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화 〉10화. 정보는 돈이 된다 (10/122)



〈 10화 〉10화. 정보는 돈이 된다

"이건 뭐지?"

세영은 일단 수락해 보기로 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 축하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적 없는 새로운 정보를 획득하셨습니다. 해당 정보는 다른 사용자들과 거래를 통해 판매할 수 있게 됩니다.

- 해당 퀘스트는 정보 판매법을 배울 수 있는 가이드 퀘스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라나가 채집가를 원한다는 정보를 경매장을 통해 판매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초보 모험가 세영은 채집가 인맥이 있을 리 없다.
그러니 이 정보는 팔기로 했다.

'음... 근데, 이런 것도 팔리나?'

차근차근 가이드에 따라 정보를경매장에 올렸다.
경매 마감 시간은 24시간 후로 설정.

[새로운 정보가 경매장에 등록되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입찰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취소를 선택하실 경우 현재 최고 입찰가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이 발생합니다.]

[퀘스트 정보 경매 no #2333401]


[알  없는 NPC가 채집할 사람을 모집합니다. 해당 정보를 낙찰 받는 순간 자동으로 퀘스트가 수락 됩니다. 위치 안내가 제공됩니다. 난이도 F , -도시 파르도 - 1인 한정.]


"와~ 별개 있네."

[현재 입찰 최고가 : 100CC]


"100원인가? 뭐, 그렇겠지. 신경 쓰지 말자."

세영은 입찰 알림을 OFF로 설정했다.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는 세영의 모습에 라나는 웃음이 터졌다.


"후후. 언제나 알파님은 혼자서 중얼대시네요."
"아, 죄송합니다. 헤헤."
"그럼, 일단 어제 캐오신허브부터 치료약으로 만들까요?"
"네."


어제 그녀의 손수레에 한가득 채집해온 초원 허브를, 상하기 전 서둘러 치료약으로 만들어야 했다.

"이 허브는 제가 부탁 드린 것도 아니니까 치료약이 완성되면반씩 나누는 게 어떨까요?"
"네?"
"전부 알파님 소유니까요. 이 허브들은."
"하지만 나머지 재료들은 전부..."
"뭘요, 알파님 덕분에 저도 엄청 벌었어요! 그리고 절반은 제 몫이라니까요?"


고마운 말이었다.
그런데 이걸 전부 치료약으로 만들면 대체 몇 개나 될까?


'한  개는 만들 수 있겠는데?'

세영의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다 팔면 도대체 얼마지?


*

하루 종일 치료약 제조만 했다.
아무리 긍정적인 세영이라도 지루한 걸 견디긴 힘들었다.

'채집은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게 즐거운데... 이건...'


"하아~ 힘드네요. 그래도 이제 다 끝나가요. 알파님."
"라나님 수고하셨어요."
"그것보다, 알파님은 이제 정말 빠르시네요?"
"그런가요?"
"저보다 두 배는 빠른 거 아닌가요? 좀 질투 나네요."

세영의 제작 속도는 라나보다 두 배는 빨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는 점점 벌어졌다.
이건 아마도 NPC와 플레이어의 차이일 것이다.

"끝났네요."
"네. 저도 이걸로 마지막!"


그래도 어떻게든 해가 지기 전에 허브를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다 몇 개죠?"
"글쎄요. 만병은 넘지 않을까요."
"입구부터 제조실까지 발 디딜 틈도 없네요."

이제 납품을 할 시간이다.

으음-!


세영은 가상현실 세계에서 기지개를 켜는 자신이 재밌어 웃음이 났다.


"그럼 다녀올게요. 라나님. 손수레 또 빌리겠습니다."
"네, 수고해 주세요."


한 번에 500개 씩.
해가 지기 전 20번 이상을 반복하는  무리.
때문에 세영은 열 번 왕복하고 남은 건 내일 하기로 했다.

'이젠 정말마차가 필요한 걸.'

