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옥에서 돌아온 한대성-98화 (98/180)

#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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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인 제가 먼저 운을 떼겠습니다.”

냉엄한 분위기가 거대한 원탁에 둘러앉은 이들을 짓눌렀다.

국제 헌터 연맹 정상 회의.

그 자리를 주관한 연맹의 총장, 사카이 히로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한대성 사냥꾼이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자리에 앉은 정상들의 호흡을 일순 앗아갔다.

“보시죠.”

회의장의 한쪽 벽에는 거대한 프로젝터 스크린이 걸려 있었다.

사카이 총장의 신호에, 전담 직원이 스크린 위로 자료 화면 하나를 송출시켰다.

-크오오오오!!

영상이 나오기 무섭게, 거대한 용의 포효가 폭발적인 기세로 회의장을 뒤흔들었다.

이 자리에 모인 16개국 사냥꾼 협회의 정상들은 새파래진 안색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귀청 떨어질 뻔했네.’

‘영상으로 봐도 이 정돈데, 실제로 보면 무시무시하겠어.’

그들이 보는 화면은 족히 3억 달러의 예산은 투입된 듯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화면 속에는 검은 거죽과 날카로운 비늘로 뒤덮인 용이 늑대 인간 군단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쌍을 펼치는 용에게 명령을 내리는 자는, 다름 아닌 하얀 머리를 한 남자였다.

그 남자, 대성을 몰라보는 각국의 협회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음.”

사카이 총장의 말과 함께, 슬라이드가 넘어간 프로젝터에 다른 영상이 떠올랐다.

시커먼 구름이 대한민국의 쾌청한 상공을 물들이고 있었다.

이내 땅으로 내려앉은 구름은 순식간에 해골 병사로 형체를 바꿨다.

“다음.”

한 번 더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화르륵-!

화염에 휩싸인 거대한 대검이 반원 형태로 휘둘러지며 몬스터를 쓸어버렸다.

마그마 같은 열기가 일대를 불태우며, 근처에 있던 CCTV마저 녹여 버렸다.

영상을 통해서 봐도 땀방울이 목덜미에 맺힐 정도였다.

그밖에도 다양한 자료 화면이 구간 반복을 거듭하는 가운데, 사카이 총장이 말을 이었다.

“협회장들께서 보시기에, 이 힘이 인간에게 나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총장인 제 생각에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내 화면은 최근에 출몰했던 초대형 게이트의 모습을 내보냈다.

그러나 그 게이트의 존재보다도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따로 있었다.

밤하늘에 한가득 떠오른 ‘안구’.

그리고 그 안구에서 쏟아지는 ‘천마병’ 군단이었다.

“저는 그간 한대성 사냥꾼이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힘을 선보여도, 눈감아 주었습니다. 그건 여러분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에테르 공학이 새로운 산업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오늘날.

인류는, 이계에서 발견된 이 미지의 에너지를 아직 ‘반절’도 탐구하지 못했으리라 짐작해 왔다.

그래서 본인의 힘을 ‘오러 테크닉’이라고 우기는 대성의 주장 또한, 그 탐구하지 못한 ‘반절’에 해당하리라고 여겨 믿어 주었다.

하지만.

“이건 이미 우리가 쉬쉬하고 넘어가 줄 수 있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봅니다.”

인간이, 손에서 불의 검을 소환하고 망자의 군단을 호령한다.

검은 용을 타고 다니며, 하늘에서 날개를 가진 타락 천사를 소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오늘 제가 여러분들을 이 자리로 부른 건-.”

침묵에 사로잡힌 좌중이 사카이 총장의 다음 말에 집중했다.

“한대성 사냥꾼을 연맹이 주최하는 청문회로 소환하는 것에 대해 여러분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섭니다.”

좌중 사이로 헛숨을 삼키는 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다.

정적만이 내려앉았던 회의장이 웅성거렸다.

“좀 수상하기는 하죠.”

“일단 저 힘의 정확한 출처라도 알아내야 합니다.”

“확실히, 저대로 계속 내버려 두기엔 좀……. 연맹도 저 힘의 정체를 모른다는 건 심각한 사안이에요.”

원탁에 모여 앉은 협회장들이 저마다 모국어로 떠들기 시작했다.

그 진풍경을 보는 통역관들의 표정엔 곤혹스러움이 묻어나왔다.

