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
064
대성의 혼백이 서린 죄악검이 귀왕의 목을 꿰뚫었고, 녀석은 한 번에 숨이 멎은 나머지 짧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촤아악-!
선연한 핏물이 둑 터진 댐처럼 귀왕의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죄악검이 형상을 바꿔갔다.
[구현화 작업을 완료하여 현재 접속 중인 유체에서 혼백이 빠져나갑니다!]
[절대자께서 지닌 현세의 육체가 과거의 유체를 걷어내고 지금 이 자리에 강림합니다!]
터져 나온 피 보라가 진한 혈향(血香)을 흩뿌리는 가운데, 죄악검을 찢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대성이 죽어가는 귀왕의 앞에 섰다.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로 허무한 싸움이었어. 그렇지?”
[……!]
호흡이 멈추고 의식이 사라지는 귀왕의 몸이 재처럼 흐드러지며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온몸이 먼지가 되어 바스러지는 와중에도 녀석의 자줏빛 안광은 선명하게 불타올라 대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원통하다는 듯이.
대성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내 귀왕은 먼지 한 줌 남기지 못한 채 완전히 소멸했다.
그렇게 죽음의 군주가 진정한 의미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사아악-
그곳에 있던 천이 넘는 사령 병사도 군주의 뒤를 따라 일제히 재가 되어 흩날렸다.
재는 봄바람에 실리는 벚꽃처럼 유려하게 날아올라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생기가 돌지 않는 삭막한 영지에 잠시나마 ‘매혹적’이라고 표현할 만한 장관이 펼쳐진 것이다.
‘끝이 아니지.’
이미 일전에 필드 구현 퀘스트를 한 번 해봤기에, 그는 귀왕의 격퇴가 끝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꾸륵-
귀왕이 먼지가 되어 사라진 그 지점에.
어떻게 보면 새하얀 애벌레 같기도, 어떻게 보면 새하얀 태아 같기도 한 뭔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어떻게 이런 일이……!]
[필드의 지배자, ‘귀왕’을 세뇌한 ‘천상의 초월자’가 vqwr%@# fdkdj#%!$.]
[‘천상의 fjdkad’를 처치해 인과율을 조정하[email protected]#fdm,z시오.]
그때 보았던 것과 같이 여기저기 텍스트가 깨지고 뭉개진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무얼 해야 할지, 무엇을 죽여야 할지 똑똑히 알고 있었던 대성의 눈은 그깟 조잡한 메시지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지고하신 분들의 거룩한 과업에 이런 변이 있을 수가 있나! 이런 건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야!]
그보다 좀 더 아래.
대성의 시선은 처절한 기색으로 땅을 기며 절규하는 천상의 초월자에게 못 박혀 있었다.
화륵-!
대성은 초월자의 기괴한 생김새에 눈살을 찌푸리며 아공간에서 업화대검을 꺼내 들었다.
콱-!
[커, 헉……!]
불길에 휩싸인 검날이 초월자의 꼬리로 보이는 부위에 내려찍혔다.
죽이려고 내지른 공격은 아니었다.
대성은 지금 당장 녀석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녀석의 대답이 필요한 의문이 지금 막 머릿속에서 떠오르던 참이었으니까.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 모든 힘은 판테온과 지옥에서 나온다.’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몸을 원래 상태로 복구시켜준 것도.
시스템을 통해 지옥의 아이템과 마수를 지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도.
전부 판테온 덕분이었다.
대성은 생각했다.
앞으로 이 힘을 통해 가족을 지키고, 가족이 있는 세상을 지키고, 그러기 위해서 세상을 위협하는 존재들과 맞서려면.
‘어디서 오는 힘인지 알아야 한다.’
적어도 자신이 다루는 힘의 근원이 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근원의 핵심엔, ‘천상’의 존재라고 하는 이들이 자리하고 있을 터.
게다가 마침 그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는 녀석이 앞에 있었다.
대성은 어떻게든 몇 초라도 더 살려고 발버둥 치는 초월자를 향해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왜 너희 천상의 존재라는 놈들은 지옥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멍청한, 놈……! 내가 순순히 대답해줄 것 같-]
콱-!
초월자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업화대검이 녀석의 꼬리 부근에 쑤셔 박혔다.
[억! 끄어억-!]
