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
086
우르르…….
쾅-!
검은 구름을 뚫고 쏟아진 시퍼런 벼락 한 줄기가 어느 높은 마천루 옥상에 작렬했다.
귀청을 찢는 폭음이 솟구침과 동시에, 건물 머리 부분이 통째로 터져나갔다.
“아, 아아……!”
뉴욕 맨해튼.
기나긴 행렬을 자아내던 시민들이 잠깐 걸음을 멈추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안 돼…….”
9.11의 트라우마는 아직도 미국 시민의 뇌리에 선명히 각인된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저 멀리서 폭발하는 빌딩의 모습은 그 트라우마를 다시금 끄집어내기에 충분했다.
“으, 으아아아-!!”
“도망쳐-!! 도망쳐-!!”
이성을 잃은 시민들이 혼비백산하며 달음박질쳤다.
회백색 거리엔 시민들의 찢어지는 비명이 끊이질 않았고 아까 그 벼락의 여파 때문인지 모든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었다.
끼이이- 쾅!
작동이 멈춘 자동차들이 도로 위로 미끄러지며 지척에 있는 건물 입구나 전봇대에 충돌하고…….
작금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던 방송용 헬기가 공중에서 수십 바퀴나 회전을 거듭하다 끝내 지상으로 추락했다.
“꺄아아악-!!”
“으아아악-!!”
아슬아슬하게 유지됐던 거리의 질서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대규모 피난 사태 발발 4시간 만에 벌어진 일.
지구 전역을 뒤덮은 초대형 게이트가 이제는 급기야 지상에 천벌을 내리기 시작했다.
***
<……보셨다시피 지금은 전용기를 띄울만한 상황이 못 될 것 같습니다, 대성 씨.>
“…….”
<미국을 기점으로써 현재 수많은 나라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 중인데, 이 기세면 한반도도 곧-. 여보세요? 여보……치직-.>
지저분한 잡음이 두어 번 끼더니, 이내 박정호 협회장의 목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게 됐다.
대성은 고장이 난 휴대폰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한국도 조졌네.”
박동혁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한편, 신초영은 잠깐 판테온에 들어갔다 나온 사이에 이런 사달이 났다는 게 실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상황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은 질문이 튀어나왔다.
“어, 음……. 저희 그럼, 마카오로 못 가는 거예요?”
“문세걸, 그놈은 홍콩의 정계(政界) 인사들과도 줄이 닿는 놈이지.”
“네?”
질문에 부합하지 않는 엉뚱한 대답이 돌아오자 신초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성은 시커먼 화면만 보이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지금쯤 높으신 분들 전용 방공호로 부리나케 튀고 있을 거다. 그 전에 빨리 목을 따야하지 않겠어?”
“하지만 전용기도 없는 마당에……. 아니, 있어도 한국에서 홍콩까진 하루가 꼬박 걸릴 텐데요?”
그때쯤이면 이미 방공호에 숨어든 걸 넘어 그곳에서 샴페인까지 기울이고 있을 시간일 터.
그러나 대성은 대답 대신, 구현의 인(印)이 그려진 손을 뻗었다.
[<지옥의 해츨링 드래곤>이 구현의 인에서 소환됩니다.]
2년이란 세월 동안 판테온을 전전한 건 황준영 일행뿐만이 아니다.
대성 또한 지구의 일을 해결하면서, 틈틈이 지옥을 왕래하며 구현화 퀘스트를 수행했다.
그리고 아이템과 필드 구현화 퀘스트를 전부 마친 곳 중에는 ‘섬멸룡의 둥지’라는 지역이 있었다.
눈앞에 등장한 세 마리의 해츨링이 그 결과물이다.
크륵-! 키엑-! 카악-!
구현의 불꽃이 사라진 자리에서 크기가 대형 곰만 한 검은 비늘의 드래곤이 나타나 저마다 울부짖었다.
황준영이 선홍빛 눈매를 번들거리며 응석을 부리는 해츨링을 가리키더니 물었다.
“설마 우리 보고 이놈들을 타고 마카오까지……?”
“마력 아까워서 전용기 태우려고 했는데 말이지.”
“자, 자네가 우리를 신뢰해 주는 건 고맙게 생각하지만…….”
하늘에는 재해가 휘몰아치는데 용을 타고 외국까지 날아가라니.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황준영과 달리, 신초영은 조금 신이 난 표정이었다.