“아, 아니. 잠깐만.”

그리고.

이 자리의 구성원 중 하나였던 박정호 협회장은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간다는 걸 깨달았다.

“잠깐만요!”

저도 모르게 자리를 박찰 뻔한 걸 겨우 자제한 대신, 박정호는 목소리를 높였다.

웅성거리던 정상들이 입을 다물고 박정호에게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카이 총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다음부터 발언하실 땐 손을 들어 주십시오. 말씀하세요.”

“한대성 사냥꾼을 청문회로 소환하는 이유를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전 세계 국민이 보는 앞에서, 그의 입으로 직접 듣기 위해서입니다. 그가 가진 힘의 정체가 뭔지. 그는 정말로 인간이 맞는지. 우리 편이 맞는지 말이죠.”

“아니, 그게 무슨…….”

그게 정녕 진심으로 하는 소린지! 박정호는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첫 번째 사유야 그렇다 쳐도, 나머지 것들은 귀가 의심될 지경이다.

“죄송하지만 저는 납득이 안 됩니다! 우리 편이 맞냐고요? 그는 다른 이들을 대신해 혼자서 초대형 게이트를 닫은 영웅입니다!”

“만약 그게 자작극이라면요?”

“…….”

박정호의 머릿속에 떠오른 모든 반박이 그 한마디에 모조리 지워졌다.

너무나 완벽한 정론이라 파훼할 길을 찾지 못한 게 아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도리어 말문이 막혀버린 것이다.

“자작극……이요?”

“한대성 사냥꾼이 실은 우리가 적대하는 괴물들과 한 편이고. 우리를 속이기 위해 초대형 게이트를 닫은 척 자작극을 벌인 걸 수도 있습니다.”

“그, 그게 무슨…….”

“박정호 협회장께선 한번도 의구심을 품지 않으셨습니까? 인간이 혼자서 저런 거대한 게이트를, 그것도 하루 만에 닫아 버렸다는 사실을?”

“무슨 근거로 그리 말씀하시는 겁니까, 총장님!”

“아니라는 근거는 있습니까?”

사카이 총장이 말문을 상실한 박정호를 응시하다, 이내 다른 나라의 협회장들을 쭉 둘러보며 물었다.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누구도 입을 떼지 못했다.

사카이 총장이 직위를 앞세워 억지로 찍어 누르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즉, 박정호를 제외한 모두가 사카이 총장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셈.

그때, 원탁의 8시 방향에 앉은 남자가 손을 들었다.

그는 프랑스의 사냥꾼 협회장, 클로드 누아레였다.

“말씀하세요, 클로드 협회장.”

“다들 이런 상상 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대성 사냥꾼이 가진 저 힘이, 만약 인류를 겨눌 경우를 말입니다.”

클로드가 낮은 목소리로 그리 말한 순간, 다른 정상들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프로젝터 화면에서는 여전히 난폭한 맹위를 선보이는 섬멸룡이 나오는 중이었다.

“일단 이거 하나는 확실하죠. 그가 인류와 적대하는 순간, 우리는 그야말로 미증유의 적과 싸우게 된다는 것을요.”

박정호가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왜 다들 저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는지 그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클로드의 의견이 이어졌다.

“청문회를 개최해, 그가 가진 힘의 정체를 캐내야 합니다. 그리고-.”

말끝을 흐린 클로드가 화면 속에 나온 섬멸룡과 사령 병사, 그리고 천마병을 지그시 눈에 담았다.

“그가 가진 소환수를 공식적으로 연맹 아래에 귀속시켜야 할지도 모르죠.”

박정호가 부릅뜬 눈으로 클로드를 노려보았다.

둘은 서로 시선이 마주치는 자리에 앉았기에, 클로드는 박정호의 표정을 살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괘념치 않으며 본인이 하던 말에 방점을 찍었다.

“저건 개인이 다루기엔 너무 위험해요. 목줄은 한대성 사냥꾼이 아니라 우리 연맹이 쥐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리가 있군요.”

클로드의 의견을 접수한 사카이 총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장의 분위기는 종국으로 치달았다. 사카이 총장이 오늘 열린 정상 회의에 결론을 내렸다.

“다수결로 결정하겠습니다. 일주일 뒤, 한대성 사냥꾼을 1차 청문회로 소환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시는 분들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

슥.

