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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돌아온 한대성-165화 (16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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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힉……”

땅이 거세게 울릴 때마다 사람들이 소스라치며 어깨를 움츠렸다.

하나같이 낯빛은 새파랬고, 개중엔 발작이라도 난 듯이 귀를 틀어막으며 온몸을 덜덜 떠는 이도 있었다.

“혀, 형…….”

“너, 너무 무서워하지 마. 조금 있으면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거야.”

“흑, 흐윽…….”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비쩍 마른 한 형제가 서로의 손을 붙잡으며 흐느꼈다.

곡소리를 내는 건 형제들뿐만이 아니었다. 며칠을 굶어 초췌한 얼굴을 한 것도 형제들뿐만이 아니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그랬다.

“더는 싫어……. 내보내 줘……. 내보내 달라고…….”

“누, 누구 여기 의사 없나요?! 여, 여기 저희 할아버지께서 상태가 좀 이상하세요!”

“으아아앙-!”

“애새끼 좀 조용히 시켜! 누구는 안 울고 싶은 줄 알아!”

지옥 같은 광경이었다.

온 사방이 시커먼 암흑에 잠긴데다, 비좁고 퀴퀴한 냄새가 흘렀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신음이 끊이질 않았고, 몸이 허약한 이들 중 몇몇은 벌써 아사(餓死)해버렸다.

이곳은 아틀라스의 포로수용소.

그중에서도 ‘인간’만 잡아 가두는 특별 구역이었다.

쿵-!

“히, 히익……!”

“쉬, 쉿! 조용히 해! 소란 피우면 저번에 그놈처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맞아 죽을 거라고!”

재차 땅이 울리자, 사람들이 질겁을 하며 비명을 지르려던 여자의 입을 황급히 틀어막았다.

방금 땅 울림의 정체는 이곳 포로수용소를 담당하는 간수 타이탄의 발소리였다.

간수 타이탄은 시끄러운 인간을 제일 싫어한다는 사실을, 굳이 말로 듣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미 학습한 상태였다.

제발 여기서 내보내 달라고 악을 질렀던 남자, 어떻게든 맞서 싸워보겠다고 덤빈 사냥꾼, 말로 차분히 협상하려 했던 노인…….

그들 모두가, 다른 포로들이 보는 앞에서 처참하게 맞아 죽었으니까.

“누구 의사 되시는 분 없냐고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한 명도 없을 리가……!”

“누, 누가 저 여자 입 좀 다물게 해. 시끄러운 일 벌어지기 전에.”

며칠을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어느 노인이 눈을 감은 채 엎어져 있었다.

아주 미세하게 오르내리는 흉부만이 노인이 아직 목숨은 붙어있음을 나타내는 증거였다.

그때 노인의 손녀로 보이는 한 여자가 그의 손을 그러쥔 채 애절하게 의사를 찾았다.

음식도 물도 거의 없다시피 한 이곳은 몸이 약한 노인들에게 있어선 사형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실제로 그곳에 전문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는 당사자 외엔 아무도 알지 못하리라.

아니, 의사의 존재 여부 따위는 대다수에게 있어서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쿵, 쿵, 쿵-!

그저 간수의 발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는 와중이니, 제발 여자가 입을 다물어줬으면 하는 바람일 뿐.

“의, 의사는 나중에 다 함께 찾아볼 테니까, 지금은 일단 조용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

잔뜩 충혈된 눈을 부릅뜬 여자는 당부의 말을 건네온 남자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눈앞에서 가족이 죽어가고 있는데 조용히 하라는 말을 들었으니 그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그러나 곧.

“흑, 흐윽……!”

여자는 스스로 입을 틀어막았다.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눈매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이 뺨에 흐르는 피와 뒤엉켰다.

참아야 한다. 지금만큼은, 적어도 지금만큼은 소란을 피워선 안 된다.

조용히 하라는 남자의 말이 아예 틀리진 않았으므로.

여기서 자신이 계속 울고불고 소리를 질러 간수의 눈에 밟혔다간, 자신과 할아버지는 물론 최악의 경우엔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를 볼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지금은 참아야 한다.

지금은-

“병 든 닭이 한 마리 보이는군.”

심장이 철렁거렸다. 동시에 수용소의 쇠창살이 쿵, 하고 흔들렸다.

사람들이 파리해진 안색으로 쇠창살 너머에 선 간수 타이탄을 바라보았다.

“이상하네. 식사가 시원찮았나? 썩은 인육(人肉) 한 덩이면 너희끼리 알아서 잘 나눠 먹을 줄 알았는데.”

