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
164
느려졌던 시간의 흐름이 도로 복구된 순간, 파프니르의 손을 떠난 멸세파동포가 사가라에게 작렬했다.
고대룡의 필살기는 순식간에 마해의 여제를 먼지로 만들어버렸다.
문제는 그것이 파프니르가 의도한 바가 전혀 아니었다는 거지만.
[이 악마 같은 놈!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제정신이 아니구나!]
“도마뱀 대가리한테 그딴 말을 듣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지.”
후-웅!
대성이 업화대검을 휘둘러 파프니르의 허리를 잘라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파프니르는 시간석의 효과가 끝나기 무섭게 놀라울 정도의 순발력을 발휘하여 검격을 피해냈다.
땅을 박차 달려들고 싶지만 생각하는 것처럼 몸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제기랄! 멸세파동포를 쓸데없이 낭비한 것 때문에……!’
지금 막 필살기를 사용한 참이라 육체에 가해지는 부담이 막대했다.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 한 줄기가 파프니르의 시야를 가린 순간.
슥-.
돌연 드리워진 커다란 음영 하나가 그의 몸을 집어삼켰다.
-이제 이놈만 죽이면 되는 거네?
[……!]
마신 메피스토, 그가 파프니르의 뒤에 선 것이다.
다리에 힘이 풀릴 만치 섬뜩한 살기를 감지하자마자, 파프니르가 헐레벌떡 전방으로 몸을 굴렀다.
전신의 통증은 무시했다.
안 그러면 쥐포가 될 테니까.
콰-앙!
방금 파프니르가 있었던 자리에 메피스토의 주먹이 매섭게 꽂혔다.
후-웅!
가까스로 죽음을 피했다는 안도감이 스치기도 전에 코앞으로 업화대검이 떨어졌다.
[이 망할! 너희는!]
콱-!
용암 같은 기류를 손에 두른 파프니르가 아슬아슬하게 칼을 막았다.
대성이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지금껏 업화대검을 맨손으로 당당히 막아낸 상대가 있었나?
과연 드래곤 로드라 불릴 만했다.
[정정당당하게 싸운다는 개념을 모르나?! 두 놈이 한 명을 압박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냔 말이다!]
“죽고 죽이는 싸움에 정정당당을 바라는 건 네놈 같은 도마뱀 대가리나 하는 짓이겠지.”
[내 생(生)을 걸고 싸워볼 만한 가치가 있는 호적수인 줄 알았건만 내가 잘못 생각했다! 이 비겁한 놈! 싸움의 미덕을 더럽히다니!]
“그딴 미덕, 난 몰라.”
팡-!
교착 상태를 이어가던 대성이 칼자루에 힘을 실어 파프니르를 저 멀리 뒤로 튕겨냈다.
돌풍에 휩쓸린 듯이 붕 날아가는 파프니르의 동체 위로, 메피스토의 깍지 낀 주먹이 내려 찍혔다.
투콰-앙!
[컥……?!]
그대로 거칠게 지면에 처박힌 메피스토의 등 뒤로 거대한 크레이터가 움푹 파였다.
온몸의 뼈가 가루가 되듯이 금이 가고 입에선 걷잡을 수 없이 방대한 핏물이 터져 나왔다.
‘꼬, 꼼짝도 할 수가……. 어, 얼른 이, 일어나야 하는데…….’
귀에선 삐- 하는 울림이 감돌고 시야는 초점이 나가서 흐릿해졌다.
거의 초주검이 된 파프니르의 위로.
슥-.
-방금 건 진심으로 갈긴 건데 아직도 안 죽어? 과연 용들의 왕 다운 맷집이네.
메피스토의 여섯 손이 동시에 주먹을 쥐고 있었다.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을 예감한 파프니르의 눈에 경악이 서렸으나,
불행히도, 넝마가 된 몸은 이번에도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죽음의 세례가 닥쳐왔다.
콰과과과과과광-!
끊임없는 연타!
한 대만 허용해도 즉사인 메피스토의 주먹 여섯 개가 동시에, 거기다 쉬지 않고 작렬해왔다.
미사일이 격발할 때나 들릴 법한 폭음이 끊임없이 연달아 터졌다.
만약 여기가 메피스토가 원하는 환경으로 조성한 심상 세계가 아닌, 평범한 지구였다면.
지상은 이미 안쪽의 내핵이 드러날 때까지 끔찍하게 파괴되었으리라.
“…….”
