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화 〉9화. 위대한 협상가 (9/122)



〈 9화 〉9화. 위대한 협상가

세영이 프클을 종료하고 나온  늦은 새벽이었다.
그마저도 사장이 부른 탓이다.

"세영씨. 어때  만해? 여태껏 플레이한 거 보면 알만 하지만. 허허."

사장이 이런 새벽에 있다니... 놀라웠다.


이세영은 사장 나금돈에게서 나는 술 냄새에 표정을 구겼다.

"죄송합니다.시간 가는 줄 모르고..."
"됐고, 그렇게 해주면야 나야 좋지.  돈인데. 흐흐흐"

사장은 세영을 향해 너스레를 떨었다.


"내 친구 놈들에게 들어 보니까, 초반부터 돈이 막 벌린다 그러더라고?"
"아, 네."

자신이 하루도 안 지나 벌어들인 돈을 생각했다.
하지만 사장의 발언은 다른 의미였다.


"그리고 혼자서만 하기는 힘들다고 하더라. 현질 왕창 때려 박지않고서는."
"네?"


세영은 의아했다.
물론 함께 파티했던 이들 덕분에 레벨을 손쉽게 올릴 순 있었지만, 돈이라면 자신 혼자서 충분히 벌었다 생각했다.

"뭐,  말 있고?"
"아, 아닙니다."
"흠..."


나금돈이 세영을 수상하게 바라봤다.

"그래, 지금 몇시간 했지? 해보니까 어때? 익숙해졌나?"
"한 15시간 정도 플레이했더라고요.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전혀 안 피곤한데..."


 말에 나금돈이 짙은 미소를 지었다.
생각할 수록 정말 놀라웠다.
15시간이나 게임을 한 세영이 전혀 피곤하지 않다는 것만 봐도 소문이 진짜였다.

프클을 아무리 오래해도, 항상 잠을 푹 자고 일어난것 같이 개운하다는 소문.


"내가 듣기로는, 며칠 동안이나 멈추지 않고 프클만 하느라 근육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더라고. 내일 운동기구 몇개 넣어 줄 테니까, 하루에 1시간은 꼭 운동해. 밥도 끼니마다 챙겨먹어. 요 아래 식당에 말해 뒀으니까 빼먹지 말고 시켜먹고. 돈도 미리 줬으니까 안먹으면 손해야."
"아... 감사합니다."


세영은 사장이 고마웠다.
도대체 왜 이렇게잘해주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나금돈은 소파에 기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은 다들 레벨이 낮아서, 제일 돈 되는건 '고블린시리즈'라고 하던데 알고는 있고?"
"아니요. 못들어 봤습니다."
"뭐, 하긴 오늘 첫날이니까. 아무튼 고블린은 말이야, 10레벨부터 20레벨까지 등장하는데, 거기가서 고블린 보스를 잡거나 정예병을 잡으면 가끔 준다는 이야기야."

이야기를 하던 사장은 입이 찢어져라 크게 하품을 했다.


"아무튼 그 중에도 일반템. 매직템. 레어템이 있는데, 이 레어템에 체력 회복이 붙어있어 비싸다는 소리지."
"네?"


그제야 세영은  아이템이  비싼건지 알거같았다.

"왜?"
"아, 지금 게임 내에서 치료약이 엄청 비싸거든요."
"그래? 그래서였나? 아무튼 레어 고블린시리즈가 최소 200만. 인기 아이템인 검이나활은 천만 이상이야. 지팡이는 3천만원이고."
"네?"


세영은 너무 놀라, 눈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뭘, 놀라나. 나보다 직접 플레이한 세영 씨가 더 잘 알겠지만, 우린 한동안 이걸 노릴 거야. 시세가 오히려 오르고 있다 하더라고."
"하지만 저는 아직 레벨이..."
"그걸 누가 모르나. 일단은 자유롭게 하면서 준비하고 있어. 며칠 내로 사람 한명  뽑을 거니까 세영 씨가 그 사람 데리고 둘이서 잘 해보라고. 고블린 잡기 적당한 직업도 알아 두고.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바에, 세영 씨가 하고 싶은 직업 하는 게 더 좋지?"

세영은 사장의 배려에 감사했다.

"네, 감사합니다."


5층에 놓인 엄브렐라는 총 3기.
하나는 사장, 하나는 세영으로 등록됐으니, 하나가  남았다.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대답 좋구먼. 미리 기반  잘 닦아 두라고. 사람 오면 바로 착수할 수 있게."
"네."
"그리고 시리즈 하나 먹을 때마다 보너스도 두둑이 줄 테니까. 흐흐흐."
"감사합니다."

세영은 고개를 숙여 정중한 감사를 표했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 월급 보냈으니까 확인해 보고."

이세영은 사장이 문을 열고 나가면서 뱉은그 말에, 자신이 인복을타고난 게 아닌가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이건 그의 착각.

