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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11화. 정보는 돈이 된다 (11/122)



〈 11화 〉11화. 정보는 돈이 된다

세영에게 채집은 오히려 휴식의 시간이 되었다.
한동안 라나의 제조실 안에서 치료약만 만드느라 지친 기분을, 재충전 할 만한 시간이었다.


그러다 문득 떠올렸다.

'왜, 뱀이 보이지 않지?'


뱀 딸기를 대부분 팔아버렸기 때문일까.
물론 게임 시간으로 이틀 정도 못 봤을 뿐.
현실 시간으로 치면 10시간도 안되는 시간이지만.
주변을 날아다니며 재잘거리던 페어리가 안보이자 세영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불러낼 방법이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채집을 하다 보니, 많은 양의 뱀 딸기와 벌꿀 열매가 인벤토리에 가득했다.

'벌써 해가 지네.'


하늘을 보니 노을이 익어가고 있었다.
서둘러 촌장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우리가 정말 미안하게 됐어."
"뭘 요. 괜찮아요. 저라도 의심했을 거예요."
"이거, 젊은 친구에게 몹쓸 꼴을 보였어."
"하하, 그러게 말이죠."

어느새 도시에 다녀왔는지, 그들은 세영을 향해 정중한 사과를 해왔다.
하급 치료약의가격이 급등한 사실을 알게  모양이었다.

"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푹 쉬게나."
"그래. 우리 남편이 워낙 입이 더러워서 많이 당황했지? 날도 저물었으니 우리 집에서 푹 쉬고 가."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는 세영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녀는 촌장의 부인.


세영은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목장 관리인이 말하길, 밤에는 길가에도 몬스터가 나올  있으니 주의하라는 것이었다.

'주의 해서 나쁠 건 없고, 이 마을을 더 둘러보고 싶으니까.'

그리고 세영은 촌장 부인의 음식 맛이 궁금했다.

"자아, 차린  없지만 많이 들어. 도시에서 왔으니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판게아 행성에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요리가 존재한다.
세영이 먹어본 것은,  채집한 열매나  딸기가 전부.
그래서 왠지 기대가 됐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가 먹은 건 평범한 스프와 빵. 그리고 닭고기 스튜였다.


이 게임의 놀라운 점 하나는, 의식한 순간부터 향기가 전해온다는 점이다.

'와~ 맛있는 향기. 그리고  맛.'


열매를 처음 먹었을 때와는 또 다른 풍미에 감동이 밀려왔다.

"정말, 정말 맛있네요."
"호호호, 도시 사람이라 그런지 말도 참 잘하네. 우리 남편은 먹을 줄만 알지 입에서 나오는 말은 고블린 주술사 같은데 말이야."
"하하하하. 촌장 님이 그렇죠."
"껄껄. 고블린주술사라니 참 비유가 적절하십니다."
"시끄러! 이여편내가."

사람이 많아 시끌벅적한 저녁 식사.
세영에게는 매우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그보다, 치료약이 걱정입니다. 듣자 하니 앞으로도 가격이  오를지 모른다고 하던데..."
"그러게 말이야. 언제 또 늑대들이 내려 올지 모르는데, 치료약이라도 충분히 갖춰 둬야 마음이 놓이지."
"가격도 가격이고, 매물도 없다고 하더군."


세영은 그들이  화를 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성벽으로 둘러싸여 안전한 도시와 다르게이들은 몬스터나 괴수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필요했다.


'주변의 몬스터를 퇴치하면 될 텐데.  혼자 무언가를  수도 없고...'


세영은 이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섬에서 자란 그는, 동네 어르신들이 열심히 가꿔 놓은 곡식들이 여름에 불어 닥치는 태풍에 의해 엉망이 되는 걸 지켜보면서 자랐다.
멧돼지나 늑대에 의한 피해 역시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허브가 없는데... 흠.'


세영은 라나에게받은 치료약 제조 키트를 사용해, 여기에서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생각했다.
하지만 마나수도 없고, 허브도 없다.


[체력이 모두 회복되셨습니다.]


'어?'


벌꿀 열매를 따는 동안 소모됐던 체력이 가득 회복됐다.

앉아 휴식을 취해도 5분이 지나야1이 회복되는 극악의 시스템.
그런데 절반 정도던 체력이 가득 회복되다니.
세영은 어렴풋이 눈치챘다.


'설마...'

바로 좀 전에 먹었던 요리의 효과였다.

세영은 몰랐지만, 현재 도시의 여관은 플레이어들로 가득 차 있다.
치료약이 부족한 그들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여관에서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체력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요리를 먹으면 체력 회복 속도가 상승하는 효과가있기 때문인데, 그건 NPC 제작 요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때 번뜩 세영의 머리에 무언가가 스쳐갔다.

"아주머니, 혹시 주방을 사용해도 될까요?"
"응? 왜에?"

세영은 주머니에서 뱀 딸기를 꺼냈다.