“기괴하게 생겨먹은 주제에 아픔은 느낄 수 있나 보군.”
꾸우욱-
대성이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실을 때마다 초월자가 신음 섞인 비명을 흘려보냈다.
“다시 묻겠다. 너희, 뭐 하는 놈들이야. 네놈들이 했다는 ‘봉인’인가 뭔가 하는 짓거리 때문에 여기 살던 떨거지들이 자꾸 나한테 아우성을 쳐. 자기들 좀 구해달라고.”
물론 그만한 혜택과 보상을 바치니 상관은 없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픽-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부짖었던 초월자가 느닷없이 실소를 흘렸다.
대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계(下界)의 양들에 불과한 너희들이, 어떻게 감히 주신(主神)께서 품으신 뜻을 헤아릴 수 있을까!]
“내가 그걸 헤아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네놈 아가리에 달렸겠지.”
하계니, 양이니, 뜻이니, 뭐니.
자신들이 남들의 위에 있다고 착각하는 부류의 입에서 으레 튀어나오는 표현들이, 대성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성이 천천히 손잡이를 앞으로 밀자 초월자의 입에서 더욱더 세찬 절규가 터져 나왔다.
[아아, 알겠어! 말할게! 말하면, 말하면 되잖아! 그러니까 제발 이 빌어먹을 칼 좀 치워!]
“…….”
치우지 않았다.
대신 꼬리에 쑤셔 박은 힘을 살짝 풀어 놈의 숨통을 틔워줬다.
초월자는 자포자기했는지 바닥에 고개를 처박으며 떨떠름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주신께서는 ‘구원’을 준비하고 계셔. 삼라만상, 이 우주에 평화와 안식의 시간이 도래할 수 있도록.]
“주신이란 건, 네놈들의 우두머리 같은 건가?”
[지고하신 주신님을 그런 저속한 단어로 함부로 부르지 마라! 네까짓 어린양 따위가 감히 우러러볼 수도 없는 위대한- 억! 끄아아악-!]
대성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무심하게 손잡이에 힘을 싣자, 초월자의 입에서 벌써 네 번째 비명이 흘러나왔다.
[야만스러운 놈……! 늑대 같은 양! 그래! 너희들의 이런 미개한 작태가 그분은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으셨던 거다!]
“…….”
[주신께서 품으신 목적은, 이 모든 폭력과 야만의 시대를 종식하는 것! 그리하여 마침내 천상의 빛이 전 차원에 내리쬐는 그날, 기적과 구원이 도래할 거다!]
“쉬운 말로 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먹겠다. 그래서 그 구원이란 거랑 지옥을 난장판으로 만든 거랑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야.”
[이곳 지옥 봉인으로 말미암아 그 원대한 과업이 결실을 볼 테니까!]
대성의 귀에는 여전히 뜬구름 잡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감이 잡히는 게 없지는 않았다.
뭔지는 몰라도 아마 주신이란 놈이 자신의 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해 지옥을 봉인한 모양이다.
문제는, 그 계획의 정확한 내용이 뭐냐는 것이지만.
‘자기들이 절대적인 선(善)이라고 믿는 것들이 부리는 수작은, 십중팔구 그 결말이 좋지 않은 법이지.’
초월자는 분명히 말했다.
천상의 빛이 ‘전 차원’에 내리쬐는 그날, 기적과 구원이 도래할 것이라고.
전 차원.
그 말인즉, 주신이란 놈의 계획엔 그가 사는 ‘지구’도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였다.
‘뭔지 알아야 해.’
두고 볼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
정체도 알 수 없는 수상한 자가 소중한 가족이 사는 세계에 멋대로 개수작을 부리는 건.
자신이 모르는 사이 이 천상의 존재라는 놈들이 물밑에서 공사를 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대성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여유가 가득했던 그의 무심한 얼굴에 울긋불긋한 핏줄이 조금씩 돋아나기 시작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으, 응?]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말해. 그 잘난 주신이란 새끼가 그리고 있는 계획. 그리고 네놈들이 어디서 온 잡것들인지 전부.”
[이놈! 이 미개한 놈! 그 입! 그 경망한 입을 조심- 끄어억?!]
“입을 조심해야 하는 건 네놈이야. 착각하지 마라.”
