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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p : -45년. 78일에 기록된 당시의 기억들이 복구됩니다.]
[필드 ‘발라르크의 철성’의 세이브 데이터를 불러옵니다.]
추가 메시지가 떠오른 순간.
어렴풋하게만, 중간이 끊긴 필름처럼 드문드문 떠오르던 해당 시절의 기억이 점차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어제, 아니, 바로 오늘 겪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말이다.
“이건…….”
홍수처럼 밀려오는 기억의 파노라마 속에서, 대성은 모든 것을 회상하고, 복기할 수 있었다.
철성의 입구에 무엇이 있는가, 그 내부엔 또 어떤 존재들이 도사리고 있는가.
큼지막한 부분은 물론,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잘됐군.’
70%에서 80% 정도 떠올릴 수 있던 당시의 기억이, 조금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100% 상태로 머릿속에 흘러들어 왔다.
수십 년이란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불가피해진 망각의 틈이 완전히 채워진 것이다.
그 순간.
텅-!
“……!”
대성은 돌연 시야가 뒤집히는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몸에 힘이 쭉 빠졌다.
‘뭐지?’ 싶은 순간.
아이템 구현 퀘스트 때와 마찬가지로 판테온의 내부가 입자 단위로 쪼개졌다.
[212p : -45년. 78일로 되돌아갑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인력(引力)이 끊임없이 자신을 잡아당기는 느낌 속에서, 시스템 메시지가 스치듯이 지나갔다.
오색 찬연한 빛의 통로를 빠르게 지나간 끝에.
팟-!
빛이 걷히고 광활한 대지가 아득하게 펼쳐졌다.
대성은 위에서 아래로, 그 넓은 땅을 한눈에 부감하고 있었다.
‘연기가 된 기분인걸.’
몸에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성은 자신이 지금 하늘에 떠오른 상태임을 자각했다.
‘필드 구현 퀘스트는 혼백 상태로 입장한다고 했었지.’
시스템의 말을 떠올리고 고개를 숙여 양손을 봤더니 과연.
자신은 지금 살갗에 뒤덮인 인간이 아닌, 사람의 형태를 한 안개에 가까운 상태였다.
쏴아아아-
붉은 하늘 아래로 폭우가 미친 듯이 쏟아져 내리며 땅을 두드렸다.
이때, 혼백 상태인 대성은 볼 수 있었다.
“저건…….”
빗방울이 세차게 튀어 오르는 새카만 대지 위로 한 남자가 쓰러져 있는 광경을.
흑백의 플레이트 아머와 투구를 쓰고, 오른손에는 날이 잔뜩 녹슨 곡검(曲劍)을, 나머지 손에는 원형 강철 방패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때의 나군.’
바로 과거의 자신이었다.
그야말로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대자로 쓰러진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던 그때.
[절대자의 혼백이 과거의 유체와 접속합니다.]
메시지의 음성이 떠오르기 무섭게,
화아악-!
저 아래에 펼쳐진 땅과 단숨에 거리가 좁혀졌다.
질끈-
암막이 펼쳐졌고, 대성은 슬며시 눈을 떴다.
흐릿했던 시야에 점점 초점이 돌아오고 감각이 복구되면서 혼백 상태에선 느끼지 못했던 무게감이 느껴졌다.
철컥, 철컥-
두껍고 육중한 철갑의 감촉.
대성은 칠흑색 건틀렛을 두른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며 깨달았다.
“전혀 그립지 않은 시절로 돌아왔군.”
발라르크의 철성 공략.
그 시절로 회귀했음을.
***
지옥 그 자체를 관장했던 마신이나, 혹은 염왕이나 귀왕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권좌를 점했던 13주(主)들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섬멸 용기사라 불리며 당당히 지옥의 중동 지역에 군림했던 발라르크 또한 결코 만만찮은 강자였다.
반면, 당시의 대성은 너무나도 나약했다.
오죽하면 발라르크가 말 대신 타고 다니던 섬멸룡을 무찌르는 것부터가 고역이었으니까.
‘후퇴와 진전만 몇 날 며칠을 반복했었지.’
발라르크는 사경을 헤매며 어떻게든 줄행랑을 치는 대성을 굳이 쫓아가지 않았다.
‘네까짓 게 과연 어디까지 발버둥 치나 보자’ 같은 자신감이었다.
‘그 오만함이 외통수가 될 줄은 녀석도 몰랐을 거다.’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던가.