"이걸 주스로 만들면, 치료 약 대용으로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뱀 딸기?"
"아시네요."
"들에 종종 보이니까. 하지만 그건 한번에 수십 개씩 먹어야 효과가 있어."
"네. 그래서 저도 여러 개를 갈아 넣고 주스를 만들어 보려고요."

생뚱맞은 소리에도 아주머니는 흔쾌히 주방으로 세영을 안내했다.

"자유롭게 써. 그런데 요리는 할 줄 알고?"
"네, 아직 초보이지만."


사실 세영은 요리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기초 요리 스킬 : 레벨 3]

그 이유는 치료 약 제조에 기초가 되는 많은 양의 허브 티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세영은 아주머니에게 주방 기구의 위치를 물으며, 인벤토리에 있던 뱀 딸기를 꺼냈다.


"이걸 갈아야 하는데 좀 도와주세요."
"아니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은 양을... 흔히 보이긴 하지만 막상 찾으면 안 보이는 게 뱀 딸기 인데."
"제가 채집을 좀 좋아해서요."


사실은 뱀의 눈 스킬 덕분이었다.

맛있는 뱀 딸기 주스가 완성되면 뱀이 나타났을 때 선물로 주는 것도 좋겠지.

세영은 주스라면 쉽게 만들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딸기는 딸기여도 뱀 딸기는 땅콩 크기 정도.
갈아서 그냥 먹는다고 주스가 될 순 없었다.

'벌꿀 열매를 써볼까.'

그래서 낮에 채집한 벌꿀 열매를 섞었다.
벌꿀 열매는 맛이 꿀맛이지 점성이 높은  아니다.
그리고 과즙이매우 풍부했다.


[섞인 과즙]


- 두 가지 이상의 과일이 섞인 즙입니다. 먹어보기 전에는 어떤 맛일지 장담할 수 없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패하면 이런  돼버렸다.


"달기만 하고, 뱀 딸기 맛은 거의 안 나네요."
"그래도 달큰하니 좋은데 왜. 호호호"


하지만, 세영은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두 열매의 비율을 조절해가며 계속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시도는 결국 빛을 보았다.


만들려 했던  간단한 주스였기에 쉽사리 성공한 것이다.


[뱀 딸기주스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레시피 북에 뱀 딸기 주스가 등록됩니다.]


[당신은 존재하지 않던  메뉴를 개발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칭호가 주어집니다.]


간단한 레시피였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탓인지 보상은 꽤 넉넉했다.


[칭호 : 페어리 유혹자]


- 페어리들이 좋아하는 뱀 딸기로 존재하지 않던 요리 레시피를 개발하셨습니다. 페어리들은 당신에게 알 수 없는 친밀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뱀 딸기 주스]


- 순간적으로 체력을 40 회복합니다.


- * 레시피를 정보 경매에 판매 할 수 있습니다.

'뭐라고? 회복량이 40? 치료 약의 두 배라고?'

무엇보다 효과가 놀라웠다.
주스가 하급이라고 하지만 치료 약 보다 효과가 좋다니.

레시피는 뱀 딸기 20개.
벌꿀 열매 11개.
이것이 전부였다.
이걸로  세 개의 주스가 만들어졌으니 엄청난 이득이다.

"아주머니, 드디어 성공 했어요."
"놀랍구나. 설마  딸기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먹을 줄 누가 알았겠어?  같으면 번거로워 그냥 먹을 텐데."
"맛 좀 보세요. 어떤지."


아주머니는 극  사양했다.
귀중한 치료 용 주스를 드실  없다는 것이었다.

'와- 엄청 달달하고 상큼한데?'


얼른 뱀에게 주스 맛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총 완성된 주스는 126병.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다.


"치료  대신 쓰세요."


세영은 그중 절반인 60병을 촌장에게 건넸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치료 양이 두 배니까 쓸  거에요. 그리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치료약도 가져다 드릴게요. 제가 마차를 얻은 다음  테니 좀 걸릴지도 모르지만."
"아니, 그래도 이런  그냥 받을 수는..."

돈은 치료 약으로도 충분히 벌고 있다.
얼마 안 되는 양의 주스를 가지고 벌면 얼마나 벌겠는가.
마음 씀씀이가 큰 세영이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촌장은 몇 번이나 감사를 전해왔고, 같이 식사를 나누던 풍차 마을의 남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영은 자신이 한 행동이 진정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새로운 퀘스트!!]


[*풍차 마을의 위기 : 풍차 마을은 얼마 안 있어 곡식을 수확해야 할 시기입니다. 하지만 멧돼지나 늑대들이 내려와 곡식과 마을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풍차마을의 촌장은 당신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소개한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류 : 용병 모집
-난이도 : F (레벨 6 이상)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작은 허수아비 밭 (+경매장 판매 대금 획득)


'이 게임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뭐 이리 막 퍼주지?'

이런 세영의 생각을 도시에서 떠벌렸다가는 사람들의 눈총을 받아 몸에 구멍이 뚫릴지도 모를 일.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의 사소한 행동이 행운을 불러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영은 이전에 했던 것처럼 정보 경매에 해당 정보를 등록했다.

