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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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 번 죽은 존재를 다시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하게 떠오르는 방법은, 영혼 그 자체를 소멸시키거나 아예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사령 병사도 똑같다.
놈들을 죽이려면 두개골 내부에 각인된 낙인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지우거나 부수는 수밖에 없다.
스걱-!
하지만 그 사실을 오르키엘의 종자들이 알 리는 만무.
종자들은 저마다 창칼을 휘두르며 사령 병사를 제압하고 있었다.
힘, 속도, 심지어 전투의 센스까지. 사령 병사들의 역량은 결코 오르키엘의 종자들에게 미치지 못했다.
사령 병사들은 놈들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흉악한 기세로 휘둘러진 장병기에 맥을 못 추며 쓰러져갔다.
그러나…….
까각- 까가각-
그어어-
창칼에 잘려 바닥에 흩어진 백골 조각들이, 원래 붙어 있었던 부위를 향해 자동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오체분시(五體分屍)를 당한 사령 병사는 1분이 채 안 되어 원래 상태로 복구되었다.
그르륵-
그르륵-!
아무리 죽여도 도로 되살아나는 불사의 적 앞에서, 처음엔 기세등등했던 오르키엘의 종자들이 애절한 소리를 흘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약해빠진 머저리들이지만, 장단점이 뚜렷해.’
뒤편에서 여유롭게 흡연의 시간을 가지던 중인 대성은 사령 병사의 전력을 차분히 분석했다.
적이 있는 위치를 정확히 감지해내는 뛰어난 후각.
그리고 두개골이 으깨지지 않는 이상 절대로 멈출 일 없는 기동력.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그어억-!
그르륵-!
병사 중 몇 마리가 앞으로 훌쩍 튀어 나가 종자들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콰드득-!
그르아악-!
썩은 고깃덩이를 찢어발기는 광견들이 따로 없는 모습들.
마땅한 무기가 없는 맨손인 녀석들로선 어쩔 수 없는 공격 방식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놈들에게 내재한 포악성을 충분히 발휘하게 해주었다.
이것이 사령 병사의 또 다른 강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망설이지 않아.’
생에 대한 집착이 없다는 건 달리 말해 잃을 게 없다는 의미.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잃을 게 없는 놈이라고 하던가.
최소한의 방어를 취하지도, 물러섬도 없다.
오로지 돌격뿐.
콰드득-! 콰득-!
종자 한 마리를 바닥에 눕힌 사령 병사가 녀석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심장을 찢고 뭉갰다.
목표 : 영혼석 15 / 1,000
사령 병사는 주인인 대성에게 귀속된 존재이기에 녀석들이 대신 적을 죽여도 영혼석은 수집되었다.
이대로 계속 사령 병사보고 대신 싸우라고 해도 문제는 없을 터.
하지만.
‘녀석들에게 전부 맡기면 날밤을 꼬박 새울 테지. 나한테 주어진 시간은 2시간이다.’
대성은 마지막으로 담배 연기를 내뱉고, 꽁초를 땅에 비벼 꺼뜨리고는,
슥-
쪼그려 앉아 있었던 몸을 일으켰다.
‘혈귀화는 아낀다.’
이번 퀘스트의 구현율이 50%밖에 안 된다는 건 아직 또 다른 시련이 준비되어 있다는 의미.
그때까지는 마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혈귀화가 아니더라도.
‘이놈들 천 마리를 2시간 안에 쓸어버리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지.’
그렇게 생각한 대성이 허리를 숙여 자세를 낮춘 순간.
우지직-!
핏대가 잔뜩 솟은 두 다리의 종아리가 폭발적으로 부풀어 오르고, 붉은 마력이 불꽃이 되어 발바닥에 응집되었다.
투쾅-!
대성이 그 불꽃을 추진 삼아 로켓처럼 하늘 높이 비상했다.
피처럼 물든 새빨간 창공을 뚫어버릴 기세로 날아오른 그가 빠르게 멀어져가는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땅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넓어진 시야각.
