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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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님. 죄송하지만 지금 바로 6층 3번 검사실로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KHA 관악 지부장은 직원의 연락을 받고 하던 일을 멈추고 6층으로 달려갔다.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본인 선에서 알아서 해결하던 직원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면, 보통 사태가 아니란 거다.
-무슨 일인데 그래?
-그게…… 아무래도 직접 보시는 편이…….
항상 똑 부러지던 부하가 그렇게 우물쭈물 말을 흐린 건 처음이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지부장은 엘리베이터의 표시등을 초조히 바라보며 6층으로 향했다.
띵-
문이 열리자 곧바로 대기자들이 웅성거리는 광경이 드러났다.
“뭐야, 저거…….”
“저런 경우는 또 처음 보네.”
“오늘 무슨 날이냐?”
대기석에 가만히 앉아 그저 자기 차례만 오기를 멍하니 기다리던 그들이 저마다 눈을 빛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대기자들의 인파에 가려 검사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보이지 않았다.
지부장이 진땀을 흘리며 인파를 뚫고 안으로 들어선 순간.
“이, 이게 다 뭐니?”
전혀 접하지 못한 초유의 사태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지부장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지부장님!”
검사실에 있던 직원들이 구세주라도 발견한 눈빛으로 지부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을 받은 지부장으로서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안에는.
어떤 파편이 바닥에 마구 흐트러져 있었다.
그것이 측정기의 수정구 조각이라는 걸 알아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수정구가 박살이 나고 거치대만 남은 측정기가 바닥을 굴러다녔다.
심지어 한 대도 아닌.
무려 세 대가.
“이거 왜 이래요?”
그리고 측정기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인 대성만이 무심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낱 지부장에 불과한 그가 무슨 뾰족한 수를 낼 수 있단 말인가.
***
당연하겠지만 대성이 힘으로 측정기를 박살 낸 건 아니다.
에테르 측정기는 오러 웨폰과 더불어 신(新) 공학의 결정체.
국운(國運)을 짊어진 각성자를 공평하고 정확하게 판별하기 위해 제작된 이것은, 미사일을 직격으로 때려 박아도 부서지지 않는다.
그러니 측정기가 부서질 일은 오직 하나.
수정구가 자기 스스로 폭발하는 경우뿐이다.
물론 상정 범위에 포함시킬 가치도 없을 정도로, 그런 일은 절대 벌어질 수 없다.
대한민국…… 아니, 사냥꾼을 소유한 세계 각지 어디에서도 수정구가 폭발하는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
근데 그 일이 여기서 벌어질 줄은.
“이분이 수정구에 손을 올리니까…… 처음엔 색깔이 왔다 갔다 했어요.”
“예, 그러다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어어 하는 사이에 아예 완전히 박살이 나버리는 거 있죠.”
직원들의 증언을 들은 지부장은 머리가 아파왔다.
미사일을 맞아도 끄떡없으니, 어떤 무력적인 오러 테크닉을 동원했다고도 생각할 수 없었다.
“측정기가 불량인 건 아니고?”
“처음엔 저희들도 그런 줄 알고 새거를 꺼내 왔습니다.”
“……아이고, 그래. 세 대가 전부 불량일 리가 없지.”
측정기 한 대가 웬만한 오피스텔 건물 한 채 값과 맞먹는지라, 지부장은 가슴이 미어질 지경이었다.
지부장과 직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며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려던 가운데.
“저기요.”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하기 싫었던 대성이 입을 열었다.
중후한 음성이 흘러나오자 지부장의 시선이 돌아갔다.
“저는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됩니까? 결과는요?”
“…….”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지부장이었다.
심상찮은 시추에이션에, 심상찮은 비주얼을 가진 판정 대기자.
이것을 어떤 방향으로 해석해야 될지 지부장은 도무지 알 도리를 찾지 못했다.
‘에라, 모르겠다.’
이대로 판정을 속행해봤자 금덩이 같은 측정기만 날아갈 터.
협회는 이러한 유사 사태에도 대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놓았다.
지금은 그 카드를 쓸 차례다.
“한대성 씨라고 하셨죠?”
“예.”
“음……. 아무래도 이건 저희들도 처음 접해보는 사태다 보니…….”
