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옥에서 돌아온 한대성-61화 (61/180)

# 61

061

타닥- 타닥-

보통은 잠자리에 드는 게 정상인 야심한 시각.

어느 중소기업의 일반 사원 고한철은 꿋꿋이 회사에 남아 야근을 하고 있었다.

“후…….”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홀로 남아 컴퓨터 액정을 노려보며 키보드를 두드린 지 벌써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슬슬 눈도 따갑고 손가락도 아려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다 때려치우고 아침까지 푹 잘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심정이었다.

“안 되지, 안 돼…….”

아픈 허리를 두드리며 미간을 꼬집은 그가 혼잣말을 되뇌었다.

슥-

그는 책상 칸막이에 붙여둔 사진을 손에 쥐었다.

사진 속에는 이제 막 유치원을 졸업했을 듯한 여자아이가 활짝 웃고 있었다.

다름 아닌 고한철의 하나뿐인 딸이었다.

‘이 녀석 얼굴을 봐서라도 내가 고생 좀 해야지.’

2년 전.

게이트 프렉쳐가 터지고 몬스터가 외부로 현신(現身)하면서, 그의 아내는 목숨을 잃었다.

그때부터 고한철은 아내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가장으로서 반드시 딸만큼은 끝까지 책임을 지고 지키겠다는 결의를 맺었다.

‘차라리 나도 각성해서 사냥꾼이 됐으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환경을 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꿋꿋한 결심과는 달리 현실은 팍팍하기 그지없었다.

초인과 몬스터가 날뛰는 시대.

힘없는 일반인 가장에 불과한 그는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당장, 몬스터가 문제가 아니라 직장 상사의 성질에 치여 이렇게 야근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쭉쭉 빠졌다.

그때마다 딸의 사진을 보며, 딸의 얼굴을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힘을 얻으려고는 하지만…….

‘적어도 이 녀석 대학 졸업하는 거 보기 전까진 내가 한계에 부딪히면 안 되는데 말이지.’

그런 생각까지 떠올린 고한철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얼른 떨쳐버리는 게 상책일 터.

드르륵-

그는 잠시 자리를 벗어나 탕비실로 향했다.

피로를 떨치기 위해 커피라도 한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때.

띠링- 띠링-

“……응?”

사무실 입구의 문고리를 잡은 그가 문득 이상함을 느끼고 위를 쳐다보았다.

사무실 천장에 붙은 전등이 깜빡깜빡 점멸하고 있었다.

“에이 씨, 전등이 나갔나?”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불 꺼진 사무실에서 밤새 야근하게 생겼다.

그렇다고 직접 전등을 가는 것도 귀찮고…….

‘일단 잠부터 떨치고 생각하자.’

우선은 커피 한 모금이 절실했던 그가 다시 문고리를 쥔 손에 시선을 던지던 그때였다.

손등 위에.

또 다른 손이 포개어져 있었다.

“…….”

그림자처럼 새카만 손이었다.

갑작스러운 광경을 본 사람은 당장 공포를 느끼기보다는 사고와 이성이 마비되는 법이다.

“…….”

머리가 굳어버린 고한철이 검은 손, 검은 팔을 따라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팟-

막대한 암전(暗轉)이 고한철의 시야에 가득 들어찼다.

간헐적으로 점멸하던 사무실의 전등에서 불빛이 완전히 나간 것이다.

그리고 고한철은 보았다.

구우웅-

세로로 쫙 갈라진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핏빛 안광을 흩뿌리는 광경을.

“원한다면 주지.”

음성 변조를 최대한도로 낮춘 듯한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고.

팟-

전등에 다시 불이 들어오며 언제 그랬냐는 듯 사무실이 확 밝아졌다.

그리고 고한철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여섯 번째 S급 사냥꾼 한대성! 세계 역사상 최단 기록으로 2등급 게이트 클리어!]

[동 시간대에 발생한 생존형 2등급 게이트도 무사히 폐쇄. 류서연 사냥꾼, 오늘 내로 복귀 예정.]

[연달아 벌어지는 이례적 사태! 대한민국, 드디어 사냥꾼 강국으로 발돋움하나?]

2등급 게이트를 클리어한 지 이틀이 지났음에도 매스컴은 여전히 당시의 일로 떠들썩했다.

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같은 나라에, 그것도 거의 비슷한 시각에 2등급 게이트가 동시에 발생한 것만으로도 신기한 일이다.

