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화 〉3화. 프로젝트 클라우드 (3/122)



〈 3화 〉3화. 프로젝트 클라우드

"전단에 쓰여 있던 그대로 이잖아?"

사장의 말을 듣자 하니 처음부터 이런 일을, 즉 게임을 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분명, 전단에는 대리로 게임 해 줄 사람을 구하긴 했었지...'


세영은 사장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생전 처음 보는 기계 앞에서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만, 인터넷으로 접했던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직접 하게 됐다는 사실이 조금 두근거리기도 했다.

"네. 저,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요? 이런건 처음이라서..."
"걱정 마라. 너만 처음인 건 아니니. 여보쇼~ 설명도 해주러 오셨지?"


사장의 부름에 기기를 설치 중이던 남자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프로젝트 클라우드, 일명 '프클'에서 판타지 게임 세상에만 접속할  있는 전용기기. '엄브렐라(umbrella)'의 설치가 한창이었다.


한 남자가 사장에게 목소리를 냈다.

"네, 물론입니다. 설치를 마치면 바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아닌 기기에서 자동으로 안내가 나오기 때문에 그에 따르시면 됩니다. 저희는 작동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할 뿐입니다."


그의 말 대로였다. 전원이 연결되자, 자동으로 음성이 튀어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엄브렐라 4331 입니다. 본 기기는 사용자 등록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사용자 등록을 원하시는 분은 기기 내에 탑승하여 주십시오. 탑승이 완료되면 생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데이터는 암호화되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최초의등록자 이외에는 누구도 기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매우 주의를 요망합니다]

세영은 눈앞의 상황에 놀라지 않을  없었다.


인터넷 동영상에서 보던 일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자신이 사용하던 섬의 고물 컴퓨터와는 차원이 달랐다.


"일단, 하나는 내가  거고, 세영씨는 저걸 쓰도록 해. 나머지 한 대는 아직 사람이  구해졌으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사장은 자신이 먼저 하나의 기기에 올라탔다. 또, 들려오는 음성과 함께 기기의우산 모양의 투명한 뚜껑이 닫혔다.

세영은 사장이 마치  짝에 들어가는 듯 보였다.


"세영씨."


기기 안에서작게 울려오는 사장의 목소리.
그는 고개를 까딱하고는 세영을 재촉했다.


어리버리하게 서있던 세영은, 급하게 다른 기기에 올라탔다.

*

[생체 데이터 수집이 끝났습니다. 바로 접속 하시겠습니까?]

이세영은 고개를 돌려 옆의 사장을 봤다. 조용히 누워있는 것이 마치 잠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갑자기 잠들었을 리는 없었다.

아마 가상 현실 세계에 접속을 시작했을 거라 생각한 세영은, 자신도 그러기로 결정했다.

"접속할게."


기기에 깊숙이 몸을 뉘었고, 시키는 데로 눈을 감았다.


[뇌파가 안정적입니다. 접속을 시작합니다.]


갑자기 그의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우주 한복판에 떠 있었으며, 주변은 온통 별 천지였다.

무엇보다 기기 안에서 눈을 감고 누워있는 자신의 시야에, 현실감 넘치는 영상 정보가 흘러드는 것이 몹시 놀라웠다.




[프로젝트 클라우드 세계에 어서 오십시오. 사용하신 엄브렐라 기기는 판타지 게임 용으로 만들어진 판게아 행성 전용의 기기입니다. 최초의 접속자이신 고객 님은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을 정하실 수 있습니다. 해당 이름은 판게아 행성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클라우드의 우주 어디에서도 적용됨으로 신중히 선택하여 주십시오]

이세영은 자신의 이름  글자를 말하려다 멈칫했다.
이전에 즐기던 온라인 게임을 자신의 본명으로 했다가, 채집할 때마다 최초 업적이 어쩌고저쩌고 하며 월드 전체에 자신의 이름이 불려 곤혹스러웠던 기억 때문이다.


'뭐가 좋을까... 채집을 좋아하니까 심마니? 채집 왕? 달래? 냉이?... 흠...'


고민해 보아도 마땅한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할머니의 생각이 났다.

이런 사소한 것에 고민하고, 시간을 지체할 틈이 없었다.


"알파"

유일하게 할머니를 치료할 수 있다는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의사.

세영은 '알파 닥터'를 떠올렸다.

현재 자신의 목표가 무엇 인지를 분명히  것이다.

"알파로 정했어"


 번의  확인에도 알파라는 이름을 고수했고, 그의 캐릭터 명은 결국 알파가 되었다.
외모 역시 변경하지 않은 채, 자신의 모습 그대로 정했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



[파르도 섬에 도착하셨습니다.]

이세영은 게임의 초기 시작 지점을 익숙한 섬으로 정했다.


차만 타도 심하게 멀미를 하는 그는, 가상 공간에서 갑작스러운 순간 이동에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익숙해 질  있었다.


