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14화. 페어리 (14/122)



〈 14화 〉14화. 페어리

"와- 귀여워"
"정말, 너무 귀엽다. 만져보고 싶어"
"하여간. 괜히 건들지 말라고 니들. 도망가면 어떻게해."

핑쿠햄스터가 나서서 눈을 반짝이는 소녀들을 진정 시켰다.


네 마리의 페어리들은 세영이 건넨 주스를, 숨도 안 쉬고 마셔 대고 있었다.

"이건 뭘까. 뱀 딸기보다 맛있어."
"맞아. 이렇게 달콤한 건 처음이야."
"하지만 뱀 딸기 맛이 나는 걸."
"인간들만 이런 맛있는 걸 먹다니 치사해."

그리고 순식간에 주스 8병이 사라졌다.

"인간. 더 없어?"
"더 줘!"
"내놔!"

세영은 가방에서 8병을 더 꺼내 건넸다.

"아저씨, 주스가 부족하시면 제  돌려 드릴게요."
"응. 아직은 괜찮아. 기다려 보자."

페어리들은 네 병. 아니, 아까 준 것까지 다섯 병이나 마시고는 겨우 배가 불렀는지.

"꺼억-!"
"아, 더는  먹겠어."
"그럼 내가 마시지."
"안돼! 내 꺼야!"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이제야 퀘스트가완료되었다.

[페어리 카스나가 당신에게 스킬을 전수하려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
"와, 나... 나도 수락!"


파티원들은 동시에 퀘스트가 완료됐는지 모두 대답을 하기 바빴다.


[스킬 '카스나의 눈'을 획득하셨습니다.]

"아저씨! 이제 동굴 안이 훤히 보여요."
"응. 나도."


한치 앞도  수 없던 어두운 동굴.
시야가 점점 밝아졌다.
바깥처럼 밝은 건 아니었지만, 이동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는 됐다.


"와, 신기해."
"그러게. 현실에서도 밤에 이렇게  보이면 좋을 텐 데."
"그럼 그게 밤이냐. 게임이니까 가능한 거지."

파티원이 신이나 떠드는 동안 페어리들이 세영에게 달라붙었다.

"인간.  애송이들을 조용히 시켜라."
"그래. 목소리가 울리고 시끄럽다고."
"맞아."
"인간은 시끄러워."


반대로 일행들은 세영을 부러워 했다.

"아저씨. 왜 아저씨 한테만 페어리들이 붙어있어요?"
"그건 무슨 능력이에요?"
"글쎄, 칭호 때문인 거 같은데..."


딸기 주스를 만들었을 때 받았던 페어리 유혹자라는 칭호 때문.
세영은 페어리의 관심을 독차지 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거나 해서 오히려 귀찮을 정도였다.

"그런데, 너희들은 왜 이런 어두운 동굴 속에 있었던 거야?"
"인간. 궁금해?"
"궁금해?"
"응. 궁금해."
"좋아! 알려주지."

[!!신규 퀘스트!!]

[바위 동굴의 비밀 : 카스나를 비롯한 바위 동굴의 페어리들은 기나긴 시간 동안 갖혀 지냈습니다. 과거 사악한 마족에게 붙잡혀 동굴의 결계를 빠져나갈 수 없게 된 탓입니다. 이들은 이제 그만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합니다. 뱀 딸기를 건네준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 결계를 부수기 위해서는 동굴 깊숙이 숨겨진 세계의 봉인석을 찾아 파괴해야 합니다. 봉인석 주변에는 봉인석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마나를 먹고 자란 희귀한 식물이 존재합니다. 이를 찾는다면 쉽게 봉인 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다만, 당신을 방해하는 가디언 들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분류 : 탐험.
-난이도 : E (파티, 연계 2단계)
-제한 시간 : 4일
-보상 : 고대 마족의 주머니.


"가디언은 뭔가요?"
"나도 모르겠는데."
"그리고 난이도가 E인데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새로운 퀘스트의 등장에 기뻐했던 일행은 난이도와 가디언이라는 적. 그리고 알  없는 보상으로 당황했다.

"인간, 부탁해. 우리를 꺼내줘."
"꺼내줘."
"부탁해. 인간."

세영은 페어리들의 시무룩한 표정을 처음 봤다.
언제나 자신감에 찬 녀석들이었는데.


"왜 너희들은 결계석을 부수지 않는 거야?"
"우리는 만질 수 없어."
"맞아. 페어리가 봉인석을 만졌다가는 죽고 말아... 봉인석에도 동굴 안에도 결계."
"결계가 우리를 막아."


봉인석에도 페어리들은 손댈  없는 결계가 있다.
사실상 새장에 갇힌 새와 다름없는 페어리들.
그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의 세계인 아스트랄 계로 돌아갈 수조차 없었다.

