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옥에서 돌아온 한대성-25화 (25/180)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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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표시등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강현도의 심장 또한 빠르게 맥동했다.

“저…… 역시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으로 내려가는 게 훨씬 현명한 판단 아니었을까요?”

“너 돌았냐? 그러다 계단에서 그 미친 새끼랑 마주치면 어쩌려고!”

강현도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보좌관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보좌관의 두 손에는 터질 것처럼 크게 부푼 골프백이 들려 있었다.

다름 아닌, 방금 사무실 금고에서 빼낸 지폐 다발을 모조리 욱여넣은 골프백이었다.

조직의 전체 운영 자금 중 현금화된 액수가 모조리 그곳에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정도면 당분간 어디서 몸을 숨기고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데는 문제없으리라.

‘시이- 발! 시이- 발! 완전 미친 새끼였어! 눈이 완전 맛이 갔다고, 그 미친 사이코 새끼!’

강현도가 오금을 부르르 떨며 몸서리를 쳤다.

아까 아래층에서 소란이 들려왔을 때, 슬쩍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그 미친놈의 모습을 보았다.

무슨 악귀에라도 씐 정신병자처럼 인간을 고기 썰듯이 썰어내는 그 참경(慘景).

뒷세계 생활 20년을 이어오던 그조차도 바싹 질릴 정도였다.

그리고 뒷세계 생활 20년 차의 본능이 이렇게 경고해주었다.

저놈에겐 덤비지 마라.

건드릴 게 따로 있다, 라고.

그래서 곧장 금고에 있는 돈을 모조리 챙기고 차가 대기된 주차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연락해봐.”

“예?”

“이, 이도원이나…… 아니면 윤도철한테 연락 좀 해보라고!”

유일한 희망은, 조직의 최고 전력인 이원도와 윤도철이 그 미친 사이코 새끼를 막아주는 것.

보좌관은 다급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둘 모두 신호가 끊길 때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보좌관의 목소리에 낙담이 묻어 나왔다.

“아, 안 받는데요?”

“그럼 됐어.”

“네?”

“새끼야, 생각을 좀 해봐. 걔네들이 지금 전화를 안 받는다는 건, 지금 졸라 열심히 그 사이코 새끼랑 싸우느라 전화 받을 틈이 없다는 거잖아? 안 그래?”

“그, 그것도 그런데…….”

“도망칠 시간 벌었네. 좋게 생각해, 좋게. 빌어먹을.”

그렇게 둘이서 열심히 행복 회로를 태우고 있을 때였다.

“예. 사장님. 그럼 좋게 생각-”

꽈지직-!

과자 봉지 뜯는 것 같은 소리가 날카롭게 귀청을 때렸다.

휙-

팔을 뻗어 뭔가를 채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말을 잇던 보좌관의 몸이 갑자기 위로 솟구쳤다.

……?

뭔가 싶었던 강현도가 고개를 들어 올려 위를 보았다.

버둥버둥-

엘리베이터 천장엔 가로로 틈이 갈라져 있었는데, 그 틈에 머리가 끼인 보좌관이 공중에 매달린 채 두 다리를 버둥거리고 있었다.

“사장님, 사……! 어, 어어? 으아악! 뭐, 뭐야, 이거! 뭐야, X발! 씨이바아아- 알!!”

욕지거리 섞인 말이 보좌관의 입에서 튀어나올 때마다 그의 다리가 미친 사람처럼 발작을 해댔다.

콰직, 콰직-!

“어윽, 꺽, 끄윽……!”

몇 차례 신음이 이어지나 싶더니, 이내 미친 듯이 버둥대던 그의 다리가 공중에서 축 늘어졌다.

그리고…….

툭-

보좌관의 몸뚱이가 아래로 털썩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널브러진 그의 얼굴은 왼쪽 뒤통수부터 오른쪽 뺨까지가 뜯겨나간 상태였다.

“욱……!”

자기도 모르게 속을 게워낼 뻔한 강현도의 눈길이 무심코 위를 향했다.

승강기 천장에 훤히 뚫린 구멍.

그 시커먼 구멍 너머로 살이 썩어 문드러진 괴물 한 마리가 핏발이 잔뜩 선 눈으로 강현도를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헉?”