“뭐 어때요? 재밌을 것 같은데. 저, 실은 대성 씨가 용 타고 다닐 때마다 좀 부러웠거든요.”
“좋은 마음가짐이다. 이 기회에 실컷 타.”
이때, 해츨링들이 셋에게 다가가 얼른 타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몸을 숙였다.
용 탑승은 이번이 첫 경험이었던 그들은 조심스레 해츨링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펄럭-!
해츨링은 등에 돋은 두 장의 날개를 힘차게 펄럭이며 비상했다.
“…….”
그들이 칠흑에 휩싸인 밤하늘로 사라지는 걸 확인한 대성은 한 번 더 구현의 인이 새겨진 손을 뻗었다.
[<한대성의 섬멸룡>이 구현의 인에서 소환됩니다.]
그리고 방금의 해츨링과 비교도 되지 않는.
그야말로 ‘진짜’라고 할 수 있는 흑색의 용이 수그러드는 불꽃을 찢어발기며 나타났다.
크오오오-!
섬멸룡이 하늘까지 끌어내릴 듯한 기세로 포효를 토했다.
대기가 물결치듯 요동치며 바닥에서 자욱한 흙먼지가 쓸려 나왔다.
“그래.”
지금껏 보지 못했던 ‘거대한 것’이 익숙한 하늘에 있어서일까.
오늘따라 투기(鬪氣)가 넘쳐흐르는 섬멸룡의 등에 올라타며, 대성이 낮게 말했다.
“어디, 하늘 끝까지 날뛰어 보자고.”
그리고 고개를 들어 올려 흑운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이내 ‘그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게이트 틈새로 흘러나와,
구름을 갈라내며 지상으로 쏟아지는 혼세의 괴수들을.
***
“EMP 발생 직전에 접수된 소식에 의하면, 미국 8공군에서 보낸 공격기 스무 대가 전부 추락했다고 합니다.”
“…….”
“초대형 게이트에서 발생하는 펄스 때문에 접근조차 불가능하다고….”
KHA 본부 회의실.
이사진의 보고를 받은 박정호 협회장은 본인의 귀를 의심했다.
접근조차 불가능하다고?
많은 이들의 악몽으로 남은 7년 전 1등급 게이트도 최소한 ‘돌입’은 가능했는데?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건, 아예 공략할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말인가?”
“…….”
정답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던 이사진들은 침통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사냥꾼들이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지 않는 이상, 저기 대기권에 뜬 게이트에 돌입할 방법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까부터 게이트에서 터져 나오는 펄스 에너지가 그 최후의 수단마저 차단시켰다.
마치.
0.01%의 희망도 허락해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저, 협회장님? 일단 본부 지하실로 대피하시죠. 계속 이곳에 계시면 위험합니다.”
임원들이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박정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하늘엔 이상한 게 떠올라 벼락을 떨어뜨리고, 사람들은 피난길에 올랐네.”
“…….”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마음 편히 발을 뗄 수 있겠나?”
본인이 생각해도 쓸데없는 아집이고, 고집이었다.
본인이 여기에 남는다고 해서 상황이 호전되는 것도 아닐 텐데.
하지만…….
“무슨 대책이라도 짜내야하지 않겠는가. 도망만 칠 게 아니라.”
나직하게 흘러나온 그의 말이 회의실 분위기를 엄숙하게 만들었다.
이때, 무거운 적막이 껄끄러웠던 임원 중 하나가 의견을 냈다.
“한대성 씨는 용처럼 생긴 소환수를 타고 다니셨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그분 말고는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지 않나 싶군요.”
“뭐, 확실히 그 용이라면 펄스와 상관없이 게이트로 돌입할 수 있겠지만…… 글쎄요.”
맞은편 사이드에 앉은 다른 임원이 의견을 받았다.
“아무리 그분이라고 해도, 혼자서 저 정도 크기의 게이트를 닫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인정하긴 싫지만, 솔직히 박정호도 그 의견엔 동감이었다.
대성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게 아니라, 저만한 크기의 게이트를 사람이 혼자서 닫는다는 게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침묵이 흐르고, 임원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머리를 굴렸다.
물론 개중엔 이미 생각을 포기한 자도 여럿 있었다.
전자 기기는 먹통이고 다른 사냥꾼과 연락도 되지 않는다.
설령 연락이 된다 한들, 저 높은 대기권에 뜬 게이트를 어떻게 하란 말인가.
미국 국방부도 좌절한 마당이거늘.
