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옥에서 돌아온 한대성-156화 (156/180)

# 156

156

“헉…….”

“이, 이게 다 무슨 일이냐…….”

살점이 너덜너덜 흔들리는 뼛조각들이 수중 사이로 흩날리고 있었다.

자욱하게 흐르는 피비린내를 맡은 마해의 병사들은 인상을 팍 구겼다.

틀림없다.

눈앞에서 흩날리는 저 살점, 뼛가루, 그리고 은색 비늘 조각.

이것들은 모두 수룡 레비아탄이 죽었음을 나타내는 증거였다.

“수룡께서 당하셨다고?”

“그, 그럴 리가……. 해신 말고는 우리 바다에서 대적할 자가 없는 분이신데 대체 누가……?”

“야,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지금…….”

형체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처참히 훼손된 레비아탄의 시신 앞에서 병사들이 경악에 빠진 가운데.

무리 중 하나가 손가락을 뻗어 해저 동굴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제야 병사들은 ‘진짜 큰일’이 무엇인지 깨닫고는 헛숨을 삼켰다.

“늑골이!”

“젠장, 설마!”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병사가 허겁지겁 동굴로 날아갔다.

본래는 레비아탄의 허락이 아니면 발조차 디디지 못할 성역(聖域)이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

곧이어.

해저 동굴, ‘보물고’라 일컬어지는 성역의 깊숙한 곳까지 향한 병사들은 곧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

없다.

해신의 늑골이.

설마설마했던 사실이 기어코 현실로 찾아와버린 것이다.

대체 이걸 어떻게 보고하면 좋을지, 병사들이 혼란에 빠진 그 순간.

“……!”

섬찟-.

병사들의 등줄기에 섬뜩한 기류가 뱀처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늑골이 사라진 빈자리를 응시하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심해보다 더 어둡고 차가운 무언가가, 후방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볼 엄두가, 그것을 눈에 담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누가 설명을 좀 해보아라.]

‘그것’이 뭔지 아니까.

두개골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저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아니까.

[왜 수룡은 저 지경이 되었고, 어째서 보물고엔 내 늑골이 없는지.]

잔잔했던 심해의 물살이 폭풍우를 맞이한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온 힘을 다하여 저 기백에 정신을 잃지 않도록 집중하며.

슬며시 눈알을 옆으로 굴려, 지금 자신들의 뒤에 선 자를 흘겨보았다.

레비아탄에 버금가는 신장.

문신이 한가득 새겨진 푸른 피부.

산호초처럼 흔들리는 하얀 백발.

차갑게 얼어붙은 인상의 미녀.

해신(海神) 사가라.

그녀가 보물고가 함락됐다는 소식을 듣고 몸소 행차한 것이다.

“여, 여제(女帝)시여……!”

바다의 여제를 본 병사들이 허리를 꼿꼿이 펴며 힘겹게 입술을 뗐다.

설마하니 그녀가 직접 모습을 드러낼 줄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대면(對面)은 물론, 그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는 것조차 조심해야 할 신성불가침의 존재.

슥-.

사가라는 심장이 멈춘 듯이 얼어붙은 병사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쳤다.

그리고 있어야 할 것이 없는 보물고 내부를 응시하며 말했다.

[나보다 먼저 이곳에 도착한 걸 보니, 너희의 담당 구역도 여기서 그리 멀지는 않은가 보군.]

“…….”

[레비아탄이 죽고 내 뼈가 외적에게 강탈당할 동안 너희는 뭘 했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머릿속이 탈색되는 것처럼 새하얘졌다.

병사들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딱딱딱딱, 이빨이 쉴 새 없이 부딪쳤다.

[뭘 했냐고 물었다.]

대답할 수 없었다.

여제께선 대답을 바라시지만,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무슨 대답이 나온들 그것은 변명일 테고, 여제 앞에서 변명은 곧 죽음을 의미했으니.

뭘 해도 죽는다.

그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 병사들의 뇌리를 스친 순간.

-!

기십에 달하는 병사들의 목이 몸뚱이를 떠났다.

여제의 손이 물속에 직선을 그음과 함께 짙은 피 보라가 뒤따랐다.

