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옥에서 돌아온 한대성-39화 (39/180)

# 39

039

벌써 두 번째였다.

픽-

관중석의 모니터가 꺼진 건.

“또?”

“아, 뭐야. 협회 애들 일 처리 진짜 개판으로 하네.”

“하필 3층에서 문제가 터지냐. 104번 잘 보고 있었는데.”

3층 필드에 설치된 적외선 카메라가 나갔다.

흥미진진하게 대성의 활약을 구경하던 관객들은 당연히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신초영과 정진철 또한 막 3층에 도착한 참이었기에 불만은 바람 맞은 화재처럼 번져갔다.

“근데 뭐 안 봐도 뻔하네. 이번 시험은 그냥 104번이 다 씹어 먹었어.”

“수석은 104번 확정이고……. 이제 신초영이랑 정진철 중 누가 차석 먹느냐는 건데.”

“우리 클랜 규모로는 104번 몸값 감당 못 해. 나머지 애들 중에서 쓸 만한 놈들이…….”

“염병. 좀 쓸 만하다 싶은 놈들도 아직 2층이네.”

대성이 이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보인 이상, 대형 클랜들이 앞다투어 역대급 몸값을 제시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

대형 클랜만큼의 자본력을 가지지 못한 중소 클랜들은 아쉬운 대로 나머지 루키를 찾아 나섰다.

104번의 활약을 마저 보지 못해서 불만을 터뜨리는 자. 입맛을 쩝 다시며 그제야 다른 선두권의 루키를 물색하는 자.

수많은 반응이 뒤섞인 가운데.

‘진철이 녀석, 잘 저질렀네.’

그중 단 한 명만이, 사태의 실상을 알고 있었다.

이석우.

그가 전원 나간 3층 모니터를 응시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

쿵-!

자이언트 스콜피언의 둔중한 거체가 쓰러졌다.

수명이 다한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전원이 꺼진 기계처럼 갑자기 픽 쓰러졌다.

“뭐지?”

한창 녀석을 수세에 몰아붙이고 있던 대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이언트 스콜피언뿐만이 아니다.

지직- 픽!

그가 입고 있는 아머 또한 불빛이 사라졌다.

착실히 누적 포인트를 기록하던 알림판도 지금은 노이즈가 끓는 상태.

‘놈의 중추에 설치된 제어 장치가 고장 난 게 틀림없다.’

아직 목숨이 다한 것도 아닌데 놈이 쓰러졌다는 건, 제어 장치가 고장 말고는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동시에 아머까지 오작동이 났다는 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날 확률은 없겠지, 상식적으로.’

그렇다면 결론은 둘 중 하나.

주최 측에서 임의로 시험을 중단시켰거나.

혹은 지금 3층에 있는 다른 누군가가 수작을 벌였다거나.

‘어떤 놈이 개수작을 부렸군.’

그리고 대성은 후자 쪽에 가능성을 실었다.

근거는 확실했다.

방금부터 저 멀리서 사납게 날뛰는 오러의 파장.

그 파장의 성질이 심상치 않음을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으니까.

슥-

대성이 칠흑 너머로 넘실거리는 오러의 물결을 바라보았다.

‘가서 직접 확인해봐야겠군.’

***

울컥!

뒤를 찔린 신초영의 입에서 핏물이 둑 터진 댐처럼 쏟아졌다.

단단한 아머를 뚫고, 폐부와 살갗마저 관통해 나온 정진철의 오른손.

오른손 가득 털이 숭숭 나고 발톱이 날카로운 것이 마치 맹금류의 그것을 연상케 했다.

“컥, 쿠흡-!”

한차례 더 핏물을 왈칵 쏟은 신초영은 시야가 흐릿해졌다.

푸확-!

정진철은 신초영의 몸을 꿰뚫은 자신의 오른팔을 도로 빼냈다.

그 시점에서 주변은 이미 피투성이로 붉은 개울가가 형성되어 있었다.

“운이 좋았어.”

털썩!

몸에 구멍이 난 신초영이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이렇게 어둡고, 이렇게 조용하니. 네년을 은밀하게 조지기엔 딱 좋은 환경이야. 이건 뭐, 거의 하늘이 나보고 떠먹으라고 한 상 크게 차려주신 정도네.”

정진철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넝마가 되어 쓰러진 신초영의 주변을 산책을 하듯 빙글빙글 배회했다.