그 사이로 대지를 한가득 수놓은 오르키엘의 종자들이 보였다.
이내 최대 상승 지점에 도달한 대성은 땅을 잔뜩 에워싼 대군의 향연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강하 지점은-’
그 순간.
대성의 눈에만 보이는 가상의 빨간 원이 마치 서치라이트처럼 쏘아져 내려 대군의 한가운데를 비췄다.
“저기가 좋겠군.”
강하 목표 지점이 결정되고.
후우웅-!
그의 신형이 운석과 같은 속도로 빨간 원이 있는 곳을 향해 낙하했다.
지면과 가까워질수록 낙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더니.
화르륵-!
이윽고 대성의 몸이 마찰열을 빚으며 격렬히 타올랐다.
크르륵-?
지상에서 열심히 사령 병사와 싸우던 종자 중 몇 마리가 문득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때 놈들의 눈에 비친 대성의 모습은,
크르륵-?!
그야말로 자신들을 향해 내리치는 붉은 벼락과도 같았다.
앞으로 쭉 뻗고 있던 대성의 발끝이 지상과 충돌하기 무섭게,
투콰- 앙!
일대에 있던 오르키엘의 종자들이 격렬한 충격파에 휩쓸려 날아갔다.
그의 발바닥과 닿은 지면을 중심으로 불꽃의 풍압이 마구 휘몰아쳤다.
지반이 움푹 주저앉고 굉음이 작렬하는 아수라장 사이로 오르키엘의 종자들이 찌꺼기처럼 흩날리는 찰나.
씩-
대성이 웃었다.
“한 번 더.”
오르키엘의 종자들은 그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성의 표정만 봐도 의미를 알아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팡-!
그들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듯, 다시 한번 대성의 신형이 위로 솟구쳤다.
그르륵-
그르륵-!!
아까와 같은 공격이 한 번 더 이어진다면 막을 방도가 없다.
오르키엘의 종자들이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며 간격을 넓히려고 했다.
하지만-
쒸이이이잉-!
노도와 같은 기세로 내리꽂히는 폭격은, 간격을 조금 넓힌다고 해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쾅-!!
불꽃의 폭풍이 쉴 새 없이 전방위로 뻗어져 나갔고 지축이 격렬히 흔들렸다.
강하 범위 안에 있던 놈들은 물론, 범위 밖으로 대피하던 녀석들도 휘몰아치는 후폭풍에 집어삼켜졌다.
수백 마리의 군단이 순식간에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가는 참상을 목격한 종자들은 혼비백산하며 흩어졌다.
“어떻게든 간격을 벌려서 피해를 줄이겠단 말이지.”
그렇다면 방법이 있다.
푹-!
대성이 불길이 녹아내리는 지반 깊숙이 양손을 찔러넣었다.
흡-!
대성이 한차례 숨을 크게 들이쉬자 팔뚝 부근까지 쑤셔 박은 양팔에 핏줄이 선명히 솟았다.
그러기 무섭게,
쩌저적-
대성의 앞에 펼쳐진 땅들에 균열이 넓게 일더니, 점점 땅거죽이 위로 들춰지기 시작했다.
쿠구구-!
그리고 그는.
휙-
땅을 뒤엎었다.
아니, 정확히는 땅을 던져 올린 것에 가까웠다.
반경 300m짜리 거대한 땅덩이가 뒤집히며 하늘 위로 내던져졌다.
지면이 사라진 지점에 새카맣고 커다란 구덩이가 무저갱처럼 파이는 비현실적인 광경에 오르키엘의 종자들이 경악하는 가운데.
팟-!
대성이 지체 않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상승 기세를 잃지 않고 아직도 솟구치는 중인 땅덩이까지 도약을 마친 순간.
파바바박-!
대성이 우악스럽게 쥔 두 주먹을 땅덩이를 향해 세차게 때려 박았다.
잔상을 아로새기며 휘몰아치는 연타가 작렬할 때마다 불로 뒤덮인 땅덩이들이 퍽퍽 터져나가며 파편을 사방팔방으로 쏟아냈다.