그때.
지직-. 직-.
“어!”
암전 상태였던 회의실 내부의 텔레비전 화면이 서서히 복구되며 노이즈가 들끓기 시작했다.
전파가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
동시에, 문득 회의실 유리창 바깥으로 시선을 돌린 임원 중 한 명이 경악성을 터뜨렸다.
“혀, 협회장님!”
그러자 텔레비전 노이즈를 바라보던 눈들이 일제히 바깥을 향했다.
그 순간.
박정호 협회장을 비롯해,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걸 느꼈다.
끼이이이-. 이히히-.
끼이-. 끼이이-.
어둑한 하늘을 음산하고 커다랗게 물들이는 귀곡성(鬼哭聲).
말라비틀어진 미라 같은 것들이 날개를 퍼덕거리며 저마다 창을 꼬나쥔 채 구름을 뚫고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어, 어어……?”
도감(圖鑑)에도 기록되지 않는 것들의 출몰.
박정호는 프렉쳐가 터진 건가 싶어 다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게이트는 여전히 검은 구름을 집어삼킨 채 흉험한 기세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아직 게이트가 터지지도 않았는데 왜 몬스터가……?!”
심지어 그 규모가 무려 군단형 게이트에서나 볼 법한 대군이다.
벌집에서 빠져나온 벌떼처럼 어느새 하늘을 한가득 메운 날개 달린 미라들.
결국 이성이 버티지 못한 임원이 다급하게 외쳤다.
“혀, 협회장님! 이제는 진짜로 지하 대피소로 가셔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저희 다……!”
끼이이이이-!
칼로 칠판을 긁는 듯한 괴성이 임원의 말을 가로막았다.
“윽……!”
소리를 들은 이들이 전부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무심코 질끈 감은 눈을 천천히 뜨기 무섭게.
“허, 억…….”
입술을 달싹대며 절망 어린 신음을 토해 냈다.
키이이잉-!
밤하늘을 수놓은 미라들의 창에서 끈적하고 소름 끼치는 기류(氣流)가 요동쳤기 때문이다.
활처럼 몸을 휘고, 창을 쥔 손을 길게 뒤로 뺀 미라들.
그건 누가 봐도, 투창(投槍)을 준비하는 자세였다.
“도망쳐-!!”
임원 중 한 명이 그리 비명을 내지른 순간.
파바바바바박-!!
미라들의 손을 떠난 붉은 기류의 창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멀리서 보면, 마치 진홍의 폭우가 쏟아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아, 아아아-!!”
“엄마아아-!”
피난길을 이어가던 거리의 사람들이 귀를 틀어막고 몸을 숙이거나,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아비규환이 펼쳐지려던 찰나.
콰가가강-!
파칭-! 파지지직-!
“……?”
정적이 흘렀다.
귀를 막은 채 몸을 바짝 엎드린 사람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의아해하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하늘에서 미친 듯이 쏟아져 내리던 창들이.
파스스-.
‘반투명한 막’에 가로막혀 허망하게 녹아내리고 있음을.
“이, 이건 대체……?”
구름과 땅의 정확히 중간 지점.
그 지점을 오로라처럼 둥글게 둘러싸며 등장한 ‘돔’의 존재에, 박정호는 두 눈을 깜빡거렸다.
저 둥근 방호막이 창공에 떠오른 외적들의 공습을 막아준 것이다.
끼이이-?
미라들 또한, 이것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라는 듯 의문 섞인 울음을 흘렸다.
그렇게 인간과 괴물 모두의 어안이 벙벙해지던 찰나.
크오오오오-!!
무언가 검고 커다란 덩어리가, 난폭한 포효와 함께 돔을 찢어 내고 하늘로 난입했다.
그 순간,
“아…….”
누군가는 영문 모를 사태에 얼음처럼 경직된 한편.
“아, 아아…….”
누군가는.
방금 한반도 전체를 할퀴고 지나간 그 포효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다름 아닌.
2년 전, 강남구 도곡동 프렉쳐 사태의 당사자들.
그리고 박정호가 바로 그 눈물을 흘린 ‘후자’에 속한 자들이었다.
“하, 한-.”
콰과과각-!!
하늘로 날아오른 검은 형체가 단순한 쇄도만으로, 경로에 있던 미라 수십 마리를 일제히 찢어발겼다.
우와아아아아-!!
그제야 상황 파악을 끝낸 지상에선 환호가 터져 나오고.