병사들은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도 공포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

[…….]

분풀이를 마쳐도 뜨겁게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보물고를 벗어난 사가라는 찌꺼기처럼 떠다니는 레비아탄의 뼛가루 한 줌을 그러쥐며 눈물을 흘렸다.

[아아….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녀는 넓은 품속에 레비아탄의 뼛가루를 가져다 대며 흐느꼈다.

이때.

권속(眷屬)의 죽음에 슬퍼하는 여제의 뒤로 거대한 고래가 다가왔다.

‘베히모스’라 불리는 그는 준비해 온 보고를 하려다 말고, 잠시 여제의 오열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심연 저 너머로 레비아탄의 뼛가루를 흘려보내며 사가라가 말했다.

[무슨 일이냐.]

“……추격자로 보낸 크라켄 군단이 전멸했습니다.”

[나의 권속을 죽인 놈에게?]

“그런 듯합니다. 마해의 흐름 또한 심상찮습니다. 아무래도…….”

[그놈이 내 늑골을 사용하여 군단을 전멸시킨 모양이구나.]

자신의 권능을 멋대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 순식간에 크라켄 무리를 몰살할 순 없을 터.

[아틀라스의 머저리들은 언제나 내 늑골을 탐냈었지…….]

빠득-.

안면 가득 힘줄이 솟은 사가라가 턱뼈가 부서질 기세로 이를 갈았다.

[이제는 내가 그놈들의 뼛가루를 갈아 마실 차례로구나.]

슬픔이 가득했던 그녀의 목소리엔 어느덧 분노가 잔뜩 서려 있었다.

전쟁이 선포되었다.

***

“오오! 아틀라스의 동포들이여! 위대한 전사를 맞이하라!”

대리자 기리아크의 함성이 만주 벌판에 쩌렁쩌렁하게 울리기 무섭게.

우오오오오-!!

그보다 더 크고 우렁찬 함성이 지축을 격렬히 뒤흔들었다.

그 화려한 환대의 주인공은 말할 것도 없이 대성이었다.

검은 용을 타고 사방위의 강자들과 함께 만주 벌판으로 복귀한 그를, 수천수만의 타이탄들이 반겼다.

개체 한 마리, 한 마리가 산맥에 버금가는 크기를 지닌 거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부담스러운데.’

그 웅장한 절경은 대성마저도 일순 압도될 정도였다.

사방위의 강자들도 무리의 틈에 섞여들어 무릎을 꿇었다.

이때, 존경과 예를 선보이는 타이탄들의 중심에 선 기리아크가 섬멸룡과 대성을 가리키며 외쳤다.

“아틀라스의 승천자는 레이다!”

한 번 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날, 전 지역의 타이탄들이 한데 모여든 아틀라스에서 성대한 축제가 벌어졌다.

티타노마키아.

승천자의 영혼을 제물로 바쳐 혼돈의 거신을 되살리는 이 신성한 의식은 내일 정오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때까지 타이탄들은 술과 음식이 준비된 축제를 즐기며 일찍이 헤카톤케일의 부활을 기념하였다.

“몰라봬서 미안했다!”

축제가 무르익을 무렵.

잔뜩 만취한 로이먼이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해 왔다.

술과 음식에는 입도 대지 않으며 그저 시간만 보내던 대성이 물었다.

“비꼬는 건가?”

“아냐! 아무리 성질 더러운 나라도 위아래는 구분할 줄 알아! 내가 네 진면목도 못 알아보고 건방지게 굴었던 거……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말을 하다가 문득 민망해졌는지, 로이먼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하지만 미안해하는 감정이 담긴 외눈만큼은 거두지 않았다.

아무래도 진심으로 지난날의 과오를 뉘우치는 모양이다.

합석한 막레온과 기리아크가 그 모습을 의외라는 듯 쳐다보던 가운데.

툭-.

만만찮게 취한 상태였던 유드가 대성의 어깨에 손을 걸치며 말했다.

“나도 사과하지. 네가 이토록 용맹한 전사인 줄도 모르고, 어제는 그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신경 쓰지 마라.”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 있겠나. 사죄의 표시다. 내 술을 받아다오.”