너무 놀라서 숨이 멎을 지경.

꽈지직- 꽈지직-!

와중에도 저 정체불명의 괴물은 승강기의 단단한 천장을 무슨 비닐봉지 찢듯이 찢고 있었다.

그어어-

놈이 강현도를 향해 흉한 아가리를 벌리는 것과 동시에,

땡-!

기적과도 같은 타이밍에 엘리베이터의 표시등이 지하 주차장이 있는 B2를 표시했다.

“히, 히익!”

문이 열리기 무섭게 강현도는 거의 기어가듯이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

차가 주차된 곳은 멀지 않았다.

자가용이 있는 곳까지 달리면서, 강현도의 엄지는 그저 미친 듯이 스마트키의 버튼을 연타해댔다.

슥-

그리고 그렇게 꽁무니가 빠져라 달리면서도 중간에 한번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의 습성.

그어어-

강현도는 그 식인 괴물이 미친 듯이 달리며 자신을 쫓아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으아아악! 으아아악-!”

이제는 이 순간이 악몽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강현도는 달리고, 또 달렸다.

삐빅-

마침내 기둥 뒤편에 주차된 차량이 스마트키의 원격 버튼에 반응했다.

강현도가 차문을 열고 시트에 앉은 뒤, 다시 문을 닫는 것과 동시에.

텅-!

아슬아슬할 지경까지 쫓아오던 사령 병사가 차량에 들러붙었다.

“시, 시발! 시바- 알!”

강현도는 시동을 걸고 발바닥이 터져나갈 기세로 액셀을 밟았다.

부웅- 끼익!

차량이 주차장 바닥에 스키드 마크를 새기며 옆으로 확 꺾였다.

차체에 매달려 있던 사령 병사는 그 급작스런 관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떨어져나갔다.

‘빨리, 빨리……!’

속으로 그 말만 되풀이하며 강현도는 핸들을 이리 꺾고 저리 꺾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현도가 탄 차량은 순조롭게 지상으로 통하는 주차장 출입구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황이 없던 강현도는 그때까지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어어-

수십 마리의 사령 병사가, 지하 1층의 난간에서 이미 낙하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는 걸.

쾅-!

서슴없이 난간 아래로 몸을 던진 사령 병사들이 강현도가 탄 차량의 선루프를 덮쳤다.

후두둑-!

텅, 터텅-!

“뭐, 뭐야!”

물론 전방 주시에만 몰두하던 강현도 입장에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리가 없으리라.

그냥 이상한 덩어리들이 갑자기 차 위로 떨어졌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하지만 그 의문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선루프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땅에 떨어진 서른 마리의 사령 병사가 순식간에 강현도의 차를 에워쌌으니까.

“자, 잠깐.”

쨍그랑-!

단단한 차 문 유리를 뚫고 튀어나온 사령 병사들의 손이 강현도를 운전석에서 억지로 끌어내렸다.

“자, 잠깐. 잠깐…….”

사람이 궁지를 넘어 절벽에 몰리면 비명조차도 나오지 않는 법이다.

그어어-

크아악-!

좀비 같은 괴물들이 벌 떼처럼 몰려들어 눈앞에서 포효를 토해내는 광경은 정말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사색이 된 강현도가 품에서 호신용 권총 한 정을 꺼냈다.

탕, 탕-!

그아아-!

총알은 이미 한 번 죽은 사령 병사에게 유효한 타격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놈들을 물러서게 하는 위협용으론 충분했다.

“죽어! 죽어, 이 개새끼들아!”

반쯤 미치광이가 된 강현도가 총알을 갈겨댔다.

파삭, 파삭-

고목나무처럼 말라비틀어진 사령 병사의 팔다리가 터져나갔다.

***

“흠…….”

한편.

이 모든 광경을, 대성은 뒤에서 멀찍이 구경만 하고 있었다.

‘역시 너무 약한걸.’

그는 우선 선두로 정수영의 사령 병사를 내보낸 뒤, 흡수해둔 상태였던 나머지 32명의 사령을 한꺼번에 병사로 소환했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먹잇감을 쫓는 사냥개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냥에 성공할 확률도 올라가니까.

그게 다였다.

