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1화. 작은 섬에서 (1/122)



〈 1화 〉1화. 작은 섬에서

[스타 더스트 채집에 성공하셨습니다.]

[채집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서버 최초로 모든 채집 스킬을 마스터하셨습니다.]

[칭호 '전설의 채집가'를 획득하셨습니다.]


"뭐야, 이걸로 끝이야? 채집 더 하고 싶은데."

이세영은 한창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채집 마스터 퀘스트를 완료할 때 쯤, 방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영아, 밥 먹어야지."
"응~ 할머니."

그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의 목소리다.


*


이세영은 대한민국 서해의 어느 작은 섬에서 태어나 자랐다.

할머니의 손에 자란 소년은 다소 상식이 부족했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이였다.


아무리 인터넷과 TV를 통해 섬 밖의 세상을 지켜볼 수 있다고 해도,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경쟁이라는 소용돌이 밖에 있던 것이나.
자아를 형성 할 시기에 또래 친구 하나 없이 자란 다는 것.


자율 주행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시의 삶과, 존재하는 차는 이장님 댁의 트럭이나 몇 대의 경운기가 전부인 작은 섬에 사는 세영의 삶.
그 갭은 매우 컸다.


그리고 그것이 소년을, 도시에 사는 비슷한 또래와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쨍그랑-


"할머니, 안 다쳤어? 내가 치울 테니까 할머니는 밥 먹어. 아! 이 기회에 안 깨지는 접시로 바꾸면 되겠다. 헤헤."


이런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과 그가 별개의 존재임을 대변했다.

섬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XG 네트워크 망을 제외하면, 이 작은 섬은 문명의 둘레에서벗어난 생태 박물관이었다.


"벌써 새싹이 돋았네."


때문에 이세영은 자연과 식물을 좋아했다.

자연 속에서 누구와도 경쟁하는 일 한번 없이 자랐으니, 그의 성격이 온순하고 느긋하며, 작은 것 하나에도 행복을 느끼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우리 손주도 이제 다 컸네."

갓난아기 때부터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


세영은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탓에 혼자가 되면 조금 외로움을 타는 성격이지만, 항상 곁에 있어 주는 할머니 덕에 그런 걸 느낄 새는 없었다.


"할머니, 할머니이~"


취미가 있다면 나물 캐기.

"왜 이리 호들갑이야 우리 손주."
"여기  봐. 작년에 내가 여기에 달래를 옮겨 심어 뒀었잖아. 근데 1년 만에 이렇게 많이 자랐어."


아직 추위의 향기가 가시지 않은 어느 해의 늦은 2월. 세영은 할머니와 함께 야생 달래를 캐러 나왔다.


작년, 작은 달래  개를 주변에 옮겨 심어 뒀더니 1년 만에 뿌리를내리고  영역을 넓게 퍼트렸다.

"할머니, 오늘은 달래장 만들어줘. 겨우내 할머니 달래장에 밥 비며 먹는 날만 기다렸다고."
"욘석이, 호들갑은."


이세영의 바구니에는 오늘 캔 봄 나물이 한 가득하였다.
달래며, 냉이며, 아직 추운 날씨임에도 벌써 봄을 맞이한 듯했다.




심지어 그는 게임 속에서도 채집만했다.


한창 즐기던 온라인 게임에서도, 최초로 채집 왕 타이틀을 거머쥘 정도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몬스터 사냥과 보스 레이드를 뛰고, 던전을 클리어 하느라 바쁜 탓에 경쟁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당 게임이 인기 없는 망겜으로 유명한 탓도 있었다.


"이 게임은 채집이 가장 재밌지"

항상 게임을 켜면, 세영의 입에서는 무심코 이런 말이 튀어나오곤 할 정도였다.


***

2041년.


어느덧 세영의 나이는스물을 넘겼다.

"세영아, 이제 너도 도시로 가 대학교에 다녀야 하지 않겠어?"
"난, 여기가 좋은데. 할머니도 같이 가면 모를까."
"이 할미는 늙어서, 도시에 가면답답해서 못살아."
"그럼 나도 안 갈래. 도시는 돈도 많이 필요 하잖아?"

섬이라면 생활이 궁핍하긴 해도, 국가에서 나오는 보조금과 주변의 일손을 도와주고 받는 용돈으로도 어떻게 살아가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도시라면 불가능 할 것이다.
아무리 상식이 부족한 세영에게도 그 정도의 지식은 있었다.

"도시에 가서 번듯한 직장도 얻고, 착한 색시도 얻어야지. 욘석아."
"에이, 할머니도 참  이래. 징그럽게. 할머니야 말로  할아버지 얻는 게 어때?"
"이눔이, 못하는 말이 없어!"
"헤헤헤."


다 컸음에도 세영은 할머니의 품에 아이처럼 안겨 웃곤 했다.
할머니와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 따뜻하고 즐거웠으니까.

