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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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목숨이 붙어 있고, 식물인간이 되지 않은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말했다.
사지도 멀쩡하다고 한다.
당분간은 입원하면서 안정을 취한 채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가까운 시일 안에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참 다행이라고.
‘개소리야!’
꾸욱-!
신초영은 잡아 뜯을 것처럼 병상의 이불을 움켜쥐었다.
-이런 말씀 드려서 유감이지만 환부가 하필 복부 쪽이라… 오러가 전부 소실되셨습니다.-
-일상생활엔 무리가 없겠지만, 그, 앞으로 각성자로 살아가시는 건 단념을 하셔야….-
잘근 깨물 아랫입술에서 피가 새어 나오고 눈에선 눈물이 흘러나왔다.
사형선고였다.
사냥꾼이 되기만을 바라며 외길 인생을 걸어온 그녀에게 있어선, 차라리 죽으라는 말과 같았다.
의사의 진단을 듣고 난 뒤,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영혼이 텅 빈 사람처럼 그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병실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나왔다.
-제자의 복수를 위해 <홍마> 소속 단원을 무차별적으로 살인한 <소울> 황준영 단장에게 오늘 징역 15년의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피해자 중엔 미각성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선 법원의 선고 결과가 너무 가혹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곁에 있어 줄 부모도, 친척도 없는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하고 있던 이의 근황이었다.
만남의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은 인연일지라도, 신초영은 황준영을 진심으로 스승으로 여겼다.
반드시 훌륭한 사냥꾼으로 만들어주겠다던 그때의 약속은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신초영이 황준영을 믿고 따르는 만큼, 황준영도 신초영을 아꼈다.
진심이 오가는 관계에선 길게 말로 하지 않아도 그저 눈빛만으로 서로의 감정이 전해지는 법.
고독한 인생에 처음으로 믿고 따라갈 누군가의 뒷모습을 발견했다고, 신초영은 생각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살인마라는 낙인이 찍힌 채 떠나 버렸다.
‘나 때문이야.’
다른 누구도 아닌, 신초영의 복수를 위해.
자기가 모든 걸 망쳤다는 생각이 신초영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의식을 차리고 나니 모든 게 사라지고 없었다.
죽은 부모의 복수를 할 힘도, 기회도, 의지할 이도.
지금은 그저 차가운 병실에 갇혀 무의미한 시간만을 보낼 뿐이다.
그렇게 신초영은 울고 또 울었다.
이불에 머리를 박고, 베개를 잘근잘근 깨물고, 머리칼을 잡아 뜯으며 비명을 질렀다.
간호사가 들이닥쳐 날뛰는 신초영을 붙들었고, 진정제를 놓았다.
다음 날.
신초영은 더는 날뛰지 않았다.
그 대신 식음을 전폐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다.
해가 떠오르고 해가 기울 때까지, 그녀는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았다.
선명하게 펼쳐진 하늘이 보였으나, 모든 걸 잃었다는 가슴 속의 허무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차라리….’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네모난 창문이 있었다.
한 꺼풀 얇은 커튼을 걷고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저 하늘만큼이나 넓은 땅이 내려다보인다.
‘차라리, 그냥….’
이 무력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삶에서 해방되고 싶다.
그리고….
‘그냥….’
엄마와 아빠를 만나고 싶다.
가서 복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이렇게 따라와서 죄송하다고 사과드리고 싶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넓고 따스한 품에 안겨 10년 전의 자신처럼 응석을 부리고 싶었다.
“…….”
간단하다.
창문을 열고, 다리를 걸친 다음.
머리가 아래로 향하게만 하면.
“왜 그런 아까운 짓을 하십니까.”
신초영의 깡마른 팔이 창문 손잡이를 향해 뻗어 나가던 그때.
귀기(鬼氣) 어린 목소리가 음산하게 그녀의 귓전에서 들려왔다.
“……!”
누군가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온 기척은 없었는데?
짧은 찰나, 그런 생각과 함께 신초영의 고개가 급히 돌아갔으나.
휙-.
새카만 손이 아무것도 허공 사이로 툭 튀어나와 그녀를 낚아챘다.
***
‘…원장님께서 주의 깊게 보시라고 하셨지. 그 환자.’