그런데 그 게이트 두 개 전부 별다른 피해 없이 무사히 클리어한 사례는 세계 역사를 뒤져봐도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난 지 1년도 안 돼서 나라 전체가 네 이름을 아는 유명인이 됐네. 기분이 어때, 대성아.”

“뭐, 유명해지면 유명해지는 거지.”

“내가 너였으면 맨날 인터뷰도 하고, 주지육림도 좀 누리고. 할리우드 셀럽 같은 삶을 한껏 누렸을 거다. 좀 즐기는 티라도 내, 인마.”

어느 선술집.

대성과 성찬호가 청하(淸河)가 출렁이는 투명한 술잔을 부딪쳤다.

성찬호는 안주로 나온 튀김을 열심히 입에 밀어 넣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의 인터넷 기사를 열심히 살펴보았다.

“너도 너지만 류서연 이 여자도 여간내기가 아니야. 2등급 생존형을 고작 클랜 2개랑 연합해서 공략에 성공하다니. 게다가 사상자도 10명밖에 없고.”

“류서연이란 그 여자, 강한가?”

“차원 자체가 다른 이창식을 제외하면, 사실상 서동철과 더불어 한국의 톱 사냥꾼이라고 할 수 있지.”

“흠…….”

대성이 가늘게 눈을 좁히며 술이 든 잔을 말없이 내려다 봤다.

어딘가 토라진 듯이 보이는 그 모습에 아차 싶었던 성찬호가 물었다.

“너 혹시, 널 빼고 류서연을 톱이라고 표현해서 삐친 거냐?”

“아니.”

“그럼 왜?”

“마음에 안 들어서.”

뭐가 마음에 안 드냐고, 성찬호가 눈썹을 미간으로 모으며 표정으로만 따졌다.

“류서연이 아니었으면 나머지 2등급 게이트도 내가 먹었을 테니까.”

“또 그 소리야? 아니, 그때도 물었지만 넌 몸이 2개냐? 어떻게 한 사람이 동시에 2등급 게이트 두 개를 해치워?”

“나라면 가능해.”

“뭐 닌자처럼 분신술이라도 쓸 수 있는 모양이네.”

“내가 다른 게이트에 있는 동안, 내 소환수를 다른 게이트에 들여보내면 돼.”

대성의 입에서 대답이 튀어나온 순간.

성찬호는 튀김을 먹던 것도 있고 황당무계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표정을 살펴도, 농담하는 걸로 보이지는 않았다.

애초에 농담을 할 줄 아는 성격도 아니지만…….

“네 소환수를 다른 게이트에 들여보낸다고?”

“어.”

“아니, 그게, 어…….”

“어차피 소환수는 내 소유. 그러면 소환수가 얻는 모든 소득도 다 내 거라는 말이 되잖아.”

“아니, 뭐, 그렇긴 하다만……. 아니, 그런가? 이게 이야기가 또 이렇게 될 수 있는 건가?”

소환수니 뭐니.

그건 그야말로 대성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였고, 그렇기에 성찬호는 궤를 아득히 벗어난 화제에 쉬이 따라가지를 못했다.

“근데 그게 음……. 법률상으로 가능하려나. 사냥꾼 본인이 아닌, 그 사냥꾼의 소환수도 게이트에 입장하는 게. 내 생각엔 좀 힘들지 않나 싶은데. 논란도 많이 생길 테고.”

“괜찮아. 문제없어.”

“무슨 근거로…….”

“이미 협회장한테 확답을 받아놓은 상태야.”

“뭐…….”

설마 하니 이 자리에서 ‘협회장’이라는 직급이 언급되자, 성찬호는 말문을 잇지 못했다.

대성은 무심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날을 떠올렸다.

-특별히 더, 저희가 해드렸으면 하는 점은 없으십니까?

-정말 뭐든 괜찮습니까?

-예,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자신이 S급으로 승격한 날.

박정호는 승급과는 별개로, 도곡동 사태의 보답을 위해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제안을 받아 든 대성이 요구한 혜택은,

-제가 만든 소환수도 게이트에 입장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추가해주십시오.

바로 이것.

그리고 대한민국 사냥꾼과 관련된 규정에 추가 조항을 더하거나 빼는 것은, 분명히 협회장의 권한 안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요구 사항을 들은 박정호의 놀란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소환수, 말씀입니까?

-…….

-소환수라면, 그때 사냥꾼님께서 다루셨던 그, 좀비 같은 것들……?

-네, 그런 비슷한 것들입니다. 가능합니까, 불가능합니까.

-뭐, 뭐……. 안 될 것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솔직히 말해 당황스럽군요, 허허. 이런 상식을 벗어난 이야기는 또 처음이라…….