나금돈의 생각은 달랐다.


'좋은 세상이야. 하루에 20시간씩 게임해도 안피곤하다니. 흐흐.'


그는 세영을 하루종일 굴려, 돈을 벌 생각 외에는 없는 남자였다.

'그나저나, 나는 괜히 등록했네. 안그랬으면 사람 한명 더 쓰는건데.'

나금돈은 엄브렐라 한기를 자신이 등록한 게 몹시 후회됐다.


*

세영이 머무는  건물은, 4층이 게임 작업장. 5층은 넓은 공간과 직원들의 잠자리가 마련된 작은 방이 몇 개 있을 뿐이었다.


그 커다란 공간에는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지금은 엄브렐라 3기가 놓여있다.

방금 아침 식사를 마친 세영은, 양치를 하고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월급을 받으니, 의욕이 샘솟았다.


할머니의 병원비를 보내고 남은 돈은 100만원 남짓.
아직 모아야 할 수술비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희망은 분명 보였다.


'보너스를 얼마나 주실지 모르지만  당 10%만 받아도...'


그건 아직은 멀게 만 느껴지는 이야기.
하지만 단기 목표로 삼고, 의욕을 불태우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파르도 섬. 도시 파르도]

도시 안은 아직도 플레이어들로 붐비고 있었다.


세영은 이미, 아침을 먹으며 자신의 동선을 머릿속으로 짜 뒀다.
그리고 접속하자마자 행동에 나섰다.


미리 받아둔 퀘스트를 진행하러 출발!

"음? 알파. 자네가 웬일인가? 지금 출발 할 텐가?"
"아, 아닙니다. 아직 마차를 운전하는 법을 안 배워서."
"그래? 그럼 어쩐 일로...  뭐 사러 왔는가?"


잡화점 안은 썰렁했다.
죄다 사재기꾼에게 털려 아이템이 남아나지를 않은 탓이다.
제이크는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편하게 돈을 벌고 있었지만.

"아뇨, 소개장을 받아 왔습니다."
"무슨 소개장?"

세영은 인벤토리에서 라나에게 받은 소개장을 건넸다.


"응? 이게 정말인가? 알파 자네 약제사였나?"
"뭐, 그 비슷한 겁니다."


아직 정식 직업을 정하진 않았지만, 치료약 제작은 할 수 있으니 약제사라 불러도 무방했다.

"잘됐네! 잘됐어. 자네가 어제 가져온 3800개의 치료약도 순식간에 다 팔렸지 뭔가. 그래서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고."

75 코퍼 하던 하급 치료약을 1 실버로 더 비싸게 올려 팔고 엄청난 이득을 챙긴 제이크.
그런데도 이런 소리를 한다.


"네?  많은 양이요?"
"그렇다네. 어제까진 단 한 명이 납품받은500개를 전부 털어가더니, 오늘은 두 사람이 와서 사람  1500개를 사가더라고. 마차까지 끌고 와서."


잡화점의 치료약 가격은 본래 75코퍼. 3천개면 22골드가 넘는다.
하지만 제이크는 어제부터 1실버에 팔아 넘겼다.
중앙 광장의 시세를 확인하고 가격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사재기 꾼들은 이미 수십 골드의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나눠 사간건 아마도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게 때문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이리 한가해. 뭐, 아무튼   주었네."

[!!새로운 퀘스트!!]

[제이크의 납품 의뢰 : 제이크는 끝없는 치료약의 수요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나에게 납품받는양으론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라나의 소개장을 들고 온 당신에게 치료약을 납품 받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분류 : 납품 (반복)
-난이도 : F
-제한시간 : 상시의뢰
-보상 : 개당 1실버 (1회 납품시 최소 100개 이상)


"제이크씨. 개당 75 코퍼에 파시는 걸 저에게 1실버에 사신다고요?"
"하하, 아니야. 가격을 올릴 생각이라구. 지금 이 도시에서 치료약 하나에 얼마에 거래되는지 알고는 있는가?"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얼마길래..."
"무려, 개당 2 실버야. 나도 내일부터2 실버로 올리기로 했네. 어제 1실버에 판 게 어찌나 후회되는지 자네는 아는가?"

인공지능 '엔젤'은 상인NPC들을 시세에 민감하게  창조했다.
그 결과가 지금 반영되는 상황.


"그런 표정 하지 말게. 원래 시장이라는  이렇게 돌아가는 거라구. 라나에게도 말해 뒀어!매입가를 올려준다고. 어디  혼자 배부르자고 이러나?"

제이크는 변명했지만, 세영은 왠지 그가 욕심쟁이처럼 느껴졌다.

'1 실버에 납품 받아 2 실버에 팔다니...'

앉은 자리에서 2배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제이크가 무심코 꺼낸 말로, 세영은 신중해졌다.