격통에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초월자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한 끗 차이.
여기서 저 미개한 양이 검을 쥔 손에 힘을 ‘한 끗 정도’ 힘을 덜 주냐, 더 주냐에 따라 자신의 생사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초월자의 본능이 경고를 보내는 대로, 지금의 대성은 감정적으로 한계에 직면한 상태였다.
[판데모니움의 마수들이 절대자께 설욕을 간청합니다!]
[판데모니움의 마수들이 울분을 토해냅니다!]
[어떤 마수가 절대자께 초월자에게 끔찍한 고통을 선사하시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그리고 그런 절대자의 감정에 호응하듯, 지금껏 침묵을 지키고 있던 판데모니움의 마수들이 악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안 그래도 머릿속이 복잡한 참이던 대성이 신경질적으로 뇌까렸다.
“입 닥치고 있어. 판단은 내가 내리는 거니까.”
[어……? 너……?]
“너한테 한 말 아니니까 신경 꺼.”
[아니! 그게 아니라! 너……!]
천상의 초월자는 꼬리 부분에서 느껴지는 고통도 무시한 채 몸을 빙글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여태까지 바닥을 향하고 있었던 녀석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 얼굴엔 믿을 수 없다고 외치는 듯한 짙은 경악이 번지고 있었다.
[거기에 갇힌 마수들이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냐?!]
“뭐?”
[왜 판데모니움의 심연에 갇힌 것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냐고! 그건 오직 주신만이-]
그때.
속사포처럼 다급하게 말을 쏟아내던 초월자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대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
[꺼헉……!]
초월자의 안면이, 업화대검에 꼬리를 꿰뚫렸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구겨지기 시작했다.
이내 놈은 꼬챙이에 꿰인 생선처럼 그 동그란 몸에서 뻗어 나온 짧은 다리를 버둥거렸다.
[사도, 사도들이시여……! 하, 한 번만 자비를! 더는 경솔하게 입을 놀리지 않겠습니다!]
“…….”
[죄, 죄송합니-]
녀석이 급기야 눈물을 쏟아내며 몸부림을 쳤다.
그리고 대성의 눈에는 ‘그것’이 똑똑히 보였다.
마치 죽기 싫다는 듯이 애통한 비명을 내지르는 녀석의 두 팔, 두 다리에 어느샌가 묶여 있는 ‘금색의 사슬’을.
‘이건?’
흡사 거열(車裂)형과 같은 광경.
그렇다면, 그 형벌을 집행하는 이 또한 어딘가 있다는 의미.
거기까지 사고가 미친 대성의 시선이 빠르게 사슬을 따라 이동했다.
그곳엔.
[살려주십시오! 사도들이시여! 저는 이대로 죽을 수 없습니다! 부디 제게 실수를 만회할 기회만이라도……!]
순백의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각각 전후좌우 사선에 서서 사슬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눈에 익은 생김새였다.
‘그때 봤던 오르키엘의 종자들과 비슷하게 생겼어.’
업화대검 구현 퀘스트에서 마주쳤던 피라미들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딴 사실은 지금 상황에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이 녀석이랑 얘기하는 중이잖아.”
[끄아아아악-!!]
처절한 초월자의 비명 사이로 대성의 어금니가 내는 빠득거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콱-!
대성이 신경질적으로 업화대검의 손잡이를 움켜쥔 순간, 칼날에 휘감긴 불길이 기름을 쏟아부은 화로처럼 폭발적인 기세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초 치지 말고 당장 썩 꺼지란 말이다!”
초월자의 꼬리에 쑤셔 박힌 업화대검이 쏙 빠져나옴과 동시에.
콰콰콰콱-!!
대성은 터질 듯이 근육이 팽창한 오른팔만으로 풍차처럼 대검을 사납게 회전시켰다.
업화의 불꽃을 머금은 풍압이 사방천지에 휘몰아치며 검기가 뻗쳐나가 형벌을 집행하던 이들의 육신을 산산조각 찢어발겼다.
[……!]
[커헉-!]
이런 사태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사정없이 찢겨나가는 놈들의 표정엔 상당한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꼭, 어떻게 자기들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냐고 의문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모습을 숨기고 찾아온 녀석들인 모양이군.’
마치 그림자처럼.