전등 하나 남기지 않고 완벽히 소등된 복도 내부.
젊은 간호사가 서류철을 품에 안은 채 병실을 순회하고 있었다.
주로 ‘집중 관찰’ 대상인 환자들 위주로 말이다.
그리고 그 대상엔 신초영도 포함되어 있었다.
‘깨어난 뒤로는 밥을 한 끼도 안 먹는다는데…. 하긴, 그럴 만도 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신초영의 사정을 알고 있는 이라면 모두가 하나 같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사자 또한 대단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그녀를 담당하는 병원 원장은 주의 깊게 그녀를 관찰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쯧….”
어제 같은 경우엔 밤새도록 비명을 지르고 날뛰는 걸, 진정제를 놔서 겨우 안정시켜야 했다.
어째 오늘은 좀 조용하긴 했지만,
‘그게 더 불안해.’
병실 문을 열면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을까 봐 내심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신초영이 있는 1인실에 도착한 간호사는 간결하게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열었다.
끼익-.
그리고,
“어?”
피로에 찌든 눈에 놀람의 기색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분명 꼼짝없이 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신초영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 어어…!”
한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진 간호사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당 층의 화장실이란 화장실까지 모조리 뒤져 보았으나, 역시 신초영의 행방은 요원했다.
상정했던 최악의 상황.
혈색이 창백해진 간호사는 지금이 환자들이 자고 있을 시간이란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쳤다.
“원장님! 원장님!”
***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떨어진다는 감각과 함께, 시야가 칠흑으로 물들었다.
그렇게 발끝이 닿지 않는, 깊고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는 기분도 잠시.
“허억…!”
질식사 직전에 생환한 사람처럼 신초영이 짧은 신음을 토해내며 눈을 떴다.
제일 먼저 시야에 들이찬 건, 푸른 조명이 군데군데 은은히 빛나는 거대한 암굴(暗窟) 내부였다.
“여긴…?”
“정신이 좀 드셨나 보군요. 처음에는 속이 메스꺼울 수 있습니다.”
의식이 암전으로 물들기 직전 들려왔던 것과 똑같은 남자 목소리.
어안이 벙벙했던 신초영이 현기증을 떨쳐내며 고개를 들었다.
“뭐…!”
엷고 시커먼 천 옷을 걸친 거한.
아니, ‘거한’이라는 표현은 저런 외눈박이 괴물한테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으리라.
그것은 누가 봐도 몬스터였다.
눈앞을 뿌옇게 물드는 현기증에 인상을 찌푸리는 것도 잠시.
“이….”
머릿속 이성의 끈이 끊기고.
신초영이 눈에 불똥이 타올랐다.
몬스터로부터 부모를 잃은 전적을 지닌 그녀로선 당연한 반응.
“이 개새끼들아-!”
부지불식간에 이세계로 떨어졌다는 작금의 당혹감도 활화산 같은 분노 앞에서 뭉그러졌다.
맨손으로라도 이 외눈박이 괴물을 교살(絞殺)하려고 뛰쳐나갔으나,
첨벙-! 퍼버벙-!
바위굴 내부에 흐르던 호수에서 팔다리 달린 인면어(人面魚)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그녀를 짓눌렀다.
“윽, 큭…!”
“신성한 제단(祭壇)에서 그런 난폭한 언행은 삼가십시오.”
“지X. 엿이나 먹어!”
악다구니에 찬 외침이 외눈박이의 눈에 이채를 서리게 했다.
인면어에 둘러 싸여 꼼짝 못 하게 된 신초영을 내려다보며, 외눈박이가 말했다.
“저는 이곳, 동방 구역 제3 제단의 제사장, 제롬이라고 합니다. 괜찮으시면 그쪽도 이름을… 아니. 집어치우죠. 표정을 보아하니 순순히 말할 것 같지는 않군요.”
“잘 아네! 네놈 이름 따위 누가 묻기나 했다고! 너 이 새끼들, 몬스터지? 여긴 어디야! 날 지금 어디로 데려왔냐고!”
“몬스터…. 확실히 중간계의 인간들은 혼세의 주민을 그렇게 부르곤 하더군요. 썩 마음에 드는 호칭은 아니지만….”
