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옥에서 돌아온 한대성-84화 (84/180)

#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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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눈앞에 불타는 문이 나타나자, 셋은 말문을 잃었다.

대성이 얼른 들어가라는 듯이 옆으로 비켜 주기까지 했다.

경악에 사로잡힌 일행을 대표해 먼저 질문을 꺼낸 건 황준영이였다.

“저, 저게 뭔가?”

“규칙을 좀 정하지.”

대성은 저게 뭐냐는 질문엔 대꾸하지 않은 채 말을 잇자, 황준영이 무심코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모두가 새하얗게 쏟아지는 시린 빛에 눈을 떼지 못하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첫째는,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 저게 뭔지. 저 너머에 뭐가 있는지. 저 너머에 있는 것들의 정체가 뭔지. 아무것도.”

“…….”

“말은 일방적으로 나만 한다. 대신 안내는 친절하고 꼼꼼하게 해 주지. 그러니까 질문하지 마.”

질문을 허용하는 순간 밑도 끝도 없어진다.

무엇보다 지옥과 마수의 정체에 관해 물어본다고 해서 깔끔한 정답을 낼 자신도 없다.

지옥에서 살아남으려면 한 가지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바로.

“그냥 그러려니 받아들여.”

“받아들이라니….”

“이해하고 생각할 시간에 몸을 굴려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곳일 테니까.”

물론 이런 식의 조언이 저들의 갈등하는 발을 떼게 할 순 없을 터.

대성은 쏟아지는 빛을 등진 채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이 문 너머가 안전한 곳이라고 말하진 않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죽어야 할 사지(死地)도 아니야. 살고 말고는 전적으로 너희들한테 달렸거든.”

사상도 이념도 존재하지 않는 지옥의 서열은, 전부 각자가 지닌 힘의 논리에 결정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냥 불공평한 세계는 아니다. 싸움만 잘하면 얼마든지 정상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니.

셋 모두 침만 꿀꺽 삼키며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질문을 금지당하니 꺼낼 말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만 약속하지. 나한테 빌붙는 거? 허락한다. 그에 대해선 나도 더는 뭐라 얘기 안 하겠어.”

셋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빛이 쏟아지고 석문이 타오르는 소리만이 정적을 지배했다.

“이게 내가 너희들을 받아들이는 조건이다. 싫으면 관둬.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할 마음 없으면 난 내 할 일 하러 간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성의 말에 마침표가 찍히기도 전.

저벅-.

첫 타자로 발걸음을 내디딘 이는 신초영이었다.

황준영이 본능적으로 그녀를 붙잡으려고 팔을 뻗다가, 이내 거두었다.

“두 분, 뭘 망설여요.”

막대한 백열과 지옥불의 열풍을 고스란히 맞으며, 신초영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불구덩이 속이라도 떨어지겠다는 거, 일단 저는 그냥 해 본 말이 아니었어요. 선생님도 마찬가지 아니신가요?”

“…….”

“저희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갈 곳도 없는 몸으로 길거리에 내앉느니, 차라리 불구덩이에서 타 죽는 편이 훨씬 장렬하잖아요?”

그 말이, 황준영의 마음속에서 어떤 들불이 되어 주었을까.

이윽고 황준영도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따라 석문에 가까이 걸어갔다.

그러자 자연스레 박동혁에게 이목이 쏠렸다.

“나는 불구덩이로 들어간다는 말 한 적 없어.”

“그럼 자네는 이대로 영영 산속에 틀어박힐 생각인가. 도시 괴담에 나오는 괴물도 아니고.”

“이런 젠장. 내가 왜 이딴 고생을 사서 하게 된 건지.”

털로 뒤덮인 다리를 움찔거리며 망설임을 거듭하던 박동혁이 대성을 노려보며 물었다.

“질문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진짜 이거 하나만 딱 묻자. 내가 저 문에 들어가면, 너는 나도 책임져 주는 거냐?”

“적어도 사람들이 다짜고짜 널 몬스터로 오인하고 죽이려 들 일은 없게 해 주지.”

데리고 다니는 소환수라고 둘러대면 그만이다.

이미 이상한 좀비 무리를 이끌고 다닌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퍼진 마당이라 상관없을 것이다.

“물론 그만한 성의를 나한테 보인다면 말이야.”

“젠장….”

어차피 산에 틀어박혔던 인생이니 화려한 도시의 삶 같은 건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원해서 은둔하는 것과 강제적으로 고립당하는 건 천양지차.

