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화 〉13화. 페어리 (13/122)



〈 13화 〉13화. 페어리

세영은 도시를 나서기 전, 퀘스트를 완료했다.
라나에게 들려 채집을 해줄 사람이 나타날 거라는 소식을 전하고, 보상으로 도감을 받았다.

도감에는 파르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약초명. 그리고  약초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용처가 쓰여 있었다.


[숲의 허브]

- 초원 허브보다 더 강한 향기를 풍기는 허브입니다.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요리나 치료약의 재료로 사용됩니다.

이세영은 초원 허브와 비슷한 모양의 식물을 발견했다.
그랬더니 도감의 페이지가 자동으로 눈앞에 나타났다.

설명에는초원 허브의 설명에 존재하던 '하급'이라는 단어가 보이질 않았다.

숲의 허브는  높은 등급의 치료약을 만들 수 있는 허브였다.



"아저씨는  하세요?"

사냥 중이던 노랑나비가 다가왔다.


"응. 채집하는데 왜?"
"또요?"
"새로운 허브를 찾았거든."
"축하드려요. 근데 정말 채집을 좋아하시는가 봐요."

세영이 채집을 열심히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던 노랑나비지만.
또 이런 모습을 보자 조금 신기한 기분이 되었다.

"응, 좋아해."


채집을 좋아한다는 소리.
하지만 대답을 눈을 마주 보면서 꺼낸 탓에, 소녀는 수줍게 고개를 돌렸다.

"그, 그러시구나. 하하."


고블린 사냥은 금세 익숙해 졌다.
세영의 파티원들은 벌써 여섯마리나 쓰러뜨렸다.


"이제, 거의 안 맞고 잡게 됐네."
"그러게. 원래 이리 약한가?"


소년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고블린시리즈는 안보이지?"
"어. 그건 10레벨 돼야 주나?"
"아마도."
"이놈은 몇 레벨이지?"


떠돌이 고블린은 7~10레벨.
보통은 혼자서 사냥하는 몬스터를 넷이서 잡았으니 쉬울 수 밖에.


"조금 숲 안으로 들어가 볼래?"
"그럴까? 아저씨는 어때요?"


파티원들이 채집에 열중하던 세영에게 다가왔다.

"음, 남은 주스는 어때?"
"거의 안마셨어요. 초반에만 몇개 쓰고."

가장 앞장서공격을 받아내는 핑쿠햄스터만 몇 병을 마셨을 뿐.
나머지는 모두 그대로 들고 있었다.


"그리고 저번에 나눠주신 치료약도 몇개 남았어요. 초원에선 이제 체력을 거의 소모하지 않게 돼서, 그대로 남았거든요."
"그럼  안으로 들어가보자."

세영이 동의하자 일행은 곧바로 숲 안을 향했다.

헌터 마을의 북쪽 숲 과는 다르게, 곳곳에 바위가 있고 나무가없는 공터도 자주 보이는 얕은 숲이다.

'처음보는  많네'

세영의 눈에는 몬스터가 아닌 수많은 식물들이 보였다.
처음보는 나무와 풀. 열매와, 버섯 등. 이것저것 채집하고싶어 근질거렸다.


"저기,  마리 있네. 근데, 한번에 두 마리는 좀 그렇지?"
"음... 잡긴 할 텐데, 치료약이 아깝지."

자신있게 진입했지만 모두 신중하게 행동했다.


낮은 레벨의 약한 몬스터일지라도 여러 마리가 동시에 공격을 해오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두려운 건 판게아 행성의 사망 페널티.
사망 시 24시간 행성에 접속이 금지되며, 착용한 장비 중 하나를 랜덤하게 잃게 된다.

현재의 판게아 행성 화폐가치를 생각하면, 접속 불가라는것만으로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세영이라면 하루나 이틀 동안 천만원을 벌  있는데, 그 돈을 못 벌게 되니 절대 죽을 수는 없는 일이다.


"뒤!"

뒤에서 까만 곰이 소리쳤다.
하필 멧돼지가 나타난 것.

