히 타셀은 충격을 받은 게 분명한 얼굴이었다. 그는 카시야가 이런 것 갖고 이야기를 지어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저는 전생의 기억 역시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제가 살았던 세계는 지금이 이곳보다 훨씬 발전된 미래… 라고 해야 할 겁니다. 지금 이 곳의 상황은 제 전생에서 과거라 배웠던 시대의 흐름과 굉장히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래라고 해서 모든 게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미래에도 여전히 전쟁은 존재하고, 훨씬 더 잔인한 살상 무기가 사람들을 죽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중에서 가장 귀한 무기 중 하나였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여 적의 수장을 죽이거나 거점을 파괴하는 인간 병기였으니까요. 그 무기가 되기 위해 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인간성을 말살당하고 무기로서 키워졌습니다. 폐하께서 처음 제게 보이셨던 경계심은 아마, 본능적으로 제가 위험하다는 걸 아셨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때에도 마음만 먹었다면 폐하든 미하일 경이든 누구든 죽일 수 있었으니까요. 제가 살던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마법이나 마나만 아니라면 저는 누구든 죽일 자신이 있는, 하나의 무기였습니다."

타셀은 또다시 그녀와 마주쳤던 키렐의 연못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완전히 지워진 기척, 아래에서부터 솟구치던 예기, 그 섬뜩했던 칼날을….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다가 낯선 세계에서 눈을 떴다는 말인데, 자네는 신기할 정도로 침착한 태도를 보였어.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나?"

"어디든, 어느 시대이든 저에게는 별로 대수롭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제 목숨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죽어야 편해질 인생이었으니…. 다른 세계에서 눈 떴다 하더라도 그저 살아나갈 뿐, 뭘 어째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폐하의 신하로 눈 뜬 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달까요."

"그건 왜?"

"전생에서 수없이 많은 전쟁터를 전전하던 저였습니다. 시대가 다르다고 해도 인간들이 벌이는 짓들은 비슷비슷하거든요. 그래서 전쟁의 상황을 파악해본 결과 폐하께서 승리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폐하께서 승리하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차피 살아나가야 할 거라면 승리할 쪽, 그리고 승리해야할 쪽에 속해있는 게 낫죠."

타셀은 이제 허탈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저보다도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던 그녀의 태도가 떠올랐다.

"미래…. 그래서 카시야 경이 그토록 선진적인 제도를 제안할 수 있었던 거군요!"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알리시아가 의문이 풀렸다는 듯 낮게 감탄했다.

"그 부분은 좀 죄송하게 됐습니다. 선진국에서 태어나 고등교육을 받은 이가 이 세계에 떨어졌더라면 더 나은 제안을 드릴 수도 있었을 텐데, 저는 기본적인 것 밖에 아는 게 없어서…."

"아니에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경이 제안하는 것들은 언제나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의 ‘미래’였어요. 딱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었죠."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다행입니다."

밝은 얼굴의 알리시아와는 달리 타셀은 어딘지 어두운 낯빛으로 입술을 달싹이다가 겨우 목소리를 내었다.

"전생에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여성의 몸으로 암살자를…."

"아…. 별로 유쾌한 기억은 아니죠. 150명 정도가 있었던 교육 부대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고작 열일곱 명이었으니까요."

"…아이들? 아이…들을 데리고 암살자로 키웠다고?"

뜨악한 표정으로 묻는 타셀에게 카시야는 그저 씁쓸한 미소만 지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한이 맺히기에는 그와 비교할만한 '행복한 유년시절'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괜찮았다. 게다가 그 자리에 앉아있는 모두가 힘든 유년기를 겪었으니 저 혼자만의 일이라 여길 것도 없었다.

"그런 미래는 오지 말았으면 좋겠군."

"인간의 추악한 탐욕과 이기심은 사라지기 힘들 겁니다."

타셀은 다시 카시야를 쳐다보았다. 이 세상 사람 같지가 않던 그녀는 정말로 반쯤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신기하면서도 어딘지 가슴이 찡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얼마나 외로웠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문득 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에르논이 시선에 들어왔다.

'왜 카시야가 에르논을 그토록 신경 썼는지 알 것 같아….'

에르논 역시 지독히도 배척받고 외로운 삶을 살았던 이였으니까 말이다. 이제야 그녀에 대해 의문스럽던 모든 것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카시야의 비밀이 풀리던 그날의 티타임이 끝난 후 타셀은 알리시아와 황후궁까지 걸으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그를 지켜보던 알리시아가 침묵을 깼다.

"카시야 경이 제국에서 살아나가기로 결정해 준 게, 폐하를 따르기로 결정해 준 게 정말 감사하네요."

"음. 나 따위가 그런 이를 신하로 둬도 될지 송구할 정도로 말이야."

"후훗. 신께서 폐하와 우리 세대의 인류에게 보내준 은총인지도 모르지요."

그들의 뒤로 시종과 시녀들이 길게 따르며 아름다운 광경을 이루었다.

황궁에서 나온 카시야는 에르논과 함께 아르카나 거리를 산책했다.

황궁의 거대한 정원 곳곳에 얼마나 많은 꽃이 피었는지, 그 꽃향기를 머금은 미풍이 황궁 담장을 넘어 거리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겨우내 멀리 떠났던 철새들이 어느새 아르카나에 나타나 봄을 노래하고, 앙상하던 나뭇가지에도 새순이 앞 다투어 돋아나 거리 곳곳을 연둣빛으로 물들였다. 거리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했고, 갓 구워져 나온 빵의 군침 도는 냄새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아르카나와 피엔의 거리에는 이제 귀족의 마차라 하더라도 함부로 내달리지 않았고, 뒷골목 도로에까지 돌바닥이 깔려있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너무나 평온하고 활기찬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카시야가 지켜낸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카시야는 처음 이 세계에서 눈 떴을 때만 해도 원망스럽던 신이, 지금은 그럭저럭 용서해줄만 하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자신도 이런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어떤 소녀를 약 올리다가 도망치는 소년과 그 뒤를 씩씩대며 쫓는 소녀를 보며 카시야가 웃자, 에르논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들의 평온한 하루는 아르카나에 따사로이 내려앉은 햇살만큼이나 완벽했다.

<完>

============================ 작품 후기 ============================

그동안 <진홍의 카르마>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외전 2편과 후기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조아라에서 본편 완결을 보는 대신 출간용 외전을 많이 넣기로 출판사에 약속드렸던 터라 외전을 많이 올리지 못하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세이지 외전 역시 출간용 외전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 차기작 역시 조아라에서 연재하게 될 겁니다. 일단은 진홍의 카르마 E북 출간을 위한 작업은 다 마치구요.^^;

+ 그녀의밤 님, jina201 님, 징수니 님, 류웰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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