박동혁은 칼을 씹어 삼키는 것 같은 표정으로 석문을 향했다.

황준영이 옅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 생각했네.”

“조용히 해. 심란하니까.”

그렇게 셋 모두, 빨려 들어가듯이 빛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마지막 차례인 대성 또한 석문 너머로 입장했다.

끼이익-.

쾅.

***

[판테온에 입장합니다.]

[판테온이 ‘절대자의 일지’를 인식합니다.]

“와…. 엄청 새하얗네요.”

“조심해라, 초영아.”

“씨X. 벌써 불안한데.”

판테온 특유의 허여멀건 공간에 들어선 셋이 저마다 감상을 뱉었다.

그들은 내부의 하얀 세계에만 반응을 보일 뿐, 테두리가 맹렬하게 불타는 시스템 창이나 허공에 부유하는 일지엔 눈길을 주지 않았다.

‘판테온 안에서도 내 눈에만 보이는 모양이군.’

그때, 시스템이 연달아서 또 어떤 알림을 보내 왔다.

-화륵.

[확인되지 않은 세 명의 존재가 판테온에 입장했습니다.]

[그들의 입장을 승인하시겠습니까? 승인을 원치 않을 시, 시스템이 침입자들을 강제 퇴장시킵니다.]

“승인. 그리고 저놈들에게도 시스템이 보이게 할 순 없나?”

그들에게도 각자만의 시스템을 보이게 하는 편이 여러모로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그가 원하는 걸 알아채곤 곧장 대답을 내놓았다.

[지옥의 UI를 승인하신 존재들에게 활성화하겠습니까?]

[활성화 시, 사용자 각자마다 스테이터스 팝업 및 알림 메시지를 열람하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 입장과 퇴장 및 일지의 활성화 등, 전반적인 판테온의 운용은 절대자의 고유 권한입니다.]

아주 좋은 대답이다.

판테온의 운용이 이쪽의 고유 권한이라면, 그건 달리 말해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고삐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렇게 하지.”

대성이 시스템에 명령하는 한편, 나머지 셋은 신기하다는 듯이 그를 멀찌감치 구경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혼잣말을 하시는데… 저희 눈엔 안 보이는 게 보이시나 봐요.”

“흠, 뭔지는 몰라도 방해하지…?!”

화르륵-!

부지불식간에 셋의 코앞에 활활 불타는 사각의 창이 나타났다.

셋 모두 짠 것처럼 동시에 소스라치며 주춤거렸다.

“서, 선생님. 이건…?”

“초영이, 네 눈에도 보이는 거냐? 동혁이, 자네는….”

“이런 젠장, 심장 멎을 뻔했네. 갑자기 뭐야, 이건?”

셋은 알림 창의 정체를 대성에게 물으려다, 우선 그곳에 적힌 텍스트에 먼저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옥의 UI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명령어: <열람>을 통해 스테이터스 창을 확인하십시오.]

그제야 셋 모두 일제히 대성에게 의문이 어린 눈길을 던졌다.

“이쪽 보지 말고, 거기 적힌 대로 해. 그러면 중간은 가니까.”

셋은 멀뚱멀뚱 눈알만 굴리다, 이내 이구동성으로 “열람.”이라고 말했다.

-화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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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초영]

레벨: 1

종족: 인간

보유 스킬: 없음

보유 SP: 0

[근력 10] [내구력 10] [민첩 10] [체력 10]

피로도: 14 (%)

???: [특정 조건 충족 시 해금.]

???: [특정 조건 충족 시 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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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온라인 게임을 모르는 인간은 없는 법.

신초영은 물론, 고 연령인 황준영과 박동혁도 얼떨떨해하면서도, 어딘가 익숙함이 묻어나오는 시선으로 상태창을 응시했다.

“이건 그…. 아무리 봐도 그거 같죠, 선생님?”

“그래, 게임 같구나.”

“근데 물음표 두 칸은 뭘까요?”

“두 칸?”

“근력이랑 내구력, 뭐 이런 것들 밑에 있는 거요. 물음표로 표시된 항목이 두 개 있는데….”

“나는 하나밖에 없는데 초영이 너는 2개냐?”

신초영과 황준영 둘 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다시 한 번 박동혁에게 이목이 쏠리자, 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도 물음표로 표시된 항목은 하나뿐이야. ‘고유 특성’이라고 적힌 거 위에 있는 물음표 말하는 거지?”

신초영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혼자만 항목 하나가 잠겨 있으니 초조해질 만도 하다.

“…….”