그리고 별로 나쁘지도 않은 판단이었다.

‘이놈들은 후각 하나 말고는 쓸모가 없는 머저리들이다.’

소환된 서른 마리의 사령 병사가 미리 지하 1층 난간에 대기한 뒤.

아래층에서 강현도의 차량이 이동하는 지점을 정확히 덮치는 그 센스.

좀처럼 감탄하지 않는 대성조차도 일순 놀랄 경지였다.

‘하지만 고작 한 명한테 서른 마리가 모조리 쩔쩔매는 건 너무하는군.’

사냥개는 사냥갠데, 이빨이 빠진 사냥개라고 할까.

어쨌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만.”

대성이 손을 들어 사령 병사들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그 짧은 명령 한마디에 광견처럼 헐떡대던 사령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췄다.

“허억, 헉…….”

그야말로 지옥의 밑바닥에서 헤엄치다 온 강현도가 바닥을 기었다.

저벅, 저벅-

그리고 그런 강현도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대성의 모습은 저승사자 그 자체였다.

“허억……!”

강현도가 괜히 수십 년 동안 뒷세계를 전전하며 한 조직의 두목으로 있는 게 아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남자였다.

“살려주십시오!”

그는 바닥에 넙죽 엎드려 고개를 깊이 조아렸다.

그리고 두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며 목숨을 구걸했다.

“살려주십시오, 제발……. 달라는 건 다 드리겠습니다! 필요하신 정보가 있으시면 다 불겠습니다! 대신 살려만 주십시오!”

나름 어둠의 세계에 거물로 군림해 많은 이의에게 경외와 공포를 사던 강현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목숨을 구걸할 줄밖에 모르는 겁쟁이로 전락한 것이다.

“달라는 건 다 준다고?”

대성이 그렇게 물었다.

원래 같았으면 상대방이 뭐라고 하든 문답무용으로 죽였을 터.

하지만 무언가를 준다는 말이 그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그 기척을 눈치챈 강현도가 머리를 조아린 채 희미하게 웃었다.

뒤통수를 칠 생각은 없다. 방금 본인이 언급한 것처럼, 달라는 건 다 주고 말하라는 건 다 말할 셈이었다.

그렇게 해서 살 수만 있으면, 생명을 부지할 수만 있다면, 내일의 태양은 무조건 떠오르는 법이니까.

“살고 싶으면 돈이라도 주든가.”

“예, 예! 물론이죠! 다 드리겠습니다! 이, 일단 저 엘리베이터 안에 비상금이 든 골프백이랑…….”

그렇게 운을 떼더니, 강현도는 요구하지 않은 것까지 전부 술술 털어놓았다.

이를 테면 조직의 불법 자금과 그간 부당한 방법으로 얻어왔던 모든 것들이 저장된 블랙마켓 장소.

혹은 대금업 말고도 신흥동파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마약을 제조하는 비밀 공장의 위치까지.

마약 공장은 관심이 없었으나 블랙마켓 얘기는 구미가 당겼다.

그 이야기에 언급된 금액만 해도 무려 30억 원.

즉, 강현도는 30억 원으로 목숨값을 대체하려는 것이다.

‘나쁘지 않은 하루 소득이다.’

대성이 원하는 건 오직 돈이었다.

돈을 많이 벌어서, 혜정과 지수가 고생 그만하고 호강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소망이니까.

‘예상치 못한 수확을 얻고 가는군.’

판테온을 왕복한 보람이 지금 와서야 느껴졌다.

한동안 대성에게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으니 의아했던 걸까.

머리를 조아리던 강현도가 슬쩍 올려다보더니 물었다.

“저, 저는 살려주시는 건가요?”

“살려주지.”

딱-

대성이 손가락을 튕긴 뒤 비상금이 든 골프백이 있다던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너무나도 시원스레 용서를 베푸는 대성의 넓은 아량에, 강현도는 일말의 감격마저 느꼈다.

콰직-!

“어……?”

제일 가까이에 있던 사령 병사 한 마리가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전까지는 말이다.

콰직-!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핏물을 쏟아내는 강현도를 향해 대성이 넌지시 덧붙였다.

“‘나는’ 살려줬다.”

