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
116
영원 같은 1초가, 조금도 고요하지 않은 침묵이 성역에 내려앉은 순간.
“주신이시여-!”
바닥에 넙죽 엎드려 있던 아르마간이 노성(怒聲)을 내지르며 대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지직-!
사정없이 벼락을 흩뿌리는 뇌검이 절망에 드리워진 그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으아아아아아-!!”
핏발이 잔뜩 선 눈으로 쇄도하는 아르마간은 이 짧은 사이에 20년은 더 늙은 듯 초췌한 얼굴이 되었다.
대성은 바닥을 나뒹구는 주신의 시신을 발끝으로 툭 치운 뒤 응전에 나섰다.
“……어, 어으, 어……?”
“르뮈에님!”
한편, 르뮈에는 핏기가 싹 가신 얼굴로 석장을 쥔 손을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얼음처럼 경직된 그녀의 어깨에 로드릭이 급히 손을 얹었다.
퍼뜩 정신을 차린 르뮈에가 딸꾹질하며 로드릭을 바라보았다.
“로, 로드릭……?”
“정신 차리십시오! 당신마저 손을 놓아 버리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하, 하지만 로드릭……. 흑, 흐윽, 주, 주신…… 주신께서…….”
천상을 방황하는 보잘것없는 영혼에 불과한 자신을 끌어 안아주고.
성공적으로 시련을 헤치고 사도가 된 것을 축하한다며 날개를 내려주신 은혜로운 존재가 지금은 말라비틀어진 죽은 몸뚱이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미지에 가까운 악몽과 마주한 르뮈에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르뮈에님. 아직은 손을 내려놓으실 때가 아닙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으십시오.”
“그, 그게 무슨…….”
“당신이 지금 바로 성역으로 향하십시오. 여기는 아르마간님과 제게 맡기시고!”
르뮈에가 진심이냐는 듯이 휘둥그레 눈을 떴다.
성역.
주신께서 안식을 취하고, 천상의 모든 신력이 모여드는 코어와도 같은 장소.
성전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사도마저 함부로 범접해서는 안 되는 그곳을, 하필 지금 가라는 건…….
“로드릭, 설마! 당신 저보고…….”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주변을 돌아보십시오. 여기서 더, 우리가 뭔가 할 수 있는 게 존재할 것 같습니까?”
“…….”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성역으로 가십시오. 얼른!”
쿠르릉-!
성전의 화단(花壇)이 기름에 불을 끼얹은 것처럼 불타올랐다. 봄볕 가득했던 하늘이 이제는 물색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어두워졌다.
주신의 피와 살로 쌓아 올린 천지가 이제는 버티지 못하고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탁!
르뮈에는 그 이상 대꾸하지 않고 화마(火魔)에 잠긴 성전을 달렸다.
주신께서 죽은 지금, 그분의 답을 얻지 못하는 석장은 아무런 도움도 못 되는 지팡이에 불과하다.
반면 아르마간과 로드릭에는 신력이 없어도 어쨌든 무기로 쓸 수 있는 검과 철퇴가 있지 않은가.
‘나밖에 없어.’
그러나 진정으로 이 위기를 타파할 자는 르뮈에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로드릭은 희생양을 자처하며 그녀를 성역으로 보냈으리라.
그 희생을 헛되게 해선 안 된다.
‘내가…… 내가 해야만 해!’
뒤에서 격분하는 로드릭과 아르마간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무구와 무구가 부딪혀 불똥이 튀고, 누군가의 피가 사정없이 튀기는 소리가 하염없이 계속되었다.
르뮈에는 황급히 입구를 열어 성전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천상에 불어닥친 참상을 마주한 순간 입을 틀어막았다.
“아……!”
백색 영지 너머로 펼쳐진 천상은 지옥도를 뒤섞은 듯한 아비규환이 되어 있었으니.
지상을 휩쓰는 검은 회오리가 무고한 천족들을 집어삼켰다. 태양이 사라진 창공에선 벽력(霹靂)이 끊이질 않고 쏟아진다. 차원의 운명을 붙드는 신의 죽음이 곧 재앙과 직결된 것이다.