바보 같은 제이크.
얼마에 파는지 떠벌리지 않았다면 속아 넘어갔을지도 모르는데.


[퀘스트를 거절했습니다.]


"뭐야, 갑자기? 이보게 알파. 자네  그러는가?"
"... 제가 직접 파는  나을 것 같아서요. 2실 버리면 저는 1 실버 90에 팔아도 잘 팔리겠네요."


급히 당황하기 시작하는 제이크.


"이거 왜 그러나. 생각해 보게. 파는 것도 얼마나 힘든지 아는가? 그 시간에 그 약을 더 만드는 게 이득 아니겠어?"
"몇 개 팔아 봤는데, 순식간에 팔리더라고요.  정도 시간이면 직접 파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세영은 인사를 하고 잡화점을 나서려 했다.

"자, 잠깐만 기다리게."


다급해진 제이크가 세영의 손목을 붙잡았다.

"1 실버 하고 50코퍼. 어떤가?"


제이크는 마음이 급했다.
알파는 물론 라나까지 치료약을 자기 손으로 직접 판다는 소리가 나오면 자신이 볼 손해가 얼만지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차라리 매입가를 50 코퍼 얹어 주는 게, 그렇게 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것도 기존의 이익률에 비하면 두 배나 되니, 손해 볼 것도 없고.

"아니에요. 수고하세요."


하지만 세영에겐 소용없었다.

"1 실버 60 코퍼. 어떤가. 응?"


세영은 고민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제이크는,


"1 실버 70. 더는 안돼네. 자네도 알겠지만 옛날부터 개당 25씩은 남겼다고."


세영은 흥정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저, 욕심이 많은 제이크에게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들었던 것.

"설마, 더 달라는건 아니지? 그럼 자네야 말로 도둑놈 심보인거야!"
"아니에요,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많은 양보를 받아낸 세영.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분류 :납품 (반복)
-난이도 : F
-제한 시간 : 상시 의뢰
- * 보상 * : 개당 1실버 70 코퍼 (1회 납품  최소 100개 이상)

퀘스트의 보상이 상승해 있었다.


그리고...

[가격 흥정에 성공하셨습니다.]

[당신은 이를 통해 무려 70%에 달하는 추가 이익을 얻는 계약을 달성하셨습니다.]

[당신은 아무도이루지 못한 위대한 업적을 이뤘습니다. 보상으로 칭호가 주어집니다]


[칭호 : 위대한 협상가]

- 당신은 흥정을 통해 믿을 수 없는 이득을 얻어 냈습니다. 수 많은 상인들이 당신의 언변을 부러워 할 것입니다.  일부 상인들은 당신을 존경할 것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당신을 돈에 눈 먼 사람이라 매도할지도 모릅니다.

- 모든 상인과의 거래에서 불이익을 당할 확률이 줄어듭니다.

- 무역 시 협상 성공 확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 행운이 5 증가합니다.




세영은 전혀 의도치 않았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칭호에, 행운 스텟을 다섯 개나.

'뭐... 뭐야. 이게 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기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 역시 마음속으로 기쁨의 환호를 내질렀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아직 한 가지 더 확답 받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크 씨. 라나 씨의 납품가도 저와 같게 해주세요."
"아, 알았네. 그러니 중간에 가로채 가 따로  생각이나 하지 말게."
"에이, 물론이죠."

제이크는 세영의 협상 실력을 보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여러 번 되물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 아닐  없었다.


*

잡화점을 나선 세영.
라나에게 납품가가 올랐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소개장을 써준 것에 대해 감사를 전하러 들렀다.

"너무감사드려요. 사실 50코퍼만 받아도 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알파님 덕분에 여유가 생겨 이제 제자라도 한 명 키워볼까 해요."
"그럼 제가 1호 제자인가요? 헤헤. 좋은 생각이시네요. 온 도시가 치료약 부족으로 난리인데."
"네? 알파님이 저보다 뛰어나시면서. 호호. 그리고 이건 감사의 표시에요."

[초급 치료약 제작 키트를획득하셨습니다.]

"와! 감사합니다. 유용하게 쓸게요."
"네.그리고 혹시, 채집 잘하시는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알파님이 치료약을 만들기 시작하면 저는 또 허브가 부족해 질 테니까."
"아,알겠습니다."

[!!새로운퀘스트!!]

'어?'

왠지 운이 따르는 상황에, 그의 표정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라나의 부탁 : 라나는 당신에게 채집가를 소개 받길 원합니다. 당신이 그동안 그녀와 쌓아 올린 신뢰가 그 꽃을 피웠습니다. * - 본 퀘스트는 특수 튜토리얼 퀘스트 입니다. - ]

-분류 : 튜토리얼 (히든)
-난이도 : F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파르도 약초 도감. (+경매장 판매 대금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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