박정호, 그리고 가족의 장례 때문에 불참한 장정영 중국 협회장을 제외하고.

모두가 손을 들었다.

“맙소사.”

박정호는 이 촌극이 과연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

<컨트리>의 핵심 정예들이 죽었다.

하루아침 사이에 미국 최고의 사냥꾼 여럿이 죽었다는 소식은 세상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명망 높은 사냥꾼, ‘그랜트 노리스’의 실책에 의해 비롯된 참사라면 더더욱.

그런데 이틀 뒤, 오늘.

이보다 더 경악스러운 속보가 연이어 인터넷과 뉴스를 달궜다.

<오늘 오전 9시, 미국의 S급 사냥꾼, 그랜트 노리스가 자택에서 숨 쥔 채 발견되어…….>

<조사 결과 그랜트는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유서를 남겼습니다. 유서엔 ‘컨트리’가 한대성 사냥꾼을 게이트로 유인해 살해하려는 시도를…….>

미국 현지를 통해 건너온 소식이 한반도에 도착한 순간, 여론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대형 게이트 사태를 겪은 사람들은 <컨트리>를 질타했다.

그들은 그랜트의 자결에 충격을 받기보다도, 미국 최고의 클랜 중 한 곳이 그런 악행을 벌이려 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꼈다.

└ 나라 망신이다. 이게 뭐냐.

└ 부디 이번 일로 인해 Mr. 한이 미국에 실망하지 않았기를…….

└ Mr. 한 메일 주소 같은 거 아는 사람? 나라도 대신 그에게 사과하고 싶어.

└ <컨트리> 거기, 예전부터 괴담이 좀 많았던 곳 아니었나? 알고 보니 전부 사실이었나 보네.

특히, 미국인 같은 경우엔 클랜을 대표하며 대성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듣자 하니, 대성의 직통 메일을 모르는 그들은 대신 KHA에 사과의 뜻이 담긴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개중엔 손수 한 글자씩 적은 장문의 편지도 포함됐다.

눈칫밥이 좋았던 협회 관계자는 우선 그 편지부터 대성이 기거하는 오피스텔로 부쳤다.

이번 사태 때문에 행여 대성이 노여움을 품을까 조마조마했던 건 KHA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너도 참 신세가 지랄 맞다. 살해 시도? 이건 뭐, 구해 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수준도 아니고 아예 등에 칼을 꽂은 거잖아?”

“결과적으로 꽂힌 놈들은 내가 아니라 그놈들이었지만.”

“너도 참 만만찮아.”

성찬호는 협회에서 보낸 소포를먼저 뜯어 내용을 확인했다.

수취인은 대성 쪽으로 되어 있으나, 그는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봉투를 뜯어 장문의 편지를 읽는 성찬호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잠시 후, 피식 웃음을 터뜨린 성찬호가 대성에게 편지를 건넸다.

“이거 읽어 봐.”

“…….”

말없이 편지를 건네받은 대성이 시선을 내려 내용을 읽었다.

미국 시애틀 주에 사는 아홉 살짜리 소년이 보낸 편지였다.

삐뚤빼뚤한 필체로 적힌 영어 문장들. 어린애가 썼으니 두서도 없고 잡설이 많은 건 당연했다.

그러나.

마지막 문장만큼은, 사막처럼 메말랐던 대성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울렸다.

-Thank you! My hero!

대성이 편지를 다 읽을 수 있도록 적당히 시간차를 두었던 성찬호가 입을 열었다.

“세상엔 전부 나쁜 인간들만 있는 건 아니야. 유독, 그 컨트리인지 머저리인지 하는 놈들이 쓰레기였을 뿐이지.”

“그래.”

“넌 인마,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주는 영웅이야. 2년 전에 의식도 없는 식물인간으로 빌빌거렸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친구로서의 순수한 걱정이랄까.

성찬호는 이번 일 때문에 대성이 세상으로부터 마음의 문을 닫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걱정 어린 마음은 대성에게도 충분히 전해졌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런데 역시, 쓰레기들한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어.”

“…….”

그 말이, 느닷없이 튀어나온 게 아니라는 사실을 성찬호는 안다.

성찬호는 씁쓸하게 웃은 뒤, 컴퓨터 화면에 떠오른 인터넷 기사로 눈길을 돌렸다.