하지만 이곳 지옥은 대성이 절대자로 군림하는 땅.
그딴 얄팍한 수작은 통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대성은 이 이상 천상의 존재라는 것들이 멋대로 설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제동을 걸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후두둑-
고깃덩어리가 된 녀석들의 살점이 핏물과 함께 흩날리며 대성의 몸을 흠뻑 적셨다.
대성은 이마에 흐르는 피를 손으로 훔쳐내며 초월자를 내려다보았다.
녀석은 눈물범벅으로 동공을 까뒤집은 채 혼절한 상태였다.
‘숨이 붙어 있으면 됐다.’
녀석이 깨고 난 뒤에 정보를 캐내도 늦진 않으니까.
대성은 바닥에 널브러진 초월자를 집어 품속에 넣었다.
그때였다.
[천상의 초월자가 소멸했음을 확인! 붕괴한 시스템을 복구합니다!]
[초월자의 지배가 사라져 해당 필드의 인과율이 조정됩니다!]
[초월자의 지배가 사라져 해당 필드의 인과율이 조정됩니다!]
시스템이 보내온 메시지를 확인한 대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소멸했다고?’
분명 초월자는 아직 숨을 쉬고 있을 터인데, 메시지는 녀석이 소멸했다고 간주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소멸’이란 건,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군.’
즉, 자격 박탈.
‘초월자’로서의 자격이 사라지자 시스템이 녀석이 소멸해버렸다고 판단 내렸을 가능성이 컸다.
같은 천상의 존재들이 녀석에게 형벌을 가했다는 점이 그 증거였다.
‘……정보를 누설한 것에 대한 벌이란 건가.’
놈은 죽기 전 ‘사도’란 존재들의 이름을 외치고 자비를 갈구했다.
뻔한 정황이었다.
‘지켜보고 있나.’
그 천상의 존재들이란 자들.
그중에서도 초월자의 입에서 언급된 사도(使徒)란 자들은 지금 어딘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았다.
슥-
대성은 고개를 들어 먹구름이 잔뜩 낀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대로 우뚝 서서 감각을 곤두세워 기다려보았으나 이변이라 불릴 만한 사태는 이어지지 않았다.
‘나한테까지는 손을 쓸 수 없나 보군.’
그러나 이곳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맹수같이 예리한 대성의 눈이 저 창공 너머에 도사리고 있을 천상의 사도들을 노려보던 그때.
쿵-! 쿵-!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이 깨진 유리잔처럼 갈라지며 커다란 구덩이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틈에서 검은 불길로 둘러싸인 불기둥이 활활 타오르며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굉음이 지축을 쿵쿵 뒤흔들었다.
어딘가에서 서늘하게 불어온 바람이 지상에 당도한 불기둥의 화력을 꺼뜨렸다.
그렇게 사라진 불기둥 사이로 진홍빛 갑주를 입은 사령 군단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
천상의 존재를 집요하게 응시하던 대성은 고개를 숙여 앞을 보았다.
어느덧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망자의 군단들.
그리고 그 선봉에 가시 왕관을 쓴 해골 기사가 붉은 망토를 휘날리고 있었다.
[‘귀왕의 영지’의 시공간이 완벽히 해제되어, 해당 필드에 주둔했던 마수들을 소생시킬 수 있습니다!]
[소생된 마수들은 시공간의 벽을 허물고 절대자에게 영원토록 충성할 것입니다!]
촤촤촤촥-!
지상을 아득히 수놓은 망자의 군단이 동시에 한쪽 무릎을 굽히며 절대자께 충성의 서약을 보내왔다.
과거엔 그토록 두려웠던 적수들이었건만, 지금은 저들 모두가 머리를 조아린 채 대성을 군주로 떠받들고 있었다.
천군만마(千軍萬馬).
제아무리 천상의 존재라는 것들이 음흉한 속셈을 품고 있다 해도.
제아무리 정체 모를 괴수가 자신과 가족이 사는 소중한 세계를 위협한다 해도.
이들이 뒤에 있는 이상, 전부 죽여버릴 것이다.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슥-
“이제부턴 내가 너희들의 왕이다!”
대성이 세차게 불씨를 토해내는 업화대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고,
그어어어어-!!
수백, 수천에 달하는 죽음의 군단이 함성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