발라르크의 철성 공략까지 걸린 시간 총 보름.
그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대성은 집요하게 그 넓은 철성을 탐색하며 발라르크의 약점이 될 단서들을 찾아냈다.
‘그때는 몰랐으니까 보름씩이나 걸렸지만, 지금은 아니다.’
똑똑히 기억했고, 알 수 있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보름씩이나 걸릴 필요도 없다.’
공략해야 할 필드의 구조를 알고 죽여야 할 적수의 약점을 전부 꿰뚫고 있는 이상.
딱 하루면 충분했다.
“업화대검.”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었던 대성이 드러눕고 있었던 몸을 일으키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명령어를 입에 담아도 업화대검은 나타나지 않았다.
‘역시.’
이때의 자신은 아직 염왕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약자였고, 당연히 염왕의 무구인 업화대검을 가지지도 않았을 때니까.
‘마냥 쉬운 길로 갈 수는 없다, 이 말이군.’
아이템이 아닌, 지옥의 ‘영역’ 그 자체를 구현하는 퀘스트이니만큼.
난이도 또한 그만큼 어려워지는 건 당연한 얘기였다.
철컥-
대성은 갑주의 관절 부위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걸음을 옮겼다.
확실히 이때의 대성은 무모했다.
‘날이 다 빠진 곡검과 방패 하나로 발라르크에게 도전했단 말이지.’
제사장(祭司長) 오디의 곡검과 빙결 거인의 방패.
성능이 나쁘지 않은 방패였고, 그렇기에 대성은 오랫동안 그것들을 사용해왔다.
그래서였다.
닳아빠진 장비에 지나치게 의존해 발라르크와 무모한 격전을 벌인 건.
하지만 지금 당장은, 가지고 있는 장비가 이게 전부니 선택의 여지는 없는 상황.
‘상관없다.’
대성은 개의치 않고 물이 가득 찬 갑옷을 걸친 몸을 무겁게 끌며 걸음을 옮겼다.
얼마 안 가, 길쭉한 교각 너머로 거대한 중세풍의 고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라르크의 철성이었다.
그와 동시에 퀘스트가 도착했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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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구현 퀘스트-1 (진행 중)
‘212p 발라르크의 철성’
난이도 : 불명
내용 : 철성의 입구를 수호하는 문지기를 쓰러뜨리십시오.
제한 시간 : 없음
목표 : 문지기 용아병 처리
보상1 : 공적 포인트 + 5,000pt
구현화 : 발라르크의 철성 +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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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힌 철문의 한쪽에 웬 한쪽 무릎을 꿇은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문지기 용아병이었다.
동상인 척 굳어 있다가, 침입자가 지척에 다가오면 곧장 부동자세를 풀고 기습을 가해오는.
덕분에 대성은 초입부터 저 문지기 때문에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사정 범위에 들어가 버리면, 놈이 휘두르는 미늘창을 피할 수 없다.’
범위도 범위지만, 우레처럼 재빠르게 쏟아지는 창격(槍擊)의 세례는 악몽이 따로 없었다.
현세의 육체를 지닌 대성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그는 나약했던 시절로 회귀한 과거의 몸이다.
동체 시력은 따라줄지언정, 그걸 뒷받침해줄 피지컬이 부족한 셈.
‘지척에 들어서지 않고 놈을 깨우는 게 급선무다.’
바로 그때.
화륵-
대성의 오른손에 도깨비불 같은 불덩어리가 생겨났다.
지옥에 떨어지고 1년이 지나 처음으로 습득한 마력 응용 스킬이었다.
그때는 괜히 신나서 파이어볼이니 뭐니 이름도 붙였지만…….
이걸로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건 하급 마수가 끝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론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스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효한 타격은 못 되어도, 자는 놈을 깨우기엔 충분하지.’
화아악-!
대성은 오른손에 소환한 불덩어리를 강속구 던지듯 동상을 향해 투척했다.
펑-!
불씨가 흩날리고 작은 폭죽이 터져 나왔다.
용아병에게 있어선 대미지는커녕 간지럽히기도 못 되는 공격.
쿠구구-
하지만 동상 상태로 잠자고 있던 용아병의 역린을 건드리는 데에는 충분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용아병이 천천히 두 다리를 꼿꼿이 세웠다.
그러자 10m는 족히 넘어가는 철문과 비슷한 신장이 드러났다.