그렇게 쏟아진 불의 파편은 곧.
쉬이이이잉-!
일종의 메테오가 되어 저 아래의 적들을 향해 떨어졌다.
콰과과광-!
쉴 새 없이 작렬하는 융단폭격이 오르키엘의 종자들을 찍어 누르듯 휩쓸며 지축을 때렸다.
콰르르릉-!
퍼버버벙-!
여지없이 후폭풍이 몰아치고 거대한 폭음의 메아리가 영지를 할퀴듯 울려 퍼졌다.
마치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광경.
크르륵-?!
그렇게 천상의 존재들은 대성이 손수 자아낸 재난 앞에 항거조차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유린당했다.
***
열흘 후에 있을 사냥꾼 라이센스 시험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1년에 두 번 치러진다.
그리고 그 두 번 모두 클랜들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이벤트와도 다름없었다.
중소에서부터 대형까지.
규모를 가리지 않고 모든 클랜이 뛰어난 루키들을 영입하려고 혈안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대형 클랜들에 한정하여 이 시험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하압-!”
청아한 오러를 띠처럼 두른 도검이 허공에 아름다운 궤적을 새기자 궤적 내에 있던 이족 보행 몬스터들이 속절없이 쓰러져갔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 안정된 호흡, 확실한 살상력.
객관적으로 보아도 여자의 능력은 뛰어났다.
“후우-”
그녀가 가볍게 숨을 고르던 사이.
쉭-
틈을 잡고 쇄도해 온 몬스터 한 마리가 길게 뻗은 손톱을 여자에게 휘둘렀다.
촥-!
“큭!”
그녀는 급하게 목을 틀어 가까스로 공격을 피했으나, 완전하지는 않았는지 뺨에 붉은 자상이 그였다.
“젠장.”
일순의 방심은 실전에서 죽음을 불러오는 법.
그녀는 본인의 실책을 짧게 반성하며 다시 도검을 휘둘렀다.
필드에 있던 합계 다섯 마리의 몬스터가 그 검격에 버티지 못하고 픽픽 쓰러졌다.
그러자.
<설정된 목표 타깃을 전부 제거하셨습니다.>
<헌팅 시뮬레이션을 종료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조 없는 여성 기계음이 안내 방송을 흘리자 주변의 풍경이 삽시간에 바뀌었다.
폐허 같은 도시들이 네모난 입자처럼 쪼개지다가 이내 무기질적인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휴.”
헌팅 시뮬레이션.
말 그대로 증강현실을 통해 사냥꾼들의 역량 증진을 돕는 최신식 훈련법이다.
설비나 시설을 고려하면 중소 규모 클랜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비용이 투입되는 트레이닝 시스템이었다.
“어떠십니까, 단장님.”
“나쁘지 않군. 전투 도중에 긴장의 끈을 놓는 버릇만 빼면.”
“염려치 마십시오. 아직 열흘 정도 남지 않았습니까. 보완하면 그만입니다.”
“버릇이란 게 열흘 만에 고치기엔 쉽지 않은 놈이지. 각고의 노력을 저 아이에게 쏟아붓게, 이 실장.”
<소울> 클랜의 단장 황준영이 옆에 있는 이 실장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황준영은 유리창 맞은편 훈련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젊은 여자를 가만히 관망했다.
신초영.
그녀는 최근에 협회에서 B급 상위 판정을 받은 각성자였다.
독보적인 S급을 제외하면 A급이 사실상의 최강자로 추대받는 오늘날이니만큼, B급도 상당한 유망주로 취급된다.
<소울> 클랜은 B급 각성자인 신초영을 자신들의 팀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육성에 전력을 쏟았다.
“한 치의 흠도 있어서는 안 돼. 겨우 손에 넣은 루키다.”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냥꾼 시험에서 신초영이 활약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 입지도 곤란해질 테니까.”
이것이 대형 클랜들이 사냥꾼 시험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세간의 관심이 몰리는 빅 이벤트에서 자신들이 손수 키워낸 루키를 선보인다.