유드가 산봉우리를 깎아 만든 거대한 술병을 슬쩍 내밀었다.

하지만 대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유드의 호의를 거부했다.

시무룩해진 유드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술병을 거뒀다.

‘아무것도 먹고 마시면 안 된다.’

단순히 이런 자리를 즐기기 싫어서 혼자만 무게를 잡는 게 아니다.

술이나 음식을 섭취하는 순간, 먹었던 것들이 희미하게 갈라진 살결 밖으로 흘러넘치지 않겠는가.

그 즉시 이 몸뚱이가 언데드라는 사실이 들통나는 셈이다.

그래서 대성은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은 채, 춤을 추거나 수다를 떠는 타이탄들을 구경하며 시간만 보낼 따름이었다.

‘이딴 자리에 내가 계속 앉아있을 이유는 없겠지.’

타이탄들의 호의 따위는 바라지도 않고, 받고 싶지도 않다.

이들이랑 밤새 함께 있느니 멜카논이랑 시간을 보내는 게 훨씬 낫다.

슥-.

“응? 뭐야. 오줌 마려워?”

갑자기 대성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로이먼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성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대충 둘러댔다.

“산책하러 가겠다. 내일 정오까지는 맞춰서 올 테니 찾지 마라.”

“아니, 술판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데 산책은 뭔 놈의 산책. 축제의 주인공이 자리를 뜨겠다고?”

섭섭한 모양인지, 로이먼이 툴툴대며 술을 한 잔 더 들이켰다.

가면을 벗은 상태였던 막레온이 훤히 드러난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막사에도 안 머물고 항상 밤이 되면 어딘가로 사라진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대체 밤마다 어딜 가길래 산책을 밤새도록 하는 거지?”

“잠이 적은 탓에 바람이라도 쐬지 않으면 견디질 못하겠더군.”

대성은 단지 그 말만 남기고는 축제의 현장을 벗어났다.

“…….”

멀어져 가는 그 뒷모습을, 유드가 술을 홀짝이면서 가만히 바라봤다.

축제의 분위기가 과열되던 와중.

유드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졌다.

***

대성…… 아니, 레이가 두 번 다시는 태어나기 어려운 용맹한 전사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하나 그렇다 하여도, 도무지 의심을 떨쳐낼 수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해.’

잠이 적은 탓에 바람을 쐬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겠다고?

달리 말해 그건 잠이 아예 없다는 뜻이 아닌가.

신의 영역에 오른 헤카톤케일도 수면 정도는 취한다.

밤새 산책을 한다는 그의 말은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분명 누군가에겐 밝히기 께름칙한 볼일이 있기에 대강 얼버무린 허풍일 것이다.

‘나는 진정으로 그를 인정했으니 이런 생각은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유드는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몰래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레이가 사라졌던 방향을 따라 조심스레 발걸음을 움직였다.

‘녀석은 우리가 모르는 비밀을 하나 가지고 있다. 틀림없어.’

유드는 전신의 감각을 확장하여 레이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추적 중에 행여 들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는 아틀라스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

유드의 의심 또한 증폭된 그때.

“……!”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레이가 멈춰서는 광경이 시야에 잡혔다.

유드가 황급히 몸을 숙인 다음 숨을 죽였다.

곧, 그는 레이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한 존재를 발견했다.

‘인간?’

아니, 인간이라기엔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백이 심상치 않다.

여기까지 생생히 전해져 오는 한기(寒氣)를 보아하니, 저건 산 자라기보다는 죽은 자에 가까웠다.

‘그보다 둘이 왜…….’

갑작스레 마주친 게 아니다.

저 둘은, 이미 이전부터 쭉 알고 지낸 사이라는 듯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있었다.

레이로부터 그가 죽은 자와 접선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보다 타이탄은 같은 종족이 아닌 자들은 일단 무조건 배척하고 보는 습성을 지녔다.

‘이건 대체…….’

수상쩍은 밀회(密會)를 바라보는 유드의 눈이 혼란으로 차올랐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런 건 아직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듯, 더 충격적인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갑자기 레이의 가슴이 양쪽으로 넓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쩌억-.