“자, 잠깐! 잠깐……! 꺽! 끄윽, 끄아아악-!”

처음엔 두 놈이 강현도의 목을 물어뜯기 시작하더니, 직후 나머지 서른 명의 사령 병사가 부나방처럼 마구 달려들었다.

콰직-! 우드득-!

처참하게 울려 퍼지는 강현도의 절규를 뒤로하고, 대성은 엘리베이터로 향해 골프백을 확인했다.

‘거짓말은 아니었군.’

돈뭉치가 한가득 들어 있는 걸 확인한 대성은 아공간 포켓 안으로 골프백을 던져 넣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온 뒤 다시 강현도를 향해 다가갔다.

그의 몰골은 처참했다.

대성이 엘리베이터를 갔다 오는 그 짧은 사이에 강현도의 육신은 이미 3분의 2가 뜯어 먹힌 상태였다.

더 놀라운 건,

“슥- 헉- 끅-”

그때까지도 강현도의 숨이 붙어 있었다는 점이다.

잘됐다.

‘이놈은 내 손으로 직접 죽여버리고 싶었으니까.’

만신창이가 된 강현도를 감정 없는 눈으로 내려다보며 대성이 말했다.

“나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

“헉- 푸- 푸-”

“누군가를 죽이려고 했다면, 본인이 죽을 준비도 되어 있어야지. 그건…… 아마 지옥이든 지구든, 어디든 마찬가지일 거야.”

“죽, 후- 죽여, 줘……. 그냥 빨리, 죽여, 줘…….”

“아까는 살려달라고 난리더니 이번엔 죽여달라고 하는군.”

그 정도 소원은 들어줄 수 있었다.

콰직-!

바닥에 놓인 깡통 캔을 으스러뜨리는 것처럼, 대성은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강현도의 얼굴을 짓밟았다.

핏방울이 찔끔 소리를 내며 대성의 얼굴에 가볍게 튀었다.

그렇게 강현도는 영원한 안식을 얻고 이승을 하직했다. 그가 기뻐했을지 어땠을지는, 안면이 통째로 깨진 탓에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블랙마켓이라…….’

벌레들의 정리를 전부 마친 대성의 다음 관심사는 블랙마켓이었다.

방금 강현도와 나눈 문답에 따르면 블랙마켓은 불법적인 루트를 통해 지하 자금과 물건들이 유통되는 암시장을 뜻했다.

위치는 화곡동 까치산에 있는 시장의 지하.

‘가서 전부 쓸어 모으는 것도 나쁘지 않지.’

물론 당장은 아니다.

오늘은 시간이 늦었기도 했고, 또 그의 꼴도 엉망진창이었다.

무엇보다 이 이상 집에 늦게 들어갔다가는 가족이 걱정할 테니까.

대성이 걸레짝 같은 강현도의 시체를 영혼수감소로 흡수하려던 그때.

띠리리-!

전화가 울리자 대성은 휴대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왜 아까부터 전화를 안 받아, 인마!]

성찬호였다.

잠시 귀에서 휴대폰을 떼고 통화 내역을 확인해봤더니, 성찬호에게서 부재중이 다섯 통이나 와 있었다.

무아지경으로 벌레들을 박멸하느라 진동을 못 들은 모양이었다.

“미안.”

[너 진짜……. 후, 됐다, 됐어. 야, 어디 다친 곳은 없냐?]

“없어.”

[……다행이네.]

진심으로 걱정했던 모양인지 성찬호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성찬호에게 안부 전화를 한번 하는 거였는데.

대성은 자신의 실수를 뼈저리게 느꼈다.

[뭐, 자세한 얘기는 일단 만나서 하든가 하자. 너 지금 어디야?]

신흥동파 주차장이라고 솔직히 말했다가는 상당히 일이 귀찮아질 터.

대성은 대충 둘러댔다.

“아까 우리 있었던 고깃집 근처인 것 같은데.”

[그럼 그 고깃집으로 다시 와줄 수 있냐?]

“어.”

[오케이. 그럼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지금쯤 가면 아마 군인들이 되게 많을 거야. 그거 사건 현장 수습하러 협회에서 파견한 놈들이거든? 가서 걔들이 너보고 뭐냐고 물으면, 대피 못 해서 근처에 숨어 있었다고 해.]

