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은 딸이 있는 미혼모, ‘레이나’의 몸에 빙의했다.
혼란은 잠시였고 그녀의 세계에 적응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레이나’로 산 지 어언 4년쯤 되던 어느 날.
레이나는 제 딸을 납치했으니 아이를 찾고 싶으면
지금 하녀로 있는 공작가의 공녀를 납치해 오라는 협박장을 받는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절망한 그 순간,
레이나의 머릿속에 소설 하나가 떠오른다.
“……설마.”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당의 협박을 받아 여주인공을 납치하다 걸려 처단당하는 역할.
여주인공이 아버지에게 사랑받는단 걸 확인하게끔 하는 장치.
그것이 바로 레이나, 자신이라는걸.
***
“……에스텔 아가씨를 납치하려는 세력이 있습니다.
“드디어 죽고 싶어 환장한 족속들이 나타났나 보군.”
“제, 제가 누군지 잡을 수 있게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잠시간 침묵이 이어졌다.
“도와준다?”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 앞치마 주머니에 있는 작은 종이를 꺼내 보였다.
“ㅈ, 저에게 아가씨를 납치해 오라 사주한 사람이 쓴 편지입니다.”
“……!”
공작이 레이나를 향해 손을 뻗자 그녀는 편지를 뒤로 숨겼다.
공작의 눈에 분노가 일렁거렸다.
“이걸 드리는 대신 원하는 게 있어요.”
레이나는 눈물을 참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아이를…….”
“…….”
“제 아이를 살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