펄럭!
르뮈에가 길 잃은 어린애처럼 오열하며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제발 살려달라며 불길 속에서 몸부림치는 이들의 외침을 뒤로 한 채.
그녀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치를 떨며 비상(飛上)을 거듭했다.
포악하게 내리치는 천둥을 피하며 먹구름을 뚫고 당도한 곳엔, 황금색 석문이 부유하고 있었다.
천상이 실존케 하는 ‘핵(核)’.
바로 성역이다.
“《부디 이 미천한 존재의 출입을 허락해주소서.》”
르뮈에는 또박또박 영창을 입에 담아 석문을 향해 간청했다.
절박한 언령(言霊)이 성역과 호응한 순간 석문이 활짝 열렸다.
르뮈에는 감회를 느낄 새도 없이 후다닥 성역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사방이 초목으로 우거진, 초탈하고 작은 방이었다.
[천상의 운명이 위태로운 지금, 사도께서 굳이 성역을 방문하신 저의를 모르겠군요.]
무감정한 남자의 목소리가 르뮈에의 귓전을 맴돌았다.
그녀는 사도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도 이 목소리의 정체를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성역이 의지를 갖추고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것인지, 아니면 눈에 담을 수 없는 어떤 존재가 몰래 속삭이는 것인지.
하지만 지금은 거기에 의문을 느끼기엔 상황이 너무나 촉박했다.
르뮈에는 왜 여기로 몸을 숨겼냐는 질문에 변명하지 않고 다짜고짜 본론만을 꺼냈다.
“인과의 성배(聖杯)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사도께선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계시는 겁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숱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 문답 따위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성역의 목소리는 주신과 사도의 명령에 거스르지 못하는 법.
스르륵.
내부를 빼곡하게 채운 덩굴줄기 중 한 부분이 팔을 뻗듯이 휘돌며 르뮈에의 앞에 모여들더니, 이내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줄기가 사라진 그 자리엔 어느덧 금색 술잔이 놓여 있었다.
[잊지 마십시오. 한번 엎지른 물을 도로 잔에 담을 순 없듯, 강제적으로 붕괴해버린 인과는 다신 돌이킬 수 없다는 걸.]
“…….”
르뮈에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놓인 인과의 성배를 집어 들었다.
잔 속에는 새카만 어둠이 담긴 탓에 밑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하,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인과의 성배를 사용하면, 휘말린 이들의 기억은 어떻게…….”
[말소됩니다. 성배를 사용한 자와, 치품천사 이상의 고강한 신력을 지닌 존재를 제외하면.]
“그, 그렇다면 저를 비롯한 다른 사도들, 그리고 주신께서의 기억도 보존된다는 말씀이겠지요?!”
성역이 대답을 내놓으려던 그때.
콰득-!
“……?!”
후위에서 들려온 굉음에 르뮈에가 어깨를 흠칫 떨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기절초풍할 뻔했다.
주신과 사도를 죽였던 그 불꽃의 검이 어느새 석문을 난폭하게 가르고 있었으니까.
“이, 이,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건가요?! 저는 성배를 다루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
[잔을 깨뜨리십시오. 그거면-.]
성역이 무어라 더 말하기 전에, 르뮈에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성배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쨍그랑-!
인과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성역 내부에 울려 퍼졌다.
***
귓가를 부드럽게 간지럽히는 산들바람이 느껴졌다.
두통을 느끼게 했던 지독한 탄내 대신 진한 꽃향기가 비강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
르뮈에는 질끈 감고 있었던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아, 아아……!”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마에 휩싸였던 성전이 언제 그랬냐는 듯 제모습을 되찾았으니까.
하늘에서 떨어지는 일곱 개의 여명이 화단을 내리쬐었다.
“이, 이게 대체……?”
“어, 어어?”
“어떻게 된 일이지?”
여섯 명의 사도들이 의아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거나 자신의 가슴팍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르뮈에는 눈물이 핑 도는 걸 느끼며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읊었다.