주먹이 땅을 두들길 때마다 연기가 자욱하게 솟구치고 파편이 거칠게 튀어 올라서 파프니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저 연타를 맞고도 생존할 확률은 0%라고 생각할 따름이었으나,
‘놈이 죽었다고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는군.’
곧 대성은 그 확률을 대폭 수정해야만 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놈이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스으으-.
메피스토의 연타가 멈추고 연기가 빠르게 걷혀갔다.
그 너머엔 넝마가 된 파프니르가 대(大)자로 쓰러져 있었다.
얼굴의 반쪽은 뭉개졌고 옆구리엔 갈비뼈가 선명하게 튀어나온 상태.
차라리 빨리 목을 베어 죽여주는 게 배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참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메피스토가 어깨를 들썩이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와…… 이래도 안 죽어? 너 혹시 불사신이야?
[…….]
-아, 그러고 보니 고대룡의 심장엔 진짜로 불사의 기적이 담겨 있다고 들어본 적이 있긴 하네.
그것은 대성에게도 금시초문인 이야기였다.
파프니르가 죽지 않은 건 단순히 맷집이 뛰어나서가 아닌, 태생적인 불사의 육체였기 때문인가.
‘하긴. 불사가 아니면 고대룡(古代龍)이란 이름이 붙은 놈이 지금까지 살아있을 리도 없겠지.’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죽지 않는 몸이란 축복이 아닌 질 나쁜 저주일 것이다.
저런 걸레짝 같은 모습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죽지 못하니, 그게 저주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불사라 하여도 온몸이 통째로 사라지면 그 의미가 사라지는 법.’
화륵-.
거센 화력을 끌어올린 업화대검을 그러쥔 채, 대성은 천천히 파프니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죽여주마. 너도 그걸 바랄 테지.”
[아… 니…….]
놀랍게도 파프니르에겐 아직도 목소리를 뱉을 여력이 남아 있었다.
그가 매섭게 부릅뜬 눈으로 붉은 벼락이 휘몰아치는 하늘을 응시하며 더듬더듬 말했다.
[난…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아득, 바득…….]
바로 그때.
뚜둑!
갑자기 파프니르가 옆구리 살갗을 뚫고 튀어나온 자신의 갈비뼈 한 대를 나뭇가지 꺾듯 꺾었다.
“……!”
용의 뼈!
저 행동이 무얼 의미하는지 직감한 대성이 서둘러 시간석의 힘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살아남, 겠다……!]
그보다 파프니르가 자신의 뼈를 땅에 쑤셔 박는 속도가 더 빨랐다.
콱-!
그 순간 뚫린 둑에 물이 쏟아져나오는 것처럼 시스템 메시지가 미친 듯이 글귀를 띄웠다.
[‘고대룡 파프니르’의 뼈가 필드에 설치되었습니다!]
[‘고대룡 파프니르’가 뼈가 심어진 해당 영역을 자신의 둥지로 선포합니다!]
[‘마신 메피스토’의 심상 세계가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고대룡의 둥지’에 다수의 용아병이 생성됩니다!]
쿠구구-.
시스템 메시지의 등장과 함께 지축이 거세게 뒤흔들렸다.
뼈가 박힌 지점을 중심으로 막대한 진동이 수면 위의 파문처럼 퍼져나갔다.
쯧. 대성은 혀를 찼다.
“스스로 뼈를 뜯어내 둥지와 용아병을 만들다니. 독종이로군.”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더한 것도 뜯어내, 겠다……!]
콰드득-!
파프니르의 주변에 있던 지표면이 뜯겨나가더니, 지저(地低)에 숨어 있던 ‘군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붉은 철갑을 입고 장검을 든 용인(龍人) 군단.
바로 고대룡의 뼈로 만들어진 용아병들이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전부…….’
필드의 끝에서 끝까지 용아병 군단이 지면을 뚫고 출몰하고 있었다.
어느덧 대성과 메피스토의 주변은 검붉은 물결에 휩싸인 상태였다.
‘발라르크와 필적한다.’
용아병들의 육체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감지한 대성의 미간이 와락 찌푸려졌다.
발라르크와 비슷한 전력을 지닌 놈들이라면 아무리 대성이라 할지라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터.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는 대성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기억이 스쳤다.
그리고는 곧장 아공간을 연 다음 핸드 캐논 형태의 아이템을 꺼내어 왼손에 장착했다.
용살포(龍殺砲).