"비켜."

핑쿠햄스터가 달려나가 선제 공격을 날렸다.

뀌이익-!


멧돼지는 10레벨 이하의 몬스터 중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 가지고 있다.


하지만 놈들의 습성을 파악하고 있다면, 매우 쉽게 공략 가능한 몬스터이다.

"내가 정면에서 유인할 테니까, 옆에서 공격해!"
"응!"

뀌이이익-!!


멧돼지가 비명을 지르며 절명했다.


놈을 사냥하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멧돼지는 정면을 향한돌진만 조심하면 되니까.

혼자서 상대하는 게 아니라서 너무도 간단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와! 드디어 레벨 업!"
"별로 어렵지 않은데?"
"그러니까!"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손발도 척척 잘 맞았다.

"그럼 근처에서 사냥하자."
"그래. 근데, 아저씨는요?"


노랑나비가 고개를 돌려 세영을 바라봤다.


세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뭘 자꾸 물어오는지, 세영은 그들이 몹시 귀엽게 느껴졌다.

'그럼 난 채집이나 계속 하자.'


근처의 몬스터  마리를 처리하니, 주변은 조용해 졌다.

다음부턴 몬스터를 한 마리씩 유인해 사냥을 하기 때문에, 세영은 그 옆에서 느긋하게 채집을 계속할 수 있었다.


[숲 버섯을 채집하셨습니다.]

[돼지 풀을 채집하셨습니다.]

[바위 동굴 버섯을 채집하셨습니다.]


'응? 동굴?'

세영은 채집을 하며 이동하다가, 커다란 바위 그늘에서 버섯을 채집했다.

[바위 동굴 버섯]

- 바위 동굴에 자생하는 버섯입니다. 먹으면 일시적인 마비에 빠지기 때문에 식용으로 사용할  없습니다. 특수약품의 재료로사용됩니다.

세영은 채집한 바위 동굴 버섯의 설명을 읽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버섯을 채집한 곳은 마차 크기의 거대한 바위가 두개 붙어있는 곳의 그늘.


그림자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 장소였다.

'뭐지?'


세영은 바위에 손을 대고, 어두운 그늘 속으로 미끄러 뜨렸다.
손 끝에 딱딱한 바위의 감촉.
그 감촉이 어느순간 사라졌다.

손에 닿는 게 없이 허공에서 흔들렸다.
팔을 휘져어 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어두운 그늘의 가운데에서, 끝 없이 깊숙하게 뚫려있는 공간을 발견했다.

[바위 동굴을 발견하셨습니다.]

[최초로 미지의 장소를 발견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칭호가 주어집니다.]


[칭호 : 호기심 많은 탐험가]

당신은 인류에 의해 단 한 번도 발견된  없던 장소를 발견해 냈습니다. 이 세상에는 미지의 장소가 무수히 존재합니다. 그곳에는 알 수 없는 보물이 잠들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방해물이 나타나 당신의 모험을 방해할지 모르니 주의하시기바랍니다.

- 행운 +1

[파르도 섬의 바위 동굴]

- 사방이 바위로 이루어진 동굴입니다.

'와, 숨겨진 동굴이라니...'

세영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참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동료들이 달려왔다.


"아저씨, 이게 뭐예요?"
"갑자기 칭호가 생겼어요."
"와, 이거 동굴이에요? 던전?"


칭호는 파티원 모두에게 주어졌다.
다들 칭호를 처음 얻었는지, 신이나 세영에게 물어왔다.


"나도, 처음이라  모르겠어."
"대단하세요. 이런 거 웹 튜브 영상에도 거의 안 나오거든요."
"맞아요. 이거 정보 경매에 팔면 엄청 비쌀 거에요."

모두 들뜬 마음으로, 그림자에 감춰진 동굴의 입구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근데, 안에는 뭐가 있을까?"


노랑나비가 꺼낸 그 말에, 다들 침을 꼴깍 삼켰다.