그것은 레이의 가슴이 갈라지는 소리이기도 했고.

동시에 유드의 입이 위아래로 벌려지는 소리이기도 했다.

“…….”

가슴이 갈라지기만 했으면 이렇게 놀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갈라진 가슴 밖으로 한 명의 인간이 훌쩍 뛰어내리는 장면이 이어졌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경악을 금치 못한 유드는 입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틀어막으며 전방을 주시했다.

‘무슨……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바로 그때, 레이의 흉부 밖으로 튀어나온 하얀 머리 인간이 죽은 자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에선.

레이가 한쪽 무릎을 경건하게 꿇고 있었다.

마치, 눈앞의 하얀 머리 인간이 자신이 모시는 왕이라는 것처럼.

“아…….”

유드는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헤카톤케일과 승천자 말고는 그 누구의 앞에서도 머리를 숙이지 않는 타이탄이 저게 무슨 꼴인가.

하물며, 오늘 막 모든 이들의 인정과 존경을 받은 승천자가!

‘이럴 순…… 이럴 순 없다.’

모독(冒瀆)이다.

저건 아틀라스 그 자체의 명예를 더럽히는 끔찍한 장면이다.

‘아냐. 어쩌면…….’

그 순간, 유드의 머릿속에 어떤 가능성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어쩌면.

저기에 있는 레이는 단순한 껍질, 위장용 가면에 불과하고.

저 하얀 머리 인간이야말로, 진짜 ‘본체’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가능성이 아니라 진실이겠지!’

저 하얀 머리 인간은 레이의 몸뚱이를 뚫고 튀어나왔다.

말인즉슨, 지금까지 저 인간이 레이의 몸뚱이 속에 숨어들어 모든 공작을 펼쳤다는 의미.

유드의 눈에 핏발이 솟구쳤다.

당장 달려가서 저것들을 전부 도륙을 내버리고픈 마음이 끓어올랐다.

하지만.

‘일단…… 일단 참아야 한다.’

냉정하게 분노를 가라앉혔다.

알고 있으니까.

저것들은, 감정 따라 함부로 무턱대고 덤벼도 될 상대가 아님을.

무려 수룡의 보물고를 함락시킨 강적 중의 강적이니까.

‘일단은 돌아가서 이 사실을 전부 알려야 한다. 티타노마키아가 열리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탁-!

유드는 그대로 걸어왔던 길을 헐레벌떡 되돌아갔다.

물론.

말한다 한들 동포들이 그 말을 과연 믿어줄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일단 돌아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살아서 진실을 알리는 것이야말로, 아틀라스의 명예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었으므로.

분노와 경악을 뒤로 한 채 달리고 또 달리던 그때.

훙-.

벌판 위를 질주하는 유드의 머리 위로 웅장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뭐……!”

흠칫 놀란 유드가 음영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고개를 들어 올린 찰나.

쿵-!

그의 지척에, 섬멸룡이 내려앉았다.

“봤군.”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유드는 위로 향해 있던 시선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섬멸룡의 등에 올라탄 대성과 눈이 마주쳤다.

대성이 무감정하게 말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이놈……!”

얼굴이 핏줄로 뒤덮인 유드가 분노에 치를 떨며 이를 갈았다.

감정을 식혔던 냉정함도 눈앞의 원수를 본 순간 모조리 사라졌다.

울분이, 걷잡을 수 없는 절규가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어떻게 감히! 어떻게 이런 식으로 우리들의 명예를 더럽히고 기만할 수가 있나!”

“네놈들 명예 따윈 내 알 바 아니다. 속은 너희가 멍청한 거지.”

“용서 못 한다! 내가 여기서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만큼은 반드시 저승길 길동무로 삼아주마!”

“할 테면 해봐라.”

“이 가증스러운 역적 놈-!”

이루 말할 수 없이 커다란 증오의 외침을 터뜨리며 유드가 쇄도했다.

화륵-.

업화대검에서 불길이 피어올랐다.

***

날이 밝고.

새벽녘을 맞이한 벌판 그 어디에서도 유드의 시체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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