기간은 1 일로 정했다.
아무도 구매하지 않으면 마을 사람이 곤란해질지 모르고, 그렇다고 너무 늦어도 마을에 피해가 생길 테니까.

[알 수 없는 NPC가 몬스터를 소탕해줄 용병을 구합니다. 해당 정보를 낙찰 받는 순간 자동으로 퀘스트가 수락 됩니다. 위치 안내가 제공됩니다. 난이도 F , -도시 파르도 - 20인 한정. - 6레벨 이상]


이 정보는 최대 20명까지 구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세영은 기대하지 않았다.
시골 마을 사람들이 보상으로 챙겨 줄 수 있는 보상이 얼마나 되겠는가.


'초반 퀘스트니까. 얼마  받겠지.'


세영은 정보경매 창을 봤더니, 전에 올려둔 물품의 가격이궁금해졌다.


약제사 라나에게 소개할 채집가.
누가 될진 모르지만 그 사람이 얼마나 부자인지 궁금했다.

[현재 입찰 최고가 : 1100000 CC]


백만을 넘긴 입찰가.
크게 상승하진 않았지만, 놀라운 금액이었다.
남은 경매 시간은 9시간.


'너무 시간을 길게 설정했네. 라나씨도 채집가가 없어서곤란할 텐데.'

돈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백만 원이나 받을 일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때문에 기다릴 라나씨 생각이 먼져 났다.

라나씨가 없었다면, 자신은 치료 약을 팔아 천만 원 가까운 돈을 벌지 못했을 테니까.

*

저녁 7시.


세영은 접속을 종료하고 나왔다.
김만우가 부른 탓이다.

"형. 죄송해요. 제가 시켰어야 했는데."
"됐어. 넌 20시간 넘게 일하니까 건들지 말라더라. 사장이."

김만우가 주문한 저녁 식사가 배달와 같이 먹으려 세영을 부른 것이다.


"어떠냐, 프클. 재밌냐?"
"네. 엄청... 형도 같이하시면 좋을 텐데."
"시발 그러니까. 그거 20시간 해도 안 피곤한 거 맞지?"

세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만우는 사장 욕을 하기 시작했다.


"시발, 모니터링 졸라 빡센데, 하루 12시간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아무리 게임사 점검 날은 쉰다고 해도 일주일 6일이나."

그는 벌써 6개월이나 이 일을 했다.
그러면서도, 이세영을 보니 자신이 손해 보는 것만 같았다.

"형, 모아둔 돈  있으세요?"
"갑자기 왜? 없어. 나한테 돈 빌려 달란 소리 하지 마라."
"아니 그게 아니라... 됐어요. 없으시면."

세영이 말을 하다 말자, 답답해진 김만우.

"아 뭔데 그래?"

하지만 김만우의 답답함은 가시지 못했다.
스마트폰의 진동음 때문이다.


대답하려 했던 세영에게 잠시 기다리라 손짓 하며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그 역시 이 건물에서 지내며, 친구들과의 연락도 다 끊겨 외로운 인생.


걸려오는 전화 한   통이 반가운 김만우였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전화는 사장에게 걸려온 거였다.

"시발, 이 새끼도 양반은 못돼."

욕을 지껄인 뒤에 받는 전화.


"옙, 사장님. 저녁은 드셨습니까."

세영은 방해될까 조용히 밥을 먹고 있었다.


"아... 예. 같이 먹고 있었습니다. 지금 바꿀게요."

김만우는 소리 안 나게 입 모양으로 욕을 하며 스마트폰을 세영에게 건넸다.


"네, 사장님. 이세영입니다."


- 아, 세영씨. 게임은 할만 하고?


"예,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 그거 다행이네. 다른 게 아니라 내일 모래 3명 면접 보기로 했어. 토요일에. 세영씨도 같이 보자고.


"제가요?"


- 그래. 세영씨랑 같이 게임 할 사람이니까 세영씨가 오래 같이  사람으로 뽑는 게 좋지. 안 그래?

"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런 인사치레는 됐고, 토요일에 면접 보면 월요일부터는 일 시킬 거니까. 빠르면 토요일부터 당장 할 수도 있고. 그전에 세영씨가 게임 안에서 이것저것 준비 좀 많이 해두라고.

"예... 그런데 사장님. 지금까지 번 돈은 어떻게 할까요?"


- 뭐? 지금 세영씨 레벨 몇 인데.

"6인데요."

- 그게 얼마나 된다고. 사람 구하기 전까지 번 돈은 세영씨 편할 대로 써. 아아, 그래도 고블린 사냥할 준비는 철저히 해 두고. 그래도 남으면 세영씨 옷이라도 사 입고 용돈 해.


"정말, 그래도 되나요?"

- 나 두 번 말하는 거 싫어하는  세영씨는 아직 모르나?


"아, 죄송... 아니 감사합니다."

- 그래. 그럼 면접  보자고.

세영이 얼마나벌었는지 꿈에도 모르는 나금돈.
그는 지금 한 통화로 자기 돈이 됐을 천만 원을 이세영에게 용돈으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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