시스템의 지배권을 쥐고 있는 덕인지, 대성의 눈에는 셋의 상태창이 훤히 보였다.

같은 시간, 같은 순간에 UI를 활성화했지만 셋은 저마다 조금씩 상태창의 내용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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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영]

레벨: 1

종족: 인간

보유 스킬: 없음

보유 SP: 0

[근력 10(+3)] [내구력 10(+3)] [민첩 10(+3] [체력 10(+3)]

피로도: 13 (%)

???: [특정 조건 충족 시 해금.]

고유 특성:《복수(複數) 차원의 이용자: 모든 능력치가 30%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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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혁]

레벨: 1

종족: 인간, 혼세종(昏世種)

보유 스킬: 없음

보유 SP: 0

[근력 10(+10)] [내구력 10(+10)] [민첩 10(+10] [체력 10(+10)]

피로도: 5 (%)

???: [특정 조건 충족 시 해금.]

고유 특성:《융합체(融合體): 현재 레벨의 모든 능력치가 2배로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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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끼리 떠드는 걸 지켜볼 시간에 설명해 주는 편이 훨씬 빨랐다.

“그것도 거기 적힌 대로다. 고유 특성은 조건을 충족해야 나와. 스킬도 마찬가지. 언젠간 시스템이 알아서 적절한 걸 쥐여 줄 거다.”

“그럼 그 조건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알아서 찾아내야지.”

“…….”

신초영이 안절부절못하며 물음표만 계속 쳐다보았다.

대성도 경험자인 이상, 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특이한 경우군. 한 명은 오러 각성자고, 한 명은 종족 상태부터 남달라서 그런가.”

80년 전엔 신초영처럼 쥐뿔도 없는 일반인이었던 대성도, 저런 경우는 처음 보았다.

황준영이 그녀 어깨를 다독이며 심심한 위로를 건네는 사이.

대성은 일지에 다가가며 시스템에 물었다.

“이미 퀘스트를 한 번 끝낸 지역에 다시 입장할 수 있나?”

[아이템 구현화, 필드 구현화 중 한 개 이상의 퀘스트를 완료한 지역 한정으로 재입장이 가능합니다.]

[현재 재입장이 가능한 필드의 종류는 총 여섯 개입니다.]

[1. 포식자의 숲 2. 귀왕의 영지 3. 염왕의 영지 4. 섬멸룡의 둥지 5. 발라르크의 철성 6. 거미 계곡]

대성은 이 중에서 저들을 가장 혹독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굴릴 수 있는 필드가 어딘지 고심했다.

하지만 소거법이 간단해서 고민은 짧았다.

‘15주(主)들의 영지와 발라르크의 철성은… 죽겠지. 현실적으로 살아남는 게 말이 안 되는 곳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포식자의 숲과 거미 계곡.

저들이 초심자라는 걸 고려하면 ‘포식자의 숲’이 제일 적절했으나….

‘저놈들 사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봐주려고, 내가 지금 여기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건가?’

대성은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에 스친 알량한 동정심을 떨쳐냈다.

결정을 마치고 명령을 내리자, 일지의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갔다.

[46p: -14년 93일에 입장한 지역에 다시 들어가시겠습니까?]

대답하기 전에, 대성은 셋을 향해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준비해.”

“뭐?”

호기심이 번뜩이는 표정으로 시스템 창을 구경하던 박동혁이 물어왔다.

“뭘 준비해?”

“아플 준비.”

[절대자의 명령을 수행합니다.]

[46p: -14년 93일에 입장한 지역에 재입장 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백색 공간이 잘게 쪼개지며 풍경이 뒤바뀌었다.

갑작스러운 이변에 셋이 경계하면서도 탄성을 흘렸다.

하지만 그 탄성이.

“컥…?!”

“웁…?!”

고통 가득한 신음으로 바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음산한 밤의 협곡이 펼쳐지기 무섭게, 황준영과 신초영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쓰러졌다.

“끅…. 커, 커헉….”

“으웁-. 허, 억…!”

마치 교살(絞殺)당하기 직전의 사형수한테서 볼 법한 반응.

대성은 몸부림치는 그들 위로 변이하는 상태 창을 무심히 쳐다보았다.

???: [개방까지 남은 시간: 2분 50초… 2분 49초….]

거미 계곡이 이상한 게 아니다.

지옥에 떨어졌다면 당연히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생리 현상.

그리고 앞으로 여기서 버티려면 반드시 이 고통을 씹어 삼켜야 했다.

“너, 너 이 새끼….”