다름 아닌, 일전에 ‘발아의 탑’에 갔을 때 얻었던 보상 중 하나였다.
‘용들을 죽이는데 특화된 무기니 분명 도움이 되겠지.’
기껏 얻었는데 아공간에 처박아두기만 하면 아깝지 않겠는가.
이 기회에 마음껏 사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때였다.
-어, 어어? 내, 내 몸이……!
멀쩡히 서 있던 메피스토의 몸이 신기루처럼 흐려지기 시작했다.
심상 세계가 구현된 이곳 고유 결계는 이미 마신의 영역이 아니었다.
‘고대룡의 둥지지.’
필드의 성질 자체가 뒤바뀜으로써, 세계를 구성하던 마력이 흐려졌다.
그래서 메피스토의 존재 또한 더는 오롯하게 고정될 수 없는 것이다.
‘뼈를 바친 끝에야 겨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군.’
어떻게든 살아남아 저항을 이어나가겠다는 저 집념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화르륵-!
대성은 위태롭게 일렁이던 메피스토를 소환계로 돌려보냈다.
지금으로선 메피스토가 있어봤자 오히려 걸림돌만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감행한 행동이었다.
[네가 그랬듯…… 나 또한 정정당당한 싸움 같은 건 포기했다.]
펄럭-!
물밀 듯이 몰려드는 용아병들 사이로, 파프니르가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펼치더니 그리 말했다.
[어디 한 번, 참혹하게 죽는 그 순간까지 절망감과 공포를 느껴봐라.]
파프니르는 독기 어린 말을 남기고는 하늘로 날아올라 저 멀리 도주하기 시작했다.
대성은 어검술로 업화대검을 던져 놈을 도로 떨어뜨리려고 하였으나,
[‘고대룡의 둥지’가 허락받지 않은 존재의 능력을 대폭 하향시킵니다.]
[둥지 안에 있을 동안 모든 마력이 봉인됩니다.]
세계의 강제력이 발동했다.
푸슈욱-.
마력이 봉인됐다는 선고가 내려지기 무섭게,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업화대검이 소멸하였다.
“또 이런 식인가.”
멜카논과 싸웠을 때도 그렇고, 요즘 따라 부쩍 마력이 봉인되는 상황이 자주 찾아오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업화대검도 없이, 이 무수한 용아병들과 단신으로 맞서야 하는 순간이었다.
‘미리 용살포를 꺼내두길 잘했군.’
그리고 용살포뿐만이 아니다.
만병지왕도 있다.
마지막으로-.
‘영주의 반지.’
최근 ‘영지’란 걸 확보함으로써 얻었던 수수께끼의 보상.
시스템의 설명에 따르면 ‘영주의 반지’엔 [기사단 소환]이라는 특수 스킬이 존재했다.
‘시험해볼까.’
철그럭-.
갑옷의 이음새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용아병들이 빠르게 대성과 거리를 좁혀왔다.
대성은 ‘영주의 반지’를 낀 손을 내밀어 특수 스킬을 발동했다.
[5인의 혼백(魂魄) 기사단이 영주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기사단은 앞으로 30초간 영주를 위해 목숨을 다해 싸울 것입니다.]
스르륵-! 쿠구구-!
대성을 중심으로 순백의 갑주를 입은 다섯 명의 기사가 등장했다.
게다가 그냥 기사가 아니다.
‘지배자의 종자’가 아틀라스에서 비롯된 아이템이라서 그런 걸까?
기사단을 구성하는 기사 한 명, 한 명이 전부 타이탄이였다.
그것도 갑옷을 입은 타이탄!
머릿수는 터무니없이 적었으나 기사들의 외모는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녔다.
전장이란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여린 체형의 여자가 있는가 하면, 풍채가 듬직한 백전노장도 있었다.
<영주시여. 당신을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바치겠나이다.>
<기념비적인 첫 소환이군요. 짧은 시간밖에 허락되지 않았지만 죽을 각오를 다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영주님. 절대로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을 테니.>
<고대룡의 용아병이라.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되겠군.>
<영주님과 기사단의 건승과 영광을 위해-!>
저마다 한마디씩 각오의 발언을 뱉은 혼백의 기사들이 진격했다.
용아병 또한 기세에 뒤지지 않고 장검을 앞세워 응수하였다.
병기와 병기가 세차게 부딪치며 불티가 쉼 없이 튀어 올랐다.
‘강하군.’