"우리 같은 초보자가 들어가도 되려나?"
"위험하지 않을까? 사망 패널티 받기 싫은데."
"한발 한발 조심히 가면 안되려나?"

이런 호기심이 넘치는 와중에, "안돼"라는 말을 한다고 멈출 수는 없는 법.


일행은 조심 조심 동굴 안으로 진입했다.

"너무... 어두운데요?"
"그러게."
"도시에있던 가로등을 생각하면, 마법으로밝히는 손전등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동굴 안은 너무 어두워, 입구 근처에서 거의 발을 때지 못했다.


"지금와서 그런 소리를 해도 갑자기   있는것도 아니잖아. 바보야."
"안돼겠다. 나가자."
"동의."
"그래. 이건 무리같네. 다음에 준비를 철저히 하고 오자!"


일행은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아쉽네."
"뭐, 누가 먼저 발견하지 않으면 그대로 있겠지."

모두 밖으로 나가고, 마지막으로 세영이 동굴을 빠져 나갈 때였다.

"여기서 뭐하는 걸까?"
"그러게. 인간들이 왜 온거지?"
"동굴을 어떻게 찾은거지?"
"뭔가 달콤한 향기가 나는데?"

'무슨 소리지?'

세영의 귓가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혹시 페어리?'


그건 페어리 뱀의 목소리에서 느껴졌던 것과 같은, 작은 존재로 부터 들려오는 소리였다.

"저 인간에게서 좋은 향기가 나는데?"
"그러니까. 왜그럴까?"
"아~ 딸기 먹고 싶다."

세영은 인벤토리에서 딸기 주스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응? 이 향기는 뭐지? 뱀딸기와 비슷한걸?"
"그러게. 달콤할 것 같은 냄새야."
"아까부터 저 인간에게서 나잖아. 뱀딸기를 가지고 있는 걸까?"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아저씨~ 안 나오고 동굴 안에서 혼자 뭐 하세요?"
"저기, 조금만 기다려 줄래?"
"네?"

세영은 작은 목소리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뱀 딸기 주스를 뿌렸다.
그리고 외쳤다.

"뱀 딸기 먹을 페어리 선착순!"

얼마 전 도시에서 하급 치료약을 팔 때, 노랑나비가 했던 말을 그대로 꺼낸 세영.
 효과는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 내가 먹을래."
"아니야! 내가  좋아해."
"웃기는군. 내가 먹겠어."
"조용히들 해. 이건 나이가 많은 내 차지니까."

세영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웃음이 났다.
그리고 곧바로 딸기 주스를 한병 더 꺼냈다.


"뱀 딸기로 만든 주스야. 내려 놓을 테니 가져가."


어두워  보이지 않는 와중에, 주스를 바닥에 내려놓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페어리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눈앞에 나타났다.


"내꺼야!"
"아니야 내꺼야."
"내꺼라니까."


세영은 서둘렀다.
눈에 보이는 페어리는 모두  마리.
세 병의 주스를 더 꺼내 조심스레 내려놨다.


"여기 더 있으니까 싸우지들 마."


한 병을 두고 다투던 페어리들의 동작이 멈추고, 모두 세영을 돌아봤다.

"인간 주제에."
"그러게. 인간주제에."

페어리들은 뱀을 닮았는지 입들이 거칠었지만, 피융-하고 날아와 각자 한 병씩을 맡고 마셔대기 바빴다.

"인간 주제에... 이렇게 맛있는걸 먹고 있다니."
"그러게. 인간 주제에."

귀여운 요정들은 자신의 신체 크기 만큼이나 커다란 병을 들고서, 쉬지 않고 마셔댔다.


꺼억-.

"더 먹고 싶은데."
"벌써 끝이야?"
"인간 주제에 더 없겠지?"


[!!신규 퀘스트!!]


그런데 갑자기 신규 퀘스트가 등장했다.

[바위 동굴의 페어리들 : 이들은 오랜시간 바위 동굴에 갖혀 살았습니다. 수 백 년만에  본 뱀 딸기. 그들은 더 많은 양의 뱀 딸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부탁을 들어 주고 호감을 산다면, 바위 동굴의 숨겨진 비밀에 가까워 질 수 있을지 모릅니다.]