마차가 있다면 납품이 훨씬 수월할 거라 생각한 세영은, 어느덧 5000개 분량의 치료약을 납품했다.


"흠, 수고했네. 엄청난 양이로군. 내일도 부탁할  있겠지 알파?"
"네, 뭐. 내일은 가능해요."
"대답이 시원찮군."
"하하..."


[대금을 받았습니다.]

하급 치료약 오천 개.
그걸 납품하고 받은 대금은 총 85 골드.


'헉...'


세영은 그 자리에서 몇 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자네, 괜찮나? 돈은 충분 할 텐 데?"
"아, 네. 맞습니다."


'이중, 절반이나 내거라고?  라나의 집에 이 만큼이나  있으니... 헉.'

그는 50골드 가까운 금액을 게임 시작  24 시간 만에 벌어 들였다.

세영은 자신의 주먹을  쥐었다.


'할 수 있어.'


그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


라나에게 대금의 절반을 건넨 세영은,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한번 거래를 경험하고 나니, 시세라는 것에 관심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관찰하고, 소문을 들으러 산책을 나섰다.

"아, 퀘스트 주는 엔피씨 어디 없나."
"야 그냥 닥사나 해. 엔피씨 비우 맞추기가 쉬운 줄 아냐. 나나 되니까 하는 거지 크큭."
"시발, 빨리 고블린 잡으러 가고 싶은데 치료약도 없고..."

퀘스트 이야기부터,

"그거 봤냐? 웹튜브."
"웹튜브 뭐?"
"그 BJ포르말린이 고블린 보스 쓸어버리는 거."
"그 영상 안본 사람도 있냐?"
"난 어제 봤는데 쥑이더라. 시발."
"야, 그 새끼 웹튜브로 돈 졸라 벌었잖아. 현질 졸라 하면 다 그렇게 돼."
"지랄한다."

웹튜브 이야기 까지.
그리고,

"약제사나 연금술사 전직 방법 아는 사람 없나요."
"치료약 만드는 퀘 아시는 분~"
"채집  정보 싸게 사봅니다."
"연금술 정보 싹 다 삽니다!!"

'응?'


하루도 지나지 않아, 광장의 모습은 달라져 있었다.
그 이유는 정보 경매에 올라온 몇 가지 때문이었는데, 세영이 올린 것도 한 몫 했다.


"야, 엔피씨가 채집가 구한다는 정보. 그거 약제사 전직 시작 퀘 맞냐?"
"내가 어떻게 알아. 궁금하면 사서 니가 해봐."
"시발 가격 보고 말해. 그게 지금 얼만 데."


흥미로운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분명 저 이야기는 내가 올린...?'

세영은 급히 자신이 등록했던 정보 경매품의 최고 입찰가를 확인했다.

[현재 최고 입찰가 : 880000CC]

'뭐? 88 만원?'

아니 무슨 채집 퀘스트 정보가 이리 고가란 말인가.
믿기지 않아  번이나 숫자를 다시 세봤다.


그때, 알람과 함께 메시지가 떴다.


노랑나비: 아저씨 뭐 하세요?


"어? 안녕!"

영상이 띄워졌다.


"안녕하세요. 히히."

세영은 언제나 웃고 있는 소녀의 얼굴이 반가웠다.


"응, 난 지금 광장에 있었는데 지금 접속한 거니?"
"네. 광장에서  하세요? 혹시 또, 치료약 파세요?"
"아니, 그냥 사람 구경. 정보 수집이라고 해야 하나. 하하."
"아! 혹시 이야기 들으셨어요?"
"뭔데?"
"경매장에 누가 스텟 증가 포션을 올렸대요."

노랑나비의 발언에 세영은 흥미가 생겼다.

"마시면 스텟이 증가하는?"
"네, 영구히 증가래요. 지금 가격이 천정 부지로 상승 중이에요."

그런 포션이라면 당연히 비쌀 것이다.

