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옥에서 돌아온 한대성-83화 (83/180)

# 83

083

[필드, ‘귀왕의 영지’의 구현화가 해제됩니다.]

필드 구현을 해제하자 반파된 물류창고 내부가 드러났다.

‘귀왕의 영지’에서 싸우지 않았더라면 창고 전체가 소멸하는 건 물론, 이 야밤의 도심지에서 크나큰 소동이 벌어졌으리라.

‘어차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창고니 이 정도 부서진 건 쉽게 눈치 못 챌 거고…. 이 정도면 나름 조용히 수습한 편인가.’

누군가의 시선이 닿지 않는 지형을 소환해 마음껏 싸울 수 있다는 것.

필드 구현의 또 다른 장점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럼….”

대성은 아직도 업화의 불꽃에 휩싸여 타닥타닥 불타는 엘하임을 내려다보았다.

정보 채집의 시간이다.

어디까지나 짐작이지만, 그 ‘어둠 속 사내’가 직접 몸을 빌릴 숙주로 삼은 놈이라면 다른 테이커와 비교해서 직위가 꽤 높은 놈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분명 가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터.

[복속된 마수, ‘사령단장 돌프’의 고유 권능이 일시적으로 절대자에게 전승되었습니다.]

[‘사령단장 돌프’의 고유 권능: <귀안>이 발동됩니다.]

개안(開眼)을 마친 대성의 머릿속에서 엘하임의 기억이 홍수처럼 밀려 들어왔다.

저번에도 그랬듯, 테이커가 되기 이전의 기억은 건너뛰려던 그때.

“이건…….”

기억을 읽는 대성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역시 이놈은 다른 테이커와는 조금 다르다.

-제가 직접 저들의 세계에?

-‘그분’의 부활에 바칠 제물로 중간계의 인간들을…….

-확실히. 아직 이계(異界)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애송이들이니 먹잇감으로 삼기 수월하긴 하겠군요.

-훌륭한 판단이십니다, 군단장님.

머릿속을 엿보기 무섭게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가치의 정보들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이를테면, 태생부터 이미 혼세의 존재였던 엘하임이 ‘오재익’이라는 신분으로 인간으로 둔갑해, 지구에 숨어들어 물밑 공작을 벌였다던가.

-아닙니다. 제게 맡겨 주십시오. 훌륭히 해내 보이겠습니다.

-군단장님께서는 당분간 ‘혈’ 속에서 요양을 취하셔야지요.

-아…. 네. 이제는 전쟁이 끝났으니까요. 네, 주교님. 앞으로는 주교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어둠 속 사내’가, 한때는 ‘혼돈의 거신’을 호위하는 군단장이었다던가.

그저 아주 미세한 편린에 불과했던 여타 테이커들의 기억과는 중요도가 차원이 다른 이야기들의 연속.

그리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대성이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역사가 존재했다.

-천상의 제국은 우리 혼세의 존재들에게 무너질 겁니다.

-그놈들이 어비스(Abyss)에 정신이 팔린 사이, 우리는 우리들의 세계를 다시 쌓아 올리면 그만입니다.

그것은 ‘지구’의 영역을 아득히 벗어나, 우주와 우주, 차원과 차원의 역사를 다룬.

근원(根源), 그 자체의 이야기였다.

혼세. 천상.

그리고 어비스… 아니.

‘지옥.’

대성에게는 그 이름으로 더 친숙한, 그곳마저 한데 얽힌 일화가 말이다.

***

-칙.

1시간가량을 엘하임의 기억을 읽어 들이는데 사용한 대성은 창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담뱃불을 붙였다.

후우-.

스산하게 흩어지는 회백색 연기를 멍하니 쳐다보며, 대성은 방금 다 읽은 엘하임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렸다.

‘이미 늦었다.’

엘하임은 말하자면, 혼세의 군단장인 ‘어둠 속 사내’ 아래서 무수한 병사들을 이끌던 부대장이었다.

나름 높은 직위에 있었던 놈이라 그런지, 엘하임의 기억 속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비단 디멘션 테이커나 ‘어둠 속 사내’에 대한 정보뿐만이 아니다.