그가 도착한 장소가 빌딩 숲이 만연한 서울보다는 자신의 고향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우와-! 정말 현실 같네."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무척 소란스러웠다.

"저 사람도 방금 도착했나 봐."
"크크, 그러게. 그나저나 오픈 한지 1년도 지난 게임 스타트 지점에, 뭔 사람이 이리도 많아? 시작 지점은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라며?"
"뭘, 모르네. 그건 프로젝트 클라우드고, 판게아 행성은 등장한 지 2주 밖에안 지났어."
"그래?"

조금 커다란 중세 풍의 도시가 멀리 보이는 숲이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향하며 주위 환경과 다른 플레이어들을 지켜보는 가운데,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젝트 클라우드의 행성 중 하나인 판게아. 이곳은 인간이 사는 중간계와 마족이사는 마계. 그리고 알  없는 존재들이 머무는 아스트랄계나 지옥계 등 여러 개의 차원이 겹쳐진 행성입니다.]

'마치, 전에 즐겼던  게임과 비슷한 걸? 게임은 다 이런 식인가?'

['알파' 님에게 엄브렐라 4331의 기기 구매 특전으로 클라우드 코인 10만 개가 지급됩니다]

차라라라락.


갑자기 동전 소리가 들려왔다.


세영은 자신의 허름한 옷을 뒤져 봤지만, 어디에도 동전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어디 있다는 거지?'


[100,000 CC]

어느 순간, 시야 한 켠에 10만 개의 클라우드 코인이 보였다.

'우와~ 마치, 마법을 쓰는 것 같네. 생각 하는  만으로 갑자기 나타나고.'

[클라우드 코인은  세상의 화폐입니다. 어느 행성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당신이 획득한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클라우드 코인을 받는 거래를 하실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실의 부를 창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뭐라고?"

갑자기 튀어나온 세영의 커다란 목소리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들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은  깨닫자마자 신경을 끊었다.
그러나 다수의 시선이 익숙하지 않던 세영은 창피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엄브렐라 4331에 현실 세계의 계좌를 등록하시면 언제든지 클라우드 코인으로 교환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는 KRW(한국 원화)와 1대 1 비율로 교환이 가능하며, 필요하실 경우 한국의 클라우드 뱅크 지점에서 인출이 가능합니다. 한국의 코인 환전 수수료는 1%입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아직."


세영은 거절을 선택했다.

들려오는 설명을 어렴풋이 알아듣긴 했지만, 선뜻 등록할 수는 없었다.

이 기기는 사장의 것이기도 했으니.

*

환전 수수료 1%는 한국만의 특혜였다.
현재는 한국만 클라우드 코인을 화폐로 정식 인정했기 때문에, 타국에서 즐기는 플레이어들은 현금화 하기 위해선, KRW와 자국 통화의 환율을 계산해야 했고, 이 환전 수수료까지 더해 2 중의 수수료가 필요했다.

심지어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한국 화폐 가치가 상승할 정도였으니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대체, 예약한 기기는 언제 배송 되는 거죠?"
"죄송합니다. 고객 님. 현재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추세인 관계로 예약하시면 3개월 정도 기다리셔야 합니다."

프로젝트 클라우드의 수요는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가히 폭발적이었고, 작동 기기의 제작 역시 수요를 따라 가지 못할 정도였다.

이런 모든 부분은 온전히 한국의 이득으로 작용했다.

하나. 최초로 클라우드 코인을 화폐로 인정한 보답으로 클라우드 컴퍼니에서 기기의 제작을 한국에 전적으로 맡겼다는 사실.


둘. 같은 이유로 클라우드 뱅크의 본점이 한국에 존재하게 된 것.

셋. 프로젝트 클라우드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한국으로 몰려드는 이민자들.

넷. 위의 이유로 프로젝트 클라우드 내에서 시간이나 가치를 획득해 타인에게 팔아 넘기는 파밍 꾼들이 현재는 대다수가 한국인이라는 것.

 파머들의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그 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하나 같이 사업자로 등록하기 시작했고, 전문 파밍 기업도 탄생했다.
덕분에 한국의 취업 난은 점점 회복하기 시작했다.

10년  정체기에 머물렀던 대한민국의 GDP가 2040년부터 다시 3%대 이상의 성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은 언제 인가부터 프로젝트 클라우드에 대한 이야기로 뜨거웠다.

@ 여기 게시판에 프클(프로젝트클라우드) 하는 사람들 많나?

- 나 브라질 사는데 못하고 있음. 아, 한국 부럽다.


- 뭘 부러워.  호주인 인데, 여기도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다고. 매달 1억 정도 쓰니까 존나 재밌던데? 난 지금 행성 하나를 통째로 사려고 생각 중.