여름이 아무리 습하고 더워도, 겨울이 지독하게 추워도, 그가 항상 유쾌하며 긍정적일  있는 이유였다.

아무런 욕심도 없었고, 이대로 충분히 행복한 삶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성인이 된 후에도 섬을 떠나지 않은 세영은, 먹을 물고기를 낚거나, 동네 어르신들의 밭에서 일을 도와주며 지냈다.

가끔 한가해질 때면,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 섬에는 존재하지 않는 신비한 것들을 채집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세영아-! 세영아!!"

오늘은 옆집의 할머니 댁의 밭에서 고추 따는  도와드리는 날이었다.
새참을 주시겠다며 집에 가셨던 옆집 할머니가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할머님, 무슨일 있으세요?"
"어여, 어여."


언제나 느긋하신 옆집 할머니가 그를 부르며 급하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흔히 볼  없는 표정의 심각함에, 고추 바구니를 집어 던지고 집을 향해 내달렸다.


'저 표정은 분명...'

세영은 옆집 할머니의  표정을 본 기억이 있다.
옆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표정과 매우 흡사했다.

'할머니...'


불안한 마음에 심장이 요동쳤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뛰어갔다.
그렇게 좋아하던섬의 풍경이 단 하나도 눈에 들어 오지를 않았다.

작은 섬이라,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할머니! 할머니 괜찮아!?"


할머니는 쓰러져 계셨다.
원래 폐가 건강하지 못하신 탓에 약을 달고 사셨는데 매우 위급해 보였다.

"할머니, 조금만 기다려."

그 길로 다시 밖으로 달려나가 섬의 이장님께 부탁해 급히 배를 띄웠다.

얼른 할머니를 모시고 도시의 병원으로가야만 했다.

**


"보호자 되십니까?"
"네... 제가 보호자입니다."
"아시겠지만, 오랜 기간 폐가 건강하지 못하셨네요."

세영은 주머니에서 약 봉지를 꺼내 의사에게 건넸다.


"네, 이 약을 항상 드시고 계신데..."
"그렇게 당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할머니는 그럼, 이제 괜찮아 진 건가요?"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익숙한 일인 듯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그리 심각한 병은 아니셨는데, 오랜 기간 먼지를 많이 드신탓인지 병세가 악화 되셨습니다. 변종 '옐로우 아일랜드'라는 희귀병이 의심됩니다. 더는 국내에선 치료가 힘듭니다."
"네? 무슨 먼지를... 저희는공장도 하나 없는 섬에 사는데요?"

세영의 물음에, 의사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을 이어갔다.


"요즘은 서해의 섬 보다 도시가 공기가 좋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전기 차 보급률 95%이상에, 공장의 미세 먼지 필터도 보급이 원할 해 많이 좋아졌습니다. 오히려 중국에 가까운 서해 쪽 섬이 공기가  좋아요. AI가 보급된 이후에는 국내의 일자리 문제도 있습니다만, 중국은 더욱 극심한 취업 난에 경제 전반이 흔들리면서 노후 공장들을 재가동하는 모양이더군요.  탓인지 서해의 섬에 사시는 노인들에게이런 희귀병이 종종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의사는 심각해진 세영의 표정에도 팔장을끼며 무심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아닙니다. 수술 하시면 완쾌도 가능합니다. 다만 이 수술 법의 라이센스가 미국에 있고, 수술이 가능한 사람... 아니, AI닥터. 들어 보셨겠지만 알파 닥터라 불리는 인공지능 의사 입니다. 그걸 사용하면 아마도 치료가 가능할 겁니다."


의료 기술은 AI와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다만 AI를 활용한 치료 비용이, 서민이 감당할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을 뿐이다.
그 때문에 건강 보험 역시 대부분 적용이 돼지 않았다.


만약 해당 치료법까지 보험 지원이 가능했다면, 건강보험 재정은 진작 파산 났을 것이다.


"어, 얼마인지 알  있을까요?"

세영은 결심했다. 그게 얼마라도 무슨 일을 하더라도 돈을 마련하겠다고.

"흠, 아실는지 모르겠으나, 미국은 의료비가 고가이기로 유명한 국가입니다. 그리고, 미국 내가 아닌 국외 수술의 경우, 알파 닥터의 소유 회사에 추가로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국내 보험 적용도  되고... 또, 미국의 의사들을 한국에 모셔와야 하니까요."
"그래서, 얼마인데요?"
"정확히는  수 없으나 미국에 가서 수술하신다면 40억... 국내라면 55억은 필요 하실 겁니다. 재활 치료나 입원 비를 포함해서. 그마저도 예약을 최소 3개월 전에는 하셔야 합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황당한 가격에, 세영은 벌어진 턱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건, 돈 없는 사람은 그냥 죽으라는 소리나 매한가지 아닌가. 위에서 난생 처음 신물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저... 그 수술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죠?  년 후에 해도 되는 건가요?"
"흠, 그건 정확히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만. 저희가 사용하는 인공지능 의사인 K닥터에 의하면, 1년 내 수술 시 사망 확률 4%, 2년 내의 경우 11%, 3년이 30%, 그 후에는 매년 20퍼센트 씩 점 점 상승하고 있습니다. 물론 꾸준히 병원에서 치료 받으면서 생활하실 경우의 수치입니다. 적어도 2년 내에는 하셔야 합니다."