“오르키엘, 아도니스, 로드릭, 에인리히, 아르마간, 라그마온…….”
돌아왔다.
모든 것이.
그 악마에게 천상이 짓밟히고, 사도가 죽음을 맞이하기 이전으로!
르뮈에는 다리에 힘이 풀린 나머지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어리둥절하던 로드릭이 그제야 작금의 상황을 파악하곤 그녀에게 시선을 던졌다.
해내셨군요.
그런 안도(安堵)가 담긴 눈이다.
“…….”
한편.
아르마간은 뒤엉키는 로드릭과 르뮈에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르뮈에가 ‘뭔가’ 했다는 것을 단박에 깨닫고는 질문했다.
“……르뮈에, 무슨 짓을 한 거지?”
“이, 인과의 성배를…….”
르뮈에가 떨리는 어조로 입을 열었으나, 하던 말을 마치지 못했다.
짝-!
서슬 퍼런 소리에 성전을 채운 매화들이 흔들렸다. 아르마간이 그녀의 뺨을 후려친 것이다.
“아르마간 님!”
로드릭이 질겁하며 그리 외쳤다.
아무리 최초의 사도라지만 같은 신위를 지닌 동료에게 손찌검이라니!
로드릭은 반사적으로 튀어 나가 아르마간을 제지하려고 했다.
스릉!
한 발짝 빨리 뻗어진 뇌검이 그의 목덜미를 겨누기 전까지는.
로드릭이 쥐덫이라도 밟은 듯이 경직되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머지 사도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아르마간은 뇌검을 거두지 않은 채 르뮈에를 향해 고개만 슬쩍 돌렸다.
“대체 어떻게 이걸 감당할 생각인지 모르겠군, 르뮈에.”
“하,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답니다! 그대로 놔뒀다가는 천상이 멸망했을 거예요!”
“그래. 덕분에 더 큰 혼돈을 초래하게 되었지.”
“저는 아르마간 당신을, 아니, 천상을 구원했을 뿐이에요. 제가 거기서 어떤 선택을 내렸어야 할까요!”
“차라리 영광된 죽음을 받아들였어야지. ……됐다, 지금은 지리멸렬한 설전을 벌일 때가 아니야.”
아르마간은 뇌검을 거두고는 천상과 이어진 성전의 입구로 걸어갔다.
사도들이 그 뒤를 따르고, 로드릭은 침통에 빠진 르뮈에를 말없이 부축하며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오, 맙소사…….”
“저, 정말로 돌아왔어.”
성전을 나서자마자 사도들이 본 것은 깔끔하게 원상복구 된 천상의 전경이었다.
지상을 수놓았던 불길도, 벼락이 몰아치던 하늘도, 비탄을 울부짖으며 죽어가던 천족도, 이제는 없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풍경과 순진한 얼굴로 일상생활을 영위(營爲)하는 백성이 있을 뿐.
“이래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괴기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던 아르마간이 날개를 펼쳐 어딘가로 날아갔다.
사도들은 그가 주신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성역으로 올라간다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그는 아보리아 산맥을 향했다.
차원수의 뿌리목과 이어진 ‘구멍’이 있는 꼭대기 부근으로.
“아르마간!”
“갑자기 차원수는 왜……!”
다른 사도들도 허겁지겁 날개를 펼쳐 아르마간을 따라갔다.
잠시 후.
일곱의 사도들이 황망하게 뜨인 눈으로 뿌리목과 연결된 구멍을 응시하고 있었다.
휘이이잉!
구멍 안쪽에서부터 거센 맹풍(猛風)이 들이닥쳤다. 뼛속까지 시리는 듯한 맹풍이.
분칠한 것처럼 얼굴이 창백해진 오르키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거 설마 차원수에서 불어오고 있는 거…… 아니지?”
“천상의 축복을 받으며 자란 나무에서 불어와선 안 되는 바람이다.”
휙!
아르마간은 그 말만을 남기고는 주저 없이 구멍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자 다른 사도들 또한 우후죽순으로 구멍에 뛰어들기 무섭게.
휘이이잉!
“……?!”