시선을 거둔 제롬이 뒷짐을 지며 달관하듯이 중얼거리던 가운데.
신초영은 온몸에 힘이란 힘은 전부 쥐어 짜내며 인면어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방금 저 외눈박이 괴물은, 자신들의 정체가 몬스터임을 인정했다.
“죽여 버릴 거야, 이 개새끼들! 너희들 때문에! 너희들 때문에 엄마랑 아빠가…!”
“…….”
“구역질나는 새끼들아-! 어딜 그 더러운 눈깔로 날 내려다 봐! 두고 봐! 내가! 내가 반드시 너희들을…!”
제롬을 노려보는 신초영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실핏줄이 터졌다.
원한과 분노의 감정이 끓어오르는 그 시선을 지그시 응시한 제롬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렬한 염(念)이 느껴지기에 제단으로 데려왔더니… ‘그릇’이 이 모양 이 꼴이면 병사로서는 못 써먹겠군요.”
“이, 이…! 대체 아까부터 혼자서 무슨 개소리를-.”
“제물로 삼는다.”
짤막한 한 마디와 함께.
제롬은 망토 같은 천 옷을 휘날리며 뒤돌아서더니, 이내 연기가 되어 어딘가로 사라졌다.
“기다려! 거기서, 이 새끼야! 아직 얘기 안 끝-.”
노기가 잔뜩 어린 신초영의 비명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콱!
사방에서 그녀의 몸을 덮치고 있던 인면어들의 악력에 한층 더 강한 힘이 서렸으니까.
“윽…!”
덕분에 신초영은 이마와 콧잔등까지 땅바닥에 짓눌렸다.
그녀는 뼛속까지 사무치는 돌바닥의 차가움을 느끼며, 눈동자만 간신히 굴렸다.
게에엑-.
가아악-.
지느러미에 인간의 손을 더한 듯한 인면어의 마수(魔手)가 징그럽게 꿈틀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생리적인 혐오감을 느낀 신초영이 어금니를 깨물며 눈을 치뜬 그때.
[<그림자 매복>이 해제됩니다.]
신초영도, 그녀를 짓누르던 인면어도, 그런 인면어들에게 명령을 내렸던 제롬도.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바위굴에 드리워진 신초영의 그림자가, 어째서인지 ‘해골’의 형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르륵-.
게에엑…?!
그제야 뒤편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인면어들이 신초영을 짓누르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똑똑히 보았다.
그어어-.
자신들, ‘혼세의 주민’과 명백히 이질(異質)적으로 보이는 존재가, 신초영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오고 있는 광경을.
이어서, 인면어들은 보지 못하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령단장 돌프’의 고유 권능: <망자 바꿔치기>가 발동됩니다.]
그림자를 뚫고 나온 시커먼 존재의 육신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드러지며 모습을 바꿔갔다.
살갗에 각질이 떨어져 나가듯.
짧은 변이(變異)가 끝나고.
저벅-.
묵직한 발소리가 이어졌다.
“오래 기다렸다.”
낮고 무덤덤한 음성이 이 드넓은 바위굴을 집어삼키듯 메아리쳤다.
인면어 무리에게 꼼짝없이 눌린 탓에 뒤를 볼 수가 없었던 신초영은, 순간 또 다른 몬스터가 나타났으리라 생각했다.
게에엑-!
하지만 괴성을 내지르며 떨어지는 인면어를 발견한 순간, 그 생각이 오판(誤判)임을 깨달았다.
“뭐, 뭐야?”
몸을 짓누르던 압박에서 벗어난 그녀가 목소리의 진원지로 쇄도하는 인면어들을 돌아보았다.
상황 파악을 마치기도 전.
콰-앙!
한데 뭉쳐서 달려가던 인면어들이 찌꺼기가 되어 하늘을 날았다.
한 마리의 예외도 없이.
“…….”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착각 속에서.
그제야 신초영은 목소리의 정체가 하얀 머리의 남자임을 알았다.
***
성찬호가 클랜에 있었을 시절 지인을 통해, 신초영이 이틀 전에 막 의식을 찾았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대성은 <은신>을 발동한 뒤,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신초영이 입원해 있는 병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그림자’를 심었다.