기사단의 전력에 대한 대성의 솔직한 평가였다.
고대룡의 용아병이 발라르크의 수준과 엇비슷하다면.
기사단의 수준은 일반적인 타이탄들의 전투력을 훨씬 웃돌았다.
다섯 명 모두 가히 사방위의 강자들과 맞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혼백의 기사들이 휘두르는 무구에 고대룡의 용아병들이 추풍낙엽처럼 쓸려가던 가운데.
철컥-.
대성은 왼손에 장착한 용살포를 군단을 향해 겨누었다.
휘오오오오-!
용의 숨결에 버금가는 파괴적인 기운이 대기를 찢어내며 포신(砲身)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죽는 그 순간까지 절망감과 공포를 느껴보라고?’
대성의 두 눈이 약자의 살점을 무자비하게 물어뜯는 야수처럼 사납게 번들거렸다.
‘절망감과 공포를 느끼는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겠지.’
그의 안광이 섬뜩하게 빛남과 동시에, 포신이 빛을 뿜었다.
-!
용을 죽이는 백색 광선이 무지막지한 굉음을 흩뿌리며 용아병의 군단을 향해 닥쳐들었다.
***
[빌어먹을……!]
최대한 대성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까지 피신한 파프니르가 숨을 헐떡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둥지의 영역 내부였기에, 그의 상처는 아까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상당한 호전을 보였다.
[큭……!]
물론 둥지의 생성을 위해 희생하였던 갈비뼈 한 대는, 아무리 상처를 회복한다 한들 돌이킬 수 없었지만.
쿨럭-!
그가 썩은 피를 입 밖으로 크게 토해내며 악에 찬 눈을 부릅떴다.
‘그놈이라면 내가 만든 용아병 군단도 이겨낼지 모른다. 하나 설령 이겨낸다 한들, 피해는 적지 않게 입겠지!’
그냥 용아병도 아니고, 무려 고대룡인 자신을 근간으로 두어 탄생한 용아병이다.
재수가 좋으면 용아병 선에서 놈이 죽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형편 좋은 상상은 접어두기로 했다.
파프니르는 대성의 오만한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이 부상만 전부 회복하면, 그때는 내가 직접……!]
하지만.
복수를 다짐하는 파프니르의 그 말은 방점을 찍지 못했다.
[……?!]
-오싹.
돌연 구렁이가 다리를 타고 기어오르는 듯한 오싹함이 느껴졌으니까.
순식간에 낯빛이 어두워진 그의 고개가 한 방향을 향해 돌아갔다.
거기엔.
[이건…….]
저벅-.
둥지 가득 불어오는 먼지구름을 뚫고 ‘놈’이 걸어오고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그러나 파프니르는 알 수 있었다.
저 핏물 중, 놈의 것은 단 한 방울도 없다는 사실을.
[내가 헛것을 보는 건가……?]
“아니.”
[내, 내 용아병들은…….]
“내가 다 죽였지.”
용의 날개가 파프니르의 등허리 뒤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행동이 앞섰다. 우선 도망쳐야겠다는 본능적인 일념(一念)이 파프니르를 움직이게 했다.
그가 높이 도약한 순간.
쉬익-. 콰직-!
[크아악-!!]
만병지왕으로 만들어진 투창(投槍) 한 자루가 파프니르의 흉부를 날카롭게 꿰뚫었다.
파프니르는 엽총에 맞은 참새처럼 초라하게 추락하였다.
그리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끄흑, 끄흐으윽-!]
“드래곤도 심장은 왼쪽에 있을 텐데, 실수로 오른쪽을 노려버렸군.”
허리를 앞으로 휘며 아파하는 파프니르의 눈에 ‘놈’의 발이 들어왔다.
파프니르는 일순 신음하는 것도 잊고 ‘놈’을 올려다보았다.
[…….]
용은.
천지를 아우르는 최강의 생물.
그렇기에 ‘상위 포식자’라는 개념 따윈, 파프니르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불사의 몸이라고?”
알 것 같았다.
‘사냥하는 자’가 아닌, ‘사냥당하는 자’의 심정을.
절망감과 공포를.
“심장이 뽑히고도 불사 운운할 수 있는지 두고 볼까?”
의문이었다.
드래곤의 위에 군림하는 ‘놈’은, 과연 진짜로 인간이 맞긴 한 건지.
콰직-!
결국.
고대룡은 심장이 뽑히는 그 순간까지도 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최후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