간수 타이탄이 이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구더기라도 본 것처럼 지독한 혐오감을 느꼈다.

“어쨌든 골치 아프게 됐구먼.”

슥-.

간수 타이탄의 눈길이 노인과 여자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순간 헛숨을 크게 삼킨 여자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다 죽어가는 놈을 내버려 두면 다른 것들한테까지 영향이 가겠지. 역병은 전염되기 마련이니까.”

“저, 저희 할아버지는 역병 같은 것에 걸리신 게 아니라 그저 기력이 쇠하셔서……!”

쾅-!

간수가 쇠창살을 한번 후려치자 다이너마이트라도 터진 것만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두 다리로 버티고 설 힘조차 없었던 사람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여자는 행여 할아버지가 다칠까 봐 그를 꼭 끌어안으며 덜덜 경련했다.

겁에 질린 여자의 귓가로 간수의 서슬 퍼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레만도 못한 하등 종족이 감히 위대한 타이탄의 말에 토를 달아?”

통나무보다 두꺼운 간수의 손가락이 쇠창살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여자와 노인을 가리켰다.

“결정. 너랑 거기 널브러져 있는 병 든 닭, 당장 튀어나와. 산 채로 펄펄 끓는 물에 삶아서 죽여주마.”

“……!”

사형 선고를 들은 여자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눈앞이 새카매지고 머릿속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의지를 떠난 입술이 아무렇게나 움직여 말을 내뱉었다.

“하, 하, 할아버지는 안 돼요. 그, 그냥 저만……. 제, 제발…….”

“말귀를 못 알아듣네. 하등 종족한테는 내 말이 너무 어려웠나?”

간수가 수용소의 문을 열고 안쪽을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허겁지겁 물러난 덕에, 간수는 순식간에 여자의 앞에 당도할 수 있었다.

스륵…….

할아버지의 품을 끌어안는 여자의 몸 위로 거인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삶아 죽이기 전에 우선 팔다리부터 발라내야겠구나. 뼈까지 잘 익도록 말이지!”

간수가 허리를 낮게 숙여 거대한 마수를 뻗어오기 시작한 순간.

여자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노인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죽는구나.

그렇게 생각한 찰나였다.

“…….”

시간이 지나도, 각오했던 순간은 찾아오지 않았다.

의아해진 여자가 푹 숙였던 고개를 들며 간수가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허, 헉…….”

그 신음은, 아니, 단말마는.

간수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파스스-.

간수는 재가 되어 흩날리는 자신의 두 손을 경악스레 쳐다보았다.

“내, 내가 왜 이러는-.”

그리고 곧.

파슥-.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한 간수의 전신이 먼지처럼 소멸하였다.

여자는 물론, 수용소 내부에 갇힌 이들 전부가 이게 어찌 된 일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며 당황했다.

충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파스스-.

이번엔 수용소 공간 그 자체가 방금 사라진 간수처럼 잘게 조각나며 사라져간다.

휘이잉-.

햇볕 한 줌 들어오지 않았던 이곳에, 따스한 미풍 한 줄기가 은은하게 불어왔다.

“어, 어라…….”

“바, 바깥이라고……?”

빛이 사람들을 내리쬐고, 맑은 공기가 비강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렇다.

사람들은 더는, 어둡고 축축한 수용소에 갇혀있지 않았다.

바깥.

이곳은 틀림없이, 빛과 햇살로 가득한 ‘바깥’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여자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던 한편.

아까까지 의식이 없었던 노인이, 손녀의 손을 살며시 매만졌다.

쭈글쭈글한 주름의 감촉을 느낀 여자가 노인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하, 할아버지?!”

“얘, 얘…… 야…….”

“할아버지! 할아버지! 정신이 좀 드세요?!”

노인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물었다.

“이 할애비가 잠깐 눈 감고 있던 사이, 누군가 도깨비 놈들을 전부 내쫓은 거니……?”

“……네!”

힘차게 대답한 여자가 노인의 손을 꾹 쥐며, 흐느꼈다.

“저희, 살았나 봐요……!”

***

“부, 부관…….”

“예……?”

“내가 지금, 무언가 헛것을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닌 것 같습니다.”

로마에 자리한 요정 왕국의 앞마당에는 피비린내가 자욱했다.

전쟁이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엘프와 드래곤 간의 대전쟁이.

물론 한쪽이 너무나 일방적으로 불리한 싸움이었다. 열세인 쪽은 두말할 것도 없이 엘프 진영이다.

전장을 굴러다니는 시체의 8할가량이 전부 끔찍하게 죽은 엘프였다.