말도 못 하며 몸을 비트는 황준영, 그리고 신초영과는 달리.

박동혁은 그래도 보고 듣고, 말하는 게 가능은 한 수준이었다.

“제법인데. 자칭 최강 생물의 몸에 들어온 보람이 있겠어.”

“다, 닥…쳐. 무, 무슨…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나쁜 거 아냐.”

이곳은 지구가 아니다.

항상 느끼던 중력과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공기 자체가 다른 이세계.

적응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지. 거기 나온 대로 3분만 버티면 보상이 따를 거다.”

“컥…!”

결국, 박동혁도 견디지 못하고 땅에 손을 짚으며 구역질을 해댔다.

바로 그때.

[‘공간’의 구현화를 완료한 지역입니다. 해당 지역에 서식하던 마수를 재현하실 수 있습니다.]

[재현 가능 마수: 1. 사주(死蛛). 2. 여왕 사주.]

묻지도 않았는데 이런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건, 시스템도 대성의 의도를 알아챘다는 걸까.

오랜만에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며 대성이 입을 열었다.

“사주 소환.”

이들에겐 아직 이 정도.

사주라면 레벨1의 초심자라도 서로 힘을 합치며 필사적으로 싸울 경우, 쓰러뜨리는 게 불가능하진 않으니.

쾅-!

박동혁이 급기야 주먹을 쾅쾅 치며 게거품을 쏟아 내던 가운데.

사각-. 사각-.

그나마 이성이 멀쩡한 편이었던 그의 귀에,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씨…팔….”

죽을힘을 쥐어 짜내는 박동혁의 고개가 천천히 소리의 진원지로 돌아갔다.

그리고 보았다.

사각-. 사각-.

[사주 50마리가 필드에 재현되었습니다.]

어둠을 뚫고 사방에서 꾸물꾸물 기어 오는 거미들을.

그 크기 하나하나가 세로로 세우면 성인 남성의 키에 버금갈 정도.

세 쌍의 보랏빛 눈구멍이 암흑 속에서 흉흉하게 번뜩였다.

“3분 버티고 제정신 돌아오면, 저놈들을 죽여라. 레벨 업 해야지.”

“이런 개새…!”

“죽을 각오로 싸우면 이기지 못하는 게 이상한 놈들이야.”

“으, 으아아아아…!!”

내장을 토해 낼 기세로 비명을 지른 박동혁이, 인사불성이 된 나머지 둘을 겨드랑이에 끼고 물러섰다.

다리에 힘을 주고 중심을 잡는 간단한 행동에도 뇌세포가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기분이다.

휙.

원망 어린 눈빛이 창처럼 대성에게 날아갔다.

대성은 가볍게 흘려 넘기며 나직하게 시스템을 향해 명했다.

[해당 지역에서 퇴장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예’를 택하기 직전.

대성은 통보했다.

“여기랑 바깥 현실은 시간이 똑같이 흘러.”

‘진짜 지옥’은 1년이 10년이었지만, 판테온이 구현한 지옥은 현실과 같은 시간이 경과했다.

“정확히 하루에 한 번씩 생존 확인하러 올게.”

“이, 이런 씹…!”

“레벨 20. 너희들 목표다. 내가 1년 동안 달성한 레벨의 2배지.”

-휙!

제일 지척까지 접근한 사주 한 마리가 날아들자, 박동혁이 오른발을 휘둘러 아슬아슬하게 쳐냈다.

시스템을 떠나서 박동혁, 본인부터가 육체적 스펙이 뛰어나기에 최악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터.

그 장면을 본 대성은 안심하고 ‘예’를 눌렀다.

“그럼 난 내 할 일 하러 이만.”

휘휘 손을 내젓는 그를 향해, 박동혁이 욕설을 뱉기도 전.

팟-.

땅으로 꺼진 듯이 대성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저… 저 악마 같은 새끼…!”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지만, 쉴 새 없이 몰려오는 거미 새끼들 때문에 울 시간도 없었다.

그렇게 박동혁은 어느새 기절한 상태인 두 사람을 겨드랑이에 낀 채.

팍-!

퍼벅-!

도망치고, 구르고, 차고…. 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은 전부 동원했다.

체감적으론 300년이었지만.

딸깍-. 딸깍-.

[개방까지 남은 시간: 3초… 2초… 1초….]

시스템은 공평하고 정확하게 초를 쟀다.

-딸깍.

그렇게 3분의 고문이 종료된 순간.

[마력(魔力)이 개방됩니다.]

번쩍.

황준영과 신초영의 눈이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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