- 바위 동굴의 페어리 들에게  딸기를 건내야 합니다. 만약 양이 부족하다면, 그들은 불평을 쏟아 지도 모릅니다.


-분류: 채집 (히든)
-난이도 : F (파티, 연계)
-제한시간 : 14일
-보상 : 카스나의  (스킬)

'카스나의 눈은 뭐지?'


[카스나의 눈 - 상시 유지 스킬]

- 페어리들은 어둠 속에서도 모든 사물을 알아볼  있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페어리 카스나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상대에게 해당 스킬을 전수해 줄 것입니다.

- 숙련도에 따라 짙은 어둠 속에서도 주변을  수 있게 됩니다. 단, 일부 상위 던전에서는 능력의 제약을 받습니다.


'와-, 지금 딱 필요한 능력이 준비되어 있다니.'

게임답다고 해야 할까?
뱀의 눈 스킬을 전수받았던 기억이 떠오른 세영이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이 퀘스트는 파티 퀘스트!
거기에 연계 퀘스트였다.


동굴 밖의 파티원들이 깜짝 놀라며 세영을 찾았다.

"아저씨, 대체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퀘스트가 떴어요."
"그것도 히든 파티 퀘스트잖아요?"
"음... 미안해, 내가 멋대로 수락했어."
"무슨 말씀이세요. 다들 좋아서 이러는 거라고요. 히든 퀘스트 정보가 얼마나 하는 줄이나 아세요?"


동굴밖에서 떠들어 대는 녀석들의 목소리가 동굴 벽을 타고 울려댔다.

"시끄러워."
"이러니까 인간은."
"좀 조용히 좀 해."
"딸기나 따오라고!"

페어리들이 화를 내며 모습을 감췄다.


세영은 서둘러 동굴 밖을 향했다.


"아저씨?"
"아저씨 이게 뭐예요. 페어리?"
"응. 동굴 안에 페어리들이 있었어."
"정말요? 저도 보러 가도 되요?"
"아니, 안보일거야.  딸기를 건내지 않는 이상은."


세영은 문득 떠올렸다.

'혹시...'

"그럼  딸기 채집하러 가실 거에요?"
"으응... 근데 잠깐만."

세영의 반응에 모두들 궁금하단 표정을 해왔다.


"아, 실은 방금 퀘스트. 페어리 들에게 주스를 줬더니 생긴 거거든."
"주스요? 뱀 딸기 주스?"
"응."


그러자 모두들 같은 생각을  모양이다.


세영의 인벤토리에는 주스가 스무병 정도 남아 있었지만,  딸기는 가진  없었다.


하지만 방금 전 퀘스트가 시작된 것도, 주스를 건내고 벌어진 일.


세영은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혹시, 이 주스로도 퀘스트가 진행되는 걸까요?"
"나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근데, 이 주스 만드는데 뱀 딸기 엄청 많이 들어가지 않아요? 손해 보는건 아닌지..."
"괜찮아. 딸기는 이 근처에서 보이지도 않고, 채집하러 멀리 왕복하는게 더 손해일  있으니까."


세영은 시간이 아까웠다.
시간이야 말로 돈.
얼른 마차를 얻어 채집을 시작하고, 치료약을 만들어 팔고 싶었다.


'일단, 시도해 보자.'


조심히 동굴 안으로 발걸음을 되돌린 세영.
파티원들 역시 조심스레 그의 뒤를 따랐다.

이번에도 너무 어두운 탓에, 얼마 들어가지 못했다.
동굴의 입구부터 20미터는 들어 갔을까?


세영은 인벤토리에서 딸기 주스 8병을꺼냈다.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을향해 입을 열었다.

"저기, 페어리들아. 뱀 딸기를 가지고 왔는데먹지 않을래?"


요정들이 재잘거리며 떠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와 함께  마리의 작은 페어리의 실루엣이, 세영과 파티원들의 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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