엘프의 씨를 말려버리기로 작정한 용족이 왕국 앞까지 들이닥치자, 요정 여왕 네비아는 옥좌를 박차고 직접 칼을 차고 전장에 나섰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란 건 안다. 오늘이 바로 요정 왕국이 무너지고 엘프가 멸망하는 최후의 날이란 건 너무나 자명했다.

그러나 엘프는 패배할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 여왕과 그녀의 병사들은 죽음을 불사할 기세로 끝까지 드래곤들과 맞서 싸웠다.

그런데.

파스스-.

분명 몇 초 전까지만 해도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던 드래곤들이.

재로 변해 사라지는 게 아닌가.

“엘프 놈들, 갑자기 무슨 수작을……!”

“끄아아아악……!”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멸해 가는 용들이 깊이 한탄하였다.

그러나 이건, 엘프들조차 알지 못하는 돌발 사태였다.

전장 가득히, 바람에 휩쓸리는 낙엽처럼 흩날리는 재를 바라보던 네비아가 옆에 선 부관에게 물었다.

“우리 진영은 무사한가?”

“그, 그런 것 같습니다. 사라지고 있는 건 드래곤들만…….”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은 기적이로군…….”

죽다 살아난 병사들 또한 당황하면서도, 생존했다는 안도감에 취해 서로 얼싸안는 사이.

문득 어떠한 예감이 스친 네비아가 지그시 눈을 감더니 귀를 쫑긋거렸다. 이내 푸른 기류가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휘감았다.

잠시 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기감을 한계까지 펼쳤던 네비아가 지금 막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을 입에 담았다.

“……파프니르가 죽었어.”

“네?”

네비아의 기감은 만 년간 단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하는 말은 전부 의심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진실.

그런데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던 부관은 깜짝 놀라 물었다.

“파, 파프니르가 죽었다뇨? 그 포악한 고대룡이 누군가의 손에 죽임당했다는 말씀입니까?”

“……천 년 전, 대사제가 하였던 예언을 기억하나, 부관?”

“영웅이 나타나 파프니르를 죽인다는 그 예언 말입니까? 말년에 정신이 오락가락했던 양반인지라, 아무도 믿지 않은 엉터리 예언이었죠.”

거기까지 말한 부관은, 네비아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깨닫고는 눈매를 좁혔다.

“여왕님, 설마. 그 엉터리 예언을 믿으시는 겁니까?”

“엉터리 예언이라…… 아니.”

사락-.

활짝 펼친 여왕의 손바닥 위로, 잿가루 하나가 살포시 내려앉았다.

여왕은 주먹을 꾹 쥐더니,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지금은 부디 대사제의 말이 옳았기를 바라자고.”

***

[‘고대룡, 파프니르’를 처치하셨습니다!]

[‘생명 포식자’에게 먹일 정순한 생명석 하나를 획득하셨습니다!]

싸움의 종료를 고하는 시스템 메시지가 조용히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의 대성에겐, 메시지에 적힌 글귀를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털썩!

파프니르의 신형이 사라지기 무섭게 그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조금만 더 싸움이 길어졌으면 큰일 날 뻔했겠군.’

그렇게 생각하는 대성의 코에서 진한 핏물이 흘러나왔다.

마라톤 완주를 한 사람처럼 탈진했다. 기력이 조금도 돌지 않았다.

‘역시 메피스토를 구현하는 건…… 나한테도 부담이 큰 짓이었어.’

무려 지옥을 주름잡았던 마신을 인간의 몸으로 불러냈다.

초대형 게이트가 출몰했을 적, 지구 전체에 천공의 마수 군단을 소환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마력을 소모한 것이다.

<판데모니움의 마수들이 절대자께 공물을 바칩니다!>

<판데모니움의 마수들이 절대자께 공물을 바칩니다!>

<판데모니움의 마수들이 절대자께 공물을 바칩니다!>

마수들이 허겁지겁 자신들의 마력을 공물로 바쳤다.

하지만 텅 빈 바다를 대야 하나로만 채우는 것과 다름없는 짓이다.

“소용없으니까 그만해. 안 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정신 사납게 하지 마라.”

온전하게 마력을 충전하려면 그저 죽은 듯이 잠들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수밖에 없다.

손가락 까딱하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지친 심신이었으나, 챙길 건 전부 챙겨야 하는 법.

“…….”

대성은 눈앞에 떨어진 붉은 심장 하나를 말없이 응시하였다.

두근! 두근!