‘80년 전… 아니, 지구 기준으로는 10년 전이겠군.’

대성이 지옥으로 떨어지고, 지구에 처음으로 게이트가 나타났던 때.

그때부터 놈들의 계획이 이미 시작됐고, 10년이란 세월이 흐르며 그 계획은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

달리 말해.

‘젠장. 5년만 더 빨리 내가 지구로 돌아왔어야 했어.’

그 10년 동안 충분한 진척을 보인 계획을, 인제 와서 대성 혼자 수포로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2년이라고 했었지.’

엘하임의 기억대로라면, 놈들이 설정한 계획이 완성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2년.

‘어둠 속 사내’를 죽이고 말고 여부에 상관없이, 놈들이 굴린 바위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곳까지 굴러간 상태다.

-탁.

대성은 불쾌하다는 듯이 꽁초를 튕겨냈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본인이 없는 10년 동안 수습하기 어려울 지경까지 판이 벌어졌다고 해서, 얼간이처럼 멀뚱멀뚱 지켜봐서는 안 될 노릇.

‘남은 2년 만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게이트의 씨를 말리고, 디멘션 테이커를 몰살하는 것.

이전이나 지금이나,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최대한 서두를 때가 왔을 뿐이다.

그것이 대성이 판단한, 현실적인 방안 중에서 제일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행동이었다.

‘챙길 건 챙기고.’

대성은 엘하임의 시신에서 반짝이는 빛을 손에 쥐었다.

[혼세의 존재, ‘디멘션 테이커’가 지니고 있던 권능이 절대자의 몸에 스며듭니다.]

[권능: <경화(硬化)>를 획득했습니다.]

<권능 정보>

경화

[혼세의 땅에 자라는 기암(基巖)을 온몸에 두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특정 부위만 권능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원거리로 기암을 투척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항상 싸울 때마다 귀찮게 ‘발라르크의 갑옷’을 꺼내는 것도 성가셨던 참이다.

스킬의 설명을 확인한 대성은 가볍게 오른손에 <경화>를 적용시켜 보았다.

쿠드득-.

대성은 괴석으로 뒤덮인 오른손을 건드리며 경도를 확인했다.

이 정도면, 아마 웬만한 공격에는 버틸 수 있을 터.

물론 자신의 주먹에 허무하게 깨지긴 했으나 그건 그냥 예외로 치기로 했다.

“그럼….”

권능의 수확까지 마친 대성은 파편을 밟고 창고를 벗어났다.

지금은, 집으로 돌아가서 지수와 혜정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이 모든 게 결국 무얼 위해서인지 망각해서는 안 되니까.

***

“세상에….”

다음 날 오전. KHA 본부 건물.

대성이 건넨 문서를 읽어 내려가는 박정호 협회장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었다.

문서는 다름 아닌, 어제 박동혁의 연구소에서 획득한 융합 앰풀의 거래처 명단이 적힌 서류였다.

박정호는 유리잔에 담긴 물로 메마른 목을 적신 뒤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거의, 사람 사는 곳이다 싶으면 다 퍼졌다고 보면 되겠는데요.”

“지금이라도 회수해야죠. 사들인 놈들은 사살하든, 잡아들이든 마땅한 벌을 내리고.”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심지어 북한까지.

놈들의 마수가 뻗치지 않은 나라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협회 인력이 투입되면 좀 낫겠지.’

KHA 또한 융합 앰풀의 존재를 아는 이상, 그들은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었다.

‘오재익… 아니지. 엘하임 말고 다른 테이커가 협회에 숨어들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했고.’

만약 다른 ‘디멘션 테이커’나, 혹은 융합 앰풀을 거래한 전적이 있는 놈이 협회에 있었다면, 이렇게 함부로 공조를 요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이곳은 청정 구역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대성이 건넨 정보는 어디까지나 앰풀의 거래처 목록뿐. 그 외에 알아낸 사실은 철저히 숨겼다.

거기까지 섣불리 정보를 공유할 정도로 협회와 정부를 신뢰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박정호가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맛살을 꾹꾹 꼬집으며 말했다.