지부장이 바닥에 흩어진 수정구 파편을 둘러보며 조심스레 다음 말을 꺼냈다.
“보더라인(Borderline) 판정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보더라인?”
“측정기로는 명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을 경우에 임시적으로 주어지는 판정입니다.”
“그럼 판정 보류라는 겁니까?”
“보류…… 예 뭐, 따지자면 보류이긴 한데 걱정은 안 하셔…… 도……?”
이때.
약삭빠른 지부장은 보았다.
보류라는 단어를 입에 담은 순간, 대성의 눈빛이 아주 살짝 험악해지던 것을.
순식간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 담당관이 침을 꿀꺽 삼켰다.
‘어우, 씨. 말 잘못했다간 척추라도 뽑을 기세네.’
그의 심기를 거스를 생각은 없었던 지부장이 황급히 설명을 더했다.
“보, 보더라인이더라도 라이센스 취득 시험에 응시하는 덴 아무 영향도 없을 겁니다.”
“흠.”
“만에 하나 있을 문제조차 생기지 않도록, 제가 그쪽 담당관한테 잘 말해놓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라이센스 취득 시험.
협회에서 각성자 판정을 받았으면, 최종 등급이 어찌 됐든 그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각성자 이퀄 사냥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크나큰 오산이다.
운전대를 잡으려면 면허가 필요하듯, 사냥꾼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공인받으려면 라이센스를 필수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어젯밤 성찬호에게서 설명을 들어둔 덕에 대성도 그건 알고 있었다.
“수정구로는 판단을 내릴 수가 없으니, 라이센스 시험 결과를 통해 그쪽 심사위원들이 최종 등급을 확정 지을 겁니다.”
“그 심사위원이란 사람들, 믿을 만합니까?”
수정구 같은 물건이나 기계가 내리는 판정이 아닌, 주관적인 시점을 가진 인간이 내리는 판정.
의구심을 품는 것도 당연했다.
물론 지부장 또한 그 마음을 이해했다.
“시험의 결과는 합격 여부와 더불어 응시생 간의 순위도 표시가 됩니다. 뚜렷한 기준하에 책정된 순위로 등급을 결정하니, 그 부분 역시 마음을 놓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음…….”
“극히 드문 경우긴 해도, 실제로 수정구가 불량이라서 보더라인이 나온 분들도 해당 방법을 통해 최종 판정을 받으십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불만이 토로된 사례는 한 번도 없고요.”
즉, 후에 있을 시험에서 순위가 높으면 그만큼 높은 등급을 받는다는 뜻이다.
오늘은 일단 그 시험에 응시할 최소한의 자격만 챙긴 셈.
‘별수 없나.’
불만은 있어도 억지를 부리진 않았다.
여기서 억지를 부려버리면 아까 그 대머리 놈이랑 다를 바 없는 인성이라는 말이 되니까.
“잘 알겠습니다.”
어쨌든 사냥꾼이 될 길은 열렸으니 필요한 건 얻은 셈.
대성은 검사실을 빠져나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예, 그럼 살펴 가세요.”
대성의 뒷모습을 향해 지부장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한편, 일 처리가 빠삭한 협회 직원은 남은 대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지금 새로운 측정기를 준비 중이니 기다려달라며.
“어휴, 이래서 내가 제명에 못 산다, 못 살아.”
대성의 모습이 사라지는 걸 본 지부장은 난장판이 된 검사실 안을 바라보며 한숨을 토했다.
아까 연락을 보냈던 직원이 다가오더니 말했다.
“저, 지부장님.”
“왜.”
“측정기의 수정구는 각성자의 몸에 서린 이계(異界)의 기운에 반응하잖아요?”
“그렇지. 그게 왜.”
“아뇨, 어쩌면…….”
그 기운이 또렷하고, 강하면 강할수록 수정구 또한 격렬히 반응한다.
그래서 정말 신성하고 강력한 오러를 지닌 각성자가 수정구에 손을 대면 하얀 구슬이 태양을 연상케 하는 황금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저분이 지닌 이계의 기운이 수정구조차 수용하기 힘들 정도로 커다랬던 건 아닐까요?”
“…….”
“그래서 이게 이렇게 터진-”
푸훕.
웃음을 터뜨린 이는 뒤에서 가만히 듣고 있었던 후임 직원이었다.