이창식의 아성을 넘본다는 평가를 듣는 사냥꾼의 제안이었다.

박정호로서도 차마 ‘힘들다’, ‘곤란하다’ 따위의 말은 뱉기 힘들었을 터.

그때는 다소 편의를 봐주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대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틀 전, 대성이 2등급 게이트를 공략한 당일.

절묘한 타이밍에 기쁜 소식이 그에게 들려왔다.

-사냥꾼님. 아, 일단 게이트 공략 축하드립니다. 그때 저한테 요구하셨던 거, 오늘 무사히 이사진 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소환수도 게이트 공략대에 포함된다는 규정이 추가됐다는 박정호의 연락이었다.

이로써 몸이 하나니 게이트도 한 개밖에 공략할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가 극복된 셈이었다.

‘이번 2등급 게이트 같은 노른자는 나와 내 소환수가 독차지한다.’

남은 건 두 가지.

첫째는 그 노른자를 확보할 만한 성찬호의 영업력인데, 이 부분은 딱히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이번 2등급 통상형 게이트에도 6개 정도의 대형 클랜이 입장권 경쟁에 참여했으나, 성찬호의 발 빠른 대처력 덕분에 상회 입찰에 성공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소환수의 확장이다.’

그 어떤 게이트도 당연하다는 듯이 공략할 수 있는 소환수를 손에 얻는 것이었다.

발라르크와 철성의 센티넬이 그 조건에 들어맞았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강한 소환수가 더 많을수록 나쁠 건 없으니까.

앞으로의 할 일에 대해 대성이 조용히 머릿속으로 정리하던 가운데.

<이번 달에만 벌써 여섯 번째 실종 사건입니다. 심지어 이번엔 무려 열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라져 큰 충격을…….>

TV 속의 아나운서가 무거운 목소리로 보도를 읊었고, 술집 내부가 술렁였다.

“와, 이런 미친. 열 명이 한꺼번에?”

“뭐 죄다 외계인한테 납치당한 거야, 뭐야?”

“어후, 몬스터만 해도 살 떨려 죽겠는데 세상 무서워서 어떻게 살아.”

“혹시 몰라? 저것도 몬스터가 범인일 수도 있지.”

“몬스터가 사람을 왜 납치하냐. 그 자리에서 죽이든가, 잡아먹든가 하겠지.”

실종 사건은 지역을 불문하지 않았고 전국 사방에서 발생했다.

심지어 이번엔 한 명이 아닌 열 명이 동시에 실종되다 보니 사람들도 남 일로 치부할 수가 없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으니까.

“진짜 세상이 미쳐 돌아가네.”

성찬호 또한 뉴스를 관람하며 혀를 끌끌 쳤다.

반면, 대성은.

‘올 테면 와보라지.’

남들과 달리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저 원인 모를 대규모 실종 사건의 주범이 누군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 주범이 자신에게 오든, 가족에게 향하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만약 자신에게 오면 그때는 도륙을 내버리면 그만이고.

‘우리 가족은 아무도 못 건드린다.’

그는 이미 발라르크의 철성이라는 강력한 방호책을 준비한 상태였으니까.

물론 그렇다 해도 완전히 걱정을 떨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엄마랑 지수가 무사할 수 있는 안전 대책이 필요해.’

왜냐하면 가족들이 24시간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가족의 그림자가 되어 그들을 지켜줄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적당한 방법이 있지.’

대성은 그리 생각하며 마지막 술잔을 홀짝였다.

***

대성은 성찬호와 헤어지자마자 곧바로 아직 영업 중인 가게로 가서 목걸이와 시계를 하나씩 구매했다.

목걸이는 혜정에게, 시계는 이제부터 열심히 학업에 매진할 지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선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보험’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더 정확하리라.

“섬멸 용기사 발라르크, 철성의 센티넬 구현.”

보는 눈 하나 없는 으슥한 골목.

대성은 구현의 인이 새겨진 손을 뻗어 발라르크와 센티넬을 소환했다.

어둑한 밤을 밝히는 불꽃이 형상을 갖추고, 두 구(具)의 마수가 모습을 드러내 한쪽 무릎을 굽히며 대성에게 예를 갖췄다.

무사히 구현을 마친 대성은 방금 산 목걸이와 시계를 번갈아 보며 한 가지 명령을 더 내렸다.

“로드.”

[‘섬멸 용기사 발라르크’를 절대자께서 인식하신 대상에 로드합니다.]

