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옥에서 돌아온 한대성-95화 (9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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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구매]

* 구매자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1순위에서 3순위까지 보여 줍니다.

* 제공되는 정보의 유효 범위는, 구매한 시점으로부터 48시간입니다.

* 정보는 1일 1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구매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얼핏 보기에도 많은 점이 달라져 있는 게 대성의 눈에 들어왔다.

우선.

이전의 ‘정보 구매’가 대상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를 딱 한 가지만 보여 줬다면, 이번엔 순위를 둬서 총 세 가지씩이나 보여 주었다.

‘가장 중요한’ 정보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 뒤를 따르는 2, 3순위의 정보도 미리 알 수 있다면 대단히 큰 도움이 된다.

‘당장 확인해 보는 게 좋겠지.’

무엇보다 정보력이 미치는 유효 범위가 2배로 증가했다는 점이 이번 상점 창 개편의 가장 큰 의의다.

대성은 지체하지 않고 ‘구매’ 버튼을 선택했다.

[정보 구매 1회당 공적 포인트가 총 200,000pt 필요합니다.]

편의가 늘어난 대신, 구매에 필요한 포인트가 두 배로 늘어났다.

무슨 상관이랴.

가격이 두 배로 뛴들 효용성은 그 이상으로 폭증했는데.

[공적 포인트 200,000pt 지불하고 정보를 구매합니다.]

[허공록(虛空錄)이 생성됩니다.]

머리 위에서 금빛의 문서가 하늘거리며 대성의 손에 안착했다.

‘정보 구매’가 개편되어도 허공록의 생김새 자체는 변화가 없었다.

대성은 바로 허공록을 펴 들어 정보를 확인했다.

《1순위 정보》

「이틀 뒤 국제 헌터 연맹에서 주요 각국의 협회 대표들 간에 회동 자리를 가질 예정.」

「연맹의 총장을 비롯해 많은 나라의 대표들은 사용자, ‘한대성’에게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그들은 사용자가 가진 미지의 힘에 대한 출처 파악 및 소환수를 연맹에 귀속시키기 위해 청문회를 열 것을 회동에서 검토.」

「검토 결과, 사용자 ‘한대성’을 청문회에 소환할 것을 확정 짓는다.」

「본 문서에 기록된 미래가 그대로 일어날 시,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인 피해가 일어난다.]

중요한 정보일수록 받아들이기에 민감한 이야기가 포함되는 법.

‘1순위’ 정보에 나온 얘기는 기분이 좋았던 대성의 기분에 찬물을 퍼부었다.

‘쓰레기 같은 놈들.’

쉽게 말해.

연맹의 인간들은 대성을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하긴.

몬스터 같은 괴물을 소환하고, 현대의 인지(人知)를 벗어난 무기를 다루며 격이 다른 강함을 뽐내는데 의심을 할 수밖에.

이해해줘야 할까?

‘돼지 새끼들.’

엿이나 먹으라고 하고 싶다.

기껏 한 몸 바쳐서 초대형 게이트를 닫아 줬더니 돌아오는 취급이 저거란다.

여기에 이해고 뭐고 할 게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은혜도 모르며 대성을 위험물로 취급했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건.

“소환수를 귀속시키겠다고?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어처구니가 없었던 나머지 속에 있던 말이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다.

이 세상에서 제일 화나는 것 중 하나가 가진 걸 빼앗기는 거다.

하물며 빼앗는 이들이, 권력을 앞세운다면 더더욱.

‘명성을 얻으면 이런 부작용이 따른단 말이지.’

이게 싫어서, 2년 전 지구로 막 돌아왔을 때는 명성을 얻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대책이 필요해.’

마음 같아선 다 죽여 버리고 싶으나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터.

다른 건 몰라도, 그들이 지옥의 소환수를 건드리려 한다는 것만큼은 참을 수가 없다.

‘아예 그럴 생각 자체를 접게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의구심을 가졌다 한들,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하도록 단단히 마개를 채울 필요가 있었다.

그들에게 소환수를 넘기는 척, 소환수가 주인을 떠나 이성을 잃었다는 명목으로 난동을 피우게 할까?

‘아니. 안 된다.’

그렇게 소환수를 앞세워 대책 없이 일을 벌이면 불똥을 맞는 건 결국 대성이다.

당장 이틀 뒤에 벌어질 일이라고 하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걸 알면서도, 눈길은 자연스레 ‘2순위’ 정보로 이동했다.

《2순위 정보》

「9시간 뒤 미국의 <컨트리> 클랜에서 사용자에게 협력을 요청해 올 예정.」

「사실상 협력 요청을 가장한 암살 시도이다.」

「본 문서에 기록된 미래가 그대로 일어날 시,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인 피해가 일어난다.]

“…….”

1순위 정보에는 화를 냈지만, 2순위 정보에는 본인도 의미를 헤아릴 수 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초대형 게이트를 닫자마자 이런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게 그냥 기분 탓만은 아니리라.