<오늘 국제 헌터 연맹에서 긴급 정상 회의가 개최되었다. 주요 의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아…….>

그 비밀이라는 의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결론이 나왔는지 성찬호는 알고 있는 상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성이 직접 말해준 정보였으니까.

“청문회인 이상 좋은 말들은 안 나오겠지. 빌어먹을, 사람을 이따위로 대우해도 되는 거야?”

인터넷 기사를 본 성찬호는 오히려 본인이 더 화가 치민 나머지 이를 갈았다.

“젠장 이건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네. 박정호 협회장한테 부탁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고.”

고작해야 16개국 중 하나, 그것도 아시아의 작은 땅에서 온 협회장이 하는 발언이 힘을 가질 리는 만무했다.

“대성아, 일단 청문회에선-.”

조언 아닌 조언이라도 건네려던 성찬호가 잠시 말을 멈췄다.

갑자기 대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피스텔을 나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어디가?”

“어딜 가긴 어딜 가. 예약해 뒀던 게이트 공략하러 가야지.”

“응?”

“돈 날릴 거야?”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이 대성이 성찬호를 돌아보았다.

틀린 말은 아닌지라, 성찬호는 얼떨떨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으, 으응. 가, 가야지.”

하지만 대성의 저 태연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이트 공략할 기분이…… 나나?’

***

[죄송합니다, 대성 씨.]

대성이 예약해뒀던 응암동 쪽 게이트로 향하던 중.

박정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고된 여정을 마친 사람처럼 힘이 없었다.

물론, 대성은 왜 박정호가 비라도 맞은 강아지처럼 풀이 죽어있는지 알고 있었다.

[저, 그게…… 일단 오늘 연맹 회의에서 오갔던 얘기들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

하지만 굳이 알고 있는 티를 낼 필요는 없었다.

대성은 박정호가 설명을 끝까지 하도록 내버려 뒀다.

[-그리해서, 일주일 후에 뉴욕에 있는 연맹 본부로 오셔서 청문회에 응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공문은 내일 중으로 가겠지만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예, 대성 씨.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는데…….]

“네, 그것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곧 게이트 공략 시간이라서요. 먼저 끊겠습니다.”

통화를 마치는 사이, 성찬호가 핸들을 꺾어 게이트가 있는 고등학교 운동장 안으로 들어섰다.

운동장을 에워싼 바리케이드 바깥엔 구경을 나온 학교 학생들로 바글거렸다.

“한대성 사냥꾼이다!”

“와! 차 봐! 개 쩔어!”

“야, 사인해 달라고 하면 해줄까?”

영웅을 향한 동경심이 흠뻑 묻어나오는 학생들의 환성은, 대성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더 요란스러워졌다.

“포스 봐. 미쳤다, 미쳤어.”

“사인해 주세요!”

대성은 모이를 발견한 새들처럼 몰려오는 학생들을 가볍게 무시했다.

해일 같이 쏟아지는 구경꾼들을 막아내는 통제 요원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네가 살인 미소 한 번 날려주면 쟤들 다 기절할 텐데.”

“혀를 씹고 말지. 얼른 가자.”

“새끼, 재미없기는.”

둘은 곧 게이트 앞에 섰다.

게이트는 절묘하게도 축구 골대 안에 출몰한 상태였다.

별 특색은 없는 3등급 통상형.

이 정도는 황준영 일행에게 대신 일 처리를 맡겨도 무방하지만…….

‘생명석을 모아야 한다.’

<접속>의 권능을 해금하려면 생명석이 필요했고, 생명석은 대성이 직접 몬스터를 죽여야 나타났다.

어차피 43%만 더 채우면 된다.

잘하면 이번 한 번으로 100%의 수집률을 찍을 수 있을 터.

“갔다 올게.”

“수고해라. 10분 뒤에 보자.”

대성은 산책이라도 하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게이트에 진입했다.

언제나 그랬듯, 깊은 강물 속에 빠져드는 느낌이 감각을 지배했다.

그리고.

“…….”

대성의 눈앞에 펼쳐진 건, 이세계의 자연환경이 아닌.

축구 골대의 그물망이 수면에 비치는 것처럼 일렁이는 광경이었다.

“뭐야?”

의아함을 느낀 대성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게이트로부터 거리를 떨어뜨렸다.

그는 아직 현실에 있었다.

“……?”

성찬호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게이트에 진입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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