“그러게 왜 초면부터 나한테 싸가지 없이 말하고, 주제넘게 나보다 앞서 나가? 그렇게 앞뒤 안 재고 나대니까 지금 이 꼴이 된 거 아니야, 개년아.”

속이 후련한 얼굴이었다.

정진철이 앓던 이를 쏙 뺀 사람처럼 바닥에 엎어진 신초영에게 눈웃음을 지었다.

팍-!

“으, 윽…….”

그러곤 그대로 그녀의 말총머리를 거칠게 움켜쥐어 어딘가로 질질 끌고 갔다.

신초영의 몸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바닥에 혈선이 주욱 이어졌다.

“야, 입구에서 이러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험한 꼴 보겠다. 너도 그건 싫지?”

“허억, 흐윽…….”

“어디 조용한 곳에서 나랑 너 둘이서 끝내자. 뭔 말이지 알아? 넌 아무도 없고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조용히 뒈진다 이 말씀이야.”

정진철도 웬만하면 일을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다.

이미 최소한의 조치는 취해놨으나, 다른 목격자가 생긴다는 추가 문제가 생기는 건 질색이었다.

그는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그리고 천천히 신초영을 괴롭히고, 말려죽이고 싶었다.

그걸 위해 그는 이렇게 신초영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한없는 어둠 속으로 향하는 것이다.

“난 말이야. 1등을 원해.”

“…….”

“1등 해서 졸라 떵떵거리고 살 거야. 성공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여자도 안고.”

그뿐이다.

정말로, 정진철이란 인간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뒤처진다는 걸 극도로 혐오할 뿐이다.

경쟁에선 베스트가 되고, 방해하는 놈들은 죽인다.

그 과정이 아무리 더러운 똥통이라도 감내할 수 있다.

1등이라는 값진 결과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런데 웬 신초영인지 식초인지 어디서 굴러먹다 온 개뼈다귀 같은 년이 날 방해하네?”

그녀가 자신보다 1층을 먼저 통과했을 때는 참았다.

그 인내는 지금 생각해봐도 기적이라고, 정진철 본인은 생각했다.

그리고 3층에서마저 신초영이 자신을 추월했을 때는.

기적은 역시 두 번씩이나 일어날 순 없지, 그렇게 생각했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방해하라고 누가 가르쳐주디?”

킬킬-

암막 속에서 비열한 조소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네 애미 애비가?”

그리고 정진철이 그 말을 입에 담았을 때.

그는 한순간, 신초영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손에서 무게감이 사라졌다는 걸 느꼈다.

퍼석-

그런 소리가 잠깐 들리기에 돌아봤더니,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신초영이 서 있었다.

두 발로 꿋꿋이.

“…….”

저 뒤에 있는 공간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복부에 뚫려 있음에도 신초영이 일어서 있었다.

정진철은 그런 그녀를 한 번, 그리고 자신의 오른손을 한 번 번갈아 보았다.

손에는 신초영의 머리카락이 한 움큼 쥐어져 있었다.

“흐으- 흐으-!”

순식간에 단발이 된 신초영이 산발한 머리칼 사이로 두 눈을 부릅떴다.

증오와 원념이 서린 눈을 악귀처럼 번들거리며, 그녀가 정진철을 노려보았다.

“흐으- 감히 우리 엄마, 흐으- 아빠를 그 더러운 아가리에 담아?”

“야, 너 진짜 신기하다. 어떻게 그 꼬라지를 하고도 설 수가 있는 거냐? 좀비야?”

“널 씹어 죽이기 전까진, 흐으-! 안 자빠질 거야, 좆같은 새…….”

콰앙-!

발을 한 번 굴려 거리를 좁힌 정진철이 신초영의 안면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신초영의 시야가 반 바퀴 회전하고 목에서 뼈마디가 꺾이는 소리가 났다.

털썩!

땅바닥에 널브러져 움찔거리는 신초영의 모습이 썩 만족스러웠을까.

정진철이 손을 탁탁 털어내며 실실 웃음을 흘렸다.

“자빠졌네?”

말하는 태도랑은 달리 방금 그 주먹은 장난이 아니라는 듯, 그의 손가락엔 피가 흥건했다.

“씁. 무슨 여자가 돌덩이야, 돌덩이. 때린 쪽도 아프네.”