- 와~ 님 같은 사람 덕분에 헬 코리아 백수였던 내가 CC로 벌어들인 돈이 6개월 만에 억을 돌파함. 졸라 고맙다 ㅋㅋㅋㅋ

- 제이슨 김의말대로 되고 있어. 우리나라에선 이제 시위도 안 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프클에 접속하려고 안달이야. 심지어 제이슨 갓이라는 사람들도 있음.

- 퍽 유 대통령! 대체 뭐 하는 거야. 한국에 가야 해. 미국의 정치인은 느려 터졌어!  CC(클라우드 코인)를 달러로 교환하는데 계산해 보니까 수수료가 5%가 넘는다니. 한국은 1%래. 크레이지.


- 우리 총리는 언제까지 한국의 뒤를 따라갈 건가. 한국은 단호한 결정으로 취업 난이 비약적으로개선되고 있다는 데... 한국은 싫지만, 한국 정치는 인정한다.


- 우리 중국은 언제 자유롭게 게임을 할 있는 거야. 빨리 베낀 게임이라도 출시해라.


- 프클은 보안 쩔어서 니네 기술로는 못 베낄걸? 심지어 '엔젤'은 매일 매일 온갖 정보를 모아서 점점 더 똑똑해진다고 하던데. 설사 성공해도 니네 꺼는 10년 전 엔젤이겠지.


님들 저거 중국인 아님. 짝퉁임. 걔네들 이 사이트 차단 되서 이 게시판 못 봄.

세계 각지에서 한국을 부러워 하는 여론이 생김에 따라, 각국의 정치인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미 일부 정치인들은 강력하게 한국의 뒤를 따르자는 친 클라우드 파와 이러다가는 클라우드 컴퍼니가 세계의 완전한 지배자가 될 거라는 반대 파가 갈려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렇게 늦장을 부리는 동안 한국으로 세계의 부가 모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


세영은 사람들의 물결을 따라 최초의 도시 파르도로 향했다.
섬의 이름과 도시의 이름이 같았다.

[튜토리얼 중입니다.]


이런 상태 창이 떠 있어, 안내 되는방향 이외의 장소로는 이동이 불가능 했기 때문에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마을 안.
밀려 드는 엄청난 인파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뭐야, 여긴. 서울보다 사람이 더 많네.'

[튜토리얼 퀘스트를 진행 하시겠습니까?]

이세영은 수락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이 급해도, 아무것도 모른 채 뭔가를 할 수는 없는 일.

[수락 하셨습니다.]

[튜토리얼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선호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선택해 주세요.]

그의 앞에 다양한 선택 창이 나타났다.


[세계관과 이야기]

[몬스터와의 전투]


[플레이어와의 대전]

[수렵과 채집]

[제작]

[거래와 무역]

[대화 및 상호작용]

[게임 내 관광 안내]

수많은 선택 문 중, 이세영의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수렵과 채집.
게임인 만큼 수렵은 몬스터 헌팅과는 구분되고 있었다.

동물 사냥 후, 가죽이나 이빨을 모아 재료로 가공하는 방식일 것이라 이세영은 추측했다.

'이게 하고 싶은데...'

하지만 선뜻 선택할 수 없었다. 자신이 선택해야 하는 일은, 다른 것이 아니라 돈이 될만한 것이어야만 했으니까.

그런 생각에 고민 중일 때, 갑자기 공중에 작은 화면이 떴다.
엄브렐라 기기 밖의 화면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세영씨, 잠깐 나와봐."


그건 사장의 모습이었다.


"아, 네."


접속을 종료하자 기기의 뚜껑이 자동으로 열렸다.

세영은 마치 잠을 푹 잔 것 같은 개운함이 들었다. 그 때문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세상 참 놀랍지 않아? 크큭. 그래, 세영씨 캐릭터는  만들어 뒀고?"
"네, 사장님."
"어디로 갔어?"


시작 지점을 묻는 말이었다.

"그, 섬을 선택했는데... 그럼 안됐을 까요?"
"아니, 뭐. 상관은 없어. 어디든 돈만 벌어오면 되니까. 하하. 튜토리얼은 선택했고?"
"아니요, 선택 직전에 부르셔서."
"그 때문인데 말이야. 나도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통 모르겠거든? 그러니까 세영씨는 일단, 게임에 익숙해 지도록 해.  해도 좋으니까. 내일이나 모래 어떻게 해야 할지 시킬 테니까 그때까지 자유롭게 놀아. 그대신 직업 선택이나 이런 건 절대 하지 말고."

사장 나금돈은 자신의 인맥을 모두 동원해서 가장 돈이 잘 벌리는 루트를 알아 생각이었다. 때문에 세영에게는 얼른 게임에 익숙해 지게 끔 시킬 필요가 있었다.

"전, 그럼 그냥 자유롭게 게임만 하면 되는 건가요?"
"그래. 직업만 절대 정하지 말고."
"네."


세영은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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