이는 곧 클랜의 사회적 입지와 이미지에 직결된다.
뛰어난 신인 사냥꾼이 자신들의 팀에 소속되었다고 입소문이 퍼지면 절대 적잖은 부가 이익이 뒤따를 테니까.
“훈련 강도를 지금 단계보다 두 레벨 정도 올리도록 하게. ‘걸림돌’을 뛰어넘으려면 그 정돈 해야지.”
“걸림돌…… 혹시 정진철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놈만 아니면 아마 이번 시험에서 신초영의 성적을 뛰어넘을 놈은 없을 거다.”
“올해 상반기 시험에서 루키를 내보내는 클랜은 저희와 <홍마> 클랜밖에 없다고 하니까요.”
“1대1 구도인가. 그래도 나머지 대형 클랜은 하반기를 노려서 다행이로군.”
정진철.
올해 현재까지 확정된 네 명의 A급 각성자 중 한 명.
언제나 그렇듯 클랜끼리 영입 전쟁이 벌어졌고, 그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쪽은 <홍마> 클랜이었다.
‘그놈들은 루키의 전력을 강화하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다.’
실제로 <홍마> 클랜은 재작년에 일시적으로 오러를 폭등시키는 불법 약물을 투여시킨 각성자를 시험에 내보내다 적발되어, 1년 동안 루키 투입을 금지당한 적이 있었다.
아마 놈들은 작년의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이번에도 깨끗하지 못한 수를 사용할 터.
‘경쟁자가 정진철 한 명으로 줄어들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또 불안하군.’
나머지 대형 클랜이 이번 상반기에 루키를 내보내지 않은 건 무슨 수작을 부릴지 예상이 안 가는 <홍마> 클랜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소문도 종종 들려왔다.
자신들이 아끼던 유망주가 <홍마> 클랜의 미친개에게 잘못 걸리는 걸 그들도 원치는 않을 테니.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
‘미친개에게 물려도 끄떡없을 만큼 신초영을 단련시키는 수밖에.’
***
[판데모니움의 마수들이 절대자의 뛰어난 실력에 탄복합니다!]
[판데모니움의 마수들이 절대자를 두려워하는 한편으로 무한한 경애와 경외심을 보냅니다!]
[어떤 마수가 환호를 지르며 엄지를 치켜듭니다!]
칙-
담배 끝에 불을 붙인 대성은 연기를 후욱 뱉어내며 불평했다.
“이거 음소거 기능 같은 건 없는 건가.”
마수들의 반응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그에겐 소음과도 같은 메시지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르키엘의 종자들과 격돌하던 그가 이런 한가로운 소리를 할 수 있었던 건.
“담배 피울 때는 조용히 해라.”
목표 : 영혼석 999 / 1,000
한가로워도 될 상황이었으니까.
땅에 쓰러진 종자 한 마리를 방석 삼아 걸터앉은 대성의 주변엔 수백에 달하는 적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크르륵-
대성의 엉덩이 밑에 깔린 종자가 비통하다는 듯이 울었다.
놈은 이미 팔다리가 깔끔하게 잘려나가 거동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놈을 지금까지 살려둔 이유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였다.
다음 퀘스트도 흡연할 시간을 안 줄 게 눈에 훤했기 때문이다.
“수고했다.”
꽁초를 바닥에 꺼뜨린 대성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 뒤.
푹-!
끄으윽-
지금 막 아공간에서 꺼낸 단검을 종자의 급소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절대자께서 클리어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되어 구현화 작업이 진척을 보입니다!]
[500pt의 공적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현재 구현율 : 업화대검 50%]
쿠르릉-
그때 천둥이 치는 것처럼 대지가 요란스레 들썩였다.
지반 아래서 올라오는 진동은 아니었다.
사방에 널브러진 종자들의 시체가 경련하면서 발생하는 격동.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대성이 의자 삼아 깔고 앉은 놈에게서 엉덩이를 뗐다.
그 순간.