‘혼세의 괴물을 전부 죽여도, 그와 견줄 쓰레기들은 인간 세계에 넘치는 법이었군.’

세상을 구하면 뭐하나.

결국, 쓰레기 같은 놈들의 본질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한 차례 더 웃어준 뒤, 대성은 나머지 3순위 정보도 확인했다.

지수가 대학 캠퍼스 커플이었던 남자 친구와 이별하고 괜히 대성에게 화풀이한다는 내용. 알아둘 가치가 있는 정보였다.

***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대형 클랜, <컨트리>의 본부 건물은 아침부터 굉장히 분주했다.

그곳의 단장, 그랜트 넬슨은 직접 영업팀 사무실로 행차하면서까지 직원들을 닦달했다.

“3등급 생존형 게이트 제대로 낙찰받았나?”

“지금 <하이브> 클랜과 입찰 경쟁 중입니다. 저, 이대로 가다간 3등급짜리 하나에 클랜 예산이 오버될 것 같은데 차라리…….”

“그 예산이 네 돈이야? 약한 소리 하지 말고 무조건 그걸로 낙찰받아! 지금 미국에 등장한 생존형 게이트는 그거밖에 없다고! 그 새끼들이 알아서 물러날 때까지 밀어붙여!”

노기 어린 고함이 돌아오자, 영업팀 직원은 그대로 입 다물고 예약 전쟁에 몰두했다.

잠시 뒤. 정신적으로 탈진한 직원이 입에서 단내를 풀풀 풍기며 말했다.

“낙찰…… 성공했습니다.”

혹시 싶어서 그랜트는 모니터에 나온 낙찰 금액을 확인했다.

확실히, 고작 3등급치고는 뼈아픈 금액이 적혀 있었다.

이따위 자존심 대결에 어울려준 <하이브>도 덩달아 한심해 보일 지경으로.

‘생존형이 아니면 안 돼.’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헛돈을 쓴 건 아니었으니까.

‘놈을 죽이려면 생존형이어야 한다. 무조건.’

만약, 진정으로 노려야 할 사냥감이 ‘몬스터가’ 아닌 ‘인간’일 경우.

통상형, 군단형, 생존형 중에서 제일 적절한 걸 고르라면 단연코 생존형이었다.

체류 시간이 긴 만큼 살인 시도를 할 기회도 많고, 뒤처리도 여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

이것이 그랜트가 눈에 불을 켜며 미국 유일의 생존형 게이트를 비싼 돈 주고 산 이유였다.

그가 직원을 붙잡고 물었다.

“돌입 시간은?”

“내일 오전 9시 20분까지입니다.”

“그럼 지금 당장 한대성한테 메일 보내. 전력 부족으로 공략하기 버거운 게이트가 생겼으니 도와 달라고.”

“예.”

물론 일개 영업팀 직원은 그랜트의 음습한 꿍꿍이를 알지 못했다.

그냥 윗선이 하라니까 할 뿐.

그랜트는 영업팀 사무실을 벗어나 본부 건물 최상층으로 향했다.

거기엔.

열댓 명가량의 ‘선수’들이 도열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그랜트의 ‘꿍꿍이’를 공유하는 자들이었다.

“한 명이다.”

그랜트가 선별하고 또 선별한 ‘정예’들을 훑으면서 말했다.

그들 하나하나가 최소 A급. 개중엔 앤드류를 포함해 두 명의 S급마저 포함되어 있었다.

여기 있는 그랜트까지 더하면 무려 네 명의 S급이 모여 있는 셈.

2년이 지나도 아직 한국엔 총 여덟 명의 S급밖에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가히 무시무시한 라인업이 아닐 수가 없다.

“그 건방진 동양 놈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결국엔 한 명에 불과하다. 두려운가?”

그랜트가 정예 팀원들의 면면을 돌아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가 원한 패기 어린 대답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앤드류를 제외한 팀원들은 주저하면서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그랜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관자놀이에 힘줄을 세웠고, 앤드류가 실소했다.

“저는 이런 겁쟁이들과 한 팀이라는 사실이 더 무서운데요, 그랜트?”

노골적인 도발이 이어졌다.

말을 잇지 못하던 이들이 순간 눈을 부라리며 앤드류를 노려보았다.

앤드류는 그들이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끼며 응대했다.

“뭘 봐. 아하. 그 동양놈은 무서운데 나는 쉬워 보이나 봐? 금방이라도 똥 지릴 것 같은 표정들 지은 주제에 지금은 눈빛이 좋네.”

“…….”

그들은 앤드류를 쏘아 보다가도 그 말을 듣고선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그랜트, 그 한대성이란 놈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봅니다. 우리 팀 정예 대원들을 전부 계집애로 만들어 버렸으니까요.”

“그만!”

그들 중 하나가 더는 못 참겠는지 소리를 질렀다.

데이브 호퍼라는 이름을 가진 S급이었다.

“그만 하세요, 앤드류. 알겠습니다.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그 동양인 새끼, 그냥 목을 따 버리죠. 그놈이 뭐라고 우리가 주눅 들어야 합니까, 안 그래요?”