세영은, 이 자리에서 결코 절망할 수 없었다.


급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있지 않은가. 1년... 아니, 늦어도 2년. 그 시간 안에 뭐라도 해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할머니는 수술 전까지 이 병원에 입원해 계셔야 하나요?"
"물론입니다만. 정, 불안 하시면 서울의 대형 병원에소개장도 써 드리겠습니다."
"아, 네. 써주세요."


친절한 설명에 고마웠으나, 서울로 가야했다. 할머니를 더 좋은 병원으로 모시고 싶은 마음 만은 아니었다. 서울이 돈을 벌 기회가 더 많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세영의 서울 생활은 시작되었다.



***


20여년 전, 사람들의 걱정했던 그대로 대한민국의 인구는 줄어갔다. 거기에 일자리마저 하나 둘 사라져갔다.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인구가 줄어들면, 여기저기서 인력난이 심각해져 기업들이 애태울 거란 우려는 결코 현실이 될 수 없었다.

실업자 500만 시대.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말과 함께 등장한 인공지능 컴퓨터는, 인간들을 노동의 현장에서 구석으로 밀려나게 했다.

그 뿐만 아니다.
각종 전문직 역시 대규모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경우의 수를 찾아내는 인공지능 앞에 속속 무너져갔다.

회계사며, 변호사며, 가리지 않았다. 인구의 감소보다 직업의 소멸이 더 가속화되는 세상이 되었다.

"크하하하. 노조가 없으니 속이다 시원하네."

일부는 그 속에서도 살아남아 직업을 얻었고, 거대 자본과 기술을 독점한 대기업이나 그에 투자한 부자들은 인건비의 감소로 인해 더  부를 쌓아갔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의 사람들.

이들을 제외하면, 최근 10년 간의 대한민국 취업 시장은 그야말로 지옥과 다름없었다.


*

서울의 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를 두고, 무작정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다행히 정부의 복지 서비스로 간병인을 무료로 지원해 줬기에  수 있는 행동이었다.
덕분에 그나마 안심하고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음이 급했다.
하루빨리 돈을 벌어할머니를 치료하고, 고마운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돈 역시 갚아야 했으니까.



"죄송합니다. 이미  구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할머니가 입원한 병원 근처는 대형 쇼핑몰과 관광 명소. 역사 깊은 시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장소에서 세영은 난생 처음 취업의 어려움을 경험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중국어 못하는 사람은 안 써요."


중국 관광객 가이드는 실패.

"저희는 영어가 가능해야 해요. 죄송합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번역 서비스가 있어도, 관광객 상대에는 언어가 필수 요소였다.

스펙 제로의세영에겐 무엇 하나 가능한 게 없었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세영이 이런 곳에 취업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외국어는 물론, 섬에서 살며 많은 사람을 만나보지 못한 그에게 사람 상대하는 일을 하는  맞지 않았다.

'나는 도시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쓸모없는 존재인 걸까.'

매몰찬 거절에, 긍정적이던 그의 사고에 금이 가고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 해야 해...'

*

대한민국의 신생아 수는 해마다 줄어들어 인구 문제가 심각했지만,발전된 의료 기술 덕분에 사망자 수는 다행히 감소했다.
그리고 평균 수명 역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일명, 100세 시대는 이미 들어선 지 오래다.

'할머니도 100세까지는 사실  알았는데... 아니야! 수술 하시고 더 오래오래 사실 거야!'


고개를 흔들며 부정적인 마음을 털어냈다.
점점 의기소침해 가는 와중에도, 아직 긍정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들 때 즈음, 무심코 바닥을 바라봤다.


바닥에 눌러 붙은 전단지 하나가 보였다.

[혹시 게임 좋아하십니까? 게임 플레이 대리  주시면월 350 보장해 드립니다. 컴퓨터나 콘솔 등 모두 제공해 드립니다. - 숙박 가능자 환영 010-XXXX-XXXX 주소: 서울시... ]

'게임을 대신 해주면 재워주고 먹여주고  350만원?'

사람들에게 짓밟혀 바닥에 눌러 붙은 전단지를 조심히 떼어내 털었다.

'더는 물러날 곳도 없으니...'

무작정  곳을 찾아갔다.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그에게, 그것 밖에 더는 남은 길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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