"얘들아, 어떻게 할래? 난 도와주고 싶은데."
"가봐요. 위험하면 도망치죠. 뭐."
"맞아요. 밖에 나오던 몬스터보다 조금 강한 정도겠죠. 초보지역인데."


모두 동의를 표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


페어리들과 헤어진 세영과 파티원들은 동굴의 깊숙한 곳을향했다.
봉인석의 결계가 두려웠는지,페어리들은 안으로 더 들어가길 거부했다.


"근데, 오싹 하네요. 눈으로 보이니까 망정이지... 깜깜한 동굴 속이라고 생각하면... 으으."
"하지마. 나까지 무섭잖아!"
"크크크. 갑자기 귀신이 팍! 하고 튀어나오는  아냐?"
"너 죽을래!"

마치 수학여행이라도 온 기분.
세영은 기분을 경험해 본 적 없었지만, 서로에 의지해서 나아가는 시간이 나쁘진 않았다.

"갈림길이네요."
"어디로 가야 하지?"
"아저씨, 어디로 갈까요?"


이들은 이럴 때마다 꼭 세영에게 물어왔다.


"일단, 왼쪽 벽만 따라 가보자."
"아! 그거 알아요. 미로에서 빠져나갈 때 쓰는 방법이죠?"
"응. 적용 안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긴 미로가 아니니까."

앞을 가로막는 거미줄을 손으로 휘이 저어가며 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다 보니, 넓은 공간이 등장했다.


이름 그대로 바위 투성이 동굴.
바위 벽으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에, 바닥에는 아까 채집했던 동굴 버섯만이 가득했다.

"온통 버섯 천지네요."
"조심해. 그 버섯 먹으면 마비되니까."
"네?"
"도... 독버섯 인가요?"
"마비도 일종의 독이지."

노랑 나비는 아찔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의 양팔을 문지르며 파르르 떨었다.


"먹지 않으면 별 탈 없을 테니 그렇게 겁먹을 필요는 없어."
"네에..."

가장 유쾌한 성격의 그녀가 겁은 제일 많았던 모양.


"이러다 온종일 걸리겠는데요?"
"음..."


세영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마나를 먹고 자라는 식물이라...

'도감을 찾아볼까.'

세영은 파르도 약초 도감을 꺼내살폈다.


"아저씨?"
"잠시만. 뭐 좀 찾느라고."

갑자기 멈춰 허공을 바라보는 세영의 모습.
파티원들은 이동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무언갈 찾아냈다.

"아저씨, 아저씨. 여기 뭔가 색다른 게 있어요."


레드문이 찾아낸 식물.
모두가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마나를 머금은 ????]

"이름이 안 뜨네."
"내가 채집해 볼게."

이름을 알  없던 식물을 세영이 나서 조심스레 채집했다.
허브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외형의 푸른 빛을 띠는 식물.


상처 하나 날까 주의에 주의를 거듭했다.

시간은 걸렸지만, 라나의 채집 가위 덕분인지 그리 어렵지 않게 채집에 성공할  있었다.

세영은 지금, 가위를 돌려 준다고 해도 좀처럼 돌려받지 않던 라나씨를 향해 감사한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채집에 성공하셨습니다.]

[마나를 머금은 던전 허브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셨습니다.]

[기초 채집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기초 채집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엄청난 경험치. 채집 레벨이 2 개나 오르고 레벨도 상승했다.
하지만 채집의 경우, 파티 공유로 경험치를 획득하는 건 아니어서 레벨 업은 세영 혼자만의 몫 이었다.


[마나를 머금은 던전 허브]


- 던전 안에서 마나를 먹고 자란 허브입니다. 희귀하며 연금술의 재료로 사용됩니다.


"와, 이거 이름이 푸른색으로 뜨는데?"
"정말요? 레어  이잖아요! 우와!"


여타 게임처럼 판게아 행성의 아이템에도 등급이 있었다.

흰색 - 녹색 - 파랑 - 노랑 - 빨강 - 보라.
일반- 마법 - 희귀 - 영웅 - 전설 - 신화.

아직 10 레벨도 되지 않은 그가, 희귀 아이템을 획득 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비록 제작 재료로 쓰이는  때기 하나였지만.

"아저씨. 똑같은 게 여기도 있어요."

놀라운 건 그 뿐만 아니었다.
까만 곰이 알려주기 전, 이미 세영은알고 있었다.


허브의정보를 얻게 된 순간.
뱀의 눈 스킬 덕분에 보이는 수많은 허브의 위치 들.

수백 년이나 발견된 없었던 동굴인 만큼, 존재하는 허브의 양도 엄청났다.
물론, 99%는 버섯. 허브는 1% 뿐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대박 아닐까?'

세영은 허브로 만들 수 있는 게 무언지 궁금해졌다.
도감에도 용처는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세영의 눈에는 허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설마, 허브의 군락이라도 형성된 걸까?'