놀랍게도 심장은 울긋불긋한 혈관을 마구 돌출시키며 힘차게 맥동하고 있었다.

‘고대룡의 심장.’

바로 죽어간 파프니르가 세상에 남긴 유일한 무언가였다.

메피스토의 말로는, ‘불사’의 기적을 가져다준다고 했던가?

그런 생각이 들기 무섭게, 시스템이 심장에 대한 정보를 불러왔다.

[아이템 정보]

이름 : 고대룡의 심장

분류 : ???

‘고대룡 파프니르의 심장입니다. 먹으면 불사의 육체를 가지게 되나, 용족 이외의 존재가 섭취 시 영혼이 파괴됩니다.’

정보란에 적힌 글귀를 읽은 대성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용족이 아닌 존재는 먹어도 불사의 힘을 얻을 수 없다니.

그렇다면 이건 자신에게 있어서 그냥 하등 쓸모없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지 않은가.

‘어차피 불사의 몸 따윈 바라지도 않았다.’

진심이었다.

괜히 아쉬워서 적당한 합리화를 하는 게 아니다.

죽지 않는 몸 같은 건 필요 없다.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살고 싶다.

먹고, 자고, 울고, 웃고…….

그러다 언젠간 수명이 다하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그냥 그거면 충분했다.

‘나한테는 필요 없는 쓰레기지만-.’

대성은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고대룡의 심장을 손에 쥐었다.

‘섬멸룡, 그 녀석은 어쩌면 이걸 탐낼지도 모르겠군.’

용에게 있어서 ‘불사’란 무엇인지. 축복인지 저주인지, 그건 대성으로서도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파프니르는 겉으로 보기엔 일단, 죽지 않는 자신의 운명을 후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섬멸룡 또한, 이 심장을 보고 기뻐할지도 모르는 노릇.

‘더군다나 그놈은 나 때문에 실컷 고생했으니 이 정도 포상은 내려줘야겠지.’

지금껏 맹목적인 충성만 받아왔지, 그 충성에 대한 보답을 건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도 하고.

대성은 고대룡의 심장을 아공간 속에 고이 보관해뒀다.

바로 그때.

쿠구구-.

파프니르의 죽음으로 인해, 그의 둥지인 결계 내 공간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금이 간 창공의 균열 사이로, 화창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조금…… 쉬어야겠군.”

대성은 그대로 벌러덩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안식을 취하는 그의 얼굴 위로, 맑은 서광이 한가득 드리웠다.

파창-!

그리고 뉴욕 상공에 드리운 고유 결계가 전부 무너졌다.

“아!”

결계를 쳐다보며 마음 졸이던 사람들이 탄식을 터뜨렸다.

그들은 결계의 붕괴를 시작으로, 또 무슨 괴물이 튀어나올까 두려워하였으나,

…….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휴…….”

한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들이었으나,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특히 시력이 일반인과 남달랐던 사냥꾼들은 보았다.

“어어! 저기!”

“동양의 구세주가!”

무너지는 결계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대성의 모습을.

곧 언제나 그랬듯 용의 날개를 펼칠 줄 알았으나, 대성에게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가 기절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낯빛을 새파랗게 물들였다.

아득하리만치 높은 고도.

저 상태에서 그대로 지면과 충돌했다간, 설령 동양의 구세주라 할지라도 무사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때.

“비키세요!”

휙-!

인영 하나가 허공에 잔상을 새기며 사람들의 곁을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다름 아닌 <밀레니엄> 클랜의 단장, 헨리 글로버였다.

그가 일생일대의 오러를 펼치며 추락하고 있는 대성을 향해 질주했다.

그리고.

탁-!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도약한 헨리가 무사히 대성의 몸을 잡아챘다.

“……!”

기절한 대성의 몸이 완전 불덩이임을 눈치챈 헨리가 얼굴을 굳혔다.

그는 조심스레 대성을 두 팔로 든 뒤, 인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 사이로 정적이 스쳤다. 오직 숨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왔다.

따로 협의를 본 것도 아니건만, 사람들은 말없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헨리에게 길을 터주었다.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일치했다.

감격에 찬 사람들은 눈가를 훔치며 훌쩍였다.

그 누구도 다른 곳을 보지 않았다.

오직, 깊은 잠에 빠진 대성의 얼굴만을 바라볼 따름이다.

선망에 찬 눈으로.

존경이 담긴 눈으로.

감사의 뜻이 담긴 눈으로.

“우리들의 희망과 구원이 되어줘서 정말 고맙소.”

대성을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으며, 헨리는 그리 말했다.

대성은 정말 오랜만에,

푹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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