차마 지부장 앞이라 정강이를 걷어찰 수도 없었던 그는 부하를 향해 조용히 살벌한 눈총만 보냈다.
지부장이 혀를 쯧쯧 찼다.
“웃을 만하구먼. 뭐, 그럼. 아까 저 사람이 무슨 SSS급이라도 된다는 말이야, 뭐야?”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인마.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암만 요즘 세상이 판타지 같다지만…….”
문헌에도 공식적으로 등록된 건 S급이 끝이다.
그 이상은 없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상상할 수 있는 한계는 S급까지니까.
“신도 아니고 뭔 SSS급 타령이야.”
***
건물 입구를 나서자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부드럽게 감쌌다.
일거리 하나를 끝마쳐 후련해진 대성은 성찬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대성아!]
이미 축하할 준비가 되어 있는, 너무나도 활기찬 목소리다.
“그래.”
[판정 받았냐? 결과는?]
“보더라인이래.”
정적이 흘렀다.
짧은 침묵이지만 많은 생각이 성찬호의 머릿속을 스쳤으리라.
[보더라인? 측정기가 뻑이 났대?]
“아니.”
[그럼?]
“측정기가 부서졌어.”
대성이 그렇게 전하자, 성찬호가 약간 두려움이 깃든 어조로 말했다.
[야, 너, 너 혹시…… 거기서 깽판 부린 거 아니지? 아니, 그게 깽판을 부린다고 해서 부술 수 있는 물건도 아닐 텐데……?]
“안 했어.”
[거기서 안내해주는 대로 측정기에 손 올리고 한 거야?]
“어.”
[근데 측정기가 부서져?]
“어.”
[넌 어떻게 졸라 인간이 5분 앞도 예상할 수가 없냐.]
아무리 겪은 그대로 설명을 해도 성찬호는 이해하지 못했다.
전례가 없는 경우니 그럴 만도 했다.
성찬호와의 통화는 대성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기나긴 통화의 결론은 결국.
[시험 잘 봐서 높은 등급 받는 수밖에 없겠네.]
“상관없어.”
[그래, 뭐. 아무튼 알겠어. 집 조심히 들어가고. 시험 날짜랑 요강은 내가 이따 링크로 보내줄게.]
삑-
통화를 끊고, 어느덧 집에 도착한 대성이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지수가 배웅을 나왔다.
“국밥 다 식었어.”
“미안.”
“돼지고기에 없던 누린내까지 날 지경이야. 왜 이렇게 늦은 거야?”
“그럴 만한 일이 있었어.”
“어휴.”
꼬르륵-
때마침 지수의 뱃속에서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가 새치름한 눈으로 대성을 쳐다보았다.
“들려? 내 뱃속에서 난 소리야.”
“미안.”
“울 오빠, 미안한 건 아는구나?”
지수가 피식 웃는 가운데, 혜정이 1회용 포장 그릇에 담긴 국밥을 식탁에 두며 말했다.
“그만하고 둘 다 앉아. 배 많이 고플 텐데.”
잠시 뒤.
세 가족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국밥이 놓인 밥상에 둘러앉았다.
숟가락을 들기 무섭게 대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더라. 뉴스 보니까 괴물이 막 튀어나오던데.”
그냥 별생각 없이, 지나가듯이 꺼낸 말이었다.
그러면서도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 자신이 있었다는 건 숨겼다.
괜히 가족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멈칫.
대성의 말을 들은 혜정이 잠시 딱딱하게 굳더니, 이내 나지막하게 말했다.
“……눈치챘구나.”
평소라면 가족끼리 떠들썩하게 얘기를 나눠야 될 식사 자리가 무척이나 고요해졌다.
제일 많이 수다를 떨었어야 할 지수도 눈치를 발휘해 입을 다물었다.
여기선 혜정이 먼저 꺼낼 타이밍이었으니까.
사과를.
“……엄마가 일찍 말을 못 해서, 정말 미안해.”
대성에게 건네는 사과였다.
“너 쓰러져 있는 동안, 세상이 이렇게 바뀐 거. 좀 더 일찍 말을 했어야 했어. 그게 맞아. 근데…….”