[복속된 마수, ‘사령단장 돌프’의 고유 권능이 일시적으로 절대자에게 전승되었습니다.]
[절대자에게 권능이 전승된 동안, 마수는 해당 권능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사령단장 돌프’의 고유 권능: <그림자 매복>이 발동됩니다.]
<스킬 정보>
그림자 매복 Lv.5(Max)
[지정한 대상의 그림자에 사령 병사 한 마리를 심어 놓습니다.]
[그림자에 숨어둔 사령 병사는 전령(傳令)으로서 스킬 사용자와 통신을 나눌 수 있습니다.]
[매복 도중엔 해당 대상에게 물리적 피해를 줄 수 없습니다.]
[매복의 설치는 한 명당 한 번만 가능합니다.]
[스킬의 레벨이 상승할수록 매복의 지속 시간이 증가합니다.]
다름 아닌, ‘디멘션 테이커’가 그녀에게 접근하면 곧바로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령 병사를.
정확히 언제, ‘디멘션 테이커’가 신초영 앞에 나타날지 모르는 이상.
그저 하염없이 <은신>을 유지한 채 그녀 곁에서 대기할 순 없는 노릇이니, 이렇게 하는 편이 차라리 현명했다.
그런데 설마하니.
<그림자 매복>을 설치한 당일 날 바로 입질이 올 줄은 몰랐다.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타이밍.
그림자 속에 숨어 신초영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던 사령 병사는 지체 않고 대성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 뒤론 일사천리.
<스킬 정보>
망자 바꿔치기 Lv.1(Max)
[지정해둔 사령 병사와 위치를 바꿉니다.]
[단, <그림자 매복> 중인 사령 병사에겐 스킬의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대성은 스킬 한 번으로 손쉽게 이계로 넘어올 수 있었다.
‘될 수 있으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었지만….’
‘디멘션 테이커’인 제롬이 계속 입을 놀리도록 놔뒀으나, 신초영이 비협조적으로 나온 탓에 일이 예상보다 급박하게 돌아가게 되었다.
물론, 놈들의 소굴을 찾은 것만 해도 수확은 충분했지만.
‘나머지 정보는 제롬에게 직접 들으면 그만이지.’
‘제단’에 입성한 대성은 땅바닥에 질펀하게 즐비한 인면어들의 사체를 밟으며 나아갔다.
반면.
“어, 어….”
신초영은 그야말로, 귀신에게 홀린 듯한 얼굴이 되었다.
난데없이 나타나 한 방에 인면어들을 날려버리고, 무심하게 걸음을 옮기는 이 남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목소리마저 제대로 안 나오는 한편으로도,
신초영은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강렬한 기시감을 느꼈다.
“아, 혹시!”
알 듯 말 듯 한 저 낯익은 남자의 정체를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저 개성적인 외모와 풍채를 어떻게 쉽게 잊으랴.
“그때 라이센스 시험에서, 단장님이 조심하라고 경고하셨던….”
그리고 2층 필드의 암벽 등반에서 검은 용의 날개를 펼쳤던 독주자.
대성을 알아본 신초영이 뭐라 말을 건네려던 그때.
첨벙-! 푸드득-!
게에엑-!!
바윗굴의 호수에서, 아까와 봤던 것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숫자의 인면어들이 일제히 튀어 올랐다.
불쾌한 비린내에 대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산보(散步)라도 하듯 가볍기 그지없는 걸음걸이.
신초영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
“어, 어쩔 작정으로….”
“…….”
서슬이 묻어나오는 대성의 붉은 눈이 신초영을 힐끗거렸다.
일순 목덜미가 섬뜩해진 신초영이 가냘프게 움츠러든 순간.
화르륵-!
지독한 탄내와 함께 열기가 훅 불어와 그녀의 얼굴을 강타했다.
“윽…!”
피부가 지져지는 듯한 뜨거움에 잠깐 눈을 감았던 신초영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아….”
대성의 그 커다란 손에.
업화의 불길이 휘감긴, 너무나 거대하고, 너무나 두꺼운 한 자루의 대검이 쥐어져 있는걸.
“어쩔 작정이냐고?”
동시에.
그의 대답이 한 발짝 늦게 돌아왔다.
“다 때려 부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