“명단에 익숙한 이름이 몇 개 보이는군요. 로버트 버틀러, 케빈 애덤스. 둘 다 미국 사냥꾼 협회 요직에 앉은 이들입니다.”

“서류 넘겨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른 나라 협회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일을 조금 극비리에 진행해야겠군요. 거래처 명단이 저희 쪽에 들어왔다는 걸 저들이 알면 도주를 할 우려가 있으니….”

현명한 판단이었다.

미리 언질을 줘서 놈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파게 만들 순 없다.

그때.

계속해서 명단을 확인하는 박정호의 머릿속 한편에, 또 다른 생각이 자리 잡았다.

‘어디서 자꾸 이런 중요 정보를 얻어 오시는 거지, 이분은?’

서류에 적힌 내용의 진위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출처 정도는 궁금했다.

하지만 입으로 묻지는 않았다.

대성의 표정을 보면 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뱉어야 할 최고의 말은 이 서류를 어디서 얻었냐는 추궁이 아니었다.

협회는 이 남자에게 많은 빚을 졌고, 지금 이렇게 그 빚을 갚을 기회가 오지 않았는가.

“이사진과 회의를 거친 후에 바로 특별 전담팀을 꾸리겠습니다.”

“그러시죠.”

박정호는 눈치를 발휘해 대성이 바라던 최고의 대답을 내놓았다.

크게 만족한 대성은 박정호에게 따로 서류의 사본을 넘기고 원본은 직접 챙긴 뒤, 본부 건물을 나섰다.

<오늘 아침 ‘스퀘어’로 이송 예정이었던 황준영 씨가 어제 새벽, 구치소에서 돌연 모습을 감췄습니다.>

<대학 병원에서 입원 중인 신초영이 어젯밤 갑자기 사라져….>

전광판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곁눈질하며, 대성은 조용히 번화가를 걸었다.

“후우….”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말없이 걷던 대성은 적당히 인적 없는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저벅-.

이내 후드를 깊게 눌러쓴 괴한 두 명이 기다렸다는 듯이 뒤따라 들어왔다.

먼저 입을 연 쪽은 대성이었다.

“무슨 용건이야.”

그런 말이 불쑥 튀어나오자, 괴한 둘은 이미 자신들의 정체까지 들켰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잠시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때, 비교적 선이 두꺼운 쪽에서 후드를 내리며 입을 열었다.

“늙은 몸이지만 그래도 실력이 녹슬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걸 미행이랍시고 한 거면 그냥 녹슬었다고 생각해.”

냉엄한 평가에 황준영은 쓰게 웃으며 옆에 선 사람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후드가 내려가고, 신초영이 얼굴을 드러냈다.

두 번 다시 볼 일 없으리라 생각했던 얼굴들과 다시 마주하자, 대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너희들이랑 길게 말을 나눌 시간이 없어. 앞뒤 쳐내고 본론만 딱 꺼내.”

“함께 하게 해 주게.”

“뭐?”

“부디, 우리가 자네 뒤를 따라가는 걸 허락해 달라는 말일세.”

“그게 무슨 개똥-.”

…같은 소리냐고 대성이 매몰찬 대답을 뱉기 직전.

슥.

황준영이 조용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옆에 있던 신초영이 잠시 눈을 크게 떴으나….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직후, 그녀 또한 황준영을 따라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대성은 이게 무슨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촌극이냐고 생각했다.

저들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를 모르지는 않으니 질문할 필요도 없다.

“둘 다 어디 갈 곳도 없는 처지이니 결국 나한테 빌붙겠다?”

“…….”

틀린 말도 아니고 반박할 말도 없던 탓에, 둘은 조용히 수긍했다.

생각할 가치도 없는 문제.

짐짝은 사양이다.

“다른 사람을 찾던가, 자수하던가 해. 날 찾아온 건 틀린 판단이야.”

“……!”

황준영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쳐들었다.

“우리를 도와 달라거나, 이끌어 달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겠네.”

“그럼?”

“적어도… 적어도 우리가 자네에게 뭐라도 해 줄 기회를 달라는 걸세.”