“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

점점 급변하는 분위기를 감지한 그랜트가 흡족했다.

자부심과 실력, 손속을 두지 않는 잔악한 성정만으로 여기까지 성장해 온 <컨트리>였다.

그들은 이제야 눈을 뜬 것이다.

포식자의 눈을.

***

-한대성 씨한테서 답장이 왔습니다. 공략 시간에 맞춰 전용기를 타고 게이트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온다는군요.

반드시 성사되어야 할 일이긴 했으나, 이렇게 칼같이 긍정적인 답장이 올 줄은 몰랐다.

처음엔 뒤숭숭했다.

‘……예스가 너무 빠른데?’

하지만 기우라고 여겼다.

그놈이 무슨 미래를 본 예언가가 아닌 이상에야, <컨트리>의 음모를 알 리가 없다.

“대기해. 곧 돌입한다.”

“네, 근데…… 그놈이 코빼기도 안 비칩니다.”

“…….”

“거짓말을 한 건 아닐까요?”

뒷덜미가 싸했던 앤드류가 미심쩍다는 듯이 그랜트에게 말을 걸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명소 중 하나인 요세미티 국립공원 폭포 근처.

그랜트를 비롯한 <컨트리>의 정예 대원들이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문제는, 돌입 10분 전이건만 대성이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랜트가 표정을 구기면 발을 동동 굴리던 그때.

후-웅!

돌연, 하늘에서 불어온 돌풍에 폭포의 물줄기가 흐트러졌다.

멍하니 있던 <컨트리>의 대원이 소스라치며 하늘을 보았다.

“오…….”

“……말이 안 나오는군.”

그대로 압도되었다.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던 검은 용이, 커다란 날개를 천천히 흔들며 지상에 착지하고 있었으니까.

“미쳤군. 전용기란 게 저걸 말하는 거였어?”

압도당한 건 그랜트도 마찬가지.

사진과 동영상 속에 찍힌 드래곤과 눈으로 직접 보는 드래곤 사이엔 어마어마한 간극이 존재했다.

‘건방진 동양인 새끼.’

드래곤에 고정되었던 그랜트의 시선은 곧 그보다 살짝 위, 대성에게 향했다.

솔직히…… 무섭다.

하지만 지금 와서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쥐똥만 한 나라에서 설치는 놈이 으스대는 꼴이란. 같잖아서 봐주지를 못하겠네.’

하물며 날개 달린 드래곤 하면, 서양 신화의 전유물 아닌가. 저놈은 분수를 모르고 너무 날뛴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서라도 두려움을 잠재우는 그랜트였다.

쿵-!

이내 섬멸룡이 착지하고, 대성이 땅에 발을 디디며 말했다.

“제가 안 늦었죠.”

“……아슬아슬하긴 하지만요. 아, 반갑습니다. 제가 여기 단장 그랜트-.”

“인사는 들어가서 하고. 시간 없으니 얼른 이동합시다.”

섬멸룡의 구현을 해제한 대성은, 팔을 뻗으며 청해오는 그랜트의 악수를 그대로 지나쳤다.

허공에 덩그러니 남은 그랜트의 오른손이 주먹으로 변했다.

‘이 개 같은 새끼. 아예 그냥 팔다리를 찢어서 몬스터 먹이로 던져버릴까.’

짜증이 두려움을 넘어섰다.

지금 이 순간, 그랜트는 활화산 같은 분노의 화신이 되었다.

그때.

“…….”

게이트를 코앞에 두고 갑자기 멈춰 선 대성이 뒤를 돌아보았다.

따라오던 <컨트리>의 팀원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아랑곳하지 않고, 대성은 천천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움직이며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담기 시작했다.

그랜트가 물었다.

“혹시 저희 팀원들한테 무슨 하시고 싶은 말씀이라도?”

“아뇨.”

대성이 미소를 지었다.

험악한 인상에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사람 좋은 미소였다.

“여기 오기를 잘했어요.”

“네?”

“대단한 분들을 팀으로 두신 것 같아 여기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뿐입니다.”

“아, 예…….”

그랜트는 갑작스러운 칭찬에 복잡한 심경을 느끼다가도 그마저도 고깝게 받아들였다.

‘어디서 신파야. 한국인 새끼 아니랄까 봐, 쯧.’

하찮은 동양인이 주제도 모르고 떠든다는 생각에 기분이 팍 상했다.

하지만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법.

그랜트는 멋쩍게 웃었다.

마찬가지로 대성도 표정에서 웃음을 풀지 않았다.

참고로 여기 오기를 잘했다는 말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대단해.’

[‘사주의 눈’이 발동됩니다.]

[반경 1km 내에 시전자에게 적의를 가진 대상을 마킹합니다.]

이곳에 있는 16명 모두 머리 위에 ‘거미의 낙인’이 찍혀 있는 걸 보고.

대성은 절대 여기 온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용기가 정말 가상한 놈들이야.’

족칠 재미가 있는 사냥감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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