"그런데 그건 왜?"
"아니, 아저씨도 치료약 만드니까, 궁금해 져서요. 지금 인터넷 게시판은 난리거든요. 막 어떤 길드에서는 스텟 포션 올린 사람이 자기네 길드로 오면 10 억을 준다고했데요."
"뭐?"
"대박 정보니까요. 퀘스트로 얻었건 연금술 같은 걸로 만들었건, 자신들이 독점할 생각인 거죠. 그래서 지금 사람들이 그동안 신경도 안 쓰던 연금술 정보 찾느라 난리래요."


놀라운 이야기였다.
이제 갓, 첫 월급을 받은 세영에게 억이란 돈은 엄청난 거였다.
그게 얼마나 큰 돈인지, 하물며 50억이라는 할머니의 수술비는 또 얼마나 멀게 만 느껴지는지.

그런데 고작 게임 아이템에 대한 정보 하나로 10억 소리가 나오니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올린 정보도 덩달아 가격이 올랐나?'


그랬다.
하지만 위치가 하필 파르도라는 외딴 섬인 탓에, 더 높은 가격이 매겨지진 않은 것이다.


이제 시작된 지 2주 지난 판게아 행성에서, 마음껏 항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저씨!"
"어, 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미안, 다른 생각 좀 하느라."
"칫, 미녀랑 대화 중에 다른 생각을 하다니 실례라구요."


초딩 5~6학년으로 보이는 소녀가 그런 소리를 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래 미안해."
"아니에요. 장난. 장난. 그보다 사냥 안 가세요? 이제 친구들도 다 들어  텐 데."
"너희는 항상 밤마다 사냥을 하러 가네."
"하하.맞아요. 밤이 사냥터에 사람이 훨씬 적잖아요."
"그래. 나도 껴도 괜찮겠지?"
"네, 물론이죠."


세영은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사장이 말한 고블린을 사냥하려면, 더는 회피할 수도 없는 일이니.

*

"고마워 얘들아."
"뭘요. 아저씨가 주신 치료약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계속 사냥하지도 못했어요"
"맞아요. 아저씨가 우리에겐 힐러나 마찬가지예요. 완전 귀족!"

처음 사귄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
사냥을 마친 세영은 겨우 6레벨에 도달했다.
근처의 초원에선 더는 경험치를 얻기 힘든 모양이라, 매우 더디게 레벨이 올랐다.


도시로 돌아와 만들어 둔 치료약 납품을 모두 끝마쳤다.

[보유 금액 : 95 골드 10 실버]

무려 천 만원.
세영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할머니. 조금만 기다려...'

손이 떨렸다.
순식간에 벌어 들인 돈에 어안이 다 벙벙할 지경이었다.
가상현실 세계이니 당연한 소리지만 정말 현실 같지 않은 상황.

'지루해도 견디자. 치료약을  만들어야 해!'


그러기 위해선 일단 마차가 필요했다.
대량의 채집 물을 옮길 수 있고, 납품도 용이할 것이니.

*

세영이 한 번도 향하지 않았던 도시의 남문.
그 남문 밖에는 거대한 소와  목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세영은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고 마차 모는 법을 배웠다.

제이크에게 납품 의뢰용 마차를 빌려, 도시의 동, 남, 북 쪽의  군데 마을을 향했다.


 행선지는 남쪽 마을.
이곳은 거대한 풍차가 돌아가는 풍차 마을이었다.
들판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들이 보였다.

'밀은 처음 보는데, 신기하네.'


실제로 밀을   처음인 세영은, 신기한 마음에 마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주인이 있을 테니 차마 채집하진 못했다.


*

"계십니까."


무작정 찾아간 장소는 풍차 마을의 어느 집이었다.
퀘스트 안내가 없어, 제이크에게 들었던 내용 만으론 찾기가 좀처럼 어려웠다.
주민들에게 물어 물어서야 도착한 것이다.