돌연 해일에 휩쓸리는 듯한 흡인력이 사도들의 전신을 지배했다.
그렇게 맥을 못 추며 구멍 깊숙이 빨려 들어가기도 잠시.
“으, 으으…….”
“젠장! 이건 뭐 아까부터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네 번째 사도, 아도니스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찡그렸던 눈을 다시 떴다.
“……있어야지.”
그리고 차원수의 형태를 시야에 담은 순간,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장창을 바닥에 떨어뜨리고야 말았다.
경악에 사로잡힌 건 뿌리목에 있던 다른 사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차원수가 왜 저래?!”
분명 기둥의 표면을 타고 둥글게 묶여있어야 할 가지들이 지금은 빳빳하게 뻗어져 있었으니까.
게다가 어째서인지 한쪽으로만 길쭉하게 뻗은 게 아닌가.
“아, 안 돼! 이게 어쩌다……!”
“피땀 흘려 수행해왔던 과업이!”
낙담한 사도들이 절규했다.
차원수의 줄기엔 다른 차원의 봉인된 시공간이 담겨 있었다.
그것을 뿌리목과 연결된 기둥에 ‘하나’로 묶어두었건만, 지금은 모조리 풀려버리고야 말았다.
르뮈에는 이것이 인과의 성배를 깨뜨린 것과 관련 있음을 직감했다.
-잊지 마십시오. 한번 엎지른 물을 도로 잔에 담을 순 없듯, 강제적으로 붕괴해버린 인과는 다신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성역의 경고가 다시금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르뮈에가 흉측하게 변한 차원수에서 차마 시선을 떼지 못하며 두 손을 벌벌 떨었다.
“서, 설마 제, 제가…… 성배를 깨뜨린 탓에 인과가 뒤틀린 건가요?”
“잘 아는군. 근데 왜 묻지?”
아르마간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말대로 인과는 뒤틀려졌다. 그렇다면 시공간을 담고 있던 차원수에도 뭔가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하지 않겠나?”
“저, 저는 그간의 과업을 물거품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결과가 이렇다. 후회해봤자 늦었다는 생각 안 드나?”
이때, 한쪽으로 끊임없이 뻗어진 가지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오르키엘이 입을 열었다.
“주박에서 해방된 차원들이 전부 같은 방향으로만 향하고 있어. 시공간의 흐름을 정착시킬 만한 터전을 찾는 거야. 틀림없어.”
“집 잃은 떠돌이처럼…….”
“하지만 터전이라니. 그런 게 존재할까? 그 말은 우리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차원이라는 거잖아.”
“없다고 확신할 순 없습니다. 다원 우주는 그만큼 넓으니까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해진 사도들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추론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잠시, 오르키엘이 살벌하게 안면근육을 구기며 이를 갈았다.
“아, 그래! 그 미친 악마 놈! 그놈이 어비스의 봉인을 풀어왔던 장본인이야. 그 새끼가 날 죽이기 전에 자기 입으로 당당하게 떠들더라고!”
“대체 어디서 그런 놈이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봉인된 차원에서 흘러나온 존재가 아니란 것만은 확실하겠군.”
“그렇다면 가지들이 향하고 있는 곳에는 그놈이 태어난 땅이…….”
사도들이 탁상공론을 멈추고 길게 이어진 가지를 따라 눈알을 굴렸다.
이 가지들의 끝자락이 닿는 저 아득하고 머나먼 곳에.
어쩌면 그 악마가 사는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사도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정적이 이어지는 와중, 아르마간은 르뮈에를 돌아보며 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되돌아간 거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저 성역이 알려준 대로 했을 뿐인지라…….”
“우리는 돌아오기 전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정상적인 건가?”
“성배를 사용한 자와 사도 이상의 신력을 가진 존재는 기억이 말소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면 그놈은 회귀하기 전의 기억을 가지지 못한 상태겠군. 그놈은 애당초 천족도 뭣도 아니니.”
기억이 없다.
아르마간이 언급한 그 사실에, 다소 무기력한 빛을 띠던 사도들의 눈이 이채를 띠고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