박정호 협회장의 입에는 그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한대성 씨……!”
왜일까.
저 남자 혼자서는 무리란 걸 알면서도, 막상 그의 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크오오오오-!!
섬멸룡이 울부짖고, 미라들이 허무하게 죽어 나갔다.
화르륵-!
그리고 그 중심엔, 불의 대검을 움켜쥔 대성이 있었다.
***
2년 전.
엘하임의 기억을 통해 초대형 게이트의 출몰을 예감한 뒤로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저 초대형 게이트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것들과는 모든 상식을 부정하는 놈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문(Gate)은.’
‘상식’이라 받아들인 것들이 오히려 ‘비상식’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안쪽에 있는 저놈들도 나올 수 있기에 문이라고 불리는 거겠지.’
왜 인류는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문을 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을까.
우리가 문을 넘을 수 있다면.
반대편에 있는 저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쐐애-액!
섬멸룡을 타고 미라 괴물들이 있는 하늘로 비상하자, 찬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까지 나타났던 게이트는 모두 아종(亞種)이야.’
쉽게 말해서 불량 제품.
프렉쳐가 터지지 않으면 문 안쪽에 있던 놈들은 권역 밖으로 나오는 것이 불가능했으니, 그게 불량이 아니면 뭐겠는가.
물론 지금까지 불량 제품만 사용했던 것도 저놈들의 계획 중 일부였지만 말이다.
뒤집어 말해.
아직 ‘프렉쳐’가 터지지도 않았는데, 조금씩 틈새로 혼세의 존재를 내보내는 저것이야말로.
‘저게 진짜 게이트다.’
‘아종’만 상대한 인류 앞에 처음으로 등장한 ‘진짜’였다.
그리고 ‘진짜’의 등장을 예감하고 있었던 그는 진즉에 대책을 마련해둔 상태였다.
바로 천상의 상점 창을 통해서.
《백색 영지의 수호막》
* 천상계에서도 손에 꼽는 평화와 안식의 땅, ‘백색 영지’의 영원(永遠)을 책임지는 아이템.
* 일정 반경에 배리어를 형성시키는 소형 원기둥 형태 설치물입니다.
* 아이템을 많이 설치할수록 배리어의 형성 반경이 넓어집니다.
* 단, 크기와 반경을 불문하고 배리어는 최종적으로 하나밖에 생성되지 않습니다.
* 배리어는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소멸됩니다.
* 해당 아이템은 지맥(地脈)에만 반응하기에 해양 내에선 설치하실 수 없습니다.
* 배리어의 방어력을 상회하는 공격이 가해질 시, 배리어는 파괴됩니다.
2년 동안 부단히 움직였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게이트를 닫고, 디멘션 테이커를 죽이며…….
대한민국 전체에 <백색 영지의 수호막>을 설치하는 것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았다.
텃밭에 볍씨 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지금.
[《백색 영지의 수호막》이 발동됩니다.]
그 귀찮고 짜증나기 그지없었던 볍씨 심기가 열매를 활짝 맺었다.
끼이이-.
미라들은 심혈을 기울여 가한 선제공격이 가로막혀서 그런지, 기분이 대단히 불쾌해 보였다.
끼이…….
이, 이히히…….
하지만 놈들은 이내 음습한 냉소를 흘렸다.
괜찮다.
자신들, 혼세의 공수 부대가 여기 한반도에만 나타난 것도 아니고.
지금쯤 지구 전체의 상공에서 병력이 쏟아져 내리고 있을 텐데.
정작 이 배리어는, 보아하니 이 작은 땅에만 형성이 된 듯하다.
여기는 그렇다 쳐도, 다른 지역에선 몇 분 뒤면 피바람이 몰아닥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가학성을 띤 웃음을 흘리는 미라들이었으나…….
“…….”
-슥.
대성이 갑자기 손바닥을 위로 뒤집자, 놈들은 웃음을 멈추고 잠시 저 행동의 의미를 해석해야 했다.
“나와라.”
그의 손바닥에 새겨진 또 다른 ‘구현의 인’은 알아채지 못한 채.
[천공의 군단장 ‘디오그마’의 천마병(天魔兵)이 절대자의 명령을 따릅니다.]
지옥의 15주(主) 중.
유일하게 ‘땅’이 아닌 ‘하늘’을 다스려, ‘천공왕’이라고 불리었던 자.
그 자가 호령했던 대군들이 천외천(天外天)에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