놈이 한 손에 쥔 미늘창의 끝을 예리하게 번들거리며 교각 위에 선 대성을 노려보았다.
‘정직하게 전면전에 돌입하는 건 자살행위다.’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자신은 어디까지나 나약했던 시절의 육체임을.
쿵, 쿵-!
교각 위의 침입자를 발견한 용아병이 둔중한 소리를 내며 그 거구를 돌진시켰다.
흡사 전차와도 같은 기백!
그러나 대성은 일체의 물러섬 없이 그저 차분하게 거리를 쟀다.
‘용아병은 사령 병사와 마찬가지로 영혼을 가지지 못한, 껍데기밖에 남지 않은 존재.’
쿵, 쿵-!
교각의 모서리에 연결된 쇠사슬마저 끊어질 듯한 진동을 자아내며 용아병이 접근해오는 순간.
‘놈의 존재 그 자체를 붙들었던 표식이 있었다.’
쾅-!
대성이 왼쪽 손등에 장착하고 있었던 빙결 거인의 방패를 교각에 내리꽂았다.
그때.
[‘빙결 거인의 방패’의 고유 스킬이 발동됩니다.]
[고유 스킬: <빙화(氷化)>]
쩌저적-
방패와 맞닿은 지점을 중심으로 교각의 철제 바닥이 얼어붙었다.
50m도 안 되는 짧은 반경.
그러나.
미끌-!
그 짧은 반경 안까지 들어와 있었던 용아병은 갑작스레 얼어붙은 바닥 위로 몸을 휘청거렸다.
휘청거릴 뿐이었다.
철성의 문지기씩이나 되는 녀석이 꼴사납게 넘어지는 추태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잠깐의 틈새를,
‘지금.’
대성은 절대 놓치지 않았다.
놈의 거구가 잠깐 옆으로 기우뚱하는 사이,
촤아악-!
대성은 다리를 쭉 뻗으며 미끄러운 얼음 바닥을 슬라이딩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용아병의 뒤를 잡은 그는 훌쩍 위로 뛰어올라 놈의 등에 매달렸다.
‘제대로 반격도 못 하며 도망치고, 계속 도망치기만 하다가 겨우 발견할 수 있었다.’
놈의 핵이라 할 수 있는 표식이 어디에 있는지.
바로 등허리 정중앙.
콱-! 콱-!
대성은 용아병의 갑옷 틈새를 정확하게 움켜쥐어가며 놈의 등허리를 타고 올랐다.
그아악-!
느닷없이 등에 귀찮은 게 달라붙었다고 생각한 용아병이 열심히 몸을 비틀며 포효했다.
격한 몸부림이었으나 등반하듯 놈의 등 뒤를 오르는 대성의 동작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이윽고.
팍-!
등허리에 각인된 표식 부위까지 도달한 대성은 한 손에 쥔 곡검을 치켜든 뒤.
콱-!
그대로 표식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아악-!
용아병이 비명을 지르고, 검상을 입은 표식에서 유전처럼 새카만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이윽고.
쿵-!
핵을 상실한 용아병의 육중한 몸뚱이가 교각 위로 쓰러졌다.
‘방법만 알면 어려울 게 없지.’
대성은 올라타 있던 용아병의 등에서 잽싸게 내려왔다.
그 순간.
[용아병이 지니고 있던 허가권이 몸에 스며듭니다.]
[발라르크의 철성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퀘스트가 완료되어 구현화 작업이 진척을 보입니다!]
[10,000pt의 공적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현재 구현율 : 발라르크의 철성 33%]
구현화와 관련된 걸 제외하면 전에 봤던 것과 똑같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허가권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일종의 권능 같은 것이다.
대성은 그 권능이 몸에 스며든 걸 인지하며 고성 입구로 걸어가 철문을 밀었다.
쿠구구궁-
웅장한 소리를 내며 철문이 전부 열리자 어둑어둑한 고성의 내부가 펼쳐졌다.
“쯧.”
익숙하고 지긋지긋한 광경에 대성이 혀를 찼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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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구현 퀘스트-2 (진행 중)
‘212p 발라르크의 철성’
난이도 : 불명
내용 : 성주(城主)의 방까지 도달하십시오.
제한 시간 : 없음
목표 : 성주의 방 도착.