세영은 무심코 그 장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결코 자연적이지 않은, 무언가 인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보였다.

'이건가?'

세영은 파티원들을 기다리게 놔두고, 자신 혼자 채집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퀘스트부터 완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얘들아, 봉인석 위치를 찾았어."
"정말요? 갑자기?"

세영은 자신이 가진 뱀의 눈 스킬에 관해 설명했다.
카스나의 눈을 전수 받은 경험이 있는 파티원들은,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리고 부러워했다.


"와, 아저씨는 정말 대단하시네요."
"맞아요. 덕분에 저희도 희귀한 스킬을 얻었으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냐, 뭘. 나도 너희 덕분에 레벨 엄청나게 올랐는데."

일행은 봉인석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 안의 넓은 공터.
버섯과 허브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바닥.
작고 칠흑같이 새까만 탑이 보였다.
모양이 탑 인 거지, 크기로 보자면 말뚝에 가까웠다.

"이거 그냥 뽑으면 되는 걸까요?"
"딱딱해 보이는데. 제 대검으로 한번 쳐볼까요?"

여러가지 의견이 나왔지만, 세영은 봉인석에서 마나가 흘러 나온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음... 마나를 흘려 볼까?"
"네?"
"왜, 너희들은 할 줄 모르니?"
"그런 어떻게 알아요??"
"그냥 머리 속으로 생각하면 돼. 나도 배운 지 얼마 안됐어."

세영의 말에, 다들 놀랐다.
이 아저씨는 모든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였다.

"아저씨는 대체 이 게임을 얼마나 한 거에요?"
"나? 글쎄... 지금 이틀 정도 지난 거 같은데."
"네?"
"말도 안돼..."


황당한 표정에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던 그들.

"아저씨랑 친구 해서 다행이네요."
"맞아요. 완전 개 이득."

세영은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시작해 볼게."

세영이 봉인석에 손을 대고, 마나를 흘리자 칠흑 같던 봉인석에 흰색의 문양들이 그려지며 빛을 내뿜었다.

드드드드.

세영은 지진이라도 난 줄 알았다.


"뭐, 뭐야?"
"엄마야-. 지진 아냐?"
"뭘 놀래냐. 어차피 이런 건 게임 상 연출일 뿐이야."

핑쿠햄스터의발언에 소녀들은 물론 세영까지 머쓱해졌다.


"이걸로 하나 끝난 건가요?"
"그런 모양이지?"
"가디언이 어쩌고 하더니. 아무 일도 없네요. 괜히 쫄았네."
"근데, 이런 식이면, 파티 퀘스트였던 이유가 뭘까?"

그런 의문을 품으며 왔던 길을 따라, 갈림길로 되돌아왔다.


이제 남은 길은 하나.
선택지가 더는 없었다.


"그런데,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
"뭔 소리?"
"쉿-!"


하나 남은 길을 따라 동굴의 더 깊은 장소를 향하던 중.
까만 곰이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며 모두를 조용히 시켰다.

갑자기 찾아온 정적, 그리고 그걸 깨뜨리는 희미한 소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리가 점점 커져 오는 걸 모두가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척. 척. 척. 척.

"무슨 소리지?"
"글쎄."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다들 말을 하진 않았지만,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서두르자. 맞닥뜨리지만 않으면되는 거 아냐?"
"그... 그래."

거의 뛰다시피 했다.

"허억, 휴우..."
"게임인데 숨이 차다니 너무한  아냐?"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자, 종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의 거대한 장소가 등장했다.

"이거, 동굴 맞아?"
"그러게... 무슨 축구장 크기는 되는  아냐?"
"아저씨, 저기 봐요. 또 다른 통로가 몇 개나 있어요."


세영은 넓은 공간에 연결된 또 다른 통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개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다른 봉인석은 저 통로들 지나서 있지 않을까?"
"그래요? 풀 찾는 그 스킬 사거리가어느 정도인 데요?"
"음... 지금은 30미터 정도."
"그럼, 여기 어디 있을 수도 있지 않아요?"
"그렇지. 일단 서둘러 찾아보자."
"네!"

하지만 역시 세영의 예감이 옳았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봉인석은 커녕 허브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 넓은 공간 어디에도 마나가 흘러 나오지 않는 듯 했다.

"일단, 가장 왼쪽 통로부터 들어가 보자."
"통로가 여러 개니까 나눠서 들어가요. 그게 빠르지 않을까요?"
"그래. 그럼 너희들도 봉인을 직접 해제 해봐. 머릿속으로 마나가 흘러 나간다고 만 생각하면 되니까."
"네, 아저씨. 안 그래도 해보고 싶었어요. 히히."

동료들과 헤어진 세영은 가장 왼쪽 통로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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