변명이라는 건 혜정 본인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혜정은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엄마는 네가 너무 충격받을까 봐. 그래서 말을 못 했어. 이제 막 의식 되찾고 깼는데…… 세상에 무슨 괴물이 나타났느니 뭐니 하는 얘기를 어떻게 바로 꺼내겠니.”
가장 두려웠던 건, 의식을 막 차린 아들이 충격적인 얘기를 듣고 쇼크를 받는 경우였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납득시키려 했다.
다행히도 대성은 평소에 TV도, 뉴스도 잘 챙겨 보지 않아서 비밀을 좀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역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미안해, 아들. 엄마가, 엄마가 도움이 되어주진 못할망정 자꾸-”
“괜찮아.”
혜정이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대성은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어제 찬호한테 다 들었어. 그냥 그러려니 해.”
최대한 혜정이 불필요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성은 태연하게 그리 말했다.
“중요한 건, 세상이 이렇게 돼도, 그동안 엄마랑 지수가 다치지 않았다는 거야.”
“…….”
“난 그 사실에 감사해.”
진심에서 우러나온 솔직한 말.
그제야 혜정이 표정을 풀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아, 그리고.”
무거운 주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대성이 화제를 돌렸다.
“엄마랑 지수, 뭐 가지고 싶은 거 없어?”
“왜. 뭐 꼭 사 줄 것처럼 말한다?”
난데없는 질문에 지수가 농담조로 웃음을 흘렸다.
“그냥. 궁금해서.”
사냥꾼이 될 거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더욱이나 지금 같은 상황에선, 혜정의 걱정을 부추기는 발언은 절대로 삼가야 했다.
그녀가 천천히 시간을 들여 자신을 납득시켜 했던 것처럼, 대성 또한 천천히 시간을 들여 그녀를 납득시킬 생각이었으니.
물론, 머지않아 밝히겠지만.
사냥꾼이 되어 떳떳이 돈의 출처를 밝힐 날은, 결코 멀지 않았다.
또한.
‘사냥꾼의 길을 걸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군.’
어제 게이트 프렉쳐가 터지고 고블린들이 활개를 치는 광경을 본 뒤로, 그는 내심 결심한 상태였다.
‘어제 같은 사태가 엄마와 지수한테까지 영향을 미치면 안 돼.’
돈을 벌어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외에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게이트와 몬스터들의 씨를 말려야겠다는 결심을.
***
식사 시간이 끝나고, 대성은 곧장 휴대폰을 확인했다.
메시지함을 여니 성찬호가 보낸 라이센스 시험 모집 요강 링크가 있었다.
대성은 링크를 클릭해 협회 사이트에 접속했다.
<상반기 사냥꾼 라이센스 시험 공고>
상반기 사냥꾼 라이센스 시험 요강을 붙임과 같이 공고하오니, 시험일정을 확인하시고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시험일자 : 4월 12일
시험장소 : KHA 제1지부 내 스타디움 교육장
응시자격
가. 해당 법령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람.
나. 만 18세 이상이어야 함.
다. F 이상(보더라인 포함) 등급의 각성 판정을 받은 자.
‘열흘 정도 남았군.’
성찬호가 말하길, 시험 기간까지 딱히 준비할 건 없다고 한다.
시험은 전부 실기로만 이뤄진다.
그것에 대비하여 독학으로 수련을 하거나 사냥꾼 양성소에 들어가는 이들도 있다지만…….
-고블린 군대를 혼자서 때려잡는 놈이 양성소를 왜 가. 빌 게이츠가 공대 입학하는 소리 하고 있네.
성찬호는 그렇게 말하며 시험 때까지 건강 관리나 하라고 첨언했다.
맞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만.’
원래 대성은 이번 사냥꾼 시험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의 수입이 판가름 나는 등급의 책정을 협회에서 끝내면, 시험은 적당히 통과할 수 있는 선만 지키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급 책정을 끝내야 할 오늘, 보류가 떠버렸다.
달리 말하면 이제부터 그는 열흘 후에 있을 라이센스 시험을 완벽하게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차라리 잘됐다.’
측정기 따위의 기계에게 운명을 맡기는 게 아닌.
자신의 실력으로 직접 미래를 쟁취할 수 있는 활로가 열렸다는 거니까.
‘설렁설렁할 순 없지.’
때가 온 것이다.
판테온을 써먹을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