정진철이 얼얼해진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주 잠깐, 신초영에게서 눈을 뗀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 그러고 계속 자빠져 있어. 가만히 누워 있으면 내가 최대한 안 아프게…….”

말끝을 흐리며 다시 신초영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땐.

그곳에 이미 신초영이 없으리란 사실을.

“그사이에 도망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쾅-!

“억?!”

그것이 착각이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말이다.

그 짧은 틈에 정진철의 뒤를 잡은 신초영이, 그의 옆구리에 주먹을 때려 박은 것이다.

“씨팍년이!”

정진철의 눈이 돌아갔다.

하나 옆구리에 일격을 허용해버린 게 컸다.

무게중심이 무너지자 아주 잠깐이나마 그는 제대로 된 반격을 할 수 없었고.

“시X놈아.”

그것이 신초영이 다시 한번 정타를 먹이게 해주는 단초를 마련해주었다.

슥-

신초영이 그의 명치에 손바닥을 살포시 얹었다.

“널 씹어 죽여도 모자랄 마당에 내가 도망을 왜 가?”

그리고 오러를 실었다.

꽈앙-!

“억!”

장타(掌打).

작지만 더할 나위 없이 묵직한 오러의 벼락이 정진철의 명치에 작렬했다.

쾅-!

정진철은 대형 트럭에 충돌한 사람처럼 붕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칠흑 사이로 흙먼지가 가루처럼 피어올라 허공 위로 퍼져갔다.

퍼져나간 흙먼지가 어지러이 늘어진 신초영의 산발을 걷어냈다.

이목구비가 뚜렷이 드러나며 보인 신초영의 두 눈은 살기와 적의로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일어나, 이 개새끼야. 아직 안 끝났어.”

“이제야 알겠다.”

뒤로 움푹 주저앉은 크레이터 사이로 몸을 파묻은 채 정진철이 흥미롭다는 듯 킬킬 웃었다.

“네년 오러의 특화 방향이 그쪽이구나? 그치?”

“특화 방향이고 지X이고 얼른 오라고. 입으로 싸우니?”

“처맞으면 처맞을 때마다 강해지는 별종들. 네년도 그런 부류였구나.”

각성자가 가진 오러는 저마다의 영역에 특화된 성질을 띤다.

공격에 특화된 오러. 방어에 특화된 오러. 치유에 특화된 오러.

신초영의 오러는 방어와 치유의 그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마치 심장이 멈추기 직전에 아드레날린이라도 투약받은 사람처럼, 그녀의 오러는 극한의 상황에서 팽창하고 폭발한다.

그렇기에 세간에선 그러한 유형을 ‘불굴의 오러’라고 칭했다.

“어쩐지 배때기에 구멍이 뚫리고 목뼈가 부러져도 네년 표정이 상쾌하다 싶더라.”

무리를 할수록, 스스로를 더 몰아세울수록 강해진다.

이제야 왜 그녀가 자신보다도 일찍 1층과 2층을 넘어설 수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시험 난이도가 불지옥에 가까울수록, 신초영에겐 더 유리해지는 셈이다.

“이래서 마조히스트들이 무섭다, 무서워. 킥킥.”

쾅-!

더는 들어줄 수가 없었던 신초영이 땅을 접어달릴 기세로 쇄도하여 주먹을 뻗었다.

굉음이 쩡, 하고 울리고 벽에 파인 크레이터가 더 깊고 거대해졌다.

하지만 그곳엔 이미 정진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너희들은 처맞으면 강해지는 거지, 뒈지면 불굴이고 나발이고 다 소용없는 거잖아?”

자신이 방금 당한 방식을 그대로 똑같이 돌려주려는 것처럼.

이번엔 정진철이 신초영의 뒤를 잡았다.

그리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녀가 했던 그대로, 신초영의 옆구리에 일격을 욱여넣었다.

“그흑-!”

꽈드득-!

갈비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잠깐 이어지나 싶더니 잠잠해졌다.

대신 배에 뚫린 구멍에서 풍선 빠지는 듯한 바람 소리만이 이어질 뿐.

그녀는 한 번 더 바닥을 나뒹굴었으나 이번엔 널브러지지 않고 곧바로 몸을 곧추세웠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정진철이 그리 외치며 신초영에게 달려갔다.

“아예 그 몸뚱이에서 모가지를 따버려도 일어설 수 있을까?”

파바박-!