[‘철성의 센티넬’을 절대자께서 인식하신 대상에 로드합니다.]

그 순간.

화아악-

발라르크와 센티넬의 신형이 작은 불덩이로 응축되더니, 대성의 손에 든 목걸이와 시계로 빨려 들어갔다.

발라르크는 목걸이에.

센티넬은 시계에.

‘로드는 무사히 됐고…….’

로드를 통해 소환수의 외관을 숨길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즉,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목걸이와 시계의 정체가 사실 발라르크와 센티넬이라는 뜻.

그렇다면.

‘장착도 무사히 되는 걸까.’

바로 확인하기 위해 대성은 목걸이를 목에 걸고 시계를 오른쪽 손목에 껴보았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목걸이와 시계 모두 평범하게 장착할 수 있었고, 무게감이나 감촉의 변화도 전혀 없었다.

‘아이템을 로드하는 것과는 살짝 다르군.’

말 그대로 스킨(Skin)만 덮어쓸 뿐, 무게감과 감촉은 그대로 보존되는 아이템 로드와 달리, 마수 로드는 쉽게 말하자면 특정 물건에 해당 마수를 불어넣는 것에 가까웠다.

마치 신령(神靈)이 깃든 물건처럼.

대성은 마수의 본체를 품은 목걸이와 시계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은 이 모습으로 언제 어느 때고 우리 가족을 호위해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주군.

-그으으…….

거부할 수 없는 절대자의 명령을 발라르크와 센티넬은 서슴없이 받아들였다.

필요한 확인을 마친 대성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 혜정에게 목걸이를 건넸다.

마침 지수의 저녁상을 차리던 혜정이 동그랗게 눈을 뜨며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어머, 아들. 이게 뭐니?”

“선물.”

“선물? 갑자기 웬 선물?”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서.”

“아니, 얘도 참……. 저번에 핸드백도 사줬으면서 무슨 이런 걸 또……. 엄마 너무 부담스럽게 하는 거 아니야? 호호.”

“한 가지만 약속해.”

대성이 아담한 보석들이 자잘하게 수놓아진 목걸이를 손수 혜정의 목에 걸어주며 말했다.

“목걸이 절대 벗지 마. 잘 때도, 씻을 때도, 먹을 때도. 항상.”

“……으, 으응.”

“결혼반지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해.”

결혼반지라는 표현을, 혜정은 그냥 농담 같은 말이라 생각했는지 낯을 붉히며 웃음을 터뜨렸다.

어찌 됐든 아들과의 약속인 이상 그녀가 이 목걸이를 벗을 일은 없을 터였다.

대성은 혜정과 포옹을 한 번 한 뒤, 이번엔 지수의 방으로 향했다.

불이 환하게 켜진 방에서, 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대성 덕분에 인근에서 제일 유명한 학원에 들어간 뒤로, 그녀는 거실에 나오는 시간보다 방에 틀어박혀 공부에 매진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 모습에 대성은 약간의 뿌듯함을 느끼며 지수에게 시계를 건넸다.

“이게 뭐야?”

“선물. 이거 받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아니, 이걸 왜 갑자기……. 휴대폰으로도 시간 볼 수 있는데. 오빠도 참 별나.”

시계를 건네받은 지수는 손목에 껴보더니 방긋방긋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공부 열심히 할게.”

“그리고 하나만 더 약속해. 이 시계, 항상 차고 있어야 해. 나갈 때는 물론, 집에 있을 때도.”

“그게 무슨……. 오빠 뭐, 시계에 감시 카메라 같은 거 단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얼른 약속이나 해.”

“알겠어, 알겠어. 비싼 선물 사 줬는데 그 정도 약속도 못 지킬까 봐. 자, 손가락도 걸자. 이러면 됐지?”

대성은 지수와 손가락을 걸고 엄지 도장을 찍었다.

직후, 그는 성찬호와 급한 약속이 또 생겼다는 핑계를 대고 집을 나서 골목으로 들어섰다.

CCTV도 없고, 이 근처 길목을 지나는 사람도 없기에 항상 이용하는 그 골목이었다.

‘발라르크와 센티넬이 언제나 주시하는 이상, 가족은 안전해.’

철성을 통해 집을 지키고.

마수를 통해 가족을 지킨다.

그야말로 갖출 수 있는 모든 대책이 마련된 셈이다.

가족의 안전은 완전히 확보했고, 이제는 다음 계획을 실행할 때였다.

“판테온.”

바로 더 많은 소환수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화르륵-

대성은 칠흑 속에서 활짝 열린 잿빛 석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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