"뉘슈?"
"안녕하세요. 혹시 마을의 촌장 되십니까? 마을 사람들에게물으니 여기라  데."
"그렇소만. 응?  마차는 당신이?"
"네. 제이크씨의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세영은 제이크에게 받은 회복약 상자 몇 개와 붕대가 담긴 상자들을 촌장의 집에 내려놨다.

"수고가 많군. 다해서 얼마요."
"네, 총 5골드 입니다."
"뭐라고!?"


세영의 목소리에 촌장이 대 뜸 화를 냈다.


"자네, 견습인가? 어디서 사기를쳐 먹으려고."
"네? 도통 무슨 말씀이신지..."
"우리가 제이크 잡화점하고 거래한 지가 올해로 몇 해째 인지 알기나 해?"


촌장은 갑자기오른 물품의 가격에 호통을 치고 있었다.

"그, 그게 도시에 지금 치료약 수요가 엄청나서요. 가격이 한 병에 2 실버까지 올랐습니다. 제가 사기를 치다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너 이름이 뭐야!"
"저 알파라고 합니다."
"여기서 꼼짝 말고 서 있어!"


촌장은 사라지더니 한참 지나 여러 명의 마을 사람들과 나타났다.
다들 다부진 체격의 남자들.

"알파라고 하셨소. 당신."
"네, 그렇습니다."


남자의 질문에 세영은 당당했다.
하지만 위축되지 않았다면 거짓말.

"그 발언에 거짓은 없겠지? 만약 거짓이라면 어떻게 책임질 텐가."


이들 중 촌장이 가장 다혈질로 보였다.


"책임이요? 뭐,  말이 거짓이라면 무슨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뭐, 좋다."
"나도 좋소. 그럼 확인하는 대로 다시 이야길 나누지. 오늘 밤에 촌장 댁에서 모입시다."

세영의 의견은 없이, 그렇게 순식간에 결정 나 버렸다.

'하긴, 갑자기 가격이  배 이상 올랐으니 당황스럽겠지.'

제이크가 보낸 상자가 촌장  안에 있으니 안심했는지, 세영은 비교적 자유롭게 마을을 둘러  수 있었다.

하지만 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
어느새 세영에 대한 이야기가 퍼졌는지, 태도들이 하나같이 날이 서 있었다.


'채집이나 하자.'

세영은 마을보다 마을 주변을 둘러보기로결정했다.

환경이 바뀌면 식물도 다른 법.


"앗, 이건 처음 보네."


[벌꿀 열매]

- 벌꿀의 향기와 맛을 지닌 열매입니다. 설탕이 없는 파르도섬의 특산품으로 단맛이 필요한 각종 요리의 재료로 사용됩니다. 과즙이 매우 풍부합니다.


세영은 맛이 궁금해 열매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뱀 딸기와 마찬가지로 줄기마다 주렁주렁 열려있어,한번에 십 여 개를 채집한 까닭이다.


'와, 달아.  딸기보다 훨씬 단맛이 강하네.'

 딸기의 상쾌함은 없었지만, 이름 그대로 단맛이 강했다.
물에 꿀을  마시는 것 같은 기분.


'설명을 보니  게임은 요리도 할  있는 모양인데, 재밌을 거 같네.'


특산품 답게, 야생 벌꿀 열매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아얏."


벌꿀 열매는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었다.
마치 벌의 침에 쏘인 것 같았다.

[체력이 1 감소하셨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데미지.
하지만 별로 크지않았다.
가방에 회복약도 있고, 뱀 딸기도 있으니 이 정도 쯤이야.


세영은 이 열매를 인벤토리 가득 채집하기로 결정했다.

'초원 허브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초원이 아닌 탓인지 초원 허브가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주변에는  딸기도 많아, 벌꿀 열매와 함께 채집했다.

"흐음 흠~"


새로운 식물들을 채집해서 일까.
가시에 찔려가면서도, 세영은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불렀다.


[기초 채집 스킬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반가운 소식까지.

결국, 촌장과 약속된 시각까지 세영의 채집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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