“한 명은 신분도 변변찮은 살인자 늙은이. 한 명은 그런 늙은이만 쫓는 평범한 여자. 내가 너희들한테 뭘 바랄까.”

“뭐든. 뭐라도. 사소한 일이라도 좋네. 자네로선 선뜻 행하기 곤란한 더러운 일이라도 상관없어.”

부하로 받아 달라.

혹은, 동료로 여겨 달라.

그런 부탁은 황준영 스스로가 생각해도 염치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대로 삶에 목적도 없이, 그냥 유령처럼 떠돌기만 할 순 없네.”

“…….”

“우리가 자네 등만 보고 따라가는 거, 그것만 허락해 줄 순 없겠나? 뭘 좀 해 달라, 우리를 좀 도와 달라. 그런 뉘앙스의 말은 일언반구도 꺼내지 않을 테니….”

대성이 걷고 있는 길.

동등하지 않은 입장이어도 좋으니, 그 꽁무니만이라도 따라가게 해달라고 황준영은 사정하는 것이다.

‘이 성가신 노인네가….’

물론, 대성은 어찌 됐든 이들이랑 관여되는 것 자체가 싫었다.

게다가 대한민국이 벼르고 있는 범죄자라면 더더욱.

그냥 꺼지라는 말이 대성의 목울대까지 차오르기 직전.

‘잠깐.’

생각을 좀 바꿔 보았다.

어차피 저쪽에서 먼저 손과 발이 되어주겠다고 자처해 나온다면, 그것도 써먹기 나름 아닐까?

성가시니 꺼지라고 하는 것보단, ‘장기 말’로서 쓸모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리고….

‘확실히 일손이 부족한 상태이기는 하지.’

융합 앰풀의 회수야, KHA가 협력에 나서주니 그쪽은 문제없다.

하지만 혼세의 적들이 꾸미고 있는 계획을 혼자서 저지하는 데에는 일손이 부족한 것도 사실.

물론 사령 군단이 있기는 하나, 좀 더 유연한 행동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들이 함께 움직여준다면.

확실히 그건 ‘이득’이다.

남은 문제는, 저들이 과연 믿을 만한 인간이냐는 것.

‘테스트해 볼 방법이 없는 건 아냐.’

대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베팅해 볼까.’

밑져야 본전이다.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인 도박.

“너희 둘 다, 나를 따라오겠다는 건….”

대성은 둘 옆에 쪼그리고 앉아, 약간 음산하게 말했다.

“그곳이 설령 지옥 불구덩이더라도 상관없다는 말이겠지?”

***

황준영과 신초영, 그리고 박동혁은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도봉산 어딘가에 은거했다.

황준영이 그토록 강조한 ‘우리’라는 말에는 박동혁도 포함된 것이다.

‘얼마든 상관없지. 세 명이 됐든, 열 명이 됐든.’

몇 분 전과 비교하면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태세 전환.

물론 대성이 이런 배포를 푸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수풀이 우거진 도봉산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박동혁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인정머리 없는 놈인 줄 알았더니 내가 잘못 생각했어. 꽤 통이 큰 사나이였군!”

“박동혁 이 친구야.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무슨 말버릇인가.”

“맞아요. 예의를 좀 갖추세요, 아저씨. 제발….”

황준영과 신초영이 초조한 얼굴로 박동혁을 나무랐다.

대성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됐어. 내 말에 집중이나 해.”

“아, 그러고 보니 우리한테 뭐 시켜볼 게 있다고…. 뭐든 말하게. 우린 이미 각오가 되어 있으니.”

“지금 그 말, 제대로 책임질 수 있기를 바라지.”

딱-!

대성이 경쾌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판테온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렸습니다.]

화르륵-!

허공에 돌연 등장한 잿빛 석문.

셋은 할 말을 잃은 나머지, 저게 뭐냐는 질문도 하지 못했다.

“지옥 불구덩이에라도 들어가겠다고 했잖아.”

석문 밖으로 쏟아지는 빛을 엄지로 가리키며 대성이 말했다.

“뭐 해. 안 들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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