파바방-!
무수한 종자의 시체 더미로부터, 녹색 빛줄기들이 불꽃놀이처럼 피어올랐다.
올챙이같이 꼬리를 흐느적대며 피어오른 불꽃들은 점점 한 지점으로 모여들더니,
이윽고 구슬과 같은 형태로 응고되었다.
[종자들의 영혼구]
다름 아닌 종자들의 영혼석 1,000개를 모아 만든 아이템이었다.
대성이 영혼구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사이.
화르륵-!
지척에 암석으로 이루어진 제단이 불길과 함께 타오르며 생성되었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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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구현 퀘스트-2 (진행 중)
‘337p 업화대검’
난이도 : 상
내용 : 제단에 영혼석을 바치고 수호사(守護蛇)에게 당신의 자격을 증명하십시오.
제한 시간 : 없음
목표 : 수호사와의 문답 완료
보상1 : 공적 포인트 + 20,000pt
보상2 : 수호사의 피
구현화 : 업화대검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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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부유한 영혼구가 하늘하늘 날아와 대성의 손에 쥐어졌다.
대성은 퀘스트의 설명에 나온 대로 제단 위에 구슬을 놓았다.
구구구구-
그러자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격렬한 진동이 지면 아래쪽에서 올라왔다.
“저긴가.”
대성이 진원지로 추정되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드득, 드드득-
진원지인 지면이 조금씩 위로 솟아오르더니,
쾅-!
압도적인 거체를 지닌 무언가가 불의 대지를 뚫고 나왔다.
츠르르-
귓가에서 바로 울리는 듯한 울음소리.
놈이 아무렇게나 뱉어내는 숨결이 곧 칼바람이 되어 대성의 몸을 뒤로 밀어냈다.
대성이 두 다리에 단단히 힘을 주며 놈을 올려다보았다.
그것은 새하얀 비늘을 가진 뱀이었다.
아니, 크기를 따져보면 뱀이라기보다는 전설 속의 이무기라는 표현이 정확하리라.
<천상의 수호사-오르키엘의 뱀>
분류 : 신수
「천상의 제5사도 오르키엘이 아끼는 뱀입니다. 수호사가 지키는 중인 신물(神物)을 얻으려면 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여 자격을 얻으십시오.」
츠르르-
땅 밖으로 길쭉하게 몸을 뺀 수호사가 똬리를 틀더니 대성의 코앞까지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세로 일자로 수축한 검은 동공에서 불길한 기운이 마구 넘실거렸다.
‘질문에 대답하라고?’
퀘스트의 내용에 따르면, 싸워서 죽이라고 내보낸 놈은 아니다.
언뜻 보기엔 이런 거대한 놈과 싸우지 않아도 문답만 잘 해낸다면 통과할 수 있는 시련.
하지만.
‘곤란하군.’
오히려 좋지 않았다.
실컷 잘나가다 갑자기 문답이라니.
무슨 질문이 날아올지 예상조차 안 되는데, 대답을 잘못하면 퀘스트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
츠르르-
순백색 비늘로 뒤덮인 수호사의 아가리가 달싹였다.
직후,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서슬 퍼렇게 울렸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놈이 지금 뭘 했는지는 알 것 같았다.
놈은 지금 문제를 냈다.
물론 말을 알아먹을 수 없으니, 대답하는 것도 불가능하겠지만.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어차피 문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정직하게 그 방식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었다.
푹-!
대성이 눈앞에서 흉흉히 빛나는 수호사의 눈알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츠르악-!
불시에 습격을 당한 수호사가 비명을 지르며 대가리를 뻣뻣이 세웠다.
“자격을 증명하라고 했지?”
파앙-!
[‘혈귀화’가 발동됩니다.]
[사용자를 반인반마로 우화시켜줍니다.]
[활성화되면 일정 시간당 일정량의 HP를 소모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 및 스킬의 공격력이 300% 상승합니다.]
혈귀화를 발동한 대성이 검붉은 마력을 온몸에 두르며 말했다.
“증명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