무수한 연타가 이어졌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치명상을 입은 신초영으로선 도저히 발휘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저력.

끊임없이 공방을 이어가는 두 명의 주먹이 무수한 파공음을 쏟아냈다.

“근데 그거 알아? 지금 당장은 네년 모가지를 따버리지 않을 거야.”

그러나 제아무리 불굴의 오러를 디딤돌 삼아 분투한다 하여도.

정진철은 적어도 몸에 구멍이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오장육부가 뚫린 채로 싸우고 있다.

그 근본적인 격차 앞에선 불굴의 오러고 뭐고 무의미했다.

빠직-!

“커헉……!”

맹금류처럼 변형된 정진철의 주먹이 연타의 세례를 뚫고 신초영의 왼쪽 쇄골을 박살 냈다.

없는 힘까지 쥐어 짜내며 뻗었던 왼팔이 이제는 완전히 정지했다.

“아예 네년 사지를 아작을 내버릴 거거든. 모가지를 떼어내는 건 그다음이야.”

아직 오른팔이 남아 있다. 아직 두 다리가 멀쩡하다.

네 개의 무기 중 고작 하나를 잃었을 뿐이다.

그런 간단한 계산식이 신초영의 불굴을 자극했다.

형(形)에 구애받지 않는다. 머리가 생각하기 이전에 먼저 몸이 나간다.

퍼버벅-!

채찍처럼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는 신초영의 오른팔과 두 다리가 정진철과의 두 번째 공방을 가능케 해주었다.

둘의 연격이 맞부딪치고 주먹과 주먹이 마찰을 빚을 때마다 어둠 속에서 빛이 번뜩인다.

신기루처럼 덧없고 짧은 그 빛이 신초영을 무아지경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 무의식의 한편에 자리 잡은 그녀의 자아는, 지금 한 가지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었다.

행복한 가정이었다.

하지만 게이트 프렉쳐 때, 그녀의 부모는 몬스터에게 목숨을 잃었다.

하늘에서 거대한 다리가 나타나 그들이 서 있던 곳을 할퀴고 지나갔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는 유해도 없는 부모의 장례식에서 상주를 서고 있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결심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다 죽여버릴 거라고.

자신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것을 박살 낼 거라고.

무의식 속에 펄펄 살아 숨 쉬는 아직도 생생한 그때의 악몽이, 지금은 엔진이 되어 무아지경에 빠진 신초영을 강하게 해주었다.

콰지직-!

“어이쿠, 실수. 나머지 팔을 아작 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그러나 의지를 가진 모든 이에게 기적이 찾아오는 건 아니다.

커다란 빛이 번뜩였고,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을 땐 천장이 보였다.

신초영의 안면 가운데에 정진철의 스트레이트가 정통으로 꽂힌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고꾸라졌다.

일어설 수 없었다.

두 다리는 멀쩡하고 아직 더 싸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녀가 입은 대미지는 ‘불굴’이 허용해줄 수 있는 선을 한참 넘어버리고야 말았다.

“독한 년. 후우…….”

우직-

정진철의 우악스런 발이 신초영의 무릎을 내려찍었다.

통각 신경이 고장 난 신초영은 아픔조차 느끼지 않았다.

의식이 점점 흐려지는 와중, 정진철이 자신의 오른팔을 쥐어 잡고 있는 광경이 언뜻 보였다.

알기 쉬웠다.

이대로 밭에서 배추 뽑듯이 뜯어내버릴 심산.

“야, 야. 자지 마. 아직 멀었어. 네 팔 뜯겨나가는 장면은 보고 뒈져야 할 거 아냐.”

킥킥!

어둠 속에서 정진철의 웃음이 한 번 더 울려 퍼졌다.

섬뜩한 조소가 하염없이 어이지고 있을 무렵.

저벅-

저벅-

“응?”

정신없이 웃는 와중에도 정진철은 똑바로 들을 수 있었다.

저벅, 저벅-

발소리였다.

어둠 저편에서부터, 천천히 이쪽을 향해 오는 발소리.

“뭔 소리야, 이거.”

거침없이 신초영의 팔을 뜯어내려던 정진철이 동작을 멈추고 발소리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

“네가 여기를 이 꼴로 만든 장본인이냐.”

새카만 장막을 뚫고 서슬 퍼런 목소리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화륵-

정체불명의 불꽃이 어둠 속에서 고요히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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