보상1 : 공적 포인트 + 5,000pt
구현화 : 발라르크의 철성+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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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인 용아병과 성주인 발라르크를 제외하면 철성 내부엔 따로 마수들이 주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냥 꽃길이기만 했다면 시스템이 이렇게 퀘스트를 주지도 않았을 터.
‘한 발짝 옮길 때마다 촉각이란 촉각은 모조리 곤두세워야 했지.’
차라리 용아병이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혹독했던, 함정과 장애물이 산재한 장소였다.
퓩-!
꼭대기로 이어지는 계단에 발을 올리기 무섭게 성 내부의 한쪽 벽면이 활짝 열리며 화살이 날아왔다.
팅-!
하지만 대성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아주 당연한 듯이 방패를 장착한 왼손을 휘저어 화살을 튕겨냈다.
침입자가 일정 보폭을 이어나갈 때마다 쏟아지는 화살의 세례들.
팅-! 팅-! 팅-!
그럴 때마다 대성은 당황하지 않고 방패를 휘저으며 화살들을 여유롭게 튕겨냈다.
물리적으로 막아낼 수 없는 방향으로부터 날아오는 경우엔, 굴렀다.
‘장장 보름 동안 끈질기게 오갔던 곳이다.’
퓩-! 팅-!
십수 일 동안 이 함정에 시달렸고, 고통받았고, 극복했다.
어디에서 무슨 함정이, 어떻게 튀어나올지 눈에 훤할 수밖에.
은빛 섬광이 번뜩이며 화살이 날아왔고, 대성은 몸을 숙이고 구르고, 방패를 쳐들고…….
회피와 방어에 관한 동작이라면 전부 동원하며 화살 함정을 피했다.
피시이익-
화살이 박힌 바닥이 수증기를 뿜어내며 녹았다.
극독이 발라진 화살.
지금 입은 풀 플레이트로는 어림도 없는 위력이었다.
저벅-
화살 세례를 피하며 계단을 전부 오르자 어두운 직선 통로가 끝없이 이어졌다.
덜컹-!
촥-!
통로를 지나는 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어떤 비유 같은 게 아닌, 물리적 의미 그대로 가시가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바닥이 꺼지고, 측면의 벽이 개방되며 날카로운 창이 튀어나왔다.
‘15보 지점에서 오른쪽. 휘어진 어귀 부분부터 바닥이 개방.’
그러나 일지를 통해 흘러들어 온 당시의 기억들 덕에, 대성은 거의 예지에 가까운 솜씨로 파죽지세로 길을 나아갔다.
저벅-
“…….”
기나긴 통로를 전부 지나고.
철성의 꼭대기, 성주의 방으로 통하는 계단이 설치된 공동에 도착한 순간.
대성의 눈이 한차례 번뜩였다.
‘발라르크는 기억과 경험을 지녔다고 해서 쓰러뜨릴 수 있는 놈이 아니다.’
정작 그 기억과 경험을 가치 있게 빛내줄 피지컬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이곳은 놈의 홈그라운드이니만큼, 놈에게 악수(惡手)로 작용하는 그것이 존재한다.’
놈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는 ‘그것’을 얻어, 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다.
발라르크의 철성 공략에 성공했던 열다섯째 날.
어떻게든 무슨 수를 찾아낼 필요가 있었던 대성은 ‘그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지금 그가 서 있는 공동 어딘가에서.
‘좀 더 일찍 발견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땅을 치며 후회했지.’
그러나 일찍 발견하지 못했던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발라르크가 상식이 있다면, 자신한테 약점이 될 만한 요소를 훤히 보이는 곳에 노출하진 않을 테니까.
즉, 당시에 그것을 발견한 건 순전히 운이었던 셈이다.
저벅-
두 번째 퀘스트의 목표인 성주의 방을 앞두고.
대성은 방향을 틀어 직사각형 형태의 공동 오른쪽 맨 구석을 향했다.
‘이쯤이었지.’
겉보기엔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석벽.
하지만 그 석벽 너머에 펼쳐진 광경들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슥-
대성이 손바닥을 펼쳐 석벽의 표면에 손을 갖다 댄 순간.
화아악-
널따란 석벽 위로 부지불식간에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법한 ‘공간’이 생겨났다.
[발라르크의 철성의 비밀 루트를 발견했습니다.]
[앞으로 5분간 ‘발라르크의 보물고’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짙은 어둠 안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것’을 본 대성은,
‘오만했던 걸 후회하며 한탄하던 놈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군.’
슬그머니 입가를 말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