“내가 고블린들을 죽였다는 사실은 숨기는 게 좋은가?”

[당연하지. 괜히 일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뭐가 있겠어? 게다가 넌 아직 라이센스…….]

이런저런 장황한 설명을 이어가려던 성찬호가 말끝을 흐리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 통화로 일일이 전부 전하기엔 방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설명은 만나서 하자. 나도 바로 그쪽으로 갈 테니까.]

“그래.”

삑-

성찬호는 지금 당장 고깃집으로 오라고 했지만 대성에게는 처리해야 될 일이 있었다.

‘확실히 대가리를 잘랐는지 검토해봐야겠지.’

그렇게 생각한 대성이 옆의 형체가 뭉개진 채 널브러진 강현도의 사체를 내려다보았다.

놈을 사령 병사로 되살려내 기억을 엿볼 필요가 있었다.

일단 후드 여성의 기억 속에선 강현도가 최후의 배후라고 나와 있기는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의 시점에 불과했다.

강현도 너머로 또 숨겨진 배후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수거.”

슈와악-

대성은 영혼수감소에 강현도의 시신을 흡수한 뒤 다시 사령 병사로 부활시켰다.

그어어-

흉흉한 울음소리를 내뱉는 녀석과 시선을 똑바로 마주쳤다.

놈이 지닌 영혼과 공명을 시작하자, 곧바로 살아 있었을 적의 기억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예, 단장님. 예! 물론이죠. 잊지 않았습니다.-

-2주 뒤에 금천에 있는 폐공장에서 접선하는 거 맞지요? 아뇨, 제가 직접 만나 뵈어야죠.-

-아이고, 단장님이 어떤 분이신데,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 콧대 높았던 강현도가 일일이 존댓말까지 써가면서 예우를 갖추고 있었다.

기억의 흐름을 좀 더 따라가 보니 강현도가 통화를 나누는 상대방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홍마> 클랜의 단장, 이석우.’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른다.

아쉽게도 강현도의 기억만으로 놈의 정체까지 파악하는 건 불가능했다.

다만, 이석우를 대하는 강현도의 심정은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단어 선정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있는 걸로도 보였다.

-빌어먹을, 이석우가 직접 거래 현장에 나오겠다는데 내가 안 갈 수도 없고…….-

-어쨌든 홍마 놈들 덕분에 우리 입지도 꽤 그럴듯해졌다. 은인이라면 은인이지.-

-시불탱, 그 새끼랑 마주할 생각을 하니 살 떨리는구먼.-

이러한 기억의 편린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강현도가 얼마나 이석우를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추가로, 본의는 아니었지만 놈들이 2주 뒤에 거래할 물건의 정체도 파악할 수 있었다.

‘……융합 앰플?’

그것은 어떤 혈청 수액이 포장 처리된 약품이었다.

그리고 그 혈청이 어디에서 쓰일 물건인지 알게 되자, 대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정신인 놈들은 아니군.’

이 기억대로라면 강현도는 물론 거래 관계인 이석우 또한 어마어마한 악질인 인간인 셈.

그래도 그가 알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했으니까.

‘이놈은 어디까지나 강현도와 일시적인 거래 관계일 뿐. 나한테 이빨을 들이댈 놈은 아니다.’

이석우가 직접적으로 자신을 죽이라고 지시한 배후가 아닌 이상에야, 대성도 녀석에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물론 위험 요소가 아예 하나도 없는 건 아니었다.

‘거래 금액을 지불할 강현도를 내가 죽여버렸으니, 그 불똥이 괜히 나한테 튈 수도 있겠어.’

그러니 최소한의 대비는 해두는 게 좋을 터.

그래도 이석우 쪽에서 먼저 자신을 건들지 않는다면야, 아무래도 상관없을 이야기였다.

건드리지만 않으면 조용히 있는 것.

그것이 대성의 철칙이니까.

괜히 이 정도 불안 요소를 제거하겠다고 몸소 나서서 더러운 사건에 엮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수거.”

대성은 주변에 있던 사령 병사들을 전부 영혼수감소로 돌려보낸 뒤 지상으로 향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깨끗해진 주차장을 뒤로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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